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 이시후, 40년 만에 눈을 뜨다
현실의 문제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되 거기서 더 나아가고 나아질 수 있다는 점을 꼭 담고 싶었어요. 작은 불 하나가 사방을 밝히는 것 또한 진짜 현실이자 세상의 진실이라고 믿기 때문이에요.
글 : 출판사 제공 사진 : 출판사 제공
2025.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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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마지막 레벨 업』으로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를 탄탄한 서사에 담아낸 윤영주 작가가 두 번째 장편동화 『냉동 인간 이시후』를 펴냈다. 희귀 질환에 걸려 최후의 수단으로 냉동 보존을 선택한 어린이가 40년 후 낯선 미래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냉동 인간 이시후』에 어떤 반짝이는 마음을 담겨 있는지, 윤영주 작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냉동된 채 40년을 보낸 열두 살 소년이라는 독특한 설정이 인상적입니다이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 특별한 계기나 사건이 있을까요?
 
시작은 바나나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기사를 본 거였어요. 흔하게 널린 바나나가 사라진다니, 생경한 미래가 문득 두렵게 느껴졌죠. 그때 불쑥 ‘바나나를 엄청 좋아하는 아이가 바나나가 사라진 미래를 만난다면?’이라는 질문이 떠올랐고 ‘멸종된 바나나를 찾아 헤매는 아이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자리 잡히면서 시작되었지요. 냉동 인간이라는 설정은 생각에 살을 붙여 가다가 만나게 된 거예요.

 

 

바나나팬케이크 같은 음식 하나로도 깊은 감동을 주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이런 섬세한 감정선을 어떻게 구성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평소 어린아이를 키우면서 감각과 감정의 상관관계를 많이 생각해 보게 되는데요. 폭 안아 주기만 해도 아이의 감정이 진정되는 걸 흔히 겪거든요. 음식은 미각 후각 촉각을 모두 자극하는 소재이고, 바나나팬케이크는 제가 전달하고 싶은 따뜻한 감정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완벽한 1지구에는 없는 ‘진짜 바나나팬케이크’라니, 재미있는 아이러니가 될 거란 생각도 했고요. 잘 맞는 소재를 찾아 이래저래 변주해 보고 의미를 더하다 보니 감정선이 좀 더 세밀해진 것 같아요.

 

『냉동 인간 이시후』도 냉동 인간이라는 SF 소재를 활용하고 있는데요선생님께서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저는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어요. 책, 만화, 영상, 일상에서 인상적인 소재, 설정, 생각들이 있으면 틈틈이 메모장에 무작위로 적어 놓아요. 『마지막 레벨 업』 은 사람의 뇌에 칩을 심겠다는 기사에서, 『냉동 인간 이시후』은 냉동 인간 관련 기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선생님께서 미래에 관해 가지고 계신 생각이 궁금합니다.
 
『마지막 레벨 업』의 심사평에 ‘섣불리 단정 짓지 않는 작가의 시선’이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작가로서 가지고 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시후가 맞이한 미래 역시 디스토피아라고 확정 짓고 싶지는 않았고요. 영화 「갓 오브 이집트」에 보면 스핑크스가 “나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늘 존재할 것이다. 그 누구도 나를 보지 못하나 숨 쉬고 사는 모든 것들이 나를 믿고 있다. 나는 무엇인가?”라는 수수께끼를 내요. 정답은 ‘내일’이에요. 저는 내일은 또 다른 오늘일 뿐이니 내일은 내일에 맡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과거에 감사하고 현재를 사랑하며 미래는 다가오는 대로 받아들이며 나아가고 싶어요

 

이 책에는 가족의 사랑이 이야기 전반을 관통하는 메시지로 등장합니다선생님께서 생각하시기에 가족끼리 서로의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하려면 무엇이 중요할까요?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시후는 40년을 함께하지 못한 탓에 가족과 거리감을 느끼지만, 그런 시후를 일으켜 세우는 것 또한 과거 가족과 함께한 시간들이거든요. 최근에 한 책에서 ‘타인을 필요로 하는 존재인 인간이 그걸 극복하려고 애쓴 결과가 바로 소비주의이고 스마트폰’이라는 글귀를 보았는데 가족과 건강한 방식으로 충분히 깊이 오래 부대끼면 좋겠어요.

 

시후는 미래 사회의 차별과 편견그리고 기업의 횡포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마주합니다어린이 독자들에게 이런 주제를 전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사회 문제에는 다층적인 면모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노력합니다. 프로즌은 자본주의의 끔찍한 밑바닥을 보여 주지만 누군가는 프로즌의 자선 사업에 기대어 생을 이어 가고요. 이처럼 아이러니하고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 생각했고, 이를 어린이 독자님들께 그대로 전달하여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싶었어요. 여기에 더해 또 하나 노력하는 건, 희망을 담는 거예요. 현실의 문제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되 거기서 더 나아가고 나아질 수 있다는 점을 꼭 담고 싶었어요. 작은 불 하나가 사방을 밝히는 것 또한 진짜 현실이자 세상의 진실이라고 믿기 때문이에요.

 

마지막으로이 책을 특히 추천하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어떤 어린이일까요?
 
처음엔 시후처럼 낯설고 외로운 상황에 처한 어린이, 몸과 마음이 아픈 어린이를 떠올렸는데요. 어느 독자 분의 리뷰에 ‘항상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책’이라는 글귀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모든 어린이가 날마다 낯선 하루와 마주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조금은 부끄럽지만 모든 어린이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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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