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의 언박싱 케이팝] 미로를 걷는 15년의 샤이니
'HARD'는 미로를 걸으며 길을 찾아내 온, 그것을 근거로 자신감에 찬 한 사람 한 사람을 다루며 그것이 샤이니라고 말하고 싶은 듯하다.
글ㆍ사진 미묘(대중음악평론가)
202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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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평론가 미묘의 ‘언박싱 케이팝’ 칼럼이 격주 수요일 연재됩니다.
최신 이슈부터 앨범 패키지에 담긴 이야기까지 지금 케이팝의 다채로움을 전합니다.



샤이니의 15주년은 8번째 정규 앨범 로 장식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타이틀곡 'HARD'의 음악적 색깔이다. 지펑크(G-Funk)와 붐뱁 비트까지 동원하며 어둑하고 거칠게 흐르는 샤이니는 분명 새롭다. 물론 샤이니에게도 'Lucifer'(2010)나 'Ring Ding Dong'(2009) 같이 어두운 곡들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특히 2010년대부터의 샤이니는 'View'(2015)를 한쪽에 포함하는 서정과 세련의 진폭 내에서 움직여왔다고 할 만하다. '청량'이 샤이니의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 뻔한 듯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모두가 다른 실체를 떠올리는 키워드, 이를 구성하는 자의적이고도 때로 상호모순적인 형용사들, 즉 해맑음, 서정, 분방함, 청춘, 업비트, 전체적인 에너제틱, 결정적 순간의 폭발력, 장조, 하지만 슬픔을 간직한 장조, 그리고 때로는 단조... 이런 것들이 이의 여지 없이 가리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상이 샤이니인 것 같기만 할 때도 있었다. 미청년의 눈코입이 사라지는 괴기물인 'Married To The Music'(2015)도 청량 인증을 받을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HARD'에는 샤이니의 시그니처 같은 유려한 화음의 자리가 그다지 없다. 사실 플레잉 타임의 상당부분이 비화성적인 루프에 기반해 있다. 또한, 굳이 말하자면 샤이니가 케이팝에서 대표적으로 랩을 하는 그룹은 아니라 할 것인데, 랩의 비중을 한껏 높이고 후렴도 랩으로 할당했다. 그것도 매우 1990년대 느낌의 랩으로. 뮤직비디오에서 디스토피아 세계 민병대의 신화적 인물 같은 장면들도 샤이니에게 익숙하게 기대한 모습은 아니다.(파시즘을 경계하는 내용을 표방하고 있음에도 'Everybody'(2013)에서 샤이니가, 수상쩍은 독해의 여지를 남기면서까지도, 게릴라가 아닌 제복남들이었던 데에는 이유가 있다) 멤버들이 손에 든 캠을 향해 신나고 격렬하게 흔들어대는 장면은 또 어떤가.

그럼에도 재미있는 건, 일견 'NCT 127 곡이어야 했던 건 아닌가?'하고 갸우뚱하다가도, 어느새 '그래도 샤이니의 곡이구나' 하고 끄덕이게 되고야 만다는 점이다. 그건 고작 4마디씩 등장하는 프리코러스의 보컬이 주는 감질나는 안도감 때문은 아니다. 2절 끝에서 피아노와 스트링이 휩쓸며 혼란스러운 전환 끝에 도달하는 브리지에서 태민과 온유가 더없이 유려한, '샤이니다운' R&B 인서트를 펼쳐주기 때문도 아니다. 'SMP적인' 고음으로 마무리되는 이 대목이 이 곡의 백미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특히 뮤직비디오에서 가장 매력적인 감상을 제공하는 건 역시 후렴이다. 태민, 민호, 키의 순서로 각각 리드하는 세 번의 후렴은 매번 미니멀한 사운드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흐르다 후반에서 에너지를 끌어올린다. 멤버들의 서로 다른 음색과 퍼포먼스가 선명하게 제시된다. 병렬식으로, 마치 깔끔하게 그려놓은 표처럼.

