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는 말이 있듯, 건강한 나를 위해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대체로 건강에 좋은 건 입에 쓰고 입에 달콤한 건 건강에 좋지 않으니... 세상의 진리를 거스르는 먹거리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정민 작가 역시, 이런 고민의 한가운데 있었다. 건강 문제로 식단 조절이 필요했으나 빵만큼은 포기하기 어려웠다. 건강한 빵을 찾아 다녔지만 도무지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있었기에 결국 직접 비건·글루텐프리 베이킹 세계에 뛰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생에 큰 변화를 가져온 전환점이 되었다. 『치유의 베이킹』에는 작가의 고군분투 베이킹 여정과 그 여정 속에 태어난 보석 같은 레시피들이 담겨 있다.
정민 작가님의 첫 베이킹 에세이, 『치유의 베이킹』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스트레스로 앓게 된 갑상샘 항진증을 계기로 몸에 좋은 걸 먹기보다 과도하게 먹는 걸 줄여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밀가루 단식이었어요. 그러다가 '건강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간식을 직접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비건·글루텐프리 베이킹을 하게 되었는데요. 반죽이 구워지는 동안 즐겼던 '오븐멍'은 그동안 신경 쓰지 못했던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고, 나아가 소중한 이들을 위해 더 건강하고 맛있는 레시피를 찾는 '도돌이표 베이킹'의 여정은 숨어 있던 열정을 일깨워 주기도 했어요. 비건·글루텐프리 베이킹 덕분에 아픔이 행복으로 바뀌었던 치유의 시간을 담은 이야기와 다양한 블렌딩 티를 활용하거나 금은화, 갈근 같은 한약재 등을 사용해 만든 22종의 레시피를 함께 담은 베이킹 에세이입니다.
'맛있고 건강한 빵을 직접 만들겠다!'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 작가님이 멋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건·글루텐프리 베이킹 세계로 뛰어들게 만들고 열정적인 베이킹을 지속하게 한 원동력이 무엇일까요?
밀가루 단식 중에도 빵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던 빵순이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건강한 재료로 맛있게 먹고 싶어서 입에 꼭 맞는 맛과 식감을 찾을 때까지 반복해 만들었던 도돌이표 베이킹과 하나의 레시피를 완성하기까지 숱하게 만들고 실패하면서 그 원인을 파악하고 깨닫는 과정들이 베이킹을 더 즐겁게 해주는 것 같아요.
레시피 개발 중 생각 외로 맛있었던 메뉴와 실패로 꼽는 메뉴는 각각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평소 마시던 비트즙을 넣어 비트 고구마 스콘을 만들었었는데요. 비트즙 고유의 향이 있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비트즙의 예쁜 핑크 빛깔에 달콤한 고구마 맛과 향만 남은 건강하고 맛있는 스콘을 맛볼 수 있었어요. 그 후 한약재로도 사용되는 주황빛을 띤 금은화로 만들었던 스콘은 잔뜩 기대에 찼던 것과는 달리 금은화의 양 조절을 못 한 탓에 수양하며 먹어야 했던, 그때의 쓴맛을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해져요.(웃음)
『치유의 베이킹』을 읽다 보면 '어떻게 이런 재료를?', '이런 조합이 가능하다고?'하며 종종 놀라곤 합니다. 이런 독창적인 레시피를 개발할 때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도토리 가루로 쿠키를 만든 적이 있어요. 문득 도토리 가루를 도토리묵이 아닌 쿠키로 만들면 어떤 맛과 식감일까 하는 궁금함에 만들게 됐어요. 조미료로 사용하는 표고버섯 가루와 새우 가루 등으로는 단짠 조합의 비스킷을 만들어 술안주 디저트로 불리기도 했는데요. 식용으로 가능한 가루라면 어떤 종류든 다양한 재료와 함께 베이킹에 접목했던 것이 독창적인 메뉴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치유의 베이킹』에 공개된 레시피 중 초보자가 쉽게 도전해볼 만한 레시피를 추천 부탁드립니다.
원볼 베이킹에 수록한 피넛버터 초코 오트밀 쿠키, 비트 푸룬 오트밀 쿠키는 액체류 재료를 섞은 후 가루류를 체 쳐서 넣어 섞어 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여섯 살 조카와 자주 만드는 메뉴이기도 해요. 쉬운 공정에 만드는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아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비건·글루텐프리 베이킹이 가져온 삶의 변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비건·글루텐프리 베이킹을 하면서 단지 먹는 것뿐 아니라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비건 제품으로 바꿔 사용하는 등 실생활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실천하게 됐어요. 몇 년 전 지인의 공장에서 버려지는 낙하산 천으로 여러 개의 에코백을 만든 적이 있는데요. 당시엔 미싱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필요해서 만든 것이었지만, 제로 웨이스트 리바운드 효과를 줄이기 위해 여분의 에코백을 필요한 분들께 나누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레시피를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 있어요. 비건·글루텐프리 베이킹을 하지 않았다면 그저 습관처럼 분리배출을 하고 에코백을 사용하고는 있겠지만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자각은 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지구와 공생하며 더 건강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비건·글루텐프리 베이킹 덕분에 환경을 위한 생활 속 작은 변화들이 제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아요.
에필로그에서 '연말이 되면 다음 해에 이루고자 하는 것을 적고 가족들과 함께 이 계획들을 기원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내용이 눈에 띄었는데요. 2023년에 이루고 싶은 목표나 바람이 있으신지요?
지난해 온몸을 뒤덮었던 두드러기를 겪으며 아토피나 두드러기로 힘든 이들의 마음을 전부 헤아릴 순 없겠지만, 어떤 괴로움인지 조금은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음식 알레르기가 있는 조카를 비롯해 주위에 아토피, 두드러기 등의 이유로 유치원에 아이 간식을 따로 싸서 보내는 엄마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되면서 건강한 재료로 걱정 없이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베이킹에 더 집중하게 됐어요. 안심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레시피,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만들기에도 좋은 레시피를 다양한 형태로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정민 10여 년의 기자 생활을 거쳐 세상에 하나뿐인 여행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건강상의 이유로 밀가루 단식을 하게 됐지만, 빵만큼은 포기할 수 없어 직접 비건·글루텐프리 베이킹을 하게 됐다. 스트레스로 앓게 된 갑상샘 항진증과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다가온 힘든 시간을 치유의 시간으로 이끌어 준 것은 다름 아닌 베이킹이었다. 다양한 종류의 차를 활용한 티 베이킹을 즐기며 오설록 티 크리에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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