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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꾸는 기후

『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 이동민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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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와 '지리'라는 무대를 배경으로, 대륙과 시대를 누비며 펼쳐지는 세계사의 드라마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가 마주한 오늘날의 위기에 봉착한다. (2023.04.19)

이동민 교수

『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는 '기후'라는 렌즈를 통해 인류 역사를 다시 들여다본다. 인류의 시간 전체를 아우르고 지구 공간 전역을 훑어가는 지리학자만의 드넓고도 촘촘한 시선으로, 세계사 구석구석에서 문명의 운명을 이끈 기후의 힘을 조명한다. '기후'와 '지리'라는 무대를 배경으로, 대륙과 시대를 누비며 펼쳐지는 세계사의 드라마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가 마주한 오늘날의 위기에 봉착한다. 역사를 다시 읽으며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내다볼 때, 우리는 오늘의 문제를 좀 더 올바르게 이해하고 내일의 비전을 풍성하게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를 출간하게 된 소감이 어떠신가요?

저자로서 당연히 기쁩니다. 처음에는 관심 분야인 전쟁사를 지리학자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책을 써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책을 점차 구상하면서 지리학의 중요한 내용 영역인 동시에 현대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도전이기도 한 '기후'라는 주제로 문명사를 관통하는 책으로 한층 발전시켰습니다.

가톨릭관동대학교 지리 교육과 교수이자 국제 저명 학술지 <Journal of Geography>의 편집 위원이기도 한 교수님께서 『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를 집필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학위 취득을 한 뒤 강단에서 지리학 강의를 하면서 제가 늘 관심을 두고 있던 전쟁사 이야기를 학생들 앞에서 수시로 했습니다. 애초에 지리학과 역사학이 같은 뿌리에서 나온, 가까운 학문이라 강의할 때 사례로 든 것이었지요. 강의를 하다 보니 전쟁사, 세계사, 문명사를 지리학자의 관점에서 보는 책을 쓸 구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후변화가 전쟁사는 물론 인류 문명사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고, 앞으로의 인류사 역시 기후변화, 기후위기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를 집필한 계기입니다.

세계사를 보는 다양한 관점이 있을 텐데요. 기후로 세계사를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생명체는 물론, 인류 문명 역시 기후 조건이 맞기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지구가 탄생한 지 50억 년이나 지났고 현생인류가 출현한 지도 20만 년이나 지났지만, 인류는 무려 19만 년 동안이나 문명을 이룩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10만 년 전까지 인류는 아프리카 남부를 벗어나지조차 못했지요. 이는 문명을 이룩하기 전의 인류가 어리석거나 무지해서가 아니라, 『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 1부에서도 다룬 바와 같이 문명을 이룩할 기후 조건이 맞지 않아서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2부 내용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것처럼, 인류 문명의 흥망성쇠는 기후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세계사의 흐름은 기후를 떼놓고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한무제, 칭기즈칸, 그리고 <삼국지연의>로 널리 알려진 관우, 장비, 제갈공명 같은 인물들은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위인이고 영웅호걸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역량이 대제국의 건설로 이어졌느냐 아니면 허망한 몰락으로 끝났는가의 차이를 살펴보면, 기후의 변화가 그 기저에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컨대 흔히 말하는 '천명'이라든가 '하늘의 뜻'과 같은 것은 따지고 보면 '기후변화'라고 보아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산업과 경제, 과학 기술의 발달 덕분에 인류가 '기후'라는 하늘의 뜻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은 아닙니다. 3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위적인 기후변화는 인류 문명의 존속 자체를 위협할 기후위기로 대두하고 있습니다. 기후의 변화 속도마저 바꿀 정도로 발달한 인류의 산업과 과학기술은 역설적으로 기후가 인류 문명의 존속에 미칠 영향력을 전근대보다 훨씬 큰 폭으로 키워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후는 인류 문명의 탄생과 발전을 관통해온 핵심 키워드였고, 오늘날의 기후위기는 인류 문명 자체에까지 중대한 위협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역사, 세계사를 기후의 시각에서 다시 읽어야 합니다. 이는 지식이나 교양의 문제 이전에, 현대와 미래를 살아갈 인류의 생존 자체와 직결된 문제이기도 합니다.

