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뇌르마르크 “가짜 노동은 '신뢰 없음'에서 시작된다"
한국의 기업 문화는 위계질서가 강하다고 들었어요. 위계질서는 가짜 노동을 없애는 데 매우 해롭습니다. 게다가 관리직과 실제 근로자 사이에 신뢰는 약하면서 예의를 차리는 문화가 남아 있어요.
글ㆍ사진 박의령
2024.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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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정구(HANJUNGKU STUDIO)


‘과로 사회’라는 불명예를 안은 우리나라에서 노동자로 사는 이라면 앞서 출간된 『가짜 노동』, 뒤이어 나온 『진짜 노동』의 제목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릴 것이다. 삶에서 일이 필수불가결이라면 제대로 일하고 제대로 보상받으며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간절한 마음 또한 이심전심일 테니. 부제인 “적게 일해도 되는 사회, 적게 일해야 하는 사회”에서는 『진짜 노동』이라는 책의 정체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기업을 무조건적으로 키우는 저돌적인 공략법, 번아웃을 이기고 소확행을 찾자며 업무 외의 방향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들 사이에서 『진짜 노동』은 쓸모 없는 노동을 솎아내 조직 환경을 재정립하는 방법을 담아낸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쓸모를 탓하면 안된다’는 기조로부터 기업의 책임과 의무를 되짚는 접근 방식은 우리에게 생소하기까지 하다.


아름다운 책이다. 이 책은 당신 자신의 일뿐만 아니라 많은 동료들의 일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동시에 사람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세스와 무겁고 복잡하며 중요하지 않은 작업에만 손가락질 한다.


추천사처럼 가짜 노동의 그물에서 벗어나고 싶은 노동자와 직원이 더 행복하고 효율적으로 일하기를 바라는 관리자 모두가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저자 데니스 뇌르마르크를 만나 책에 관해 더 깊이 물었다. 

 사진: 한정구(HANJUNGKU STUDIO)


고정된 근무시간이 우리의 업무를 결정한다
 

처음 일을 시작하면 두려움과 기대, 기쁨 등 여러가지 감정을 갖게 되죠. 최초로 대가나 돈을 받은 노동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요?

제 첫 직업은 대학에서 인류학을 가르치는 일이었습니다. 5년 동안 가르쳤죠. 가르치는 일이 정말 좋았어요. 글을 쓰고, 가르치고, 인류학을 사람들에게 더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 바로 대학을 떠나 제 첫 직업을 가졌습니다. 


어렸을 적 꿈꿨던 일을 하고 있는지, 노동에 대한 만족도는 얼마나 되는지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작가를 꿈꾸었고, 책을 쓰는 것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에요. 그렇기에 엄청난 행운이죠. 물론 긴 연구논문을 쓰는 것은 저도 별로 탐탁지 않습니다.(웃음) 연구논문을 쓸 때는 아무리 제 저작물이라도 엄격한 공식을 따라야 했으니까요. 지금은 그야말로 꿈을 이룬 것으로 봐야죠. 이렇게 한국까지 방문해 제 책을 읽은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도 아주 큰 보상처럼 느껴져요.


책을 쓰느라 아내와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 미안하다는 언급이 책 안에 있는데요. 효율적으로 일하는 루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컨설턴트로 지냈을 때보다 지금이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 사실이에요. 그게 제가 컨설턴트라는 직업을 그만둔 이유고요. 작가로 일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출퇴근하는 시간도 당연히 상대적으로 덜 듭니다.  제 일의 강도를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도 있어요. 제가 저의 ‘보스’이기 때문이죠. 이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웃음) 가짜 노동을 없애기 위해 미팅을 많이 거절하기도 해요. 함께 일하는 고객 중에서는 만나서 가짜 노동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저는 대부분 전화 통화 10-15분이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또 한 고객은 실제로 만나기 전에 온라인 미팅을 세 번이나 하고 싶어 했어요. 저는 그분에게 돈을 더 지불하지 않는다면, 꼭 필요하지 않은 노동을 더 할 수 없다고 거부했죠.


