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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소녀 미용사' 인덕이의 파란만장 성장기

『경성 최고 화신미용실입니다』 이호영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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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걷다보니까 조금은 알겠어요. 먼저 걸어보니까 보이더라고요. 동굴 속에는 결코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요. (2021.10.19)


항일무장투쟁, 만세운동, 애국계몽운동…… 모두 아프고도 위대한 우리의 역사이지만, 일제 강점기를 떠올릴 때 우리가 흔히 놓치는 것이 있다. 그 당시에도 빼앗긴 땅에서 하루하루 아등바등 살아가던 ‘보통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경성 최고 화신미용실입니다』 는 바로 그런 이들 중에서도 1930년대 경성의 미용실에서 미용을 배우며 꿈을 키우던 한 소녀 미용사의 이야기를 다룬 역사소설이다. 



작가님께서는 다른 분야를 오래 공부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떤 계기로 소설, 그것도 청소년 소설에 흥미를 갖고 본격적으로 집필하게 되셨나요?

전 과학 논픽션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과학을 조금 더 흥미롭게 전달하고 싶어서 스토리텔링 방법을 배우게 되었지요. 동화와 청소년 소설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만든 스토리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라는 본질은 같다는 걸 깨닫게 되었죠. 

소설과 논픽션으로 구분했던 구획이 사라지니까 더 볼 것도, 생각할 것도 많았던 것 같아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쓰인 이야기를 꼼꼼하게 읽고, 그것들이 말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봤지요. 특히 청소년 소설 속에 나타난 ‘자란다’라는 주제의식이 참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저는 어떤 아이의 자람을 이야기할 수 있는지 고민하다 『경성 최고 화신미용실입니다』 이야기를 짜게 되었지요. 

청소년 소설, 특히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 가운데 ‘미용’을 소재로 한 작품은 흔히 접할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이런 신선함이 『경성 최고 화신미용실입니다』의 두드러지는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해요. ‘1930년대 경성의 미용’이라는 배경과 소재를 어떻게 생각해내셨나요?

특별한 배경과 소재를 골라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단지 어느 날 카페에서 한 장의 사진을 보았어요. 오엽주가 만든 미용실 광고지 속에 미용사들이 나란히 서있는 사진이었죠. 아주 앳된 소녀가 성인 미용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어요. 소녀의 똘망똘망한 눈동자를 보고 있으려니 뭔가 묘한 기분이 들었답니다. 처음에는 소녀가 누군지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봤죠. 1930년대 잡지부터 실제 오엽주의 미용실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영화까지 샅샅이 살폈지만, 소녀의 정체는 밝힐 수 없었어요. 그럼 내가 소녀의 이야기를 만들어내자, 하고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어요. 그렇게 한 소녀의 이야기를 쓰려다보니 ‘1930년대 경성의 미용’이 배경과 소재가 되었습니다.


출처: 《모던 걸, 치장하다》, 국사편찬위원회, 2008


‘오엽주 씨의 미용원’ 광고 (출처: <삼천리> 1933년 3월호)


오엽주 사장과 손님 (출처: 월간 에스테틱)

캐릭터들 역시 작품을 한층 더 풍성하게 해줍니다. 인덕이뿐만 아니라 할머니, 오엽주 사장, 향심이와 미정이까지 하나같이 마음이 가는 인물이에요. 우리의 주인공 인덕이 외에 특별히 작가님의 애정을 듬뿍 받은 인물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이옥란이라는 인물이 나오기 전까지 두 달 넘게 이야기가 앞으로 나가지 못했어요. 책 속에는 없는 다른 여러 인물로 이야기를 썼지만, 그들은 극을 끌고 가지 못했지요. 그렇게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이옥란이 출현하게 돼요. 이옥란은 당시에 조선인 미용실을 드나드는 연예인이 있었을까 하는 상상에서 나오게 되었어요. 이옥란과 인덕이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면서, 저는 청소년의 성장이 얼마나 신비로운 화학작용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작가로서 이야기 주머니를 더 크게 키우기 위해 기꺼이 지우고 새로 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요. 이옥란은 이야기 속에서는 인덕이를, 밖에서는 저를 성장시켜준 인물인 셈이에요.

