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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좋은 소설가 '최정화', 둘이라서 행복한 에세이스트 '일이' 인터뷰

『같이의 세계』 최정화, 일이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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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든 같이 살든 부디 사람을, 사랑을 바라보시길 바랍니다. 그렇다면 고민과 두려움은 어느샌가 해결되어 있을 거예요. (2022.08.19)

(왼쪽부터) 최정화 소설가, 일이 작가

혼자는 외롭고 둘은 성가셔서 1.5로 살아갈 수는 없나 궁리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결혼을 해도 방은 따로 쓰고 싶다거나 여유만 있다면 옆집에서 나란히 사는 것도 괜찮다고. 그럴 거면 그냥 혼자 살라고들 하지만 그러기엔 왠지 불안하다. 

갈팡질팡하는 이런 마음을 읽어 내기라도 한 듯 혼자가 좋은 소설가와 둘이 좋은 에세이스트가 만나 한 권의 에세이, 『같이의 세계』를 출간했다. 혼자의 삶도, 둘의 삶도 꽤 괜찮다며 주고받던 그들의 교환 일기는 어느덧 이런 쟁점 자체를 무력하게 만들어 버린다. 결국 혼자만 사는 사람도 둘만 사는 사람도 없이 우리는 모두 같이 살아가고 있다고. 그들이 살고 있는, 아니 어쩌면 우리도 살고 있을 '같이의 세계'를 만나 보자.



서로에 대해서 잘 모르는 상태에서 '글로 만난 사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두 분이 함께 글을 쓰시게 된 건지 궁금해요.

최정화 : 우리는 중매로 만났습니다.(웃음) 니들북의 <삐(BB)> 시리즈에서 저는 탈코르셋 에세이를, 일이 님은 비건 에세이를 출간했어요. 두 번째 작업을 시작하는 시기가 비슷했는데, 편집자님께서 출간 시기도 비슷할 테니 두 권의 책을 독자들에게 함께 소개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제가 좀 더 그 계획을 발전시켜도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니 편집자님께서 맺어 주신 인연이라고 해야 하겠죠. 전작에 대한 호감도 작용했고, 당시에 제가 좀 외롭기도 했고요.

일이 : 비건에 관한 에세이를 탈고한 이후, 다음 글의 주제를 무엇으로 잡을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럼에도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조언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무작정 편집자님께 전화를 했어요. 그러고 보니 이 연락이 계기가 된 듯하네요. 편집자님의 추천으로 만났어요. 그 당시 최정화 작가님께서 신작을 준비하고 계셨는데, 그 자리에 제가 스윽 들어갔습니다.

글을 주고받으며 쓰는 작업은 혼자 쓰실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일 것 같아요. 주로 혼자 작업하시다가 같이 작업해 보시니 어떠셨어요?

일이 : 누군가로부터 글을 받고 또 그 글을 이어 저의 이야기를 쓰는 것. 낯선 듯 익숙한 듯 이 감각은 어린 시절 우리를 설레게 했던 누군가의 편지와 닮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내와 편지를 주고받았던 때도 새록새록 생각나기도 했고요. 이런 감성적인 부분을 배제한다고 해도 유의미한 작업이었어요. 혼자 글을 쓸 땐 나름의 준비가 있습니다. 이야기의 전반적인 흐름을 구성해 놓은 상태에서 글을 쓰는 것에 반해 이번 작업은 그렇지 않았어요. 어떤 글이 올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으니까요. 이는 곧 다가올 제 감정이 불명확하다는 말이기도 했죠. 글을 받고 흥분했던 적도 있고, 또 어떨 때는 몇 번인가 곱씹어 읽은 적도 있어요. 이 불확실성으로 인해 혼자 작업할 때보다 어떤 생동감 같은 것이 늘 있었어요.

최정화 : 10년 넘게 혼자 작업을 하다 보니 혼자에 익숙해져 있는 상황이었어요. 휴대 전화의 배터리 부족을 알려주는 이모티콘처럼 사회성이 바닥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누군가와 같이 책을 쓴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됐어요. 게다가 '일이'님은 깜짝 놀랄 정도로 따뜻한 분이셔서 글을 주고받는 동안 제가 달라졌어요. 실제로 전 좀 드라이한 사람인데, 이제 안부를 묻거나 다정한 말도 한마디 정도는 하게 되었습니다. 쓰는 동안 작업을 한다기보다는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서로의 마음이 전해지는 글들을 주고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에 걸려 작업을 중단했을 때도 이 책의 작업만은 지속했답니다.

각각 1인가구, 2인가구로 지내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지내시면서 1인가구라서, 2인가구라서 참 다행이다, 행복하다고 느꼈던 순간을 하나만 꼽아 주실 수 있나요?

최정화 : 10년이 훌쩍 넘었어요. 1인 가구라서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사실 없어요. 고양이와, 또 식물들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저는 대가족이라고 느끼면서 살고 있습니다. 어제도 전 새벽 3시에 깨서 영문을 알 수 없는 동거묘의 시달림을 받고 이유도 정확히 알지는 못하는 상태에서 미안하다고 사과한 뒤에야 다시 침대로 돌아갈 수 있었으니까요. 지금도 '먼지'(동거묘)는 등 뒤에서 글을 쓰는 저를 감시하고 있어요. 제가 글을 쓰는 걸 싫어하거든요. 제가 전화하는 것도 싫어해서 주로 통화는 밖에서 하려고 노력하고 춤도 금지당했습니다. 상상하시는 1인 가구의 자유로움 같은 건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먼지에게만 관심을 쏟았다가는 열 명이 넘는 식물들이 시들시들해져 있어요.

