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조금 더 예민해야 한다』에는 내가 주변에서 자주 듣고 불편했던 말과 그에 관한 생각, 변했으면 하는 우리의 태도를 담았다. 예민하다는 말에 '그런가?'라며 자신을 의심하고 할 말을 삼켜온 사람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와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더불어 자신도 모르게 습관처럼 해온 말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더 한껏 예민하게 '왜?'라는 질문을 함께 던질 수 있으면 좋겠다.
작가님,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18년간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글을 쓰고 있는 김자옥입니다. 긴 직장 생활과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씩 풀어내고 있습니다. 복잡한 관계 속에서 나를 지키자는 이야기가 첫 번째 책 『참견은 빵으로 날려 버려』였고, 괜찮은 어른의 모습은 무엇일까에 관한 고민을 담은 두 번째 책 『그런 어른』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주변에서 자주 듣는 차별이나 편견 섞인 말에 관한 생각을 담았습니다.
지난 저서로 『참견은 빵으로 날려 버려』, 『그런 어른』이 있습니다. 벌써 세 번째 출간이신데, 이번 책을 집필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신가요?
어려서부터 들으면 '왜?'란 생각부터 하게 되고 어딘가 불편한 말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남자는 기가 죽으면 안 돼", "이런 건 여직원들이 좀 하지" 같은 말이었는데, 그럴 때마다 이유를 묻거나 불편한 내색을 하면 오히려 제가 유난스럽고 모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런 반응을 느낄 때마다,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더 이상 얘기하기보다는 그쯤에서 멈추고 그냥 넘어가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대신 시대가 바뀌면 생각이나 말도 바뀌겠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릴 때 듣던 말을, 여전히 요즘 젊은 친구들도 듣고 때론 스스로 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 변화가 저절로 오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문제의식을 느낀 사람이 먼저 이야기 꺼내서 같이 생각하고, 함께 노력해야 변하겠구나 싶어 용기 내어 썼습니다. 다 같이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요.
사실 '예민하다'라는 말이 갖고 있는 의미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부정적으로 쓰이는 상황이 더 많은 게 사실입니다. 우리는 '예민'이라는 단어 안에서 어떤 부분에 더 집중하는 게 좋을까요?
여러 면에서 예민을 논할 수 있겠지만 저는 우리 삶의 중심이 되는 인식 변화에 대한 예민함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시대가 변하면 새로운 시각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에 따라 인식이나 규범도 달라집니다. 시대에 맞게 새로운 감수성이 생겨나는 거죠. 전에는 통용되던 생각이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 경우도 있고,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아무렇지 않게 하던 행동이 이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있습니다.
이런 인식의 변화는 예민하게 살피지 않으면 자칫 놓치기 쉽습니다. 관심을 아예 꺼버리면 시대와 동떨어진 삶을 살게 되기도 합니다. 그건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일이고 정도가 지나치면 하나둘 곁에서 떠나게 됩니다. 혼자 살 수 있는 세상도 아니고, 세상은 어느 방향으로든 계속해서 변하고 있습니다. 변화의 중심이 되는 인식의 변화에 조금 더 예민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상 안에서 침묵을 깨우는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께서는 그런 상황 안에서 어떤 방법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선은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혼자만의 감정이자 생각이라고 여길 때는 목소리 내기가 어렵지만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이라는 걸 알면 소리를 내는 데 큰 힘이 됩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기 위해선 무엇보다 소통이 필요합니다. 제가 택한 방법은 개인 SNS입니다. 생각나는 것을 그때그때 올리면, 보통 댓글에 '맞습니다. 공감합니다' 혹은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같은 말이 달립니다. 제 말에 공감하신 분들은 또 다른 누군가와 생각을 나누지 않을까요? 그렇게 비슷한 생각이 모이면 침묵을 깨기가 훨씬 수월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또 하나는 '나를 어떻게 볼까'하는 생각을 내려놓는 겁니다. 말을 선뜻 꺼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나를 부정적으로 볼까 하는 걱정하는 마음입니다. 사람은 언제나 모든 사람에게 긍정적일 수 없고, 누구에게나 착한 사람일 수도 없다는 생각을 해보시는 건 어떨까 합니다.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보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입니다. 불편을 계속 참으면 나에게 돌아오는 배려는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지난 시간 동안 누군가의 노력이 모여 세상은 변화해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 안에는 여전히 수많은 차별이 존재합니다. 차별 앞에서 당장의 불편함을 감추고 살아온 이들에게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면, 어떤 말을 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차별은 몰라서 하는 경우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 입장을 모르고 그 말과 행동이 왜 차별이 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하는 실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보통 자기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특별히 관심 갖거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다른 입장은 잘 모릅니다. 얼마 전 어느 유튜버가 자신의 아이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다는 말을 전하며, 주위에서 자주 듣는 말 중 듣기 편하지 않은 몇 가지 말을 예로 들었습니다. 사람들 반응은 대부분 '아, 그러네. 그런 생각은 미처 못해봤네' 하는 거였습니다.
그동안 소통이 잘되지 않아 생긴 문제도 있으니 작은 것부터 조금씩 얘기를 꺼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럼 그동안은 몰라서 더 관심 없던 일도 알게 되면 관심을 갖게 될 테니까요. 그리고 변화는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한 번 말하고 변하지 않는구나, 하며 실망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좀 지치고 힘들더라도 계속해서 얘기해야 조금씩 변합니다.
책의 끝 부분에, 오늘도 예민해볼 생각이라고 말씀하신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세상의 소금과 같은 존재'가 되기 위해 작가님 개인이 현재 가장 중요시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일상에서 보고 듣는 것 중 마음에 걸리는 무언가가 있다면 되도록 그냥 지나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어떤 게 왜 불편한지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고 가능하면 그건 어떤 생각에서 비롯되었을까도 유추해봅니다. 생각에 힘을 얻기 위해 관련된 책도 찾아봅니다. 생각이 탄탄해지면 여기저기 말도 해봅니다. 공감하는 누군가는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지도 모르고 때론 그 역시 다른 누군가와 얘기를 나눠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다 보면 조금씩 달라지는 게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앞으로 계획하신 일과 함께 작가님의 책을 접할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아직 주제를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다음 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계속 책으로 독자분들에게 말을 걸 생각입니다. 그리고 작게나마 운영 중인 글쓰기 모임도 꾸준히 해볼 생각입니다. 『우리는 조금 더 예민해야 한다』를 읽으실 독자분들께는 책을 읽고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에서 그치지 말고 잠깐이라도 함께 고민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좀 더 나아가서 기회가 된다면 주변 사람들과도 이야기 나눠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쓴 건 제가 해결 방법을 알아서가 아니고 같이 고민해봤으면 하는 뜻에서였습니다.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의 삶에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김자옥 '예민하다', '까칠하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럴 때마다 생각 한다. 내가 예민하고 까칠한 걸까, 그쪽이 둔감하고 무례한 걸까. 예민하다는 말보다 예리하다는 말을 더 좋아한다. 오랜 직장 생활을 마치고 그동안은 못 했던 말을 하나씩 꺼내 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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