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대장금] 어크로스 김형보 대표 인터뷰
빈약한 철학이지만, 말씀을 드리자면, 저희 슬로건이 두 개가 있습니다. '지식의 바다를 가로질러 독자에게 다가가는 책', 그리고 '지식이 지혜가 되는 순간'이 그것입니다. 새로운 지식과 교양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 그리고 그 지식이 독자들의 삶을 조금 더 풍요롭고 가치있게 만들 수 있도록 할 것.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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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인문 MD가 발품을 팔아 만드는 시리즈
<대장금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대표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999년 여름 출판사에 입사했으니, 만으로 21년째 출판일을 하고 있는 편집자 출신의 출판사 사장입니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 회의하고 토론하는 것을 좋아합니다만, 이 일이 저만 좋아하는 일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책 만들고 파는 일이, 다행히 아직은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이 일이 계속 재밌으면 좋겠다고 희망합니다.


'어크로스' 4행시로, 출판사 소개 부탁드립니다.

어 쩌라고 싶었습니다. 4행시로 소개가 가능할까요?

크 로스 오버를 많이 시도하는 출판사입니다. 진짜?

로 맨스 소설을 낼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스 타 저자들이 가득한 출판사가 되고 싶습니다.


어크로스, 하면 한국의 대표 인문 출판사입니다. 출판사 시작할 때 어느 정도 이렇게 흘러 가리라는 확신이 있었는지요? 그리고 이렇게 확고히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계기가 궁금합니다.

화들짝. 무슨 말씀이신지? 일단 사실 관계를 정확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표 인문 출판사라는 평은 불감당이고, 당치도 않습니다. 존경하는 업계의 인문 출판사들 앞에서 언제나 한없이 작아집니다. 저희는 학문과 지식, 정보에 기반한 대중 교양서, 논픽션을 내는 춢판사입니다. 최근에는 인생과 사회, 세상에 대한 작가의 관찰, 깨달음과 통찰을 중심으로 하는 에세이 유형의 책도 많이 내고 있습니다.

창업 초기에 제가 했던 인터뷰를 찾아보니 '진지전이 아니라 기동전을 하는 출판사가 될 것이고, 운이 좋으면 여러 차례 기동전에서 거둔 승리가 기반이 되어 출판사가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 이야기를 했는데 다행히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진지'를 구축하지 못해,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출판사가 어느 정도 커지면, 문학 실용 등 타 분야 책까지 내는 종합 출판으로 변하기도 하는데요. 어크로스는 아직 어크로스스럽지 않은 책은 내지 않습니다. 그만큼 뚝심, 고집이 느껴지는데요. 대표님의 출판 철학을 공개해주신다면?

앗. 오해가 심각하신 듯. 종합 출판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건 대표의 경영 능력 부족입니다. 문학, 실용 등의 세계를 개척할 수 있는 편집자를 만난다면 해보고 싶긴 한데, 전권을 주고 맡기기에는 좀스러운 성격이라 좋은 분들이 저 때문에 고생할 것 같기도 하고... 아직, 확신이 없습니다. 극소심 A형이고, 겁쟁이인지라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지 못하는, 현실에 계속 안주하려는 스타일입니다. 말하고 나니 엄청 한심하네요. 출판 철학이라고 하니 또 엄청 부끄럽고, 당황스럽고요. 답변을 하다 보니 제가 '철학'이 없는 사람이라는게 너무나 또렷해져서 자괴감을 느낍니다.

빈약한 철학이지만, 말씀을 드리자면, 저희 슬로건이 두 개가 있습니다. '지식의 바다를 가로질러 독자에게 다가가는 책', 그리고 '지식이 지혜가 되는 순간'이 그것입니다. 새로운 지식과 교양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 그리고 그 지식이 독자들의 삶을 조금 더 풍요롭고 가치있게 만들 수 있도록 할 것. 그래서 가능하면 잘못된 지식으로 '혹세무민'하는 책은 만들지 말 것이 저희 출판사의 핵심 가치입니다.


어크로스 도서 목록을 보면 정재승, 김영민, 구본권, 홍성수 등 정말 화려한 이름이 많습니다. 많은 출판사가 책을 내고 싶어하는 저자의 책을 낼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요? 대표님의 치명적인 매력?

