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쓰면서 만난 에이징 솔로들의 삶은 당연하게도 모두 달랐다. 누구는 현재의 삶에 만족했지만, 누구는 불안해했다. 누구는 주거와 일자리가 안정됐지만, 누구는 그렇지 않았다. 아플 때 누군가 밥도 챙겨주고 옆에 있어주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열심히 아프도록 혼자 놔두면 좋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친밀감의 결핍을 호소한 사람도 있고, 친밀감을 별로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솔로도 있었다. 각자 독특한 에이징 솔로와 만나는 횟수가 거듭될 때마다 나는 종종 "홀로이면서 함께"라는 말을 떠올렸다. 내가 만난 에이징 솔로는 모두 자신의 가족을 구성하지 않고 배우자와 자녀가 없는 상태로 혼자 나이 들어가고 있었지만, 삶이 혼자인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홀로이면서 함께' 조건을 만들었다.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김희경 작가님의 책 『에이징 솔로』에서 한 대목을 읽어드렸습니다. 통계청의 2021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가족이 아닌 친구나 애인과 함께 사는 비친족 가구원이 2021년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하죠. 『에이징 솔로』에서 김희경 작가님은 지금 한국 사회에서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소위 '정상가족'이라고 불리는 가구가 1인가구보다 적다는 사실을 짚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솔로로 사는 삶의 유형이 비정상, 소수, 비주류로 이야기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는 작가님의 말씀이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김희경 작가님을 모시고 혼자의 삶을 둘러싼 오해와 현실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인터뷰 - 김희경 편>
오은 : 이 책처럼 귀한 책을 써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근데 책을 내고도 계속 수정할 부분이 나와서 괴로웠다는 말씀도 들었어요.
김희경 :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요. 수정을 꼭 해야 하는 오탈자는 딱 두 개에 불과했어요. 나머지는 제가 표현을 달리 하고 싶었던 부분이죠. 윤문을 했다고 할까요. 그렇게 수정을 한 건데요. 제가 페이스북에 수정할 부분을 표시해서 올렸더니 1쇄를 사신 독자가 댓글을 다셨어요.(웃음) 그래서 1쇄를 읽으셔도 같은 내용이니까 안심하셔도 된다고 말씀을 드렸죠.
오은 : 김희경 작가님 소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동아일보 기자,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장/사업 본부장,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 여성가족부 차관으로 일했다. 2023년부터 강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객원 교수로 가족과 친족, 미디어를 강의한다. 『이상한 정상가족』, 『여성의 일, 새로 고침(공저)』, 『내 인생이다』,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흥행의 재구성』을 썼다. 순차적 N잡러로 살아오면서 가장 오래 해왔고 가장 잘하고 싶은 일은 글쓰기다. 삶의 사소한 조각들이 모여 사회의 패턴이 형성되는 지점을 관찰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꾸준히 몰두하는 주제는 사람의 개별적, 집단적 마음이 만들어 내는 변화와 성장의 이야기다." 소개를 드리고 보니까 일자리 바꾸기 운동 홍보 대사처럼 느껴지거든요.(웃음) 관심사가 다양한 사람만이 가능한 행보라는 생각이 드는데, 실제로 어떠신가요?
김희경 : 그게 제 콤플렉스이기도 해요. 하나의 일에 깊게, 오래 천착하지 못하고 계속 관심이 널뛰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해서요. 너무 여러 우물을 다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끔 하는데요. 저 자신에게 어떤 일관성은 있습니다. 그동안 써온 책도 그렇고 번역한 책들도 있는데요. 대부분 저로서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관찰하고, 대안이 없을지 다른 방법은 없을지를 계속 고민을 해온 결과물이에요.
오은 : 작가님께서 일관되게 품고 있는 문제의식이 『이상한 정상가족』이나 『에이징 솔로』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 나아가서는 가족 이데올로기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김희경 : 『이상한 정상가족』은 가족 내에서 소수자인 아동의 눈으로 우리 사회 가족의 문제를 바라보자는 관점에서 쓴 책이었어요. 『에이징 솔로』가 그 책과는 좀 동떨어졌다고 보시는 분들도 많겠지만요. 말씀드렸듯이 제 안에서는 일관된 관심사의 연장선에 있는 책입니다. 왜냐하면 『에이징 솔로』는 가족을 구성하지 않은 사람의 입장에서 우리 사회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의 문제, 가족 제도의 여러 가지 부작용들을 다룬 것이니까요. 두 책 모두 지속되는 관심의 결과라고 생각해요.
오은 : 책 『에이징 솔로』가 어떤 책인지 직접 소개해 주시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책이죠?
