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사랑에는 피해자도 가해자도 없어요”
꿈 전도사 김수영이 사랑 전도사로 돌아왔다. 드림파노라마 1탄에서 25개국을 돌며 365명의 꿈을 듣고 온 김수영 작가. 2탄으로 떠난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에서는 ‘사랑’에 관해 들었다.
글ㆍ사진 손민규(인문 PD)
2015.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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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숨가쁘게 달려왔다. 문제아였던 청소년 시절을 딛고 골든벨 소녀로 우뚝 선 뒤, 명문대 진학과 졸업 뒤에는 골드만 삭스에 입사. 몸에서 암 세포를 발견한 뒤, 회사를 관두고는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꿈을 찾아 떠났다. 이런 기록을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에 담았다. 이 책이 저자의 이야기를 담았다면, 다른 사람의 꿈 이야기를 담은 책이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이다. 꿈 전도사로서 25개국, 67개의 국적을 가진 365명을 찾아다닌 ‘드림 파노라마’ 프로젝트는 SBS 스페셜로 방영되기도 했다.

 

1차 드림 파노라마 프로젝트를 마친 김수영 작가가 이번에는 2탄으로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로 떠났다. 바뀐 점이 있다면 주제다. 김수영 작가는 꿈이 아니라 사랑에 관해 물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는 드림 파노라마 2탄으로 시작했지만, 러브 파노라마로 이어졌다. 꿈 전도사 김수영이 사랑 전도사로 변한 계기와, 긴 여행 속에서 만난 사람과 그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담은 책 『당신의 사랑은 무엇입니까』이 출간됐다. 책을 내고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인 김수영 작가에게서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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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사랑이 뭐길래

 

꿈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저는 험난한 10대와 치열한 20대를 거치면서, 사랑에 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사랑이 한 번도 우선순위였던 적도 없었고요. 연애를 해도 자기중심적이었고, 꿈에만 몰입하느라 다른 사람에게 상처도 많이 줬어요.

 

생계라는 과업을 완수하고 나서 그제야 마음이 열렸어요. 한 친구를 만났고, 처음으로 헌신적인 사랑을 했어요. 사랑하다 보니 저 스스로가 이해가 안 되고 그 사람도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 이어졌죠. 결국, 헤어졌어요. 그 친구를 만나면서 몰랐던 저의 수많은 면을 발견하고 스스로 놀라고, 헤어지고 나서도 의문이 풀리지 않았어요. 도대체 사랑이 뭘까… 그렇게 드림파노라마 2탄을 갔지만, 사람들의 꿈 이야기는 들어도 들리지 않았어요. 안 되겠다, 싶어서 아예 사랑에 관해서만 물어보기로 했죠. 그렇게 해서 나온 책이 『당신의 사랑은 무엇입니까』입니다.

 

주제가 달라져서인지 문체도 달라진 것 같아요. 많이 차분해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힘들 때, 절에 들어가서 스님과 문답도 주고받았는데요. 스스로 생각해도 사람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100% 외향성이었다면, 지금은 반반이에요. 하루는 사람과 많이 만나고 이야기했다면, 다른 하루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집에 있으려고 해요. 나이가 들어서인지,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인지는 모르겠지만, 과거에는 발산만 했다면 이제는 수렴도 하려고 합니다. 혼자만 잘났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지만 지금은 누군가가 쌓아놓은 게 모여서 세상이 존재하고, 세상이 있기에 나도 있다고 여겨요. 좀 더 겸허해졌죠.

 

드림파노라마가 아시아와 중동, 유럽이었고 이번 프로젝트는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와 호주로 이어졌는데요. 공간이 바뀌었다면, 책의 내용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글쎄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가정하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공간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는 건 당연할 테고 특히 중동은 종교 쪽에서 다른 이야기가 나왔겠죠. 하지만 공간이 중요하지는 않아요. 매번 사랑이 소중하고 다르죠. 60억의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다른 사람과 만나 상호작용하는 모습은 모두 다르니까요.

 

김수영 작가에게 사랑이란

 

프로젝트 하기 전에 작가님께서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이었나요.

