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삶을 훔치고 싶은 사람 눈에만 보이는 식당
새벽 6시 6분 6초, 카피캣 식당에 찾아드는 많은 이들도 저마다 누군가의 삶을 욕망하지만 마지막 선택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향한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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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독창적이고 위트 있는 스토리와 인물을 그려 내 문단과 대중의 주목을 받아 온 범유진 작가가 판타지 소설로 돌아왔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봄'이라는 계절. 그러나 모두 같은 마음으로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잎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새벽 6시 6분 6초, 카피캣 식당에 찾아드는 많은 이들도 저마다 누군가의 삶을 욕망하지만 마지막 선택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향한다. 범유진 작가의 신작 『카피캣 식당』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신비로운 판타지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흥미롭고도 날카롭게 벼려진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진다.

'내 앞에 카피캣 식당이 모습을 드러낸다면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역사 소설부터 SF, 스릴러 그리고 판타지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하고 계세요.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실 때 보통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곤 하시나요?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콕 집어서 말하기는 힘드네요. 일상을 보내며 쌓아 놓은 것을 필요할 때에 푹 퍼내어 쓴다는 느낌입니다. 적금 같은 거지요. 인풋이 없으면 아웃풋도 없구나, 하고 통렬하게 느낄 때가 많습니다.

'카피캣 식당'이라는 공간은 어떻게 구상하신 건가요? 작품을 쓰게 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SNS를 주로 구독용으로 쓰는데, 구독 중이던 계정 하나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어요. 타인의 사진을 퍼와서 본인인 척 업로드를 했던 게 발각되어서 이른바 계정 폭파를 한 거죠. 그 계정, 그렇게 대형계도 아니었고 딱히 수익 창출과 이어지는 부분도 없었습니다. 연예인인 척 계정을 만들어서 사기를 치려 한다거나, 타인의 신분을 도용해 범죄를 저지르거나 하는 케이스는 실질적인 이득이 있잖아요. 하지만 저런 식으로, SNS에서 타인의 삶을 도용하는 경우는 실질적인 이득이 없는 케이스가 상당히 있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건 대체 뭐였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카피캣 식당'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소설 안의 등장인물들은 충실하게 실질적인 이득을 위해 움직이지만요. 식당으로 설정을 한 건, 음식에는 기억이 깃든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행의 추억을 되짚을 때도, 그곳에서 먹었던 밥을 제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거든요.

작품 속에 타인의 삶을 동경하고 나아가 그의 삶과 자신의 삶을 맞바꾸고자 하는 인물들이 여럿 나오는데요. 작가님은 닮고 싶은 또는 동경하는 누군가가 있으신가요?

소설 『비밀의 화원』에 오렌지 이야기가 나옵니다. 세계는 오렌지 모양으로 생겼다는 선생님의 말에, 수잔 소어비가 오렌지를 통째로 가질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걸 알아 버렸다는 대목입니다. 어렸을 때 이 대목을 읽고 오렌지를 통째로 가지는 것도 무리이고 딸기가 오렌지가 되는 것도 무리지,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람을 동경의 대상으로 삼아 본 적은 없습니다. 누군가의 성실함이 멋있다고 인식하면 '나도 좀 더 성실해져야지' 여기서 끝나지, 그 사람을 닮고 싶다는 쪽으로는 생각의 방향이 나아가지 않습니다. 타인의 전부를 알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밖에서는 성실한 회사원이 집에서는 아동 폭행범일수도 있습니다. 세상 낙천적으로 보이는 사람이 밤마다 울고 있을지도 모르는 거고요. 어디까지나 개인 성향입니다. 누군가를 동경하고, 닮고 싶어 하는 것으로 개인의 발전을 이루어 나가는 사람들을 부정하는 게 아니에요. 단지 제가 사람이라면 누구든 부정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는 인식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 보니 그런 성향이 되었을 뿐입니다.

'영혼의 레시피'를 통해 타인의 삶을 카피한다는 설정이 독특하고 흥미롭습니다. 작가님만의 '영혼의 레시피'는 무엇인가요?

'죽기 전에 다시 한번 먹고 싶은 음식'으로 고민해 보면 소프트콘입니다.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친구들과 함께 먹었던, 패스트푸드 점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이요.



정현아, 변만진, 정기상, 김수아, 최진혁, 서바다 그리고 주비단까지 자신의 욕망을 향해 나아가는 캐릭터들을 생생하게 그려내셨어요. 독자 분들 역시 각각의 인물에 공감하기도 하고 때로는 고개를 내저으며 즐겁게 작품을 읽어 나가실 텐데요. 다섯 명의 캐릭터 중 작가님이 가장 몰입했던 캐릭터가 있으시다면 누구일까요? 그 이유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쓰면서 캐릭터에 이입하는 타입이 아닌지라 딱히 없습니다. 현아같은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남의 행복을 바라는 것도 자기 자신의 이기심일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면이 좋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불행해도 봄은 죄가 없다 말하는 인물과 불행을 봄의 탓으로 돌리는 인물'에 대해 짧게 언급하셨어요. 두 인물 사이의 차이는 어디에서 온다고 생각하시나요?

나를 가엾게 여길 줄 아는 사람과, 나만 가엾다 여기는 사람의 차이가 아닐까요. 나를 가엾게 여기 줄 아는 건 중요한 일입니다. 나는 절대 가엾지 않다, 힘들지 않다 부득부득 버티는 건 위험하거든요. 하지만 나만 가엾게 여기는 사람이 되면, 그때부터는 길거리에서 문득 꽃을 봐도 아름답다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되겠죠. 나는 꽃보다도 관심을 못 받아, 라는 자기 연민에 빠지느라 바쁠 테니까요.

다가오는 봄을 기다리며, 독자 분들께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내일의 봄은 오늘보다 조금 더 따뜻하겠지요. 모든 계절에 작은 행복이 깃들기를 바라봅니다. 또 다른 계절에 또다시 만나요.



*범유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하루를 위로하는 초콜릿 같은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란다.




카피캣 식당
카피캣 식당
범유진 저
&(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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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