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양한 매체에서 역사에 관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역사학자가 바로 홍진경의 역사 선생님으로 알려졌으면서, 2022년 베스트셀러 『세상에서 가장 짧은 한국사』를 출간한 저자 김재원이다. 젊은 감각으로,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전해주는 역사학자 김재원의 스토리텔링은 무엇이 다를까? 그의 신간 『울게 되는 한국사 : 근현대편』의 출간 소식과 함께 그의 근황과 역사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자.
'울게 되는 한국사'라는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게 느껴집니다. 어떻게 이런 주제로 집필을 하시게 되셨나요?
편집자에게 해당 기획을 제안받은 후, 처음에는 억지스러운 콘셉트가 아닌가 조금 우려가 됐습니다. 그러다 찬찬히 한국사 전체를 되새겨 봤어요. 특히 임진왜란 이후 조선인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더라고요. 전쟁 끝난 지 채 40년도 되지 않아 병자호란을 겪었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엄청난 대기근까지 겪어야 했거든요. 이후에도 더 심각한 일들이 연달아 벌어졌는데 그럼에도 나라는 망하지 않았습니다. 당장 망해도 이상할 것 없던 나라가 다시 새로운 역사를 이어가는 모습이 개인적으로 굉장히 인상적이면서, 감동적이었어요. 우리 역사 가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순간들을 담아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다양한 역사 콘텐츠가 여러 채널을 통해 소개되고 있습니다. 한국사, 세계사 등등 말입니다. 왜 사람들은 다시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걸까요?
생각해보면 우리 곁에는 언제나 역사 콘텐츠가 있었어요. 사극이 그랬고, 박물관도 그 역할을 했죠. 오히려 역사 콘텐츠가 활발히 유통되는 가운데 역사학계만이 배제되고 고립되는 측면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학계에서 스스로 권위를 조금씩 내려놓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콘텐츠가 활발히 공유되는 것 같아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학문의 권위를 깎아먹는다고 생각하여, 역사 전공자들이 대중 매체에 출연하는 것을 굉장히 꺼렸거든요. 그런데 대중들에게 전문성 없는 신변잡기식 역사 이야기가 소비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겼고, 제대로 된 역사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이런 다양한 흐름이 반영된 것이 지금의 현상인 듯합니다.
역사를 전공한 역사학자이신데도, 이 책을 집필하시면서 공부를 많이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평범한 일반인들은 어떤 방식으로 역사 공부를 하면 좋을지 추천해주세요.
역사학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책을 쓰기 위해서는 더 많이 공부해야 합니다. 최근의 연구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이미 서점에 있는 수많은 역사책과 전혀 다를 바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모두가 저만큼 역사 공부를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모두 열심히 공부하고 논문을 읽는다면 오히려 제 책은 필요 없겠죠. 제 역할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에 관해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저 같은 지식 중개상들의 책을 읽는 것이 가장 쉬운 역사 공부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지식 중개상의 책을 읽으면서 비교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울게 되는 한국사 : 근현대편』은 조선 말기, 즉 근대사가 시작되는 지점부터 이야기가 전개되더라고요. 이 시점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지금의 '우리'가 만들어진 가장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조선이 망하는 과정에서 열강의 침략을 정면으로 받아내야 했고, 결국에는 식민지로 전락했죠. 해방을 맞았지만, 고생이 끝났냐 하면 그렇지도 않았잖아요. 이후 한국은 분단을 겪었고, 전쟁까지 벌여야 했습니다. 이 많은 비극적 역사가 집약된 근현대사로 인해 한국인의 정체성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울게 되는 한국사 : 근현대편』에 소개된 사건 중 현재의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어떤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책의 마지막 사건으로 다룬 'IMF 외환 위기' 아닐까요. 심지어는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IMF 외환 위기 자체는 발생한 지 채 4년이 안 된 2001년에 마무리됩니다. 그리고 이후 한국은 세계 경제 규모 순위 12위에 오를 만큼 엄청난 성장을 이뤄냈고요. 한국인 스스로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이룬 성과이니만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역사에서 감동과 자부심만 얻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IMF 외환 위기 이후, 소득 양극화 수준과 지역 간 격차는 더욱 심각해졌다는, 성장에 가려진 이면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한국은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어요. 그중 가장 큰 위기는 언제나 가장 가까운 역사에서 벌어진 위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IMF 외환 위기와 극복 과정은 꼭 기억해야 할 사건이고요.
『울게 되는 한국사 : 근현대편』는 특히 어떤 독자분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특별한 독자보다는 가족들이 함께 읽으면 좋겠어요. 지금의 20~30대가 이 글을 읽는 것과 부모 세대가 읽는 것, 조부모 세대가 읽는 느낌이 전부 다를 것 같거든요. 그런 다음 서로 간의 감정을 함께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는 책 속 이야기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직접 경험한 삶이었을 테니까요.
최근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계신 것 같아요. 대중에게 우리의 역사를 소개해주시는 역사학자로서,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역사 콘텐츠가 활용되는 곳은 많습니다. TV 속 예능에서도, 사극에서도, 유튜브 콘텐츠에서도 역사는 곧잘 활용됩니다. 저도 그런 영역에 참여하거나 자문을 맡기도 하고요. 그런데 제가 가장 행복할 때는 책을 쓸 때인 것 같습니다. 책을 쓰면서 가장 많이 공부하고, 그렇게 얻은 지식을 다시 2차, 3차 콘텐츠로 확장할 수 있거든요. 어쩌면 책을 집필하는 과정이야말로 제가 다양한 활동을 하는 근간이라고 생각해요. 더 활발한 활동을 하기 위해서라도 열심을 공부해서 좋은 역사책을 더 쓰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김재원 고려대학교에서 한국사학을 전공하여 석사 학위를 받았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국사학과 겸임 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울시립대학교 국사학과에서 역사 콘텐츠를 가르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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