2022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 『선새앵님, 안녕하세요오?』가 출간됐다. 1,000만원 고료의 비룡소문학상은 매년 새롭고 재미있는 저학년 문학 작품을 발굴해 큰 화제가 되어 왔다. 올해 당선작인 『선새앵님, 안녕하세요오?』는 말썽을 싫어하는 선생님의 시끌벅적 상담 대소동을 담은 판타지 동화다. 작가를 만나 작품의 뒷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선새앵님, 안녕하세요오?』가 어린이 책으로는 처음 쓴 작품이라고 들었는데요, 비룡소 문학상을 수상하셨어요. 소식을 들으셨을 때 어떠셨어요?
상상으로만 꿈꿔 온 순간이었죠. 비룡소 문학상에 응모할 때는 솔직히 심사평에 언급만 돼도 감사하다는 심정으로 원고를 보냈어요. 어린이가 직접 등장하지 않는 동화라 다소 실험적이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에도 얼떨떨했어요. 비룡소의 <난 책읽기가 좋아> 시리즈를 좋아하는데, 제가 쓴 책이 그 시리즈에 들어간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비룡소 문학상으로 동화 작가가 되고 첫 책을 출간하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제목이 굉장히 독특합니다. 작품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주인공인 '금지철 선생님'은 반 아이들이 말썽 피우는 걸 무척이나 싫어하는 선생님이에요. 시끄럽고 번거로운 건 딱 질색이거든요. 그래서 아이들 때문에 화가 날 때마다 쇳조각을 오독오독 씹어 먹으며 기분을 달래곤 해요. 선생님은 말썽쟁이들의 학부모를 만나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상담을 할수록 선생님은 위기에 빠지게 되고 황당무계한 소동까지 벌어집니다. 『선새앵님, 안녕하세요오?』라는 제목은 첫 번째 상담을 온 느림보 창수 엄마의 인사예요. 이 시끄러운 소동을 여는 첫 번째 인물이고요.
작품 속 인물들은 교실이라는 공간에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구조여서 어떤 면에서는 연극 무대를 떠오르게 하더라고요. 구성부터가 굉장히 독특한데요. 원고를 심사했던 심사위원들은 “낯선 자극을 주는 매우 신선한 작품”이라고 극찬하셨어요, 이 작품은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나요?
언젠가 콩트집을 읽다가 ‘상담’을 소재로 글을 쓰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학부모 상담을 하면, 부모님과 선생님이 자신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아이들이 무척 궁금해하고 걱정하기도 하더라고요. 아이들도 그렇지만, 상담이라는 게 선생님이나 학부모에게도 무척 긴장되는 순간이잖아요? 학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뭘 잘못했을까 걱정이 되고, 선생님 역시 아이의 문제를 학부모에게 잘 전달해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고요.
교실이라는 작은 공간에 마주한 두 어른이 그곳에 없는 아이를 떠올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이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는 어른들도 잘 모를 수 있거든요. 아이만의 속사정이요. 한편으론 억울할 수도 있고, 나름의 이유가 있기도 할 텐데요. 나이가 어릴수록 말로 표현 못 할 때가 많죠. 미처 몰랐던 아이의 입장을, 독특한 캐릭터의 인물이 한 명씩 들어와 대신 말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야기에선 실제 어린이가 등장하지 않는 점도 독특합니다. 어른들의 대화 속에만 어린이가 등장하는데도 어린이의 목소리와 마음들이 또 굉장히 선명하게 잘 들리더라고요. 어린이가 등장하지 않는 동화를 쓰시는 건 굉장한 실험이자 도전이셨을 것 같아요.
새로워서 재밌었지만, 무모한 도전이기도 했어요.(웃음) 어른들이 주고받는 대화로만 아이들의 캐릭터나 심리를 표현해야 했기에, 자칫 피상적으로 그려질까 조심스러웠어요. 글 속에 직접 등장하진 않지만, 아이들의 프로필을 구체적으로 잡아봤어요.
