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목정원 “느린 호흡으로 흘러가는 책읽기”

공연예술이론가 목정원의 서재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저는 책을 아주 느리게, 아주 조금만 읽는데요. 제 호흡대로 마음껏 느릴 수 있어서 책 읽는 시간이 소중합니다. (2022.03.17)


공연예술이론가 목정원은 여러 대학에서 공연예술이론 및 예술학 일반을 가르치며, 변호하고 싶은 아름다움을 만났을 때 비평을 쓴다. 가끔 사진을 찍고 노래 부른다.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은 프랑스에서 그가 만난 아름다운 예술과 사람들, 사라진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비평 에세이다.


책의 재미를 느꼈던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지금도 책의 재미를 느끼는 것을 전제로 한 질문 같아 답변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저는 주로 고통을 주제로 삼는 동시대 예술에 관한 연구를 하는데요. 독서 역시 연구의 일환으로 이루어질 때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책이란 제게 이완을 돕기보단 긴장을 주는 매체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책 읽기를 그다지 즐겨하지 않습니다. 도리어 이완이 필요할 때는 오락을 하거나 요리를 해요. 독서가 재미있던 순간은 어릴 때 완결을 기다렸다 한꺼번에 빌려와 쌓아 놓고 엎드려 만화책을 보던 날들에 귀하게 두고 온 것 같습니다.

책 읽는 시간은 작가님께 왜 소중한가요?

물론 공부하듯 책을 읽을 때에도 빛나는 순간들은 있습니다. 좋아하는 철학자의 한 문장에 그의 우주가 담겨 있는 것을 느낄 때, 그 우주가 너무 아프고 아름다울 때 큰 숨을 내쉬며 책장을 덮고 가만히 있곤 해요. 그럴 때 창 밖으로 녹음이 가득하면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저는 책을 아주 느리게, 아주 조금만 읽는데요. 제 호흡대로 마음껏 느릴 수 있어서 책 읽는 시간이 소중합니다. (반면 어느 순간 사유를 무화시키고 그저 흠뻑 빠져들게 만드는 픽션들로 도피하는 시간 역시 드물고 소중합니다. 오늘 추천드릴 다섯 권의 책은 그런 것들 중에 골라보았어요.)

요즘 작가님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어쩔 수 없이 고통에 관한 것들입니다. 가령 동물들과 전쟁들이요. 근자에 여유가 생긴다면 바버라 J. 킹의 『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와 올가 토카르추크의 『태고의 시간들』을 읽으려 합니다.

최근작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대체로 많은 순간에 독자가 아니지만 거의 언제나 관객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을 따라 한 편의 공연처럼 삶이 우리를 지나가고 있으니까요.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은 그 삶을, 세계를 바라보는 한 시선의 이야기입니다. 지금 여러분을 지나가는 것들이 부디 빛나기를, 잘 전송하시기를, 언제 어디서든 슬프고 아름다운 관객으로 살아가시기를 빕니다.



『체호프 희곡 전집』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저 | 김규종 역 | 시공사


체호프 희곡 전집
체호프 희곡 전집
안톤 체호프 저 | 김규종 역
시공사


등장인물 소개 페이지에 손가락을 끼워놓고 낯선 이름이 나올 때마다 재차 들추다 보면 그 이름들이 어느덧 각자의 생을 갖고 뼈아픈 존재들로 현현함이 즐겁습니다. 저는 체호프를 너무 좋아해서 제발 누가 체호프를 공연해달라고 언제나 빌며 삽니다.



『구경꾼들』

윤성희 저 | 문학동네


구경꾼들
구경꾼들
윤성희 저
문학동네


윤성희 작가의 문체를 정말 좋아합니다. 숨막히게 흘러가는 생들이 얽히는데 그 얽힌 틈새로 빛이 들어요. 무심한 듯 담담하지만 마음에 구멍이 뚫립니다. 프랑스로 유학 갈 때 짐에 넣어갔던, 언제나 곁에 두고 싶던 사랑하는 한글 문장이에요.



『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저 | 한겨레출판


나의 아름다운 정원
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저
한겨레출판


난독증을 가진 소년 동구의 이야기입니다. 역사의 질곡이 지나가는 동안 오직 자신이 지닌 선함으로 동그랗게 빛을 밝히는. 훗날 심윤경 작가는 동구에게 짐을 지운 것에 미안해하며 착하지 않아도 되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설이』를 쓰기도 했지요. 그렇지만 저는 세상에 너무 선한 것보다 더 아름답고 아린 것을 아직 알지 못합니다.



『태어난 아이』

사노 요코 글·그림 | 황진희 역 | 거북이북스


태어난 아이
태어난 아이
사노 요코 글그림 | 황진희 역
거북이북스


태어나고 싶지 않아서 태어나지 않았던 아이가 끝내 태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태어나지 않으면 세상의 모든 일들이 아무렇지 않겠지만, 아이는 태어나 모기에 물리기를, 넘어져 다친 뒤 사랑하는 이가 붙여준 반창고를 자랑스레 간직하기를 선택합니다. 이토록 아픈 세상에서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의 의미를 더듬어보는 요즘인데요.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우리 눈사람』

M.B.고프스타인 글·그림 | 이수지 역 | 미디어창비


우리 눈사람
우리 눈사람
M. B. 고프스타인 글그림 | 이수지 역
미디어창비


“저 눈사람 만들지 말걸.” 고대하던 눈사람을 만들어 창밖에 놓아둔 아이들이 그의 외로움을 염려해 회한을 느낍니다. 누군가의 회한은 제가 가장 슬퍼하는 감정 중 하나에요. 그러나 아이들은 이를 든든하게 극복해내지요. 그때의 몸짓들이 지극히 단순하고도 너무나 섬세한 그림 속에 따스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한 장 한 장 경이롭게 보았어요.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 영화, 공연, 음악, 미술, 대중문화, 여행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오늘의 책

수학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엄마표 유아수학 공부

국내 최대 유아수학 커뮤니티 '달콤수학 프로젝트'를 이끄는 꿀쌤의 첫 책! '보고 만지는 경험'과 '엄마의 발문'을 통해 체계적인 유아수학 로드맵을 제시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수학 활동을 따라하다보면 어느새 우리 아이도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것이다.

나를 바꾸는 사소함의 힘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열심히 살아도 제자리인 시대. 불안과 번아웃이 일상인 이들에게 사소한 습관으로 회복하는 21가지 방법을 담았다. 100미터 구간을 2-3분 이내로 걷는 마이크로 산책부터 하루 한 장 필사, 독서 등 간단한 습관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내 모습을 느끼시길.

지금이 바로, 경제 교육 골든타임

80만 독자들이 선택한 『돈의 속성』이 어린이들을 위한 경제 금융 동화로 돌아왔다. 돈의 기본적인 ‘쓰임’과 ‘역할’부터 책상 서랍 정리하기, 용돈 기입장 쓰기까지, 어린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로 자연스럽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키울 수 있다.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야

저마다 삶의 궤적이 조금씩 다르지만 인간은 비슷한 생애 주기를 거친다. 미숙한 유아동기와 질풍노동의 청년기를 거쳐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늙어간다. 이를 관장하는 건 호르몬. 이 책은 시기별 중요한 호르몬을 설명하고 비만과 우울, 노화에 맞서는 법도 함께 공개한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