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그림책작가 정진호 "독서는 타인의 선의를 확인하는 순간"

그림책작가 정진호의 서재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책은 인류가 쌓아온 거대한 선의의 집합체입니다. 저는 그래서 항상 고마움을 느끼며 책을 읽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걸, 이토록 손쉽게 읽어도 되는지 놀라기도 하면서요. (2022.05.24)


‘이야기가 담긴 집을 꿈꾸며 건축을 공부했고, 지금은 책 속에 이야기 집을 짓고 있는’ 정진호 작가는 첫 그림책 『위를 봐요!』로 ‘2015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상을 수상했다. 이어서 2018년에 『벽』으로 두 번째 라가치상을 받았다. 또한 『부엉이』로 ‘한국안데르센상’ 미술 부문 우수상을, 『벽』으로 ‘황금도깨비상’을 받았다. 이들 작품과 함께 『별과 나』『나랑 놀자』『여우 씨의 새 집 만들기』를 쓰고 그렸다. 그린 책으로 『노란 장화』『루루 사냥꾼』『투명 나무』『작은 연못』 등이 있다.


책의 재미를 느꼈던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저는 두 살 때 오른손에 화상을 입었습니다. 그 사고로 중지와 약지의 피부가 녹아버렸죠. 성장기 동안 여러 차례 피부이식수술을 받았고, 어린 시절의 많은 시간을 병원에서 보냈습니다. 여섯 살 때 세 번째 수술을 받았는데, 당시 제가 입원했던 병원 한 구석에는 그림책을 모아둔 작은 서랍장이 있었습니다. 이미 닳고 닳은 책들이었지만 책 속 그림들은 절 생생한 상상의 세계로 데려갔습니다. 그 구석에서 처음으로 책에 재미를 느끼게 됐습니다.

책 읽는 시간은 작가님께 왜 소중한가요?

제게 책 읽는 시간은 타인의 선의를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가끔 아무 이유도 없이 자신이 애써 모은 걸 나눠주고 싶어합니다. 책 속에 담기는 건 누군가 평생 모아온 지식일 수도 있고, 또 자신만 즐길 수도 있었던 특별한 환상일 수도 있죠. 책을 쓴다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지식을 글로 남기고, 상상을 문장으로 옮깁니다. 이 관점에서 보자면 책은 인류가 쌓아온 거대한 선의의 집합체입니다. 저는 그래서 항상 고마움을 느끼며 책을 읽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걸, 이토록 손쉽게 읽어도 되는지 놀라기도 하면서요.

요즘 작가님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요즘 동시에 푹 빠져있습니다. 동시는 의미뿐 아니라 이미지로도, 소리로도 읽어볼 수 있거든요. 단어의 나열이 어떤 그림을 만들고, 소리를 떠올리게 한다는 게 너무 신기합니다. 최근 이안 시인의 동시집 『기뻐의 비밀』을 선물 받았는데, 매일 조금씩 아껴가며 읽고 있습니다. 다 읽으면 아쉬워서 어쩌지 벌써 고민이 됩니다.

최근작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최근 4년 만에 『심장 소리』라는 창작 그림책을 출간했습니다. 결말을 많이 고민했던 책이라 출간이 늦어지고 말았습니다. 『심장 소리』에는 달리는 아이가 등장합니다. 아이는 책 끝까지 달려가고 나서야 자신이 달렸던 이유를 알려줍니다. 우리는 끝까지 가봐야 합니다. 느리든 빠르든, 자기만의 속도로요. 그 끝에서 왜 우리가 여기까지 닿았는지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4년 만에 책을 실물로 받아보고 나서 저도 겨우 한 바퀴를 끝까지 달렸단 생각을 했습니다. 어디선가 자기만의 달리기를 하고 있을 독자들을 응원합니다. 


『침대와 책』 

정혜윤 저 | 웅진지식하우스


침대와 책
침대와 책
정혜윤 저
웅진지식하우스


책을 읽게 하는 책. 저는 이 책을 매력적인 책을 찾아내는 지도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지각대장 존』 

존 버닝햄 글·그림 | 비룡소


지각대장 존
지각대장 존
존 버닝햄 저 | 박상희 역
비룡소


그림책을 항상 새로운 눈으로 본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려준 책. 100번도 넘게 읽었지만 여전히 새로운 걸 발견하게 됩니다. 



『손바닥 동시』 

유강희 글 / 가애 그림 | 창비


손바닥 동시
손바닥 동시
유강희 글 | 정가애 그림
창비


손바닥만 시에 담긴 바다 같은 상상력. 손에 새기고 싶은 시들이 가득 들어있는 동시집입니다. 



『보이지 않는 도시들』 

이탈로 칼비노 저 / 이현경 역 | 민음사


보이지 않는 도시들
보이지 않는 도시들
이탈로 칼비노 저 | 이현경 역
민음사


쿠빌라이 칸의 질문과 마르코 폴로의 대답만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를 몇 십 개나 지어낸 위대한 건축가의 책. 



『우주로부터의 귀환』 

다치바나 다카시 저 / 전현희 역 | 청어람미디어


우주로부터의 귀환
우주로부터의 귀환
다치바나 다카시 저 | 전현희 역
청어람미디어


우주비행사를 인터뷰한다는 흥미로운 기획, 섬세한 묘사. 비록 과거형이 된 우주탐사 이야기지만 그 속에 담긴 진수는 우주가 아닌 사람에 대한 통찰.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 영화, 공연, 음악, 미술, 대중문화, 여행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오늘의 책

수많은 사랑의 사건들에 관하여

청춘이란 단어와 가장 가까운 시인 이병률의 일곱번째 시집. 이번 신작은 ‘생의 암호’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사랑에 관한 단상이다. 언어화되기 전, 시제조차 결정할 수 없는 사랑의 사건을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아름답고 처연한 봄, 시인의 고백에 기대어 소란한 나의 마음을 살펴보시기를.

청춘의 거울, 정영욱의 단단한 위로

70만 독자의 마음을 해석해준 에세이스트 정영욱의 신작. 관계와 자존감에 대한 불안을 짚어내며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결국 현명한 선택임을 일깨운다. 청춘앓이를 겪고 있는 모든 이에게, 결국 해내면 그만이라는 마음을 전하는 작가의 문장들을 마주해보자.

내 마음을 좀먹는 질투를 날려 버려!

어린이가 지닌 마음의 힘을 믿는 유설화 작가의 <장갑 초등학교> 시리즈 신작! 장갑 초등학교에 새로 전학 온 발가락 양말! 야구 장갑은 운동을 좋아하는 발가락 양말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호감은 곧 질투로 바뀌게 된다. 과연 야구 장갑은 질투심을 떨쳐 버리고, 발가락 양말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위기는 최고의 기회다!

『내일의 부』, 『부의 체인저』로 남다른 통찰과 새로운 투자 매뉴얼을 전한 조던 김장섭의 신간이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며 찾아오는 위기와 기회를 중심으로 저자만의 새로운 투자 해법을 담았다.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 삼아 부의 길로 들어서는 조던식 매뉴얼을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