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29일 영국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사망했다. 브랜드 옷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도,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웨스트우드의 핵심은 반골 기질. 이는 펑크(Punk)와도 직결된다. 평범과 온건을 거부한 행보는 '영국 패션의 대모'와 '펑크 록의 귀부인'이라는 별명을 안겨줬다.
시각 예술가 겸 디자이너이자 '섹스 피스톨즈'와 '뉴욕 돌스'를 제작한 펑크 록의 막후 세력 말콤 멕라렌(Malcolm Mclaren)과 웨스트우드는 "우리는 반항적인 것, 심장이 고동이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간에 흥미가 있다"고 외쳤다. 이들이 세운 패션 부티크
해적에 낭만적 이미지를 씌운 'Pirates 시리즈'를 통해 거친 펑크에서 탈피했다. 화려한 프릴과 펄럭이는 셔츠, 해적 모자로 대표되는 이 시기 의상은 뉴웨이브 아이콘 아담 앤트가 이끈 아담 앤 더 앤츠와 신스팝에 월드비트를 결합했던 밴드 바우 와우 와우(Bow Wow Wow)의 스타일을 제공했다. 18세기와 19세기의 낭만주의에서 착안한 뉴 로맨틱스(New Romantics)도 웨스트우드의 스타일과 직간접적 연관을 맺으며 새로운 문화를 구축했다. 웨스트우드의 디자인은 이후에도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지속했다. 그의 카리스마는 많은 여성에게 영감을 주었다. 영국 펑크 밴드 더 스리츠(The Slits)의 기타리스트 비브 알버틴(Viv Albertine)은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롤 모델로 꼽았다. 여성 예술가들의 영웅 패티 스미스는 웨스트우드 추모 공연을 열었고, 프리텐더스의 크리시 하인드와 영블러드 등 세대를 막론한 음악가들이 추모글을 남겼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패션과 음악, 애티튜드를 아울러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뮤지션의 곡들
섹스 피스톨즈 'Anarky in the UK'(1977)
각종 사건과 기행으로 연일 소식지에 이름을 올렸던 섹스 피스톨즈는 후에 포스트 펑크 밴드 퍼블릭 이미지 리미티드를 결성한 조니 로튼(본명 존 라이든)과 저평가된 기타리스트 스티브 존스와 2018년 제1회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 참여한 베이스 연주자 글렌 매트록, 드러머 폴 쿡으로 구성되었다. 탈퇴한 매트록 대신 가입한 시드 비셔스는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펑크 패션을 잘 구현한 인물이다. 'God save the queen'과 더불어 글렌 매트록이 작곡한 앨범의 대표곡 'Anarky in the UK'는 과격한 가사와 사운드로 아나키즘을 청각화했다. 후에 메가데스가 날카로운 스래시 메탈로 커버하기도 했다.
시드 비셔스 'My way'(1979)
특유의 퇴폐미로 펑크 록의 아이콘이 된 시드 비셔스. 게리 올드만 주연의 <시드와 낸시>(1986)란 영화가 나올 만큼, 시대에 회자한 그는 21세에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조니 로튼, 스티브 존스와 달리 후속 활동이 미미했으나 한 장의 정규 음반
클래시 'London calling'(1979)
펑크 록의 반골 기질에 지적인 비판 의식을 더한 클래시는 레게와 포스트 펑크로 사운드도 확장했다. 섹스 피스톨즈처럼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으나 보컬리스트 조 스트러머(Joe Strummer)가 디자이너의 팬이었으며 다른 멤버들도 비비안의 옷을 즐겨 입었다. 대중음악사의 대표적 더블 앨범이자 펑크 록 명작의 첫 손으로 꼽히는
퍼블릭 이미지 리미티드 'Death disco'(1979)
섹스 피스톨즈의 마지막 순간 '무언가 속은 듯한 기분이 들지 않아?'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조니 로튼은 영국 대중음악의 대표적 독설가다. 본명 존 라이든으로 결성한 퍼블릭 이미지 리미티드는 진일보한 포스트 펑크로 섹스 피스톨즈와는 다른 차원의 영향력을 남겼다. 라이든의 얼굴이 담긴 앨범 커버로 기억되는
재팬 (1979)
뉴 로맨틱스와의 연관 관계를 한사코 부인하지만 재팬이 '시각적 밴드'임을 부정하긴 어렵다. 비비 크림을 잔뜩 바른 듯한 진한 화장의 데이비드 실비안과 인상파 베이시스트 믹 칸(Mick Karn), 후에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포큐파인 트리에 가입하는 리처드 바비에리(Richard Barbieri)는 실력은 기본, 이미지의 중요성도 인지했다. 이들은 1978년부터 1981년까지 짧은 기간 순도 높은 디스코그래피를 이룩했고,
비세이지 (1980)
런던의 뉴웨이브 밴드 비세이지는 불어로 '얼굴'이란 팀명처럼 시각적이었다. 이름처럼 기이한 프론트퍼슨 스티브 스트레인지(Steve Strange)의 역할이 컸다. 본래 나이트클럽 주인이었던 그는 컬처 클럽의 보이 조지와 쌍벽을 이루는 과한 분장으로 시선을 끌었다. 시각적 존재감에 비해 상업적 측면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정규 1집
아담 앤 더 앤츠 'Dog eat dog'(1980)
독특한 해적 의상과 비음 섞인 가창으로 1980년대를 풍미한 아담 앤트는 솔로 경력 이전에 아담 앤더 앤츠의 프론트퍼슨으로 활약했다. 말콤 멕라렌이 제작한 이 밴드는 아프리카 부족의 리듬을 체현한 부룬디 비트(Burundi Beat)로 차별화 되었다. 두 번째 정규 앨범
말콤 멕라렌 'Buffalo gals'(1982)
섹스 피스톨즈와 뉴욕 돌스, 아담 앤트를 키워낸 말콤 멕라렌은 7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한 뮤지션이기도 했다. 록과 댄스, 리듬 앤 블루스를 중구난방으로 헤집은 음악 스타일은 파격을 앞세웠던 정체성과 닮았다. The World’s Most Famous Team이 제공한 힙합과 월드비트를 섞어 기묘한 1집
바우 와우 와우 'Do you wanna hold me'(1983)말콤 멕라렌이 기획한 또 하나의 밴드 바우 와우 와우(Bow W. 아담 앤 더 앤츠의 드러머였던 데이브 바바로사(Dave Barbarossa)의 탐탐 드럼이 구현한 부룬디 비트와 보컬 안나 르벨의 연극적 톤이 획일적 신스팝을 탈피했다. 르벨의 헤어 스타일과 해적 의상으로 시각적 충격파를 쏘았던 그들은 1981년 에두아르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를 오마주한 1집
스팬다우 발레 'True'(1983)
런던 출신 밴드 스팬다우 발레는 화려한 외모와 의상으로 뉴 로맨틱스의 주축이 되었다.
보이 조지 'Sold'(1987)
'펑크를 비롯해 문화적으로 우리를 이끌었던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기립니다.'
보이 조지가 트위터에 올린 추모글이다. 중성적 매력을 가장 잘 구현한 팝계의 아이콘 보이 조지는 소울과 펑크(Funk) 성향의 뉴웨이브 밴드 컬처 클럽의 프론트퍼슨으로 'Karma chameleon'과 'Miss me blind' 같은 히트곡을 배출했다. 솔로 경력으로는 닐 조던의 영화 <크라잉 게임> 삽입곡 'The crying game'과 빌보드 넘버원을 기록한 레게 풍 'Everything I own'이 사랑받았다. 솔로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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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