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기념하고자 하는 건 인간의 기본 속성 가운데 하나다. 만난 지 100일을 맞아 친구들의 주머니에서 100원씩을 걷고, 1,000일이면 목 놓아 '그동안 힘들지 않았냐'며 목놓아 우는 세계관 안에서 15년이란, 길어도 너무 긴 시간이다. 긴 시간을 자축하는 몇 가지 방법이 떠오른다. '우리'라는 우주의 기원을 만든 기적의 순간을 축하하는 셀프 세리머니부터 시작해 보자. 오랜 시간 모아온 각자의 수집품을 하나씩 꺼내 먼지를 닦으며 밀린 이야기를 나누거나 긴 시간의 터널을 통과해 기어코 존재하는 지금을 있는 그대로 즐겨보는 것도 꽤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올해로 데뷔 15주년을 맞이한 소녀시대의 정규 7집
한여름 밤 불꽃놀이처럼 끝없이 터지는 축제의 흥겨움 속에서,
'오늘로 이뤄진 기다려온 소원'이라는, 팬덤 명 소원(S♡NE)과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원 뜻을 교차시키며 첫 곡의 경쾌함을 이어가는 'Lucky Like That'과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떨림을 고백하는 팝 R&B 넘버 'Seventeen'을 지나면, 지금부터는 소녀시대가 꾸준히 키워온 체급을 확인할 차례다. 앨범의 허리에 놓인 'Villain'과 'You Better Run'은 두 곡 모두 영화 같은 긴박하고 드라마틱한 도입부와 전개를 앞세우는 노래로, 그동안 'Mr. Taxi', 'Run Devil Run', 'Catch Me If You Can' 등 강렬한 곡들을 통해 성장해 온 소녀시대의 카리스마를 강조한다. 특히, 변칙적인 구성과 혼란스러운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점철된 'You Better Run'은 메시지적으로도 'Run Devil Run' 이후의 이야기를 전개하며 '소녀시대'라는 그룹 안에서의 서사적 연속성을 강조한다.
잔뜩 긴장한 어깨를 이제는 부드럽게 풀어도 좋다. 이어지는 'Closer'의 기분 좋은 그루브에서 시작되는 앨범 후반부는 귀를 거스르는 소리 하나 없이 소녀시대가 능숙하게 이끄는 대로 편안하게 몸을 맡기면 되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제목 그대로 잠들기 전 살짝 켜놓은 무드 등 같은 노래 'Mood Lamp'가 전하는 나른함은, 시원하게 캔을 따는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완벽한 장면(Summer Night)'의 청량한 어느 여름밤으로 이어진다. 어른스러우면서도 친근한 기존의 이미지를 잃지 않는 두 곡에 이어지는 노래 'Freedom'은 기분 좋게 불어오는 바람 한 줄기처럼 신선한 사운드로 주변의 온도를 세련되게 낮춘다. 미래지향적이면서도 포근한 레트로적 느낌을 잊지 않는 '종이비행기(Paper Plane)'까지 듣고 나면,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영원을 이들과 약속하고 싶어진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그곳에서 '한 걸음 더 내디뎌' 닿을 '나만의 세상'을 꿈꾸는 소녀들. 'FOREVER 1'의 '우리 꼭 영원하자'는 다짐에 자꾸만 마음이 기운다. 영원이라는 소원이 소녀시대라는 이름으로 찾아왔다. 15년의 세월을 거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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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하(대중음악평론가)
대중음악평론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케이팝부터 인디까지 다양한 음악에 대해 쓰고 이야기한다. <시사IN>, <씨네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