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온비X김인정의 '온정 프로젝트'로 탄생한 본격 언어 만화 『양아치의 스피치』. 톡톡 튀는 하이스쿨 로맨스 코미디가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웹툰 연재 당시 "단행본으로 읽고 싶다", "교육 웹툰으로 지정해야 한다" 등등 독자분들의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작품이다. 그래서 단행본 출간 소식이 더더욱 반갑다.
이솔과 송이도는 언어 습관과 성격이 대조적입니다. 두 캐릭터의 설정 배경이 궁금합니다.
네온비 : 서로 다른 환경을 가진 두 인물이 만나 서로에게 영향을 받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어느 정도는 유전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는 환경에 있거나 깊은 대화를 나눌 상대가 주변에 있는 사람일수록 좋은 언어 습관을 가질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언어 자극이 덜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다른 분야로 관심이 발달했을 거고요. 그런 생각으로 만든 주인공이 솔이와 이도였고, 막힘없이 빠르게 캐릭터를 구상할 수 있었습니다.
김인정 : 솔과 이도 모두 쿨한 미인으로 디자인했어요. 배색도 차가운 색 위주로 입혔고요. 같은 쿨함이어도 솔이는 사람을 좋아하고 다정한 마음이 느껴지는 캐릭터라 눈의 색을 밝고 따뜻하게 지정했습니다. 그에 비해 이도는 새카만 눈동자입니다. 올곧은 면이 있으면서도 어딘가 속을 알 수 없고 특이한 이도의 성격이 잘 보였으면 했어요.
이솔은 언어 습관을 고치기 위해 주변을 관찰하고, 친구들에 대해 꼼꼼히 기록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간접적으로 캐릭터를 소개하는 부분이기도 해서 인상적이었어요.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다면 누구인지, 그 이유도 들려주세요.
네온비 : 저는 솔, 이도 외에 또하나의 주인공은 지한이라고 생각해요. 솔이와 대화할 땐 무척 어른스럽게 보이지만, 할아버지에게 솔이 얘기를 할 땐 본인의 편견을 씌우는, 아이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해요. 그런 점이 좋아요. 감정적으로도 무척 솔직하기도 하고요. 솔이 친형인 한이, 친구 양호랑 수빈이도 좋습니다. 어느 정도 미완성된 불안함을 가지고 있는 다면적인 친구들이 좋아요.
김인정 : 역시 솔이와 이도에게 가장 애착이 갑니다. 서로가 가진 다른 점이 좋은 영향을 주며 변화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불완전하지만 건강한 마음을 가진 캐릭터의 성장을 따라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작품 속에서 이 장면, 이 대사는 독자들이 오래오래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런 바람으로 특히나 신경써서 그린 내용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네온비 : 이도가 솔이에게 받은 비언어적 감정을 할아버지에게 전하러 달려가는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언어는 좀 서툴러도, 마음을 전하는 솔이만의 방식이 있다는 걸 말해주는 장면이거든요. 이 작품은 솔이가 일방적으로 이도에게 가르침을 받는 내용은 아니에요. 전혀 다른 세계에 살았던 두 사람의 성장과 변화를 '언어'라는 소재로 다루는 게 목표였어요. 이 장면을 통해 이도의 성장과 변화의 시작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독자분들도 많은 공감을 보내주셨어요. 이도가 솔에게 배운 진심이 독자분들께도 닿은 것 같아 기뻤습니다.
김인정 : 솔이가 갑작스럽게 복도에 누워 우는 장면이 있는데요. 엉망진창으로 행동하는 와중에도 잘생겨 보여야 해서 열심히 그렸습니다. 그리고 제일 즐겁게 그린 부분은 솔이가 엄마, 아빠, 친구들에 대해 묘사하는 장면이에요. 그리면서 등장인물들에 대한 애정이 높아졌거든요. 그만큼 독자님들도 좋아해주시길 바라며 그렸어요.
언어 만화답게 대사가 무척 많습니다. 스크롤 형식의 웹툰을 읽을 때와는 느낌이 또 다른데요. 단행본 크기에 맞춰 그림을 배치하고 말풍선을 넣는 작업이 어렵지는 않으셨나요?
