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혜의 SF로 재탄생한 붉은 실 설화
원래 <환상문학웹진 거울>에서 싱어송라이터 안예은 님의 노래를 주제로 앤솔로지를 내자는 기획이 있었어요. 저도 참가하고 싶어서 안예은 님의 노래를 접했는데 좋더라고요! 그중에서도 ‘홍연’과 ‘난파’를 모티브로 쓰게 되었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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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혜 저자

운명으로 이어진 인연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붉은 실로 이어져 있다는 설화를 아는가? 고대 중국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이 이야기가 21세기 한국에서 전삼혜의 SF로 재탄생했다. 『위치스 딜리버리』『궤도의 밖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 등으로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 선 청소년들만의 예민한 감수성과 생동을 낯선 세계 속에 그려낸 전삼혜는 『붉은 실 끝의 아이들』에서 비범한 능력을 지녔지만 그것이 외려 외로움과 상처가 된 아이들이 우주의 비극적 운명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예지몽을 꾸는 초능력을 가진 소녀 유리는 어느 날 자신이 초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같은 반 아이에게 들킨다. 그 아이의 이름은 시아. 시아도 초능력을 갖고 있다고 고백한다. 자신이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편 다른 평행우주에서 다섯 명의 ‘유리’가 건너온다. 이들은 유리에게 시아가 지구의 멸망을 초래할 거라는 사실을 알리고 시아를 죽이려 한다. 다섯 명의 또 다른 자신에 맞서 시아를 지키기 위해 유리는 고군분투하지만, 상황은 점차 악화된다. 잔혹한 운명 앞에서 서로를 지키기 위해 걱정하는 두 사람. 각자의 우주에서 반복된 비극적 운명들. 여섯 우주를 잇는, 붉은 실이 자아낸 인연의 이야기(들)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붉은 실 끝의 아이들』은 어떤 소설인가요? 아직 책을 접하지 못한 독자님들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평행우주’와 ‘운명적인 인연’을 모티브로 한 소설입니다. 과학적 사실보다는 ‘서로 다른 존재끼리의 공감’에 초점을 맞춘 청소년 초능력 SF예요. 등장인물 소개도 맨 앞 장에 실어놓았습니다!

이번 작품은 붉은 실 설화를 재해석한 SF소설이라고 들었습니다. 집필의 동기가 된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원래 <환상문학웹진 거울>에서 싱어송라이터 안예은 님의 노래를 주제로 앤솔로지를 내자는 기획이 있었어요. 저도 참가하고 싶어서 안예은 님의 노래를 접했는데 좋더라고요! 그중에서도 ‘홍연’과 ‘난파’를 모티브로 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긴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어요.

평행우주를 건너온 ‘유리’들에 대한 설정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같은 지구이지만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던 유리들은 그에 맞춰 개성 있는 생김새와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렇게 다채로운 ‘유리’들의 설정과 그들만의 이야기는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나요?

‘평행우주의 나는 ‘여기’의 나와 같을까, 다를까’ 하는 건 세월호 이야기를 다룬 단편 「세컨드 칠드런」을 쓸 때부터 하던 고민이에요. 같은 것도 써보고 다른 것도 써보자 했는데 여긴 ‘다른’ 우주인 거네요. 초능력도 굉장히 좋아하는 주제인데, 사실 모든 초능력이 맘만 먹으면 악용도 가능하고 기상천외한 데 쓸 수도 있다는 걸 SNS 인기 글들 보면서 느꼈어요. 그럼 얘네가 한자리에 모이면? 왜 모이지? 모여서 뭐 하지? 그때부터는 스스로 불러온 이야기에 짓눌리는 겁니다…….

걱정하면 걱정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시아의 능력이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걱정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무척 부러울 법한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메시지를 담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아…… 이건 사실 보안 사고와 현재 팬데믹에 대한 역설이 좀 섞여 있어요. 보안팀이 일을 잘하면 사람들은 ‘보안 공격도 없는데 보안팀은 왜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또 보안 사고가 터지면 ‘보안팀은 뭐 했냐’고 하고. 사실 우리나라 팬데믹도 ‘이렇게 감염자가 치솟는데 보건 의료는 뭐 했냐’고 할 게 아니라 ‘그나마 총대비를 해서 이 정도인 거잖아요!’라고 소리치고 싶을 때가 있어요. 시아가 걱정하지 않으면 일어날 수많은 일은 시아가 필사적으로 쌓은 방어벽으로 막는 것에 가깝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붉은 실 끝의 아이들』의 주인공인 유리와 시아가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 처절하게 발버둥 치는 모습이 그려지는데요. 아직 어린 주인공들에게 주어진 시련을 보면서 내내 마음이 아팠습니다. 왜 어린 나이인 두 인물에게 이런 비극적인 운명이 주어진 걸까요?

이 소설의 처음 기획 의도는 ‘코스믹 호러’였어요. 저는 청소년 독자들에게 ‘잠시의 희망’을 주는 걸 좋아하는데, 호러의 희망은 ‘나에게는 저런 일 안 일어날 거야’뿐이잖아요……. 등장 인물들에게는 정말 정말 미안하지만 장르상 저는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들의 죄는 제 소설에 뛰어들었다는 게 전부예요.

등단하실 때부터 작품에서 아이와 어른 중간에 위치한 청소년을 비롯해 경계에선 인물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다뤄 오셨는데요. 특히 경계에 서 있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집필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저도 어떤 부분에선 경계선 위 인간이에요. 일단 10년 넘게 중증우울증 진단을 받고도 직장을 다니고, 약도 잘 먹어요, 근데 이 경계선이라는 게 어떨 때는 두 발 다 딛고도 남고, 어떨 때는 바늘 끝 같고 그래요. 그래서 책으로라도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발 디딘 자리가 좁아도 넓어도 책은 언제나 거기 있으니까.

독자들에게 『붉은 실 끝의 아이들』이 어떤 책으로 기억되기를 바라시나요?

책을 읽고 ‘아니,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어요’라고 해주셨던 반응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한편으론 ‘몰래 읽는 책’이 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네요. 부모님이 사주지 않아서 내 돈 모아 사는 그런 이른바 ‘부모님께는 금지된 책, 나에겐 금싸라기 책’이요. 그리고 표지가 예쁜 책.




*전삼혜

1987년 서울에서 태어나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걷다가 보니 어른이 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인 2004년에 덜컥 '마비노기'를 깔았다가 많은 게 변한 사람. 게임 팬픽을 공식 카페에 연재하다 지망 대학을 정했다. 2016년부터 게임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또 청소년 SF의 길을 힘차게 달리고 있다. 목표는 ‘한국 청소년들이 한국 SF를 더 많이 접하게 하는 것’.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SFWUK) 2기 부대표이며, 2010년부터 겸업 작가 생활을 충실히 유지하고 있다. 전직 판교의 등대지기. 아메리카노를 물처럼 마시며 노동 중.



붉은 실 끝의 아이들
붉은 실 끝의 아이들
전삼혜 저
퍼플레인(갈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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