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삭이듯 멀리 퍼지는 종소리 - 신경숙
작가 신경숙 씨가 소설을 통해 울려내는 종소리는 가볍고 경쾌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크고 둔중하게 울리지도 않는다. 한 아이의 생명을 담아 만들어냈다는 전설의 에밀레종이 내는 울음소리처럼 그녀의 작품들이 내는 소리는 낮고 부드러우면서도 어딘가 슬프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3.08.19
작게
크게

작가 신경숙 씨가 소설을 통해 울려내는 종소리는 가볍고 경쾌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크고 둔중하게 울리지도 않는다. 한 아이의 생명을 담아 만들어냈다는 전설의 에밀레종이 내는 울음소리처럼 그녀의 작품들이 내는 소리는 낮고 부드러우면서도 어딘가 슬프다. 그녀의 소설이 낮고 부드러운 소리를 내는 것은『종소리』의 인물들이 고통과 가난 속에 있으면서도 오히려 더 자신을 낮추어 서로를 부드럽게 껴안고 위로하기 때문이다. 소설집『종소리』안의 인물들은 동료를 배신했다는 자괴감으로 심각한 거식 증세에 시달리기도 하고, 자신이 낳은 딸조차 만나지 못하며, 어머니에게 버림 받은 후 따뜻한 방은 어머니를 기억하게 한다며 불편한 잠자리를 고집한다. 신경숙 씨는 이들의 고통과 슬픔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종소리가 울려 퍼져나가듯이 읽으면서 조금씩 소설 속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슬픔에 젖어든다. 

"종소리가 들릴 때는 사람이 부산하게 있다가도 잠시 조용하게 귀 기울이게 되잖아요. 그게 바로 자기 자신에게 바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런가 하면 종소리는 물결처럼 파문을 일으키면서 멀리 퍼져나가지요.『종소리』는 3년 정도 되는 기간 동안 한 편 한 편씩 쓴 것이에요. 쓸 때는 몰랐는데 모아 놓고 보니 쓰는 기법이 다양해졌고, 이야기가 조금 더 회복되었고, 이미지가 강화된 것 같아요. 그전에는 작품 속의 화자들이 머뭇거리고 말을 별로 하지 않았어요. 이번 작품의 인물들도 활발하게 말하지는 않지만, 해야 할 말은 비교적 또렷하게 하는 편이지요."

인물들의 말이 늘어났다는 것과 더불어 공간에 대한 구성과 의미도 강화되었다. 아무래도 인물의 내부를 그려낸 작품이 많았던 작가의 이력을 볼 때, 인물의 외부공간에 대한 섬세한 설정은 의미심장한 변화로 읽힌다. 특히 작가가 표제작으로 할까하고 망설였다는 「물 속의 사원」은 이번 작품집 내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인 동시에, 지금까지 작가의 작품에서 쉽게 찾기 힘든 복합적인 공간을 보여준다. 「물 속의 사원」은 구조적으로 꽉 차 있고, 구성의 힘이 느껴진다. 천장까지 닿는 대형 수족관이 있는 지하 다방, 수족관 안에는 악어가 살고 있다. 악어가 살고 있는 다방은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보다 더 생경하고 강렬한 이미지를 머릿속에 새겨 넣는다. 마치 실제로 가보았거나, 아니면 영화로 보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작가는 건축물을 구상하는 기분으로 「물 속의 사원」을 썼고, 쓰는 동안 즐거웠다며 미소 짓는다.

"의미를 겹겹으로 주려고 노력했어요. 「물 속의 사원」의 다방 같은 공간을 창조해낼 때 창작자의 기쁨을 느끼죠. 내가 그동안 봤던 아주 가파른 계단, 또 누군가 흘려들은 이야기들, 인간관계라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가끔 물끄러미 생각할 때의 내 모습 같은 것이 작품에 제대로 자리 잡으니까 기뻐요. 머릿속으로 아, 그래, 어두운 다방, 지하 다방, 천정 끝까지 닿는 수족관 같은 것을 떠올리고 노트에다 그려보는 거예요. 그리고 악어도 그려보고……. 우리가 생각하는 조그만 악어가 아니라 아주 야생성이 강하면서도 신성성을 가지는 악어. 난폭하기도 하지만, 죽음까지도 먹어 해치울 수 있는 악어를 머릿속에 그려보는 즐거움이 있어요."