네온비 : 콘티부터 페이지 형식으로 작업했기 때문에, 일부 페이지만 재배치해서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말풍선은 출판사에서 고생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그 많은 대사들이 적절하게 잘 배치되게 작업해주셨거든요. 제 콘티는 밀도가 높은 편이라서 스크롤 형식 웹툰으로 만들 때 길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단행본에는 잘 압축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인정 : 처음부터 단행본 형식으로 콘티를 주셨기 때문에 최종 완성 원고 역시 단행본 형식이었어요. 콘티를 받으면 페이지 내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신경써서 구도를 잡고 인물을 배치해 작업했습니다. 이후 단행본 형식의 완성 원고를 스크롤 형식으로 다시 배열하여 플랫폼에 연재했는데요. 그 작업은 네온비 작가님이 해주셨습니다.
서점에 가면 말 잘하는 법이나 말하는 태도에 관한 도서가 너무 다양해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네온비 : 말에 대한 노하우가 담긴 책... 딱 하나를 추천하기는 어렵네요. 저는 장르나 분야를 가리지 않고 여러 콘텐츠들을 접하며 흡수하는 편이라, 좋아하는 대사나 구절을 곱씹으며 언어적 재미를 느끼기도 합니다. 독자분들께서 각자 좋아하는 문장이 있는지, 그것을 나는 왜 좋아하는지 명상해보시기를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그러다보면 그런 문장을 말하고, 쓰고 싶어지거든요.
김인정 : 아쉽게도 말 잘하는 법이나 말하는 태도에 관한 도서는 읽어본 것이 없네요. 『양아치의 스피치』를 추천합니다.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를 쓰고 그리고 계시는 두 작가님. 만화 소재를 어디서, 혹은 무엇에서 영감을 받으시는지 궁금합니다.
네온비 : 솔이가 언어를 다듬기 위해 하는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이 글쓰기이듯, 저도 무언가 떠오르면 메모를 통해 얼른 가공해놓으려 해요. 떠오른 생각들이 흩어지기 전에 눈에 보이게끔 잡아두고, 이를 구체화하고 다듬어서 세상에 보여야겠다는 집착과 지구력이 많은 작품을 만드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김인정 : 일상의 새로운 경험에서 소재가 따라옵니다. 새로운 경험이란 게 거창하진 않고요. 예를 들어 '여행 가기'라고 하면 왠지 '새로운 세상을 보고 시야가 넓어졌다!' 할 것 같은데 꼭 그렇진 않더라고요. 오히려 이동 수단 안에서 친구와 나눈 소소한 대화에서 소재를 발견하곤 합니다. 행동 반경을 사소하게 넓히는 정도로 충분한 것 같아요. 소재를 얻기 위해 제가 서 있는 배경을 바꾼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동 작업하시면서 좋았던 점과 어려웠던 점이 있으신가요? 향후 두 분의 합작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네온비 : 연재 돌입 전에 직접 만나 회의를 하고, 이후에는 원거리 소통으로 작업을 했는데요. 제가 드린 콘티가 작가님의 손을 거쳐 그림으로 돌아왔을 때 가장 기뻤습니다. 어려웠던 점이라면 인정 작가님이 워낙 실력 있고 스타일이 뚜렷하셔서 '필모그래피에 누가 되거나 만족할 만한 스토리, 콘티를 만들지 못하면 어쩌지'하는 초조함이 매주 있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많은 대화를 통해 멋진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를 완수했다고 생각합니다. 인정 작가님도 저도 현재는 각자 오리지널 작품을 준비하고 있어서 당분간은 합작 계획이 없어 아쉽지만, 서로의 활동을 열심히 응원하려고 합니다.
김인정 : 이제껏 혼자 작업을 해와서 실시간으로 다른 창작자와 지속적인 소통을 한다는 자체가 새로웠어요. 저에게 작업이란 묵묵히 엉덩이로 완성하는 일이었는데, 주요 과제로 소통이 추가된 느낌이랄까요? 처음에 적응하느라 좀 헤맸는데요. 덕분에 소통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배움이 많았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네온비 작가님과의 작업이 아니었다면 그려볼 수 없었을 캐릭터와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언젠가 이번처럼 타이밍이 딱 맞는 날이 온다면 또 재밌는 작업을 만들어 볼 수 있겠지요.
*네온비 (글) 만화 창작 집단 '칸트웍스'에서 스토리, 콘티, 연출을 맡고 있다. *김인정 (그림) 2009년에 데뷔했다. 여러 만화를 꾸준히 그린다. 개를 좋아하고 이야기를 좋아하고 청소를 좋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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