가능하면 다른 사람과 가까워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입니다. 저를 잘 알게 되면 저를 떠나게 될 거라는... 흑. '치명적 매력'은 언감생심. '밉보이지나 말자'가 더 정확할 겁니다. 기라성같은 저자들이 저희와 함께 하는 건 어크로스에 믿을 수 있고 노력하는 편집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저자 선생님들이 출판사를 택했다기보다 편집자를 택한 것이죠.

그리고 저희 회사가 '저자의 가치를 높이는 출판, 저자와 함께 성장하는 출판사를 지향'한다는 것을 선생님들이 알아주신 점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출판사에서 일을 해본 분들이라면 아실 거에요. 편집자가 책을 만들며 자신의 저자와 얼마나 많은 소통을 하는지, 원고를 보내고 책을 편집하고 끝이 아니라, 책을 만들기 위해 보냈던 그 시간이 책 한 권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쌓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을 만들고 다음 책을 같이 만들고 싶은 출판사. 출판 경영의 관점에서도 한 저자의 전작까지는 아니겠지만, 계속해서 신뢰를 바탕으로 책을 만들 수 있어야 효율이 크게 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고, 그래서 저자들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지금도 노력중입니다.


이번 기획전에서 꼭 소개하고 싶은 금쪽 같은 우리 책을 알려주세요.

영화 홍보하기 위해 예능 출연한 배우...는 아니지만 이 질문을 기다렸습니다. 신간입니다. 6월 첫 주에 출간한 권석천의 『사람에 대한 예의』를 강추, 또 강추하고 싶습니다.

극단의 시대를 통과하며, 모두가 각자도생을 외치며 달려가는 세상에서, 우리가 놓치고 살고 있는 어떤 가치를 떠올리게 하는 책입니다. 책을 준비하며 이 원고를 읽을 때 정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갑질 뉴스가 터질 때마다, 우리 사회에 대해 회의적인 뉴스가 터질 때마다 '나 정도면 그래도 착하게, 꽤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하며 자기 정당화를 했던 일들이 부끄러워졌다고 하는 게 이 책에 대한 저의 솔직한 소감입니다. 무엇을 외면하지 말아야 하고, 무엇을 똑바로 직시해야 하는지, 무엇을 의심하고 무엇에 관대해야할 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 저자의 필력은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때론 흥미진진하게 서술하고 때론 의외의 시선으로 독자를 당황시킵니다. 이 책은 우리가 놓쳐버린 태도와 가치에 관한 것입니다. 저자가 프롤로그 말미에 써놓은 문장이, 이 난삽한 추천을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숨을 쉬듯 누군가를 손가락질하지만 당신과 나 역시 한 발만 잘못 디뎠어도 다른 삶을 살게 됐을 것이다. 당신과 나는 우리가 살았을 삶을 대신 살고 있는 자들을 비웃으며 살고 있다. '나도 별수 없다'는 깨달음. 인간을 추락시키는 절망도, 인간을 구원하는 희망도 그 부근에 있다." 


출판업계 종사하면 흔히 듣는 질문이죠. 대표님의 평소 독서량이 궁금합니다. 어크로스 책은 모두 읽어 보시는지요.

독서량이 많지 않습니다. 흑. 가끔 바보 같은 선택을 할 때가 있는데 이런 식이죠. 집에서 책을 펼쳤다가 회사에서 다 읽지 못한 원고가 생각이 납니다. 그러면 회사에서 다 읽지 못한 원고를 꺼내서 읽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는 심정으로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의 SNS를 읽습니다. 정말 바보 같은 일인데, 요즘 저를 보며 정말 한심해하는 일입니다. 어크로스 책은 90% 이상은 읽습니다. 보통 편집 과정 중에 완성되지 않은 형태로 읽는 편이고, 책이 나온 후에 읽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가끔 다 읽지 못한 원고들이 있긴 한데, 그래도 원고의 얼개와 주요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대충이라도 다 읽으려고 합니다.


이제 대표님과 막내 팀원과 세대 차이가 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소통에 어려운 점은 없는지요.

