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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름 "사이코메트리 연인이 내 모든 감정을 읽어낸다면?"

감성 추리 로맨스 『달빛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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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마음을 당장 선명하게 들여다볼 수 없다고 해도(또는 보기 싫다 해도), 찬찬히 시간을 들여 탐구해야 비로소 그 모양이 어떤지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서정적인 문체와 세상과 관계를 바라보는 다정한 시선이 담긴 이야기로 사랑받는 연여름 작가가 감성 추리 로맨스 『달빛수사』로 돌아왔다. 모든 기억을 읽을 수 있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자 ‘한재은’과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는 변호사 ‘김선우’가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주축으로 사라진 고등학생 ‘이하나’의 행방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흡인력 있게 그려낸 소설이다. 저마다의 상처를 간직한 한재은과 김선우, 두 인물의 애틋한 로맨스가 함께 어우러져 재미를 더한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작년에 출간된 『스피드, 롤, 액션!』에 이어 1년 만에 두 번째 장편 소설로 돌아오셨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스피드, 롤, 액션!』이 작년 11월 출간이었으니 일부러 맞추기라도 한 듯 1년 만이에요. 뭔가 장편 소설의 생일 같은 달이네요. 그간 몇 개의 단편과 중편 작업도 해야 했지만, 아무래도 『달빛수사』 작업으로 가장 분주했다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사실 편집부에서는 『달빛수사』를 올해 2월로 출간을 희망하셨는데, 제가 하반기로 미뤄주십사 부탁을 드렸어요. 교정지를 보고서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다시 써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것도 이미 한 번 다시 쓴 원고였지만... 그래도 또 안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올해의 절반 이상은 『달빛수사』 를 다시 쓰고 고치는 일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최근 작가님의 소설들을 살펴보면 귀신을 보는 능력, 시간 여행자 등 다양한 능력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이번 소설 속 주인공 재은 역시 사이코메트리 능력자인데요, 사이코메트리를 소재로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소설에서 인물 간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다양하잖아요. 외부적으로는 특정한 사건이나 사회상 때문일 수도 있고, 내면적으로는 캐릭터의 성격, 성향 때문이기도 하고요, 거기에 저는 서로 간 정보의 불균형도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많이 알아도 아니면 너무 몰라도 어려운 게 관계 같아요. 그래서 그 균형을 적절히 유지하는 게 이상적인 상태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만일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상대방이 사이코메트리라서 나의 모든 과거와 현재를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심지어 연인이라면? 생각만 해도 그런 관계는 쉽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 쉽지 않음이 로맨스릴러의 ‘스릴러’ 쪽을 잘 담당해 줄 것 같았습니다. (『달빛수사』는 로맨스릴러 공모전 응모작입니다)


소설의 제목인 『달빛수사』, 소설 속에서는 선우가 다니는 회사의 게임이자 사건의 의뢰인 가연이 선우의 수사를 지칭하는 말인데요. 제목을 정하면서 생각하신 다른 숨겨진 의미가 있을까요? 