『경성 최고 화신미용실입니다』는 인덕이가 미용사라는 꿈을 갖게 되면서부터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어엿한 미용사로 성장한 인덕이는 그 후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인덕이가 미용사로서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확실한 건 인덕이는 이후에도 수많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상처받고, 좌절하게 될 거라는 겁니다. 그리고 인덕이라면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겠지요. 자신을 위해서든, 가족을 위해서든, 영영 남을 위해서 일어나든 상관없어요. 인덕이가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 생각해보면서 한 걸음씩 내딛길 바랄 뿐입니다.


화신백화점 일제강점기 모습 (출처: 서울역사박물관)

차별과 수탈의 대상이었던 일제 강점기 조선인, 그것도 열네 살 소녀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찾고 그 꿈을 현실로 이루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감동을 선사해줍니다. 오늘날에도 인덕이와 같은 처지의 청소년들이 많기에 작품이 단지 ‘예전 이야기’로만 읽히지 않는 것 같아요. 각자의 어려움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 시대의 청소년 독자들에게 응원의 한마디를 전해주신다면?

끝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동굴 속을 혼자 걷는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희미하게 뭐가 보이나 싶어서 손을 뻗으면 어느 순간 사라져버리기도 하지요. 이 어둠에 끝이 없다고 여겨지면 소름이 끼쳐와요. 청소년 독자님들도 이 순간 홀로 각자의 길을 걷고 있을 겁니다. 그 여정이 얼마나 길고 외로운지, 어느 정도 캄캄한지 전 가늠조차 할 수 없어요. 그런데 이상하지요. 오래 걷다보니까 조금은 알겠어요. 먼저 걸어보니까 보이더라고요. 동굴 속에는 결코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요.

‘작가의 말’을 읽다가 인덕이의 이름에 대해 재미있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인덕’을 ‘人 德’으로 풀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많은 사람들을 도왔던 할아버지, 멘토 오엽주, 동료 견습생 향심이와 미정이, 동네 사람들 등 여러 사람이 인덕이의 간절한 마음과 노력에 힘을 보태주었으니까요. 작가님께서도 등을 밀어주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보신 경험이 있나요?

전 청소년 소설이라는 세계에 쉽게 발을 들여놓을 수 없었어요. 뭔가 더 탄탄하게 준비해서 시작하고 싶었지요. 쓰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몰랐고요. 계속 망설이고 있을 때, 선생님의 딱 한 마디가 들렸습니다.

“미친 척하고 써봐요.” 

미친 척! 그 정도는 해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선생님의 그 말씀이 제 등을 떠밀어주었고,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다음 작품을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작가님께서 요즘 관심 있게 보고 계신 것들이나 새로이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하나의 이야기를 써내는 일은 큰 종이에 작은 점을 찍는 일이라고 생각하곤 해요. 같은 자리에 여러 번 점을 찍어 큰 점을 만드는 이도 있고, 다른 자리에 꾸준히 찍어 긴 선을 만드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저는 이제 막 점 하나를 찍은 터라 솔직히 다음 점은 어디에 어떻게 찍을지 모르겠어요. 바람이 있다면 어떤 시간과 공간을 두고 이야기를 꾸미든 바로 여기 있는 누군가의 손끝에라도 가서 닿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것입니다. 현실 세계를 사는 독자님들의 ‘마음 자람’이 제 관심사니까요.




*이호영

한국교원대학교와 서울대학교에서 화학교육을 공부했다. 이상한 힘에 이끌려 이야기의 세계에 빠졌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를 더 잘 짓고 싶어 JY 스토리텔링아카데미에서 이야기 쓰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열세 살까지 꼭 알아야 할 35가지 일본』을 함께 썼으며, 첫 번째로 펴내는 청소년 소설 『경성 최고 화신미용실입니다』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되었다.




 
        경성 최고 화신미용실입니다     
      
경성 최고 화신미용실입니다
        
이호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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