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에는 유통 기한이 따른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이 명제에 마일리 사이러스가 내린 결론은 자극이 둔감해질 즘, 가면을 바꿔 기한을 갱신하는 방식이었다. 비록 배우자에게 이혼을 요구받고, 하루아침에 산불로 집이 전소한 데다, 준비한 프로젝트가 팬데믹으로 일순간에 무산될지라도 경극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겹친 악재를 헤쳐 나갈 타개책 역시 변신밖에 없다는 듯 더더욱 레트로에 천착하고 록의 격정성에 심취하며 새로운 페르소나인 '강인한 인조 심장(Plastic Hearts)'을 빚어내는 데 몰두할 뿐이었다.
3년 만의 복귀작
해리 스타일스의
'오전'과 '오후'를 떠올리며 만들었다는 인터뷰 발언처럼, 초반부는 정돈된 사운드를 중심으로 관계에 대한 회고와 자립 의지를 설파하는 작업이다. 이내 그라임스를 닮은 전자적 색채를 포용하며 흥을 돋우는 중간 지점의 'Handstand'를 기점으로 작품은 만취 상태의 캠프파이어 현장으로 바뀐다. 몽롱한 신시사이저가 사방에서 흘러나오고 적나라한 비유와 애정 표현이 스스럼없이 오간다. 애시드 하우스를 적극 표방한 댄스 넘버 'River'와 역동적인 멜로디 속 범성애 시그널을 교묘히 흘리는 'Violet chemistry'는 회한을 흘려보내고 오롯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즐기겠다는 의지다.
그럼에도 앞서 말한 그 이질감에는 무언가 다른 내막이 자리 잡는다. 겉보기에는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을 순수한 힐링 테라피처럼 보이지만, 문득 이 '내려놓음'조차 설계가 아닐까 싶을 만큼 인공적으로 주입된 연출과 서사가 원인이다. 차라리 빠르게 분위기를 반전하며 장을 나누는 구간은 이해 가능한 범주다. 다만, 자기애와 인생 예찬을 통해 해방을 만끽하던 와중 난데없이 목청을 긁으며 분노하고('Muddy feet') 혹시 내가 길을 잃고 좌초된 건지 의구하다('Island') 마지막으로 강인한 어머니처럼 되고 싶다는 은은한 고백을 표하며('Wonder woman') 급하게 당위를 부여하려는 일련의 전개는 생경함을 낳는다.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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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