김희경 : 부제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혼자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를 다룬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 혼자만의 생각을 다룬 게 아니고요. 혼자를 선택해서 중년에 이르는 사람들 열아홉 분을 인터뷰했어요. 또, 노년에 이르는 사람들 세 분을 추가로 인터뷰했습니다. 그래서 이분들과 '성인이 되면 누구나 직면하게 되는 생애 과제들을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는가'에 대해 함께 대화를 나눈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오은 : 서문에 '혼자 살면서 나이 드는 일을 개인적 사안을 넘어 공통된 삶의 방식 중 하나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은 정부에서 일할 무렵부터다'라고 쓰셨습니다. 그때부터 혼자 사는 일이 정체성의 한 부분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고 밝히셨는데요. '에이징 솔로'의 가시화를 생각하게 된 계기를 듣고 싶어요.
김희경 : 2020년부터였을 거예요. 정부에서 일하던 도중에 2020년부터 1인 가구 지원 정책 같은 게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정책들을 보다 보니 대부분의 1인 가구 지원 정책이 청년과 노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어요. 중년은 정책의 주요 대상이 되지 않을 뿐더러 중년의 1인 가구는 대부분 실직하거나 이혼한, 고독사의 위기에 처한 중년 남성이라는 식으로 묘사되는 경우들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물론, 그런 분도 계시지만 우리 사회의 중년 1인 가구 전체를 꼭 그런 분들만이 대변할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중년 1인 가구에 대한 설명이 좀 납작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마침 저 자신도 개인적으로 혼자 사는 게 제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을 그 즈음부터 크게 자각하기 시작했어요. 법안 설득을 위해서 인사를 다닐 때마다 제가 비혼, 비출산이라고 하면 상대가 놀라서 당황해 하는 경험들을 자꾸 하게 됐거든요. 제 나이에, 그러니까 50대 중반에 비혼, 비출산인 1인 가구가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비정상적으로 보이는구나 싶더라고요. 아니면 완전히 보이지 않는 존재였던 거겠죠. 그게 좀 이상하다고 생각을 했고요. 보면, 사실 규모는 그렇게 작지 않잖아요. 1인 가구 전체에서 중년 비율이 약 38% 정도거든요. 그러니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삶이 제대로 설명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던 거죠.
오은 : 책에서 만난 인터뷰이들은 40~50대 비혼 여성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 밖에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발견할 수 있었던 공통점이 있을까요? 저는 이분들이 비혼이라는 상태를 임시적인 삶이나 과도기적인 삶, 그리고 삶의 미완성 형태로 받아들이지 않는 게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김희경 : 사람들은 중년에 혼자 산다고 하면 대부분 뭔가 우울하거나 결핍감이 있을 거라고 상상하는데요. 인터뷰를 하면서 발견한 것은 중년에 혼자 사는 분들의 삶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는 점이었어요. 자신을 위해서 홀가분한 선택들을 해왔고, 그 결과로써 지금 이 자리에 와 있는 거라고 설명을 하시는 분도 있었고요. 인생의 어려움이나 고난을 대처하는 태도가 젊을 때보다 훨씬 잘 대처하게 된 것 같다고 말씀하신 분도 계셨어요. 사실 경제적으로도, 계속 사회생활을 해오신 분이라면 40~50대가 이전보다는 더 여유가 있잖아요. 그런 여러 이유 때문에 삶의 만족도가 훨씬 더 높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한편으로는 약간 씁쓸한 얘기이기도 해요. 더 이상 젊지 않기 때문에 삶이 좀 수월해졌다고 느낀다는 말은 우리 사회의 젊은 여성을 대하는 태도가 그만큼 호의적이지 않다는 걸 거꾸로 보여주는 거잖아요. 물론, 나이 든 여성에 대한 성희롱이나 대상화가 여전히 있기는 하지만 말이에요.
오은 : 이제 <오은의 옹기종기> 공식 질문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책읽아웃> 청취자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을 소개해 주세요.
김희경 : 좋은 책이 많지만 제가 최근에 읽은 책 중에 골라봤어요. 『사랑의 노동』이라는 책인데요. 매들린 번팅이라는 영국의 저널리스트가 쓴 책이거든요. 이 책에서 말하는 ‘사랑의 노동’이란 돌봄을 뜻하는 겁니다. 저자가 종합 병원과 시민 단체 시설, 호스피스 등 다양한 돌봄의 현장들을 직접 가서 보고, 거기서 일하시는 분들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와 경험을 담아낸 책이에요. 돌봄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보고 싶은 분들께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영국의 이야기지만 한국의 현실에 대해서도 들려주는 바가 많아서요.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김희경 대학에서 인류학,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고 동아일보 기자, 세이브더칠드런 사업본부장,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 여성가족부 차관으로 일했다. 사람들의 행동에서 패턴을 읽어내고 사회 현상을 관찰하고 어떻게 바꿀까 궁리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쓴 책들의 목록에서 보다시피 초지일관 한 우물을 파지는 못했다. 그때그때 관심이 꽂히는 영역에 뛰어들어 경험하고 질문하여 책을 써왔다. 여러 분야를 훑고 다녔지만, 꾸준히 몰두하는 주제는 사람의 개별적, 집단적 마음이 만들어내는 변화와 성장의 이야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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