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불능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수단, 기후적응
인류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방법을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급격한 변화를 일으킬 결정을 유보하고, 현재에 안주한 채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려 들지 않고 있을 뿐입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4.05.14
작게
크게


봄철의 여유를 느낄 새도 없이 그 어느 때보다 여름이 빨리 찾아오고 있음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기후변화가 정말 피부로 와 닿고 있음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데요. 『2030 기후적응 시대가 온다』는 바로 이 같은 오늘의 현실을 다루면서 ‘기후적응 대책’을 선보이는 책입니다.


저자 김기범 선생님은 <경향신문>의 환경 전문 기자로 2016년 가습기살균제 피해 연속보도 건으로 카이스트에서 주관하는 ‘정문술과학저널리즘’ 대상을 수상하신 바 있습니다. 이번 지면을 통해 기후변화 이슈의 최전선에서 취재해온 저자 선생님의 이야기를 보다 가까이서 들어보고자 합니다.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2030년’이라는 시기란 무엇을 뜻할까요?

2030년은 기후위기 측면에서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시기입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23년 3월 공개한 「제6차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은 전 세계적으로 2019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3%까지 줄여야 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이 보고서는 2030년대 초기에 전 지구 지표면 평균온도 상승폭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넘길 가능성이 40~60%에 달한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폭염과 혹한, 태풍, 가뭄 등 기상 이변이 폭증하는 임계점인 기온 상승폭 1.5도를 넘어서는 시점도 2030년쯤이라는 얘기지요.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골든타임이 겨우 6년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입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으로서 ‘적응’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보통 ‘기후변화 대응’ 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것을 의미하는 ‘완화’만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비해 ‘적응’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또 앞으로 일어날 기후변화의 피해를 줄이고, 극한 기상현상의 증가 속에서도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늘리기 위한 활동을 의미합니다. 단어가 주는 어감 때문에 기후변화에 순응하거나 체념,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 쉽지만, 적응은 오히려 기후변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피해를 줄일 뿐 아니라 크게는 기후변화 와중에도 인류가 더 잘 살기 위한 모든 행동, 작게는 산업적 측면의 노력 등이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후 거의 1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때와 비교했을 때 지금 우리의 성적표는 과연 어느 수준일까요?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은 1.5도 상승폭 제한이라는 직관적이고, 명시적인 목표를 세움으로써 전 세계에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알렸습니다. 그 이후 시민들의 기후변화 인식은 폭발적으로 높아졌고, 현재는 어린이들도 기후위기를 잘 알게 되었죠.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기후위기 대응은 낙제점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세계기상기구(WMO)가 2024년 3월 발표한 「전 지구 기후현황 보고서」는 2023년 지구 대기 중의 주요 온실가스 농도가 ‘기록적’인 수준을 기록했으며, 전 지구 평균온도와 해수면 상승 속도 역시 최고치를 나타냈고, 남극 해빙 면적은 인공위성 관측이 시작된 이후 최소치를 기록했다는 암울한 지표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동식물들의 서식지가 줄어가면서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근미래에 ‘제2의 팬데믹’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을까요?

팬데믹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바이러스나 세균 등은 세계 곳곳의 자연에 상존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이 감염될 수 있는 질병의 60% 이상이 인수공통감염병이라고 합니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바이러스, 조류인플루엔자(AI)바이러스 등은 인간이 동물과 접촉을 하면서 동물의 감염병이 인간에게 옮겨진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 이용과 훼손’이 도입한 질병이나 다름없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하고도, 인류의 행태는 전혀 달라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제2, 제3, 제4의 팬데믹이 오지 않는다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지요.


미세플라스틱을 비롯해서 화학 물질이 건강에 끼칠 악영향을 책에서 다뤄주셨는데요. 기후변화가 눈에 보이는 재난을 넘어 우리 몸에 일으킬 문제란 무엇일까요?

자연 중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인간 활동으로 인해 지구상에 널리 존재하게 된 물질이 바로 미세플라스틱입니다. 대체로 5mm 미만의 미세플라스틱은 토양이나 대기, 심해나 극지방 할 것 없이 모든 곳에 존재하는데, 특히 북극 해빙은 미세플라스틱을 잡아 가두는 역할을 합니다. 급속한 기후변화는 북극 해빙이 녹는 속도를 점점 빨라지게 하고 있고, 그만큼 미세플라스틱이 세계 바다에 퍼지는 속도도 빨라질 수 있습니다. 근미래를 다룬 디스토피아 영화에서처럼 미세플라스틱 속 내분비계교란물질(환경호르몬)의 영향으로 인류 전체가 불임을 겪게 되고, 그로 인해 인류의 수가 급감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 극한 기상 현상의 증가뿐 아니라 화학 물질의 악영향을 막기 위해서도 인류는 기후변화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 ‘기후적응 대책’과 관련하여 세계 각국에서 다각도로 논의되는 것 같습니다. 책에서 미처 소개하지 못한 다른 적응정책의 사례도 있을까요?

앞으로 한국 사회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지금 일어나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적응정책’은 사회 전 분야에 적용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책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적응정책의 예를 들자면, 물리적인 적응정책뿐 아니라 심리적 차원의 적응정책이 있습니다. 해외의 경우 젊은 세대 가운데 ‘기후우울’, ‘기후불안’ 증세를 겪는 경우가 많은데 영국의 기후심리동맹(CPA)이라는 단체는 기후?생태 문제로 정신적 고통을 겪는 시민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다양한 기후불안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기후적응을 위한 심리적 대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2030년 이후를 살아갈 미래 세대를 위해 해주실 말씀이 있을까요?

WMO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지구 전체의 재생에너지 용량은 전년인 2022년보다 약 50% 증가한 510GW(기가와트)로 집계됐는데, 이 같은 성장률은 지난 20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합니다. 재생에너지의 급증은 단순히 석탄화력이나 원자력처럼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발전 방식을 대체하는 효과 외에도, 인류 전체에게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바로 인류 전체가 노력하면 올바른 방향으로의 변화는 매우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류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방법을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급격한 변화를 일으킬 결정을 유보하고, 현재에 안주한 채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려 들지 않고 있을 뿐입니다. 이 책을 읽은 미래 세대들의 결심이 새로운 세상을 위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김기범

환경 전문 기자. 2006년 [경향신문] 기자가 된 이래 국제부, 정책사회부, 산업부 등을 거치면서 환경과 생태, 과학 분야를 집중적으로 취재하고 있다. 어렵고도 재미있는 환경과 과학 기사를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쉽게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에 늦깎이 과학도가 되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환경보건학과에서 공부했다. 2010년, 2014년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고, 2016년 이달의 기자상, 한국기자상, KAIST 정문술과학저널리즘대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독수리는 왜 까치에게 쫓겨다닐까?』 『오늘도, 녹색 이슈』가 있고, 공저로는 『어디 사세요?』 『핵, 이젠 안녕!』 『녹조라떼 드실래요』 등이 있다.



0의 댓글
Writer Avatar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