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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연 “졸업 후에도 우리가 수학을 해야 하는 이유”

『수학, 인문으로 수를 읽다』 저자 이광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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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수학은 인문학과는 다소 거리가 먼 학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광연 교수는 다르게 말한다. 수학이 ‘생각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결국 인문학과 맞닿아 있다고 그는 말한다.

한국에서 국영수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어떻게 보면 수학이 가장 중요할 수도 있다. 많은 학생이 수학을 어려워하고 포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험 난이도를 조절할 때도 키를 잡고 있는 게 수학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만 수학이 필요한 건 아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수학은 인생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 어느 정도의 소득으로 어느 정도를 지출할 것인지, 생계 자체가 수학과 관계 있기 때문이다.

 

수학이 곧 삶이라는 점은 인문학과도 통한다. 『수학, 인문으로 수를 읽다』는 인문의 눈으로 본 수학이다. 책의 저자인 이광연 교수는  『밥상에 오른 수학』, 『이광연의 수학 블로그』 등 수학의 대중화를 위해 여러 저서를 낸 바 있다. 이번 책에서는 건축, 영화, 역사, 동양고전에서 수학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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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수학과 관련한 책을 많이 써 오셨는데요. 이 책에서 특히 신경을 썼던 점과 이 책이 지닌 강점을 소개하신다면 무엇인가요?

 

기존의 책이 단순한 수학적 사실을 흥미위주로 다루었다면, 이 책은 인간의 삶과 밀접한 수학적 원리를 집중적으로 다루었습니다. 그래서 인문학과 연결된 수학적 내용을 선별하고 정리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기존 책에서 볼 수 없었던 인문학과 수학의 확실한 연결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 제목이 ‘수학, 인문으로 수를 읽다’인데 수학과 인문학과 관계, 보통은 좀 멀다고 생각하는데요. 수학과 인문학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머리말에서도 밝힌 것처럼 인문학은 언어, 문학, 예술, 철학, 역사 등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사실 인문학은 인간과 관련된 모든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어떻게 하면 행복하고 참된 삶을 살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것이므로 당연히 수학도 인문학이 됩니다. 수학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고, 인류의 삶에 대한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며 발전했기 때문에 수학도 인문학입니다. 특히 고대부터 수학이 폭발적으로 발전하기 이전인 근대까지 반드시 공부해야 할 과목에 항상 수학이 있었습니다. 이는 수학이 인문학이라는 강한 증거이기도 합니다.


중고등학교 때는 학교 시험을 잘 봐서 좋은 학교에 진학하고, 또 대학에 가서는 전공에 필요해서 수학을 공부한다고들 흔히 생각하는데요. 우리가 학교 졸업 후에도 수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왜 그럴까요?
 
수학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생각의 자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내 생각을 남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나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도 인정하게 하는 것이 모두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이 순간에도 우리는 수학을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생각한다는 것은 바로 수학을 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또 수학을 함으로써 기존의 것으로부터 새로운 것을 창조해낼 수 있습니다. 수학은 하나하나 쌓아가는 학문이기 때문에 기존의 것으로부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특성이 있습니다. ‘온고이지신’을 철저히 실천하는 과목입니다.


중고등학교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셨는데, 수학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수학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수학은 어느 날 갑자기 한다고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꾸준히 열심히 차근차근 해야 합니다. 또 수학을 공부하는 것은 대학을 가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가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수학은 답만을 찾는 것, 성적을 위한 공부, 남보다 뛰어나기 위해 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누구나 즐겁고 행복하게 고민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수학문제도 꼬아서 괜히 어렵게 만들거나 오답을 유도하는 문제를 출제하기보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알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내야 합니다. 또 수학으로 토론할 수 있는 교육도 필요합니다. 나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계기로 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아울러 수학을 연구하는 수학자로서 수학이라는 학문이 가지는 최고의 매력 한 가지만 소개해주신다면?


저는 중학교 때 수학 선생님이 그렇게 멋져 보였습니다. 그때부터 난 수학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물론 수학 성적이 좋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냥 좋아지기 시작했죠. 그러다보니 지금 여기까지 왔네요. 수학은 나의 생각을 어떤 기계나 특별한 도구 없이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분야입니다. 말하자면 상상을 현실로 바꿀 수 있는 분야지요. 이것은 인간만이 지닌 추상화할 수 있는 능력과 논리적인 생각 덕분입니다. 결국 수학의 매력은 내 생각대로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닉네임이 ‘웃기는 수학자’이신데, 어떤 연유로 그런 닉네임이 지어졌는지 궁금합니다.