소설적 공간을 만드는 재미를 새삼 경험한 작가는 공간을 겹겹으로 그려내는 작업을 좀더 해보려고 한다. 공간과 이야기가 만나고, 우리가 실제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볼 수 없는, 언어로서만 볼 수 있는 공간을 그리려는 것이다. 작품에 그려낸 공간도 이 세상에 섞이고, 그 소설을 읽으면 거기 가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작가의 바람이다. 작가는 이 세상 사람들이 가끔 아무도 없이 자기 혼자만 있을 수 있는 공간을 하나씩 갖고 있으면 정서적인 문제가 많이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가는 이 세상에는 많은 공간이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개개인의 내면과 만나는 공간은 드물다며, 가끔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이 문학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나타낸다. 

공간에 대한 변화와 더불어 「종소리」「우물을 들여다보다」「달의 물」같은 작품들에서 보이는 어머니의 이미지도 두드러진다. 지금보다 좀더 젊었던 날에 가졌던 불안이 나이와 함께 여유를 가지게 되면서 줄어들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물과 화해하고 뚫고 나가는 생이 되길 바란다는 작가는『종소리』의 작가의 말에 이렇게 썼다.

"내게 소설쓰기란 종내엔 어머니 마음 가장 가까이 가기,일 것이다. 금간 것들, 결별한 것들, 아름답지 못한 것들,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들, 소멸의 운명에 처해 있는 것들, 한쪽으로 쏠린 눈을 가진 남루한 것들을 포용한 야성적인 어머니 되기. 볼품없는 것들이 오히려 빛이 났기에 나는 소설에 매혹 당했다. 그러므로 문학 안에서만큼은 금지되거나 내쳐지는 게 없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저절로 갖게 되었다. 어머니에게조차 어머니가 필요하듯이 말이다."

‘공간’과 ‘어머니’가 이번 작품집의 주된 변화라면, 앞으로는 어떤 변화를 생각하고 있을까. 이번 작품집에서도 이야기가 조금 더 강화되었지만, 작가는 앞으로 이야기의 힘을 한층 더 담는 소설을 쓸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의 작품들에 이야기가 부족하다는 비판에 대해서 동의하지는 않지만, 이야기보다는 이미지, 묘사, 문체를 형성하는 분위기 중심으로 문장을 구성해온 것은 사실이에요. 지금까지 18년 동안 작가 생활을 하면서 문체에 의해 형성되는 소설은 충분히 써봤다고 생각해요. 이제 비중을 이야기 쪽에 좀더 두고 조화를 이뤄보려구요.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는 이야기를 추종하려는 생각은 없지만 하려고 하는 이야기를 좀더 정확하게, 서사적 전략을 가지고 작품을 써보려고 해요."

세상이 평화로울 때는 작가 스스로도 그 어느 틈인가에 끼어서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해도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집을 내고 마지막 교정을 보는데 대구에서 지하철 방화 사건이 일어났다. 또 지금은 많은 사람이 죽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 일련의 사건을 지켜보며 글을 쓴다는 게 뭔가, 세상을 하나도 변화시켜놓을 수도 없으면서, 하는 참담한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작가는 정서적 친밀감이 사라지고 인간 사이의 틈이 벌어지는 것을 보며, 그 틈 사이에 어떤 체온 같은 역할을 해주려고 한다. 인간적인 접촉이 메말라 가고 있는데, 저기 멀리 있는 사람과 여기 있는 사람 사이에 통로가 되어줄 수 있는 언어를 작가는 쓰고 싶은 것이다.

등단한 지 어느덧 18년이 된 작가는 사십대에 이제 막 접어들었다. 작가는 지금까지 가파른 산길을 올라오는 기분이었으면, 이제는 능선이나 평지를 걸어가는 듯한 마음이 생기고 여백 같은 것이 느껴진다고 한다.

이번 작품집의 변화와 앞으로의 변화를 물어본 질문이 많았던 인터뷰의 말미에 노상 묻는 질문을 던진다. 작가가 계획하고 있는 작품들은 여러 편이 있는데, 그게 마음하고 똑같이 나오질 않는단다. 시간을 보내다 보면 늦게 생각했던 작품이 먼저 씌어지기도 하고, 아주 오래오래 생각했던 작품이 오히려 뒤로 밀리기도 한다. 작품이 작가의 마음을 뚫고 나오는 때가 있는 것 같단다. 그래서 요즘 작가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는 작품은 지난 인터뷰(지난 신경숙 인터뷰 기사 보기) 때 작가가 밝힌 계획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시력을 잃은 사람,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된 사람의 이야기가 그 하나이다. 또 이번『종소리』에서는 구체적인 어머니가 나오지 않고 어머니의 마음결만이 나오는데, 실제로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해서 긴 장편을 쓸 생각이 있다. 우리 시대의 어머니상을 창조해내고 싶은 생각이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준비가 덜 되어 아직 마음속에 같이 살고 있다면서, 언젠가는 나오겠죠,라고 말한다. 시력을 읽은 사람에 대한 작품과 어머니에 대한 작품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완성될 예정이다. 물론 두 작품 사이에 다른 생각이 끼어들어서 먼저 쓰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생각대로 살아지는 건 아니지만, 늘 긴장하면서 좋은 작품을 쓰는 것이 생의 목표라며 계속 노력하겠다는 작가. 어떤 일이 다가와도 글을 쓰고 있을 것임만은 확실하다며, 나머지는 우주에서 별을 하나 집어내는 것만큼 어려운 것 같단다.