 

사랑에 관한 개념이 없었던 것 같아요. 태도에서도, 수동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관심 있는 사람이 있어도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사귀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요. 영국에서는 연애보다는 일에 집중했어요. 평소에는 마음이 닫혀 있다가, 여행지에 그나마 마음이 잠깐 열려서 홀리데이 로맨스를 하긴 했지만 제대로 사랑을 한 적이 없었어요. 남자친구가 없었던 건 아닌데, 일반적인 연애를 남들처럼 많이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실연 이후에 공부를 많이 했어요. 답답했으니까요. 처음에는 이름난 연애 블로그에 갔는데, 답이 안 나와요. 그래서 정신분석학, 진화심리학, 인류학, 역사학, 생물학 책들까지 정독했죠. 책에는 이런 내용은 많이 줄인 편이에요.

 

지금은 사랑을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에필로그에도 썼듯, 결국 우리라는 모든 존재 하나하나는 사랑이잖아요. 누군가가 사랑했으니 태어났고, 사랑으로 키웠으니 자랐어요. 우리 존재 자체가 사랑이죠.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사랑하면 한계가 있어요. 서로서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는 게 사랑이 아닐까요.

 

이번 프로젝트가 전과 달랐던 점이 있었다면? 주제가 사랑인지라, 작가님을 향해 다가온 사람도 많던데요.

 

드림 파노라마 때는 사전에 기획해서 간 프로젝트고 홍보도 열심히 했어요. 많은 나라의 현지 방송과 신문에서 소개되기도 했고요. 이번 여행에서는 저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어요. 저라는 사람을 설명 안 하고, 그냥 만나고 다녔어요. 한국에서는 어떤 남자가 저를 마음에 들어하다가도, 알고 보니 김수영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갑자기 그 만남이 멘토링으로 바뀐 경우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러브 파노라마 때는 있는 그대로의 저를 좋아해 줘서 감사했습니다.

 

꽤 많은 남자가 작가님에게 구애했는데, 비결이 있나요.

 

제가 유난히 인기가 많았다기보다는 그곳 문화가 달라요. 마음에 들면 주저하지 않고 다가왔어요. 한편으로는 제 에너지 덕도 있는 것 같아요. 실연의 상처로부터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을 때는 에너지가 닫혀있었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마음이 열리고 제가 저 스스로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면서, 에너지를 발산하고, 그 에너지를 느껴서 저에게 다가오지 않았나 싶어요.

 

인터뷰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을 꼽는다면.

 

다 기억에 남는데, 트렌스젠더 졸린처럼 힘든 상황 속에서 사랑 꽃피운 사연이 기억에 남죠.

 

라울 리진카 부부도 인상 깊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남자가 무책임한 경우인데요. 한 사람이라도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죠. 사랑이란 두 사람이 같이 만들어가는 거잖아요. 둘 다 노력하고 서로 배려하면 가장 좋겠지만, 한 명이라도 배려하면 끌고 나갈 수 있어요. 둘 다 배려 안 하고 서로 싸우면, 아무것도 안 되겠죠.

 

사랑중독자들 챕터에서는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 이야기인데요. 중복되는 느낌도 있어 책에는 싣지 않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 자신을 마음 사냥꾼이라 부르는 사람을 만났어요. 첫사랑이 있었는데, 그녀가 낙태했으니 치료비를 달라고 해서 줘요. 충격을 받았죠. 임신했다는 것도 충격인데, 낙태까지 했으니까요. 그 사람은 술 마시며 방황을 오래 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여자친구가 가방이 사고 싶어서 말한 거짓말이었죠. 그 뒤로 남자는 첫사랑 때 받은 트라우마로 정상적인 연애를 못 해요. 자기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여자를 유혹하고, 여자가 넘어오면 마음이 식어요. 나를 좋아하는 여자는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기에 다른 사람들을 오롯이 사랑하지 못하는 이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 가슴이 아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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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사랑으로 태어나서 사랑으로 죽어가는 존재

 

독자들이 이 책을 어떻게 읽었으면, 하고 생각한 적 있나요?

 

책을 다 쓰고 나서 적어놓은 게 있어요. 그대로 읽어드릴게요.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 마음속 얼음이 하나씩 스르르 녹고 마음이 온기로 채워져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몇 번 홀짝이며 눈물도 흘리고 멍하니 앉아 옛사람도 떠올려 보고 그 사람에게 감사하고 자신이 꿈꾸는 사랑도 적어보고 미처 몰랐던 이야기에 놀라고 마지막에 새로운 사랑으로 가슴 설레며 책장을 덮으면서도 한참 동안 자신의 사랑에 관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그 여운이 사랑의 순간에 머물렀으면 좋겠다… 실제로 독자들이 이렇게 읽었는지는 모르겠네요. (웃음)

 

꿈, 사랑은 결국 인간에 관한 이야기잖아요. 작가님 생각으로는, 인간이란 어떤 존재일까요.

