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농촌진흥기관에서 일하며 채소의 생산지와 소비자의 식탁을 연결하는 일에 힘 써온 채소 소믈리에 최명규, 화려한 도시 생활을 뒤로 한 채 충북 음성으로 귀농해 살아있는 채소들을 직접 마주하고 그 삶의 과정을 함께 하고 있는 채소 소믈리에 이연재, 이 두 사람이 『채소 바이블』로 한데 뭉쳤다. 건강한 식단과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비건'이 화두로 떠오른 요즘, 단순 식재료를 넘어 채소가 자라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다.
『채소 바이블』을 출간한 소감이 어떠신가요? 어디에 중점을 두고 읽으면 좋을까요?
최명규 : 독자들이 채소가 지닌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지금껏 대중에게 노출된 채소 정보는 주로 요리와 같은 결과물이나 농사 정보 등의 기술 중심 서술이었다면 『채소 바이블』은 생산, 소비, 유통, 역사 및 문화와 같은 인문학 정보를 종합적으로 안내하고 있어서, 생산자나 소비자뿐 아니라 관련 업계 종사자나 학생들도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채소가 우리 입으로 들어오기까지 어떤 과정과 노력이 있었는지 음미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연재 : 항상 다른 나라의 채소 책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재배되지 않는 등 우리 현실과는 맞지 않는 부분을 보면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채소 바이블』은 채소 선정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열매채소, 잎줄기채소, 뿌리채소, 산채(민속 채소)와 버섯 중 한국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채소들을 싣고자 했습니다. 채소가 가진 주요 영양 성분, 열량, 제철 등을 비롯해 채소가 가진 인문학적 이야기도 더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두 분 모두 채소 소믈리에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아직은 채소 소믈리에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채소 소믈리에가 어떤 것인지 설명 부탁드릴게요.
이연재 : 채소 소믈리에는 자연으로부터 식탁까지의 전 과정 속에서 채소와 과일의 가치와 매력을 바로 알고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스페셜리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명규 : 쉽게 말해 채소와 과일의 맛과 멋을 전달하는 전문가예요. 맛을 알기 위해 생산 특성, 영양소, 기능성, 이용 방법 등을 알아야 하고, 멋을 알기 위해 농업과 농촌을 이해하고 역사와 문화, 생산자와 소비자의 사회적 관계를 알아야 하죠. 채소 소믈리에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저는 아무래도 업이 업이다 보니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인과 농산물을 구매하는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던 중 '채소 소믈리에'를 알게 되어 자격 과정을 공부하게 되었어요. 채소 소믈리에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죠.
이연재 :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각 계절마다 채소와 과일이 다양한데, 아무도 그에 대해 가르쳐주지 않더라고요. 식재료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배울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채소 소믈리에'를 알게 되어 공부하게 됐어요. 공부를 하다 보니 채소의 삶이 궁금해져 실제로 직접 농사를 짓기 시작했죠.
채소뿐만 아니라 과일도 다루시는군요. 『채소 바이블』을 읽다 보니 딸기나 멜론 등 보통 우리가 과일로 알고 있던 품목들이 있어 놀랐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해조류도 채소로 분류하더라고요. '채소'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이연재 : 해조류가 광합성을 하고 채소와 생김새가 비슷해서 '바다 채소'로 불리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채소는 사전적 의미로 ‘밭에서 기르는 농작물, 주로 그 잎이나 줄기, 열매 따위를 식용하는 것’입니다. 식물학적으로는 ‘초본성 재배 식물의 식용 부위를 총칭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과일로 알고 있는 딸기나 멜론도 초본성 재배 식물이기 때문에 '과일채소'로 분류합니다.
또 다르게는 야생에서 자라는 독성이 없는 식물을 채취해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재배하고 작물화한 것을 채소라고 합니다. 실제로 기르지 않고 들이나 산에서 채취하여 이용하는 '산채'와 구분하기 위한 것이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산채를 재배하면서 상당수가 채소로 전환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채소의 종류는 대단히 많고, 식물학적 분류, 식용 부위별 분류, 생태적 분류 등 분류도 다양합니다.(식용 부위별 분류가 가장 보편적이고, 『채소 바이블』 역시 이 분류를 따릅니다) 이처럼 채소는 국가나 지역, 생활 수준, 사회의 흐름 등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폭넓은 정의가 가능합니다.
최명규 : 조금 덧붙이자면, 채소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일부’라고 할 수 있어요. 생산자에게는 생계 수단이고 소비자에게는 영양소 공급원이니까요. 사회적 측면에서는 사회 구성원의 식량 자원으로서 사회 유지와 지역의 역사 문화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최근 식문화에도 변화가 생겼어요. 비건 열풍이 한창이죠. 2021년에는 미슐랭 별을 받은 레스토랑 중 81개가 비건 레스토랑이었다고 해요. 뉴욕의 한 유명 레스토랑은 육류나 해산물을 이용한 메뉴를 모두 없애고 비건 메뉴로 대체했다고 하죠. 이처럼 최근 들어 사람들이 채소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명규 : 건강적인 측면도 있지만 요즘에는 환경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것 같아요. 기술의 발전으로 채소의 생산량은 늘어났지만, 오늘날 식탁에 올라오는 것은 30여종뿐입니다. 지금껏 인류를 먹여 살린 식물이 7,000여종이라는데 고작 30여종만이 에너지 공급원으로 역할을 할 뿐이지요. 당연히 생태계에 영향을 주게 되고 식량 공급 시스템 이상이나 생물 다양성 위협, 거대 자본의 횡포 같은 문제점들이 따르게 됩니다.