어려움이 많습니다. 제가 세대 차이가 안 나는 척하며 무슨 말을 할 때마다 더 멀어지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가능한 많이 소통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건 제가 신조어를 더 익혀오고, '1일 3깡'을 해도 좁힐 수 없는 격차라, 이제는 굳이 좁히려고 노력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다만, 제가 '사람에 대한 예의'를 잘 지켜서 더 멀어지지 않고, 미움받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로봇 시대, 인간의 일』이 어크로스 대표 도서 중 하나죠. '로봇 시대, 출판의 일'에 관한 대표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네. 이번에 2020년을 맞아 개정판이 나온 어크로스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로봇 시대, 인간의 일』을 빗대어서 질문을 던져주신 MD님에게 무한 감사를 먼저 드립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에 의해 일어나는 산업 전반의 '자동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하나 들자면, 외국 도서의 간단한 검토를 위해 편집자들은 파파고와 구글 번역을 많이 사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면밀한 검토를 위해서는 여전히 그 언어의 전문가를 찾아야 하지만 대략의 내용을 파악하기에는 파파고와 구글 번역은 유용한 도구로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편집자의 일, 마케터의 일... 출판을 둘러싼 많은 일들이 현재의 방식으로 계속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저도 답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로봇 시대, 인간의 일』의 마지막 장에서 저자 구본권이 메리 올리버의 시를 인용하며 말했던 인간의 2가지 고유한 능력을 다시 말하고 싶습니다. '질문하는 능력'과 '사랑하는 능력'. 보통의 출판인이 매일매일 연습하는 바로 그것. 그래서 '로봇 시대'에도 책과 지식을 사랑하는 출판인들의 일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출판계 수십 년 몸 담으며, 아 진짜 다른 업계에 갈 걸, 하고 후회해 본 적은 없나요. 출판계 동료, 후배를 향해 한 말씀하신다면.

'사람에 대한 예의'가 실종된 수많은 다른 업종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든 생각입니다. 다행히 출판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예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제가 경험했던 많은 선후배 출판인들은 '사람에 대한 예의'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무도한 사람에 대한 항마력이 떨어지는 제가, 다행히 20년 넘게 꾸준히 밥벌이를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드릴 말씀은 없지만, 사람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는 업계의 좋은 동료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 중 대표님께서 최근 인상 깊게 읽으신 책 3권 추천 부탁드리겠습니다.

『철학으로 휴식하라』

안광복 저 | 사계절



철학자 안광복 선생님은 쉽고 명료한 문장을 씁니다. 최근 저작인 『철학으로 휴식하라』 역시 그렇습니다. 독자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철학의 지혜를 전하겠다는 저자의 생각이 잘 드러난 책입니다. '힘든 마음을 다독일' 33개의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철학이 현대 심리학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습니다. 글은 쉽지만, 빠르게 읽지 않기를 권합니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특별 합본판)』 

이윤기 저 | 웅진지식하우스



총 5권으로 간행되었던 책을 한 권으로 묶은 책입니다. 저는 예전 직장에서 이 책의 옛 판본을 편집한 인연이 있습니다. 합본으로 나온 이 책을 받아들고 책의 3권과 5권의 서문을 다시 찾아 읽었습니다. 3권 서문은 신이 사랑한 사람과 미워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인간의 오만에 관한 내용이지요. 5권 서문은 거친 바다가 길러내는 튼튼한 뱃사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인생의 시련과 모험에 관한 것입니다. 이 책의 서문들을 받았을 때 느꼈던 설렘이 다시 떠오릅니다. 올해는 이윤기 선생님이 돌아가신 지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지식이 지혜가 되는 수많은 이야기를 알려주신 선생님이 무척 그립습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저 | 창비



'직장 생활의 애환을 다룬 소설이라니, 신선한 걸!'이라는 생각도 잠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작중 주인공들의 심정 보다는 그 주변 인물들에 나를 투사하거나, 또는 요즘 세대의 생각을 신기해하며 읽고 있습니다. 마치 『90년생이 온다』를 읽는 것 같은 기분. 특히, 이 소설집의 두 번째 단편, (소설집의 제목이기도 한)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다가 작중 화자에게 되지도 않는 명령과 변명을 늘어놓는 성공하지 못한 벤처 회사의 대표에 감정 이입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진심 무척 당황했습니다. 요즘 직원들 잘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는 사장님들과 함께 읽으며 세미나를 하고 싶은 책입니다.



철학으로 휴식하라
철학으로 휴식하라
안광복 저
사계절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특별 합본판)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특별 합본판)
이윤기 저
웅진지식하우스
일의 기쁨과 슬픔 (특별한정판)
일의 기쁨과 슬픔 (특별한정판)
장류진 저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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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