문체에 있어 일가를 이루었고, 앞으로 문체와 더불어 이야기와 공간에도 조금 더 주목하는 작품을 만들어내겠다는 작가가 또 어떤 작품들을 내어놓을지 기다려진다. 인터뷰를 끝낸 이후 작가는 범문단적 차원에서 이백여 명의 문인이 모여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신경숙
2의 댓글
User Avatar

천사

2012.03.21

늘상 기대되는 작가가 있기 마련인데, 아마 신경숙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독자들도 상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기에 그녀의 도서가 출간되기 무섭게 베스트셀러 자리를 꿰차는 경우가 많지요.
답글
0
0
User Avatar

앙ㅋ

2012.03.01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고 좋은 작품을 많이 쓰고 싶다고 하시니 성실함에 우뜸이신 작가님이시네요. 엄마를 부탁해 이후 외국에서도 다른 작품들이 더 좋은 성과를 이루시길 바랍니다.
답글
0
0
Writer Avatar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 영화, 공연, 음악, 미술, 대중문화, 여행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Writer Avatar

신경숙

인간 내면을 향한 깊은 시선, 상징과 은유가 다채롭게 박혀 빛을 발하는 문체, 정교하고 감동적인 서사를 통해 평단과 독자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아온 한국의 대표 작가다. 1963년 1월 전라북도 정읍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6학년 때야 겨우 전기가 들어올 정도의 시골에서 농부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열다섯 살에 서울로 올라와 구로공단 근처에서 전기회사에 다니며 서른 일곱 가구가 다닥다닥 붙어 사는 '닭장집'에서 큰오빠, 작은오빠, 외사촌누이와 함께 한 방에서 살았다. 공장에 다니며 영등포여고 산업체 특별학급에 다니다 최홍이 선생님을 만나 문학 수업을 시작하게 된다. 컨베이어벨트 아래 소설을 펼쳐 놓고 보면서, 좋아하는 작품들을 첫 장부터 끝장까지 모조리 베껴 쓰는 것이 그 수업 방식이었다. 그 후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뒤 1985년 『문예중앙』에 중편소설 「겨울우화」로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하였다. 스물두 살에 등단하였을 때는 그리 주목받는 작가는 아니었다. 1988년 『문예중앙』신인상에 당선된 뒤 창작집 『겨울우화』를 내었고, 방송국 음악프로그램 구성작가로 일하기도 하다가 1993년 소설 『풍금이 있던 자리』를 출간해 주목을 받았다. 『강물이 될 때까지』,『풍금이 있던 자리』,『오래 전 집을 떠날 때』,『딸기밭』, 장편소설 『깊은 슬픔』,『외딴방』,『기차는 7시에 떠나네』 『바이올렛』 등 일련의 작품을 통해 "말해질 수 없는 것들을 말하고자, 혹은 다가설 수 없는 것들에 다가서고자 하는 소망"을 더듬더듬 겨우 말해 나가는 특유의 문체로 슬프고도 아름답게 형상화하여 199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잡았다. 신경숙의 첫 장편소설 『깊은 슬픔』은 한 여자와, 그녀가 짧은 생애 동안 세상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그 여자 '은서', 그리고 '완'과 '세'라는 두 남자를 소설의 표면에 떠올려놓고 있다. 그들 세 사람을 맺어주고 환희에 빠뜨리며 절망케 하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의 올이 얽히고 풀림에 따라, 고향 '이슬어지'에서 함께 자라난 세 사람의 운명은 서로 겹치고 어긋난다. 그러나 『깊은 슬픔』이 정밀하게, 더없는 슬픔과 안타까움이 실린 시선으로, 그리하여 진하고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키며 그려 보이는 것은, 그들의 사랑과 운명이 화해롭게 겹치는 국면이라기보다, 자꾸만 어긋나면서 서로의 기대와 희망을 배반하는 광경이다. 아니, 차라리 그들의 관계에선 겹침이 곧 어긋남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불행했던 과거를 너무 쉽게 잊는다. 신경숙의 『외딴방』은 어제가 있어서 오늘이 있고 내일이 존재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망각한 채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 풍요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어려웠던 그 시절을 되짚어 보게함으로써 현재를 돌아보는 자성(自肖)의 기회를 만들어준다. 