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웨스트우드와 펑크 뮤지션들
브랜드 옷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도,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웨스트우드의 핵심은 반골 기질. 이는 펑크(Punk)와도 직결된다.
글ㆍ사진 이즘
2023.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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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29일 영국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사망했다. 브랜드 옷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도,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웨스트우드의 핵심은 반골 기질. 이는 펑크(Punk)와도 직결된다. 평범과 온건을 거부한 행보는 '영국 패션의 대모'와 '펑크 록의 귀부인'이라는 별명을 안겨줬다.



시각 예술가 겸 디자이너이자 '섹스 피스톨즈'와 '뉴욕 돌스'를 제작한 펑크 록의 막후 세력 말콤 멕라렌(Malcolm Mclaren)과 웨스트우드는 "우리는 반항적인 것, 심장이 고동이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간에 흥미가 있다"고 외쳤다. 이들이 세운 패션 부티크 는 영국 펑크 씬의 기폭제였다. (1977) 단 한 장의 음반으로 펑크 아이콘이 된 섹스 피스톨즈는 말콤 비비안 커플의 프로젝트와 같다. 금기시되는 문양의 티셔츠와 거친 질감의 가죽 재킷, 메탈 소재의 과도한 장신구는 톡 쏘는 펑크 로커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심지어 '신이시여 여왕과 파시스트 체제를 구하소서' 같은 논쟁적 슬로건을 티셔츠에 프린팅했다. 펑크 록과 비비안의 의상은 반항과 파격 이념을 공유했다.



해적에 낭만적 이미지를 씌운 'Pirates 시리즈'를 통해 거친 펑크에서 탈피했다. 화려한 프릴과 펄럭이는 셔츠, 해적 모자로 대표되는 이 시기 의상은 뉴웨이브 아이콘 아담 앤트가 이끈 아담 앤 더 앤츠와 신스팝에 월드비트를 결합했던 밴드 바우 와우 와우(Bow Wow Wow)의 스타일을 제공했다. 18세기와 19세기의 낭만주의에서 착안한 뉴 로맨틱스(New Romantics)도 웨스트우드의 스타일과 직간접적 연관을 맺으며 새로운 문화를 구축했다. 웨스트우드의 디자인은 이후에도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지속했다. 그의 카리스마는 많은 여성에게 영감을 주었다. 영국 펑크 밴드 더 스리츠(The Slits)의 기타리스트 비브 알버틴(Viv Albertine)은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롤 모델로 꼽았다. 여성 예술가들의 영웅 패티 스미스는 웨스트우드 추모 공연을 열었고, 프리텐더스의 크리시 하인드와 영블러드 등 세대를 막론한 음악가들이 추모글을 남겼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패션과 음악, 애티튜드를 아울러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뮤지션의 곡들

섹스 피스톨즈 'Anarky in the UK'(1977) 

각종 사건과 기행으로 연일 소식지에 이름을 올렸던 섹스 피스톨즈는 후에 포스트 펑크 밴드 퍼블릭 이미지 리미티드를 결성한 조니 로튼(본명 존 라이든)과 저평가된 기타리스트 스티브 존스와 2018년 제1회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 참여한 베이스 연주자 글렌 매트록, 드러머 폴 쿡으로 구성되었다. 탈퇴한 매트록 대신 가입한 시드 비셔스는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펑크 패션을 잘 구현한 인물이다. 'God save the queen'과 더불어 글렌 매트록이 작곡한 앨범의 대표곡 'Anarky in the UK'는 과격한 가사와 사운드로 아나키즘을 청각화했다. 후에 메가데스가 날카로운 스래시 메탈로 커버하기도 했다.



시드 비셔스 'My way'(1979)

특유의 퇴폐미로 펑크 록의 아이콘이 된 시드 비셔스. 게리 올드만 주연의 <시드와 낸시>(1986)란 영화가 나올 만큼, 시대에 회자한 그는 21세에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조니 로튼, 스티브 존스와 달리 후속 활동이 미미했으나 한 장의 정규 음반 (1979)를 남겼다. 라이브 음반의 활기로 가득 찬 는 조니 썬더스(Johnny Thunders)의 'Born to lose'와 스투지스의 'I wanna be your dog' 등 선배 펑크 로커를 커버했다. 시드 비셔스 버전의 'My way'는 제멋대로 가창과 원초적 기타로 시나트라의 고전미를 뒤틀었다. 실력이 아닌 개성으로 대중의 이목을 붙든 사례. 뮤직비디오의 후반부 총격 장면도 충격적이다.