저의 첫 번째 책인 『웃기는 수학이지 뭐야』가 많은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생긴 별명입니다. 또 자화자찬이지만 제 강의를 한 번 들었던 사람들은 강의가 재미있고 웃기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런 별명이 붙었습니다. 


수학이 음악, 경제, 건축, 영화, 동양고전, 역사, 미술 등 우리 주변에 있는 여러 학문과 융합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 책 내용 중에서 ‘독자들이 이 부분은 꼭 지나치지 말고 읽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이 책은 우리 삶의 여러 가지 분야 속에 숨어 있는 수학적 개념을 다루고 있고, 따라서 독자들도 자신의 관심 분야와 흥미가 다를 것입니다. 따라서 이 책의 어느 부분을 꼭 읽어달라고 하기는 쉽지 않군요. 한 곳이 있다면 적어도 머리말이라도 읽어봐주시기 바랍니다. 머리말에 책의 내용을 대강 설명했습니다.


<명량>이라는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아울러 이순신 장군이 해전에서 승리한 결정적인 비법이 수학이라는 내용도 같이 언급되곤 했는데요. 어떤 수학이 사용되었는지 간단하게 소개해주시고, 또 『난중일기』에 나타난 다른 수학도 있다면 알려주실까요?


이순신 장군에 관한 내용은 이미 제가 논문으로 발표를 했고, 내년에 『수학으로 보는 난중일기』가 출간될 예정입니다. 이미 5년 전부터 준비해온 작업이고 올해 끝냈는데 공교롭게도 <명량>이 먼저 나와 히트를 쳤습니다. 당시 전쟁터에는 도훈도라는 수학자가 참가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세금의 출납, 병선의 건조, 각종 병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학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적선까지의 거리, 대포의 사정거리 화살과 조총의 사정거리 등 전쟁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수학이 임진왜란 때 사용되었습니다. 『난중일기』에는 한 가지 수학만 사용된 것이 아니라 매우 많습니다. 원의 성질, 삼각형의 닮음, 연립방정식, 확률 등등 다양한 수학적 내용이 등장합니다. 꼭 알고 싶다면 내년 4월까지 기다리시길…


보통 어렵다, 재미없다, 대학 갈 때만 필요하다 등 수학만큼 선입견이 무수한 학문은 없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하면 이러한 선입견에서 벗어나 수학을 잘할 수 있을까요?


수학이 어렵다는 선입관을 없애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그 다음은 자신이 잘 모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고등학생이 이차방정식을 잘 모르면 중학교 내용을 다시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 고등학생이 중학생 내용을 보면 비웃습니다. 이런 생각이 사라져야 합니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수학은 누적적입니다. 기포를 모르면 그 이후에 배우는 내용을 모두 이해할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우선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기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국어나 영어는 시를 몰라도 소설을 공부할 수 있습니다. 즉, 작심하면 언제든지 그 분야부터 시작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수학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수학과 친하게 해야 하고 차근차근 공부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불필요한 선행학습은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선행학습이 우리나라 수학을 망치는 첫 번째 주범이기 때문입니다. 기초가 완성되기도 전에 다음을 공부하면 나중에는 사상누각이 되어 전체가 흔들리고 무너집니다. 


얼마 전 세계수학자대회가 서울에서 열리고, 필즈상 수상자도 발표되면서 수학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는데요. 세계 속에서 현재 한국 수학의 위치와 미래 한국의 수학 발전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을까요?


지금 우리나라 학생들은 수학에 특별한 재능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도 곧 필즈상을 받는 수학자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수학이 발전한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입니다. 또 선진국이 되려면 반드시 수학이 발전해야 하기도 합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선진국으로 향하고 있고 수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의 수학은 앞으로 더 발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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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인문으로 수를 읽다 이광연 저 | 한국문학사
『수학, 인문으로 수를 읽다』는 수학의 근본 개념과 수학이란 학문에 깃든 흥미로운 요소를 타 학문과 연계해서 살펴본 이 책은 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수학에 대해 알고 싶지만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성인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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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민규(인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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