 

인간이란 사랑으로 태어나서, 사랑으로 살고 사랑으로 죽어가는 존재입니다. 사랑이 바탕이 될때 우리는 더 나은 삶과 세상을 꿈꿀 수 있죠.

 

꿈이 한 사람의 미래를 결정짓는다면, 사랑은 그 사람의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까지 관통하는 근원적인 존재의 이유가 아닐까. (56쪽)

 

어느덧 쓴 책이 4권이나 되었는데요. 앞으로 쓰고 싶은 글은?

 

처음부터 책을 많이 쓰려고 의도한 적은 없었어요. 항상 이게 마지막 책이라고 생각하며 썼는데, 지금은 동화 한 편을 쓰고 있어요. 6월부터 중앙일보에 연재하는 초등학교 고학년 대상 꿈에 관한 소설인데요. 저는 책을 써야겠다는 마음보다는 다양한 콘텐츠를 계속 만들 것 같아요. 이미 경험한 게 엄청난 양인데, 그게 영상으로 나올 수도 있고 칼럼이 될 수도 있겠죠. 올 한해는 그 경험을 내보내는 일만으로도 금방 갈 것 같아요.
 
김수영, 하면 꿈을 빼놓을 수 없잖아요. 앞으로도 도전은 계속 하실 건가요?

 

사람의 자존감을 구성하는 건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능력에 대한 자신감, 다른 하나는 사랑받을 수 있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인식인데요. 저는 전자가 과도할 정도로 높았고, 그 자체로 자존감이 높다고 생각했죠.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후자 쪽에서 많이 깨달았어요. 앞으로 꿈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도전하더라도 예전처럼 스스로를 괴롭혀가며,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면서 이루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러브파노라마 프로젝트를 마친 후, 지금 이 순간, 내가 있는 이곳이 가장 좋고, 내가 하는 이 일이 가장 즐겁고, 내 옆에 있는 이 사람이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끝으로 사랑으로 힘들어하는 독자들에게 팁을 주신다면.

 

부정적인 이야기는 안 듣는 게 좋아요. 사랑하는 사람에 관해 9가지 장점을 이야기하다가도 1가지 단점을 말하면, 주변에서 이렇게 이야기하죠. 안 돼, 만나지 마. 사랑을 조건 따져가면서 하는 게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휘둘리기보다는 일단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원하는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았으면 해요. 이 세상에 한 명 한 명 소중하지 않는 사람이 없는 만큼 품어주고 안아주고 사랑을 주면, 사랑하지 못할 사람은 없어요.

 

사랑하다보면 여러가지 힘들 수도 있죠. 그러다보면 많은 사람이 자신을 피해자로, 상대를 가해자인양 이야기해요. 하지만 사랑에는 피해자도, 가해자도 없고, 결국은 두 사람이 함께 쓴 스토리에요. 악연도 인연이라고, 다 이유가 있어서 지금 인연을 만난 거니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마세요. 모든 인연이 그렇듯, 사랑도 시작이 있는 만큼 끝도 있으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상대에게 최선을 다하는게 가장 중요하죠.

 

모든 인간관계는 상호 영향을 준다. 긍정적인 사람도 부정적인 에너지를 지닌 사람 곁에 있으면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부정적인 에너지를 지닌 두 사람이 만나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물론 늘 긍정적인 기운으로만 인생을 살기는 힘들지만, 가급적 좋은 것만 보고 생각하면 인생도 긍정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1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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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랑은 무엇입니까 김수영 저 | 웅진지식하우스
뜨거운 질문을 안고 시작된 ‘러브 파노라마’ 프로젝트. 김수영은 2013년 9월 캐나다를 시작으로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대륙에서 22개국 127명의 사람들과 만나 108개의 사랑 이야기를 만났다. 나는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일까. 나는 어떤 사랑을 하는 사람일까. 이 책은 그 소중한 경험을 담은 책으로 우리 삶의 존재 이유인 사랑에 대한 가능성과 열정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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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사랑 #에세이 #러브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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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n0213

2015.06.04

당신의 사랑은 무엇입니까 책을 읽으면서 이 책에는 작가가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진정성이 있다고 느꼈어요. 인터뷰 기사를 보니 진정성이 고스란히 책에 들어있는 이유를 알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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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규(인문 PD)

티끌 모아 태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