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대전] 예스24 도서 PD가 엄선한 이달의 책

각자의 미스터리 앞에서 고군분투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해석하는 방식들이 저마다 의미심장하게 떨어진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2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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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리 도서 PD

『남자가 된다는 것』

니콜 크라우스 저 / 민은영 역 | 문학동네

인간이 각기 다른 환경과 서사 속에서 사람이 된다는 건 어떤 것일까? 『사랑의 역사』의 저자 니콜 크라우스가 지난 20년간 지독하게 인간의 본질과 속성을 탐구해 낸 첫 번째 단편집. 자기 자신으로부터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사람들이 남성, 여성으로 혹은 인간으로서 불확실하기만 한 이 세상을 마주하는 10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각자의 미스터리 앞에서 고군분투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해석하는 방식들이 저마다 의미심장하게 떨어진다. 한 편의 옴니버스처럼 유기성 있는 인물과 독창성, 작품 세계가 돋보이는 단편 소설들이다.

손민규 도서 PD

『낙인이라는 광기』

스티븐 힌쇼 저 / 신소희 역 | 아몬드

화제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영향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다룬 책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양극성 장애를 앓던 아버지 아래서 자라면서, 본인도 온전한 정신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살아간 스티븐 힌쇼가 쓴 『낙인이라는 광기』도 눈여겨볼 책이다. 지금보다 정신 질환자를 향한 사회적 낙인이 더 엄혹했던 시절, 저자의 가족은 아버지의 병을 숨기고 살아야 했다. 저자는 저명한 심리학자이기도 한데, 이 책은 낙인 연구자이자 정신 질환 당사자의 가족으로서 자신이 겪은 일을 심리학과 사회학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이도형 도서 PD

『여기는 커스터드, 특별한 도시락을 팝니다』

가토 겐 저 / 양지윤 역 | 필름

일본 콘텐츠에 전방위적으로 등장하는 장면 중 하나가 타임슬립이다. 누구나 잘못된 선택을 하고 과거로 돌아가 그걸 바로잡고 싶어 하지만, 여의치 않은 현재에서 회피하는 데에 급급하다. 『여기는 커스터드, 특별한 도시락을 팝니다』는 현시점에서 자기들만의 곱지 못한 과거를 마주하는 사람들을 그린다. 과거를 마주하고 치유받는 뻔한 클리셰이지만, 그럼에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곱씹어볼 주제이기도 하다. 당신은 창피한 과거를 마주할 용기가 있는가. 회피하고 싶은 순간이더라도 당당하게 마주해 보자. 적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신은지 도서 PD

『빠삐용의 감자농장』

뇨끼 글·그림 | 동그람이

말랑하고 귀엽기만 한 그런 고양이 말고 '현실 육묘'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분명 사고뭉치에 예민하고 까탈스럽기 그지없는데 왜 이렇게까지 사랑하게 되는 것일까? 때때로 마음이 지치는 순간에, 나의 고양이가 사랑하는 유일한 동물이 바로 나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나를 다잡고 사는 것. 그것이 '반려인간'의 일이다. 집사라면 반드시 감정 이입할 400편의 이야기와 랜선 집사의 마음까지 홀려버리는 엉뚱한 고양이 삐용이를 소개한다.

박정윤 도서 PD

『네가 혹시 치즈 버거니?』

모니카 아르날도 글·그림 / 이정아 역 | 우리동네책공장

사랑도 우정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상대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만남을 이어간다. 내가 바라던 친구의 모습이 아니었단 걸 알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치즈 버거가 피어나길 기대하며 정성을 다하는 너구리 '그럽'과 치즈 버거는커녕 꽃이 된 자신의 모습에 실망할까 걱정하는 귀여운 씨앗 '씨드'의 이야기. 함께한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임으로써 정말 특별한 사이가 될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박은영 도서 PD

『이상한 낱말 사전』

박성우 글 / 서현 그림 | 비룡소

『아홉 살 마음 사전』 박성우 시인의 기발하면서도 유쾌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동시집. 사람이 아닌 낱말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이 엉뚱, 유쾌한 단어들과 만나 재미난 시로 탄생했다. 거기에 더해, 없어서는 안 될 서현 작가의 재치 만점 4컷 만화가 시의 말맛을 더욱 살린다. 본인이 '가로'인지 '세로'인지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가로'와, 정작 본인은 한 번도 타보지 못해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기분을 궁금해하는 '미끄럼틀'까지.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것이 당연하지 않은, 이상하고도 삐딱한 낱말들의 세계로 한번 떠나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