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쉬는 시간을 누리는 데 어느 정도 숙련된 우리에게, 멀리 떠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된 우리에게, 또다시 여름휴가가 다가왔다. 바다 가까이에 자리한 전국의 작은 책방으로 떠나보거나, 휴양지 기분을 낼 수 있는 요리를 빠르게 만들어볼 수도 있겠다. 미뤄두었던 두꺼운 책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다. 밤공기가 선선해진 어느 날, 여름의 시간을 웃으며 돌아볼 수 있도록. |
(1) 『아무튼, 서핑』
안수향 저ㅣ위고
어린 시절에 배드민턴 선수로 생활하며 양손에 라켓과 콕을 잡았던 안수향 작가. 그는 자라서 한 손에는 카메라를, 다른 한 손에는 서프보드를 쥐게 된다. 표지 속 서프보드를 들고 있는 이의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은 안수향 작가가 자신의 카메라를 통해 직접 담아냈다. "사실 파도가 좋고 안 좋고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오늘 서핑을 했나 안 했나가 중요할 뿐"이라는 말처럼, 이 책에는 화창한 여름날의 서핑뿐 아니라 우중 서핑, 겨울 서핑이 가리지 않고 담겨 있다.
(2) 『바다를 주다』
우에마 요코 저 / 이정민 역 | 리드비(READbie)
겨울에도 따뜻한 휴양지로 잘 알려진 오키나와. 일본 기상청 관측 사상 2016년 1월 처음으로 눈이 내린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은 미군 전투기의 폭음에, 소외 계층 여성들은 생존 문제에 시달린다. 이 책은 주일 미군이 있는 후텐마 기지 근처에 거주하는, 싱글 맘 쉼터 '오니와' 공동 대표 우에마 요코의 기록이다. 그가 슬픔도 고통도 삼킨 듯한 바다를 주고 싶은 이는 자신의 딸 후카. 靑春bot이 일러스트를 작업하고, 형태와내용사이가 표지 디자인에 참여했다.
(3) 『여름이 온다』
이수지 글·그림ㅣ비룡소
막이 오르고 단원들이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을 연주한다.
갑자기 음표가 물방울처럼 통통 튀고 악보에서 우르릉 천둥이 쳤다.
어른과 아이, 강아지가 너나없이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2022년 아동문학계 노벨상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의 『여름이 온다』 속 장면이다. 비발디 <사계> 중 '여름'의 악장별 연주 속도인 '너무 빠르지 않게', '느리게–빠르게', '빠르게를 반영하여 그려냈고, 이 계절에 마주할 수 있는 변덕스러운 날씨를 담았다.
(4) 『화가가 사랑한 바다』
정우철 지음ㅣ오후의서재
현대인의 외로움과 고독을 캔버스에 그려온 화가 에드워드 호퍼. 그가 그린 바다는 어떤 모습일까. "첫 느낌은 '생동감'으로 시원한 바다의 색감에 풍덩 빠져버리고 싶다가도 어느 순간 문득 '고요함'이 다가옵니다."라는 정우철 도슨트의 가이드를 참고해 다시 그림을 바라보자. 18인의 화가가 그린 101점의 바다 그림을 정우철 도슨트의 시선으로 엮어낸 표지에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큰 파도>가 실려 있다.
천선란 저ㅣ허블
"나는 지금 떨어지고 있다."
SF 소설 『천 개의 파랑』의 도입부, 경주마 '투데이'의 등에서 기수 '콜리'가 떨어지고 있는 시점은 9월이다. 예스리커버 버전의 표지를 작업한 정명희 디자이너의 바람은 '푸른 가을 바다에 비친 영롱하게 반짝이는 윤슬'을 담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를 위해 프랑스 사진작가 폴 루스토의 사진 '시-스케이프(sea-scapes)'를 연미색의 펄지에 얹어 반짝이는 은은함을 더했다.
안희연 저ㅣ창비
여름 언덕을 오르는 일은 짐작만으로도 덥다. 꼭대기에서 시원한 산들바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안희연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의 표제작에서 '그날도 언덕을 걷고 있었다.'는 화자는 '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시간은 반으로 접힌다 / 펼쳐보면 다른 풍경이 되어 있다.'는 걸 발견한다. 예스리커버 표지를 작업한 박정민 디자이너는 "저마다 지나고 있을 여름 언덕의 모양과 풍경은 모두 다를 것이기에, 구체적이지 않은 희미한 모습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지은 글·그림ㅣ웅진주니어
잠잠했던 수박이 '쭈악' 소리를 내며 요란하게 갈라지고 팥 할멈이 수박 한 통을 먹는 동안 옛날 옛적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느 날 팥 할멈이 뒤집어져서 버둥거리고 있는 무언가의 등을 살짝 밀어주니 상대가 이렇게 말한다. 사실 자신은 태양을 비추어 하늘 나라의 생명을 보살피는 용 '태양 왕 수바'라고. 팥 할멈과 수바가 나아가는 길에 한바탕 쏟아지는 시원한 물살이 경쾌한 인상을 전해 준다. 『팥빙수의 전설』, 『친구의 전설』을 잇는 이지은 작가의 전설 시리즈 세 번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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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인(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