예를 들면 2장에서 도둑으로 몰린 은호의 경우, 사는 동네가 신도시가 형성되기 전부터 은호 부모님이 오래 살아온 삶의 터전이기에 인근 재래시장에서 기름을 파는 할머니와는 한가족처럼 가깝게 지내는 이웃이고요. 멀리 일을 다녀서 밤늦게 귀가하는 은호 엄마 대신, 기름 장수 할머니가 은호의 간식뿐만 아니라 알림장, 준비물도 챙겨주는 살가운 사이라고 생각했어요. 은호는 할머니에게 비밀도 다 털어놓을 만큼 믿고 의지하고 있고요. 할머니 대사 속에 슬쩍 비치는 은호의 마음이 독자들에게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네요.
오랫동안 광고 카피를 쓰시는 일을 해 왔다고 들었는데요, 동화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있으셨던 거예요? 어린이 책을 쓰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20년 넘게 광고 카피라이터로 일해 왔는데요. 대학 전공은 아동학이에요. 아주 오래전, ‘아동 문학’ 전공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그림책을 소개해 주신 적이 있어요. 바로 존 버닝햄의 『지각대장 존』과 레이먼드 브릭스의 『눈사람 아저씨』였는데요. 어린이들이 환상 세계와 현실을 얼마나 쉽게 오갈 수 있는지, 어린이가 주인공인 환상 세계에서는 마음껏 욕망을 펼칠 수 있다는 걸 알려 주셨어요. 그때 받았던 충격과 흥분을 잊을 수 없어요. 수업을 받던 시청각실의 공기와 숨소리까지도요.
어릴 적에 환상 가득한 북유럽 동화책에 빠져 살았는데요. 아동 문학 수업을 들으며 저 스스로 판타지 동화에 매료되었던 지점이 무엇인지 명확해지더군요. 어린이책 창작에 강한 매력을 느꼈지만, 당시에 이미 광고 회사 입사를 준비하고 있던 터라 광고인으로 20년을 살게 되었어요. 아이를 낳은 후, 함께 그림책을 읽으며 잠들어 있던 어린이 책에 대한 열정이 다시 피어오르게 되었습니다.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셨던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아이들은 모두 자신만의 특별함을 가지고 있죠. 다른 아이보다 느리거나 간혹 문제 행동을 보이거나 성취가 낮다고 해서 아이를 함부로 단정 짓고 재단하지 않았으면 해요. 아이는 자신을 믿어 주는 누군가로 인해, 좌절이나 절망을 이겨내고 살아갈 힘을 얻으니까요. 저도 집에서 가끔 금지철 선생님이 되곤 하는데요. 저를 포함해 많은 어른들이 이제 막 움트기 시작한 아이들을 묵묵히 기다려 주고, 그만의 가치를 발견해 주고, 더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아이들 마음에 작은 울림을 주는 동화를 쓰고 싶지만, 동화는 쓰면 쓸수록 어렵네요. 주위를 둘러보면 진짜 좋은 사람이 훌륭한 동화를 쓰는 것 같더라고요. 약은 오르지만 어쩔 수 없죠. 좋은 사람인 척해 봤자 아이들에게 바로 들킬 테니. 갑자기 훌륭한 사람이 될 순 없어도, 솔직하고 진심을 담은 동화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전에 써놓은 단편 동화를 장편 동화로 완성하려고 열심히 쓰고 있어요. 학교와 일상 속에 저지르는 갖가지 폭력을 소재로 한 5편의 연작 동화인데요. 『선새앵님, 안녕하세요오?』와 다르게 고학년 대상의 동화이고, 으스스하고 미스터리한 분위기의 이야기예요. 또, 독특한 캐릭터의 아이가 주인공인 중학년 동화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오래오래 동화를 읽고 쓰는 사람으로 남는 겁니다.
*안유선 대학에서 아동학을 공부하고 오랜 시간 광고 카피를 쓰고 살았다. 한국안데르센상(동시부문)을 받았고, 『선새앵님, 안녕하세요오?』로 제11회 비룡소 문학상을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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