일이 : 만 8년이 되었네요.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순간과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이 저에겐 교차점입니다. 서로 맞닿아 있어요.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더 없이 행복하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찾아오거든요. 하나만 꼽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저에겐 모두 다 소중한 시간입니다만, 그럼에도 굳이 이야기를 하자면 지극히 일상적이고 늘 반복되는 어느 찰나입니다. 밥을 먹다가도 불쑥, 소파에 기대어 잠이든 아내를 바라보다 문득, 커피를 마시다가도 불쑥, 손을 잡고 산책을 하다가도 문득, 아내와 조잘조잘 쓸데없는 농담을 하다가도 불쑥... 더 없는 행복과 안도를 느끼곤 합니다. 특히,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해도 뭔가 서로 통했다는 느낌을 받을 때면 행복감을 넘어 묘한 쾌감도 느끼곤 해요.

그럼 반대로 힘들었던 순간은 없으셨나요? 1인 가구라서 외롭다거나 2인 가구라서 내가 희생과 포기를 해야 할 때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럴 때는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최정화 : 에세이에도 썼는데 아플 때예요. 아프면 대신 집안일을 해 줄 사람이 없으니까. 먼지의 마음을 정확히 알고 싶은데 먼지가 말을 못한다는 것이 좀 아쉽고요.

일이 : 힘들었던 순간도 물론 있었어요. 4년 전쯤이었던 것 같아요. 질문처럼 그때 딱 둘 중 누군가가 희생 혹은 포기를 해야만 다툼이 종료될 것 같은 분위기였죠. 그전까지만 해도 서로 양보를 잘해서 문제가 없었는데 그때만큼은 냉전 상태가 꽤 오래 지속됐어요. 다툰 마음을 다음 날로 이월시키지 말자는 게 저희끼리의 약속이었는데, 이게 깨져 버릴 정도로 제법 심각했죠. 

감사하게도 누구의 희생이나 포기 없이 잘 극복했습니다. 그때 깨달은 게 있습니다. '희생'과 '포기'는 자기주장이나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울 때 사용하는 단어라는 거요. 상대방을 온전히 이해하고 인정하고 덧붙여 사랑한다면 희생한다는, 포기한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어떤 이유나 조건 없이도 포용할 수 있게 되죠. 물론, 누군가의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사랑하는 사람이니까요. 사랑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서로의 일상을 엿보며 잠깐이나마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은 없으세요?

일이 : 저는 혼자서 무엇이든 잘 못하는 타입의 사람입니다. 다행히 저는 혼자가 아닌 삶을 살고 있기도 하고, 지금의 일상에 부족함 없이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엔 다른 누군가의 하루하루를 부러워하는 일이 그다지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혼자 살고 있다면 작가님처럼 평온한 삶을 유지하며 잘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아마 저 같은 사람은 절대 그러지 못했을 것입니다. 정말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정화 : 책을 읽어 보면 아시겠지만 일이 님은 아내에 대한 사랑이 넘치고 배려를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사실 전 어떤 인간 존재와 일이 님이 말씀하신 것 같은 같은 사랑을 해 본 적이 없어요. 먹어 보지 않은 맛을 설명할 수는 없으니, 상상을 해 보자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책 속에서 같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가 집에서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그 외의 사람들과 생명들로도 확장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가님들이 생각하는 '같이의 세계'는 어떤 세계인가요?

일이 : 이미 우리는 '같이의 세계'에 속해 있죠. 제각각 존재하지만 결국 '같이'일 수밖에 없는, 그래야만 존재의 이유가 선명해진다고 생각해요. 간단한 예로, 지금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들도 누군가의 수고로부터 시작된 결과물들을 이용하고 있는 것처럼요. 제가 생각하는 더 이상적인 '같이의 세계'는 평화와 사랑이 깃든 세계입니다. 가슴이 훈훈해지는 뉴스, 인류애가 넘쳐나는 뉴스가 희소한 것이 아닌, 너무 흔한 나머지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는 그런 세계요. 

최정화 : 맞아요. 저는 매 순간 비인간 존재들과 함께 사는 삶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어떤 형태로 어떤 구성원과 살든 혼자 사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동물이나 식물은 물론이고요. 집이나 사물에게도 영혼이 있지 않을까요? 숨 쉰다는 것 자체가 혼자서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는 뜻이라던데요. 각자가 자기에게 알맞은 자리를 찾고 주변의 존재들과 조화를 이루는 것, 그게 '같이의 세계'일 거예요.

혼자 사는 것, 또는 같이 사는 것을 두고 고민하거나 두려워하는 독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 주세요.

최정화 : 당신이 만약 1인 가구를 꾸려 가실 계획이라면, 자유로워지기보다는 더 책임감이 강해질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물론 저는 지난주에도 울었습니다만, 그만큼 마음은 더 단단해지고 성숙해졌답니다. 혼자든 둘이든 셋이든 목적지나 형태를 고민하기보다 매일매일 그 순간에 충실하다면 어느새 자기 옆에 가장 자신과 어울리는 어떤 존재와 함께일 거예요. '산다'는 건 언제나 '같이 산다'는 것이죠.

일이 : 혼자 살든 같이 살든 부디 사람을, 사랑을 바라보시길 바랍니다. 그렇다면 고민과 두려움은 어느샌가 해결되어 있을 거예요.



*최정화

1979년 인천에서 태어났고, 사랑하는 고양이와 식물들과 함께 살고 있다.
 


*일이

1980년 부산에서 태어났고, 그림 그리는 아내와 둘이 살고 있다. 글을 쓰며 자신을 알아가는 중이다.




같이의 세계
같이의 세계
최정화,일이 저 | 키미 그림
니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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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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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화>,<일이> 저/<키미> 그림13,32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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