클래시 'London calling'(1979)

펑크 록의 반골 기질에 지적인 비판 의식을 더한 클래시는 레게와 포스트 펑크로 사운드도 확장했다. 섹스 피스톨즈처럼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으나 보컬리스트 조 스트러머(Joe Strummer)가 디자이너의 팬이었으며 다른 멤버들도 비비안의 옷을 즐겨 입었다. 대중음악사의 대표적 더블 앨범이자 펑크 록 명작의 첫 손으로 꼽히는 (1979)은 레게풍의 'Rudy can’t fail'과 직선적 'Clampdown' 등 독특한 곡들로 가득 차 있다. 펑크 록의 단순성과 포스트 펑크의 진보성가 공존하는 앨범의 대표곡은 'London calling'으로 믹 존스의 기타 음계가 불길함을 조장했다. 배철수는 영국 어느 축구장의 'London calling'의 떼창에 전율을 느꼈다고 술회했다.


퍼블릭 이미지 리미티드 'Death disco'(1979)

섹스 피스톨즈의 마지막 순간 '무언가 속은 듯한 기분이 들지 않아?'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조니 로튼은 영국 대중음악의 대표적 독설가다. 본명 존 라이든으로 결성한 퍼블릭 이미지 리미티드는 진일보한 포스트 펑크로 섹스 피스톨즈와는 다른 차원의 영향력을 남겼다. 라이든의 얼굴이 담긴 앨범 커버로 기억되는 (1978)에 이은 소포모어 작 (1979)는 독특하게도 12인치 엘피 석 장으로 발매되었고, 전위적 록 음악이 60분 러닝 타임을 채웠다. 앨범엔 'Swan lake'라는 제목으로 수록된 'Death disco'는 덥(Dub)과 펑크(Funk)를 뒤섞은 구성으로 차이코프스키의 선율을 뒤틀었다. 라이든의 시니컬한 음색이 반복적인 베이스와 기타 연주를 파고든다.



재팬 (1979)

뉴 로맨틱스와의 연관 관계를 한사코 부인하지만 재팬이 '시각적 밴드'임을 부정하긴 어렵다. 비비 크림을 잔뜩 바른 듯한 진한 화장의 데이비드 실비안과 인상파 베이시스트 믹 칸(Mick Karn), 후에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포큐파인 트리에 가입하는 리처드 바비에리(Richard Barbieri)는 실력은 기본, 이미지의 중요성도 인지했다. 이들은 1978년부터 1981년까지 짧은 기간 순도 높은 디스코그래피를 이룩했고, (1980)와 (1981)같은 수작을 남겼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연상하게 하는 앨범 재킷의 1979년 작 는 지적인 아트 팝 사운드로 로버트 프립, 류이치 사카모토와 협업했던 데이비드 실비안의 음악색을 드러냈다. 영국 싱글 차트 19에 그친 는 포스트 펑크에서 신스팝 시대로 넘어가는 변곡점을 포착했다.



비세이지 (1980)

런던의 뉴웨이브 밴드 비세이지는 불어로 '얼굴'이란 팀명처럼 시각적이었다. 이름처럼 기이한 프론트퍼슨 스티브 스트레인지(Steve Strange)의 역할이 컸다. 본래 나이트클럽 주인이었던 그는 컬처 클럽의 보이 조지와 쌍벽을 이루는 과한 분장으로 시선을 끌었다. 시각적 존재감에 비해 상업적 측면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정규 1집 (1980)에 수록된 'Fade to grey'는 도입부에 깔린 불어 낭독과 공상 과학적 사운드로 아우라를 남겼다. 밴드의 음악적 중심이자 후에 울트라복스를 이끌었던 밋지 유르(Midge Ure)가 솜씨를 발휘했고, 8위에 오르며 비세이지의 유일한 영국 싱글 차트 탑 텐 히트곡이 되었다. 현대 미술을 연상하게 하는 전위적인 뮤직비디오는 아트록 밴드 10cc 출신 케빈 고들리와 롤 크렘의 작품이다.