처음에는 ‘야근’을 은유할 가제가 필요했어요. 아무리 가제라도 파일명을 ‘야근’이라고 해두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제가 소설을 쓰는 작업 자체도 야근인데, 그런 메타적인 상황을 제목으로까지 보면 슬프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제목을 붙인 뒤에 이야기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단어가 되면 좋을 것 같아서 소설 속에 등장하는 게임 이름으로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재은과 선우 모두 내면에 많은 상처를 품고 있는 인물들입니다. 인물들을 설정하고 표현하시면서 까다롭다고 느껴졌거나,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선 재은과 선우 두 사람이 자신들의 과거(상처)에만 지나치게 머물러 있지 않게 하려고 했어요. 사실 원고의 초기 버전이 그랬거든요. 각자의 상처가 너무 짙은 나머지 과거의 아픔에 밀착해 있느라, 현재의 상대방과 교감할 여유가 좀처럼 안 생기는 거예요. 둘의 마음에도 사건 해결에도 진전이 있어야 하는데 자꾸만 더뎌졌어요. 그래서 전체적으로 두 사람의 시선을 각자의 내면에서 바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었어요. 그게 원고를 처음부터 다시 써야 했던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달빛수사』는 사이코메트리라는 판타지성을 가져오기는 했어도 현재 시점의 변호사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야기예요. 그만큼 법률적인 개연성도 간과할 수 없었는데, 전문가가 아닌 제게는 소설적 허용범위에서 그 둘을 접합하는 과정이 큰 과제였어요. 책에서는 분량 상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아도 그럴법함과 정합성의 균형을 찾고자 많은 자료를 읽고 조사하고 재판을 보러 법원도 수시로 방문했습니다. 일단 쓰이는 단어부터 하나하나 다 알아야 했으니까요. 더불어 법조인이신 동료 작가님을 아주 많이 귀찮게 해드렸는데요, 이 자리를 통해 다시 감사드리고 싶어요. 이성탄 작가님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서정이 물씬 느껴지는 장면과 문장으로 독자분들께 작가님 특유의 따스함을 전하고 계십니다. 이번 소설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나 문장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왠지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장면은 재은이 아직 고교생일 때 벼락이(고양이)를 처음 만나던 날의 기억을 묘사한 부분이에요. ‘침묵 속에서 믿음에 관한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이유는 사이코메트리의 힘이 무력한 상태에서 통한 신뢰라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사이코메트리를 주인공으로 한 대부분의 컨텐츠들 속에서는 주인공이 유일무이한 능력자인 경우가 많았던 것 같은데요, 『달빛수사』에서는 사건 해결 말미에 또 다른 사이코메트리가 등장합니다. 이러한 설정을 넣게 된 이유가 있으실까요?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재은이라는 존재에게 근원적인 지지가 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했어요. 비슷한 아픔을 알고 그것을 이해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힘이 될 때가 있잖아요. 

재은에게 사이코메트리의 힘은 능력인 동시에 상처이기도 합니다. 그 힘으로 사건의 실마리는 풀 수 있어도 끊임없이 흔들리는 자기 삶의 균형은 어쩌지를 못 해요. 어른이 된 재은은 이제 그런 상황에 익숙해져 반쯤은 체념 모드로 살아가고, 엄살조차도 모르는 캐릭터라 그게 좀 짠했어요. 물론 소설이 진행될수록 선우와의 관계는 회복해 나가지만, 사이코메트리로서 재은이 지닌 근본적인 외로움은 그와 다른 축의 갈등이니까요. 

다른 하나는 ‘자기의 표지를 읽고 싶어 하는 재은’의 욕망에 대한 대답입니다. (스포일러지만, 사이코메트리끼리는 서로를 읽을 수 없다고 설정했어요) 소설과 달리 현실에서 우리는 타인의 생각이나 마음을 당장 만져 읽을 수 없고, 그건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도 그리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자기 마음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요. ‘내 마음 나도 모른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건 아닐 거예요.

그렇게 자기 마음을 당장 선명하게 들여다볼 수 없다고 해도(또는 보기 싫다 해도), 찬찬히 시간을 들여 탐구해야 비로소 그 모양이 어떤지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달빛수사』의 전체 흐름이 결국은 그 과정이기도 하고요. 유예해두었던, 불투명했던 자기의 내면을 마주하는 일이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이야기를 구상 중이신가요?

현재는 SF 경장편을 작업 중입니다. 모든 종류의 ‘허구’가 불법인 통제사회 이야기고 초고 완성을 곧 앞두고 있어요. 그다음 장편은 유목민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아직 여러 방향으로 구상 중인 단계입니다. 



달빛수사
달빛수사
연여름 저
황금가지



*연여름

2021년 「리시안셔스」로 SF어워드 중단편소설 우수상, 「복도에서 기다릴 테니까」로 제8회 한낙원과학소설상 가작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리시안셔스』, 장편 소설 『스피드, 롤, 액션!』, 중편소설 『2학기 한정 도서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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