또한 이 작품은 작가의 자폐적 기질, 아름다움에 대한 끝없는 동경, 삶의 속절없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고요히 수납하는 태도 등이 어디서 발원했는지를 알려주고 있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내성의 문학'이라 부를 수 있는 신경숙 문학의 정점이자 제목 그대로 외딴방에서 외롭게 죽어간 한 가여운 넋에 대한 진혼가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신경숙은 자신의 체험을 질료로 한 글쓰기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과 그럼에도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는 의지 사이의 위태로운 줄타기를 보여준다.『풍금이 있던 자리』는 유부남과 불륜의 관계에 있는 여자가 그 남자와 새로운 삶을 꾸리려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이 땅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모습을 되짚어준다. 특히 화자의 기억 속에 있는 아버지의 새 여자와 어머니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삶에 찌들어 꾸밈이란 없이 소박하게 가정을 꾸려 나갔던 이 땅을 일구어낸 「어머니」와, 남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 땅의 「여성」과의 사이, 그 사이를 보여준다. 그 사이 속에는 무시 할 수 없는 사회 통념이 들어가 있다. 「어머니」를 긍정해야하면서 동시에 부정해야 하는 여성들에게 요구되는 이중적 잣대는 있지도 않는 풍금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 내고 제 3의 새 여자, 또 다른 화자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을 작가는 이야기 한다. 2007년 겨울부터 2008년 여름까지 「창작과비평」에 연재되어 뜨거운 호응을 얻은 『엄마를 부탁해』는 섬세하고 깊은 성찰, 따뜻한 시선의 작가의 절정의 기량으로 풀어낸 엄마 이야기이자 엄마를 통해서 생각하는 가족 이야기이다. 늘 곁에서 보살펴주고 무한정한 사랑을 주기만 하던, 그래서 당연히 그렇게 존재하는 것으로 여긴 엄마가 어느날 실종됨으로써 시작하는 이 소설은, 가족들 각자가 간직한, 그러나 서로가 잘 모르거나 무심코 무시했던 엄마의 인생과 가족들의 내면을 절절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은 2011년 'Please Look After Mom'라는 제목의 영문판이 제작되어 출간 전부터 호평을 받고 있으며, 미국 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22여 개국에 판권이 판매되었다. 일곱번째 장편소설인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는 사랑의 기쁨과 상실의 아픔을 통과하며 세상을 향해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청춘세대를 향한 신경숙 문학의 간절하고 절실한 소통의 발신음이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쳀 시대와 시간을 뚫고 나가 어떻게 서로를 성장시키며 불멸의 풍경이 되는지를 여러 개의 종소리가 동시에 울려퍼지듯 보여준다. 팔 년 만에 출간되는 여섯번째 소설집 『모르는 여인들』은 세계로부터 단절된 인물들과 그들을 둘러싼 사회적 풍경들을 소통시키기 위한 일곱 편의 순례기로, 익명의 인간관계 사이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작가는 특유의 예민한 시선과 마음을 집중시키는 문체로, 소외된 존재들이 마지막으로 조우하는 삶의 신비와 절망의 극점에서 발견되는 구원의 빛들을 포착해내어 이 시대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바닥 모를 생의 불가해성을 탐색한다. 2013년에 출간한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명랑하고 상큼한 유머로, 반짝이는 스물여섯 편의 짧은 소설들을 담은 소설집으로, 산다는 것과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에 대한 이야기, 일상의 순간들에 스며들어 그리움이 되고 사랑이 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달에게 우리의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짧은 형식의 글이자, 달이 듣고 함빡 웃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엮었다. 이외의 작품으로 소설집 『강물이 될 때까지』, 『감자 먹는 사람들』, 『오래 전 집을 떠날 때』, 『딸기밭』, 『종소리』, 장편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바이올렛』, 짧은 소설집 『J이야기』, 산문집 『아름다운 그늘』, 『자거라, 내 슬픔아』, 『산이 있는 집 우물이 있는 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