그렇게 'HARD'는 샤이니의 것이 된다. 15년의 커리어 속에 청자에게 각인시키고, 또한 변신을 보여줬던 네 명의 음색과 캐릭터가 곡을 지배하고 있다. 그건 이유 모를 미로 속에서 샤이니의 목소리를 따라가는 여정 같기도 하다. 또는 이것이 샤이니에 관한 곡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이 앨범 자체가, 멤버들 한 명, 한 명이 함께하는 존재로서의 샤이니를 피력하는 것만 같다.

패키징 역시 멤버들을 선명하게 강조한다. 특히 'Play Ver.'이 흥미롭다. 케이팝 패키징에서 보드게임 레퍼런스는 흔히 있었지만, 실제로 플레이 가능한 보드게임을 창작해서 패키지화한 것은 분명 이례적이다. 게임판 뒷면이 가사지로 기능하면서 아예 포토북마저 빠진, 정말 보드게임 패키지에 충실한 구성이다. 게임에는 각기 다른 이동 방식과 능력을 가진 다섯 명(!)이 참여한다. 룰북은 이 게임이 '상대의 기물을 잡아 승부'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케이팝의 멤버간 관계성이 드라마타이즈나 게임화를 추구할 때마다 미적지근하게 남거나 우회되고는 하던 '대결 구도'의 딜레마를 정면으로 언급하며 대안을 설계한 것도 재미있다.

인공적으로 설치된 자연물 세트가 펼치는 마치 표본 같은 질감으로 포토북이 구성된 'Runner Ver.'은 미로 속을 헤매는 멤버들을 보여준다. 'Play Ver.'의 보드게임 플레이를 이미지화한 것 같기도 하다. 게임은 앞을 알 수 없다. 그러나 'HARD'를 들으며 바라보는 이들의 모습은 불안해 보이지는 않는다. 지난 15년, 샤이니의 모든 것이 곧 산업이 뒤따라야만 하는 표준적 모델이나 대대적 유행의 시작이 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늘 가장 앞선 곳에서 걷고 있었고, 그 자체로 경탄을 일으키며 비전을 제공해온 것만은 사실이다. 'HARD'는 미로를 걸으며 길을 찾아내 온, 그것을 근거로 자신감에 찬 한 사람 한 사람을 다루며 그것이 샤이니라고 말하고 싶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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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좋아s

2023.06.29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좋은 칼럼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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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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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