아담 앤 더 앤츠 'Dog eat dog'(1980)

독특한 해적 의상과 비음 섞인 가창으로 1980년대를 풍미한 아담 앤트는 솔로 경력 이전에 아담 앤더 앤츠의 프론트퍼슨으로 활약했다. 말콤 멕라렌이 제작한 이 밴드는 아프리카 부족의 리듬을 체현한 부룬디 비트(Burundi Beat)로 차별화 되었다. 두 번째 정규 앨범 (1980)는 'Antmusic'과 'Los lancheros', 'Kings of the wild frontier' 등 톡톡 튀는 곡들로 가득하다. 1980년 영국 싱글 차트 4위까지 오른 'Dog eat dog'은 크리스 휴즈(Chris Hughes)와 테리 리 마이얼(Terry Lee Miall) 두 드러머의 부룬디 비트가 압권이다. 'Dog eat dog eat dog eat'를 반복하는 유쾌한 후렴구엔 밴드 간 경쟁 과열을 풍자한 뼈가 들어있다.


말콤 멕라렌 'Buffalo gals'(1982)

섹스 피스톨즈와 뉴욕 돌스, 아담 앤트를 키워낸 말콤 멕라렌은 7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한 뮤지션이기도 했다. 록과 댄스, 리듬 앤 블루스를 중구난방으로 헤집은 음악 스타일은 파격을 앞세웠던 정체성과 닮았다. The World’s Most Famous Team이 제공한 힙합과 월드비트를 섞어 기묘한 1집 (1983)아트 오브 노이즈의 건반 연주자 앤 더들리와 트래버 혼, 토마스 돌비 등 특급 뮤지션의 참가로 작품성도 높았다. 영국 싱글 차트 9위에 오른 'Buffalo gals'는 스크래칭과 드럼 머신의 전형적인 1980년대 브레이크 댄스를 담았고 에미넴 'Without me'에 단서를 제공했다. 영국 싱글 차트 3위까지 오른 히트곡 'Double dutch'와 더불어 앨범을 상징하는 곡이다.



바우 와우 와우 'Do you wanna hold me'(1983)말콤 멕라렌이 기획한 또 하나의 밴드 바우 와우 와우(Bow W. 아담 앤 더 앤츠의 드러머였던 데이브 바바로사(Dave Barbarossa)의 탐탐 드럼이 구현한 부룬디 비트와 보컬 안나 르벨의 연극적 톤이 획일적 신스팝을 탈피했다. 르벨의 헤어 스타일과 해적 의상으로 시각적 충격파를 쏘았던 그들은 1981년 에두아르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를 오마주한 1집 를 발표했다. 음악성을 압축한 'Go wild in the country'가 영국 싱글 차트 7위를 기록했고 빌보드 22위까지 올라 미국 시장을 두드린 'I want candy'로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2집 (1983)이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수록곡 'Do you wanna hold me?'는 탄력적인 리듬과 르벨 특유의 긍정적 기운으로 밴드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했다.



스팬다우 발레 'True'(1983)

런던 출신 밴드 스팬다우 발레는 화려한 외모와 의상으로 뉴 로맨틱스의 주축이 되었다. (1981)와 (1982)의 준수한 성적 이후 발표한 정규 3집 (1983)는 영국 앨범 차트 1위와 빌보드 앨범 차트 19위를 수확했다. 기타리스트 겸 메인 송라이터 게리 캠프(Gary Kemp)의 소울과 펑크(Funk)에 대한 관심은 관악기의 비중을 높였고 섬세한 소피스티케이티드 팝 사운드와 블루 아이드 소울을 융합했다. 켐프가 작곡한 'True'는 영국 싱글차트 1위와 빌보드 핫100 4위를 거둔 스판다우 발레의 대표곡으로 6분 30초의 긴 러닝 타임 내내 세련된 분위기를 공급한다. 보컬리스트 토니 해들리(Tony Hadley)의 비단결 보이스도 그 어느때보다 부드럽다.



보이 조지 'Sold'(1987)

'펑크를 비롯해 문화적으로 우리를 이끌었던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기립니다.' 

보이 조지가 트위터에 올린 추모글이다. 중성적 매력을 가장 잘 구현한 팝계의 아이콘 보이 조지는 소울과 펑크(Funk) 성향의 뉴웨이브 밴드 컬처 클럽의 프론트퍼슨으로 'Karma chameleon'과 'Miss me blind' 같은 히트곡을 배출했다. 솔로 경력으로는 닐 조던의 영화 <크라잉 게임> 삽입곡 'The crying game'과 빌보드 넘버원을 기록한 레게 풍 'Everything I own'이 사랑받았다. 솔로 데뷔작 (1987)의 타이틀 곡 'Sold'는 영국 싱글차트 24위에 그쳤으나 비장한 사운드와 역동적인 곡 전개로 솔로 활동의 출사표를 알렸다. 꾸준히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보이 조지는' 보이 조지와 컬처 클럽' 명의로 발매한 2018년 작 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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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