이연재 : 건강하고 좋은 식재료를 선택하는 것이 지구를 지키는 일이 된 것 같아요. 인간에게 '먹는다는 것'은 지극히 생존적인 본능에 의한 단순 행위에서 음식 문화와 미식이라는 광범위하고 복합적인 범주가 되었고, 음식은 다양한 문화적 산물이자 삶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계속되는 기후 위기와 코로나는 생명의 안전성과 지속성에 위기를 가져왔습니다. 이 시대를 이끌고 변화시키는 근본적 지향은 자연과 조화되는 생태 순환을 만드는 것으로 연결되죠. 이러한 흐름이 최근 들어 더 많은 사람들이 채소를 찾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채소'라고 하면 환경적으로도 그렇고 영양적으로도 건강한 이미지가 연상됩니다. 물론 채소라고 해서 어떻게 먹든 다 몸에 좋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요. 『채소 바이블』을 보면 일부 채소에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소량의 독성 물질이 들어있기도 하고, 또 같은 종류의 채소라도 품종별로 영양 성분이나 보관법, 조리법이 다 달라서 주의가 필요하겠더라고요.
이연재 : 푸릇푸릇한 모습과 비타민과 미네랄 등 몸에 좋은 영양소를 가지고 있는 채소는 건강한 이미지가 있습니다.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듯이 채소도 마찬가지예요. 각각의 특성이 달라서 보관법이나 조리법도 달라집니다. 어떤 것은 열을 가해야 영양소가 활성화되고, 반대로 열을 가하면 영양소가 파괴되는 것도 있지요. 그래서 『채소 바이블』은 각각의 채소에 맞는 손질 및 조리법을 다루었습니다. 각각의 채소가 지닌 개성이 보이실 거예요.
모든 채소가 다 훌륭하겠지만, 그래도 독자들에게 딱 하나만 추천해야 한다면 무엇일까요? 이 채소를 활용한 요리도 하나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최명규 : 저는 상추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거의 매일 식탁에 놓일 정도랍니다.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기도 하지만 우리의 정서에도 잘 맞는 채소라고 생각해요. 오래전 시골에서는 집집마다 마당 한 모퉁이나 사립문 앞 텃밭에서 상추를 길렀거든요. 최근에는 모양과 색이 다양해져서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졌습니다.
이연재 : 딱 하나만 고르기 어려워서 여름 제철 채소 샐러드를 소개해드릴게요.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무더운 여름철에는 수분 보충이 필수적이죠. 오이와 수박, 토마토를 준비해주세요. 그 외에도 허브 채소나 쌈 채소도 있으면 좋아요.
1. 오이는 길게 반으로 썰어 씨앗 부분을 도려내어 깍둑썰기하고, 수박과 토마토도 오이와 비슷한 크기로 깍둑썰기를 합니다.
2. 손질한 오이, 수박, 토마토에 소금을 살짝 뿌려두세요. 이때 허브나 쌈 채소를 같이 넣어도 좋습니다.
3. 그릇에 손질한 여름 제철 채소들을 넣고 플레인 요거트와 레몬즙을 더해 버무린 후 먹으면 수분 보충에 좋은 여름 제철 채소 샐러드가 됩니다.
『채소 바이블』을 읽는 독자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명규 : 채소는 우리의 삶을 지속하게 하는 생명 유지 필수품입니다. 그래서 채소 자체의 특성과 효과적인 이용 방법을 익혀 효율적으로 먹는 방법을 아는 것을 넘어, 채소가 생산되고 유통되고 판매되는 흐름을 이해하는 것 역시 필요하죠. 우리가 먹는 식재료에 대한 현명한 선택과 소비는 어느 특정 계층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과제니까요. 채소가 어디서 태어나 어떻게 우리에게 오게 되었는지, 이 책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연재 : 한 가지를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하죠. 밥상에 올라오는 채소들이 궁금하신 분들에게 채소가 가진 역사, 채소를 고르고 손질하는 방법, 보관법, 영양 손실을 줄여 조리하는 방법 등 『채소 바이블』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더 나아가 최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채소들이 자라온 환경과 우리에게 오기까지의 과정 하나하나를 궁금해할 수 있는 시간이기를 바랍니다. 하나의 상품이 아닌, 살아있는 생명으로서 채소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자라나면 좋겠습니다.
*최명규 현재 (사)한국채소소믈리에협회 부회장 겸 지도교수. 농학을 공부하고 충청남도농업기술원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농업과 농촌의 발전을 위해 애써왔다. 지금은 우리 농산물을 알리고, 먹거리의 현명한 선택과 바람직한 소비 문화를 위한 강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연재 살아있는 채소들의 삶과 가치를 존중하는 채소 소믈리에. 현재 (사)한국채소소믈리에협회 홍보 이사이며, 충북 음성에서 ‘자연목장’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농산물의 소중함과 채소가 가진 매력을 나누기 위해 강의 활동에 힘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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