책의 1, 2부에서는 기후변화가 문명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친 역사적 사례들을 여러 대륙과 여러 시대를 아우르며 소개해주셨습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례들을 어떻게 선정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인류 문명사의 중대한 전환점으로 작용한 주요 사건들, 그리고 기후변화가 인류사에 주요한 영향을 미친 사례들을 브레인스토밍한 다음, 중요한 사건과 사실 위주로 추리면서 지금과 같은 목차를 꾸릴 수 있었습니다. 1~2부에 나오는 주요 사건 중에는 제가 강단에서 지리학 강의를 하는 지리학자이기에 다룰 수 있었던 내용도 제법 있습니다. 예를 들면 유라시아 스텝 기후와 말(馬) 이야기를 다룬 4장은, 역사지리학 과목과 유럽 지역 연구 과목을 강의하면서 얻은 성찰을 바탕으로 쓸 수 있었습니다. 아프리카의 열대 수렴대를 다룬 6장 역시, 아프리카·호주 지역 연구 과목을 강의해온 경험이 있었기에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실크로드 번성과 유라시아 초원 지대의 말, 흑사병과 중세 유럽 온난기, 몽골 제국 패권과 우기, 세계 안보 문제와 기후위기 등 기후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참 많았습니다. 이 중에서 꼭 읽어보길 추천하는 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8장 중에서도 황건적의 난을 다룬 부분, 명청 교체기를 다룬 12장, 그리고 기후안보를 다룬 17장을 특히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전근대의 기후변화는 후한, 명나라와 같은 대제국조차 무너뜨렸습니다. <삼국지연의>로 잘 알려진 황건적의 난이 일어난 근원은 황건적의 지도자인 장각의 타락이나 흑심, 또는 십상시의 전횡 등과 같은 요인 이전에, 중국에 닥친 한랭화로 인한 농업 생산력 감소와 이에 따른 농촌 공동체와 사회 복지 체제의 붕괴에서 찾아야 합니다. 화약 제국 명나라 역시 청나라의 철갑기병 때문이 아니라, 소빙기로 인해 일어난 이자성의 난 때문에 자멸했지요.

전근대에 자연스럽게 일어난 기후변화가 기근과 민란을 초래하며 대제국을 멸망케 했다면, 오늘날의 기후위기는 선진국의 첨단 기술과 강대국의 정예 군대로도 감당하기 힘든 인류 역사상 미증유의 위기로 대두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대제국을 무너뜨린 전근대의 기후변화, 그리고 세계 평화와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오늘날의 기후위기를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는 오늘날,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기후위기가 돈 문제, 경제 문제 정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임을 정말로 확실하게 인식하고, 그에 맞도록 행동해야 합니다. '분리수거를 열심히 한다.' 이런 수준을 넘어, 의사 결정이나 행동의 최우선 순위를 기후위기에 맞추어야 합니다. 기후위기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거나 외면하는 기업체, 정당, 정치인 등은 앞으로 활동하기 어려울 정도의 사회 분위기가 하루빨리 조성되어야 하고, 국가나 사회, 국제 사회 등의 최우선 의제를 기후위기 대처, 환경 문제 해결에 두어야 합니다. 

제가 무슨 급진주의자여서가 아니라, 그만큼 기후위기 문제가 심각해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경제나 기술 발전을 앞세워 기후위기 문제를 2순위, 3순위로 미뤘다가는 자칫하면 이번 세기가 가기도 전에 경제 활동도 기술 개발도 할 수 없는 끔찍한 세상이 올지도 모릅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환경과 기후위기를 우선순위에 놓고 그에 맞게 행동할 때에야 인류 문명의 지속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보장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를 읽을 독자분들께 한말씀 부탁드려요.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기는 기후위기입니다. 예를 들어 경제 성장이 더디거나 하다못해 둔화하더라도 인류는 생존할 수 있지만, 기후위기가 어느 선을 넘어서면 인류는 생존할 수 없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자연재해가 빈발하고 침수와 사막화가 이어진다면, AI, 정보 통신, 스마트 신기술 등이 아무리 발달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전근대의 기후변화가 대제국의 운명을 갈랐다면, 오늘날의 기후위기는 인류 전체의 생존과 지속가능성이 걸린 인류 역사상 최대의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후가 인류 역사를 어떻게 태동케 했고,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갔는가를 이해해야 하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동민

지리학의 시각으로 전쟁사와 지구사에 대한 글을 쓰는 지리학자. 가톨릭관동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문인협회 정회원이다. 대구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지리 교육 전공으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9년 가톨릭관동대학교에서 우수연구교원 표창을 받았으며, SSCI 등재 국제 저명 학술지 <Journal of Geography> 편집 위원이기도 하다.




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
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
이동민 저
갈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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