멤버 : 온유, 종현, Key, 민호, 태민 샤이니는 SM엔터테인먼트에서 컨템퍼러리 밴드(Contemporary Band)라는 콘셉트로 선보인 5인조 아이돌 그룹이다. 컨템퍼러리 밴드란 음악은 물론 춤, 패션 등 모든 분야에서 동시대의 트렌드를 제시하고 이끌어나가겠다는 의미다. 장대한 포부를 안고 온유, 종현, 키, 민호, 태민 다섯 소년이 2008년 5월, 싱글 앨범 [누난 너무 예뻐(Replay)]로 데뷔했다. 타이틀곡 '누난 너무 예뻐'는 부드러운 컨템퍼러리 R&B 곡으로 H.O.T, 동방신기 등 전형적인 SMP(SM Performance) 스타일을 선보이던 SM 소속 선배 아이돌과는 다른 노선을 취하며 관심을 받았다. 이어 정규 1집 [The SHINee World]의 타이틀곡 '산소 같은 너'로 상큼함을 더하며 데뷔 첫해 "MKMF", "골든디스크" 등 크고 작은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석권했다. 샤이니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건 두 번째 미니앨범 [ROMEO]와 세 번째 미니앨범 [2009, Year Of Us]로 활동하던 2009년부터다. 멤버 종현이 작사한 [ROMEO]의 타이틀곡 '줄리엣'은 경쾌한 리듬의 어반 댄스곡으로 인기를 얻었고, 이후 10월에 발표한 [2009, Year Of Us]의 타이틀곡 'Ring Ding Dong'은 중독성이 강한 후크 송으로 이 곡을 한 번도 안 들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10년 7월에 발표한 두 번째 정규앨범 [Lucifer]에서는 퍼포먼스 그룹으로서 샤이니의 무대 장악력이 폭발한 시기라고 할 수 있겠다. 둔탁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에 걸맞은 강렬한 안무를 선보여 상큼한 소년에서 강한 남자로의 매력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12월 27일에 일본 국립 요요기 경기장에서 열린 일본 콘서트를 시작으로 2011년에는 국내 활동을 잠시 접고 해외 활동에 집중했다. EMI Music Japan과 정식 계약을 맺고, 6월 19일 영국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일본 데뷔 기념 쇼케이스를 가진 후 발표한 데뷔 싱글 [Replay~君は僕のeverything~]은 발매 첫 주에 위클리 2위에 올랐다. 첫 주에만 9만 장 가량의 판매고를 올려 K-POP 그룹의 데뷔 싱글 중 최고 기록 세웠으며, 일본 레코드 협회(RIAJ)의 골드 앨범 인증을 받았다. 이어 발표한 [JULIETTE]과 [LUCIFER]역시 좋은 반응을 받으며, 해외가수로서는 처음으로 데뷔 이래 3연속 싱글 차트 TOP 3에 오르는 기록을 세워 국내외 음악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일본 활동 외에도 대만, 중국, 싱가포르에서 단독 콘서트를 가졌으며, "제6회 런던한국영화제"에 특별 초청돼 한국 아이돌 그룹으로는 최초로 영국 런던의 레스터 스퀘어 내 오데온 웨스트 엔드 극장에서 단독공연을 가졌다. 3월 19일, 국내에서의 4번째 미니앨범 [Sherlock]의 전 곡을 공개하였고, 이 앨범을 기점으로 음악적으로나 퍼포먼스적으로 샤이니를 넘사벽의 수준에 올려놓음과 동시에 그들의 독자적인 색깔이 완성된 시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타이틀곡 'Sherlock.셜록(Clue+Note)'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두 번째 트랙 'Clue'와 세 번째 트랙 'Note'를 결합하여 또 하나의 새로운 곡으로 재탄생 시킨 하이브리드 리믹스로써 음악적 상상력이 발현된 작품이다. 또한, 격렬한 안무를 소화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라이브를 선보여 곡, 안무, 멤버들의 실력이 어느 하나 흠잡을 곳이 없음을 보여줬다. 8월에 정규 3집 [Chapter 1]과 [Chapter 2]의 합본인 리패키지 [The Misconceptions of Us]를 발매하고 이어 10월에는 숨 가쁘게 미니앨범 [Everybody]를 내놨다. 타이틀곡 'Everybody'는Thomas Troelsen과Coach & Sendo, 유영진이 공동 작곡한 곡으로 도입부터 끝까지 강한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지배하는 곡이다. 3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바쁜 한 해를 보낸 샤이니는 연말 "2013 멜론 뮤직 어워드"에서 TOP10 본상과 대상 중 하나인 올해의 아티스트 상을 받아 음악적 성장과 대중의 인정을 모두 이끌어냈다. 2015년 5월, 4 번째 정규작 [Odd]가 발매되었고, 가온 차트와 빌보드 월드 차트 1위에 오르는 성적을 거뒀다. 2016년, 이어진 5번째 앨범 [1 of 1]을 발매하며 다채로운 음악적 스펙트럼을 선보였으며, "제31회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 음반 부문 본상, "하이원 서울가요대상"에서 인기상을 수상했다. 2018년 9월에는 정규 6집 합본 앨범 [The Story of Light` Epilogue]를 공개하며 인상적인 사운드를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