2018년도에 출간 후 2022년 한국에 번역된 『가짜 노동』은 아네르스 포그 옌센과 공동으로 쓴 책입니다. 이번에 출간한 『진짜 노동』은 ‘가짜 노동’의 해결책을 제시하는데요. 『진짜 노동』을 쓰게 된 계기와 과정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처음 『가짜 노동』에 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아네르스 포그 옌센에게 함께 쓰자고 제안했어요. 그는 철학자입니다. 일에 대한 큰 질문을 던지고 생각할 줄 아는 이의 전문적인 지식이 이 책에 도움이 될 거라 믿었죠. 『진짜 노동』은 혼자 썼는데, 경영컨설팅 분야에서 오래 일해왔기 때문에 해결책을 얘기하고 이론적인 이야기를 하는 데 익숙해요. 『가짜 노동』을 쓸 때에는 현재 그 사회의 상황을 진단하거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실제 사례를 기록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그래서 가짜 노동에 관한 해결책을 언급할 시간이 적었죠. 이번 책을 통해 그 해결책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원제인 『Tilbage til arbejdet』은 덴마크어로 ‘일터로 돌아가다’라는 뜻입니다. 이 개념이 한국어 책 제목 ‘진짜 노동’의 개념과 잘 들어 맞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어판 제목인 『진짜 노동』과 『가짜 노동』은 말하고자 하던 바를 굉장히 잘 드러내는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덴마크어 원제인 ‘일터로 돌아가자’는 두 가지 이중적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한 가지는 이제 헛짓거리를 그만하고 ‘진짜 노동’을 하자는 의미. 두 번째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기존의 일터에서 벗어났지만, 다시금 있어야 할 장소로 돌아가자는 의미죠. 


『진짜 노동』 1부에서 ‘가짜 노동’에 대해 정의하고 있는데요. “일이 근무시간을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고정된 근무시간이 우리의 업무를 결정하는 것”이라는 대목에서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저는 ‘파킨슨 법칙’에서 가짜 노동의 영감을 얻었습니다. 1950년대에 등장한 법칙으로, 일을 하는 데 정해진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을 채우기 위해 일이 더 늘어난다는 법칙이에요. 만약 어떤 일을 하는 데 2시간이 주어진다면 그 일을 해치우기 위해서는 2시간이 걸리고, 1시간 내에 끝내야 한다면 1시간 내에 해낼 수도 있다는 것이죠. 현대는 더 효율적인 사회가 되었는데 여전히 모순적으로 이 법칙이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시기를 기억해보면 재택근무를 할 때 일을 2시까지 끝내고 이후엔 개인적인 시간을 누리고는 했잖아요. 평가 관리나 보고서 작성 같은 일들에 걸리는 시간은 유동적이고 개인적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가짜 노동이 일어나기 쉬워요. 운행시간이 정해진 버스 기사는 정해진 시간만큼 일하지만, 사무직은 스스로 만든 일 때문에 업무시간이 늘어나 버릴 수 있다는 것이죠.


사진: 한정구(HANJUNGKU STUDIO)


가짜 노동은 '신뢰 없음'에서 시작된다


장황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전사 메일을 예로 들어 헛소리를 배제하고 명확하게 말하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메일 쓰기는 한국의 회사 초년생들이 중요하게 배우는 업무 중 하나입니다. 정확히 말하기와 더불어 계절에 관한 인사나 건강, 안부를 묻는 예의를 중시하죠. 이런 문화가 업무에 어떤 영향을 끼친다고 보십니까.

덴마크는 조금 더 직설적이고 명확하게 얘기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형식을 차리거나 예절을 지키는 건 조금 덜 중요하게 여기는 면이 있죠. 물론 안부를 묻는 것은 좋은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소위 예의를 차리는 문화는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 얘기할 수 없게 만들어요. 이건 신뢰와도 관계된 거예요. 우리가 서로 신뢰한다면, 언어를 포장하지 않고 더 직설적으로 말할 수 있죠. 좋은 뜻에서 하는 얘기인 걸 아니까요. 서로를 잘 믿는다는 것이 스칸디나비아의 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는 대부분의 가짜 노동이 신뢰 없음에서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끝없는 서류 작업이나 업무 상황에서 벌어지는 강력한 통제는 서로에게 신뢰가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죠. 근로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관리자 입장에서는 이를 검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이걸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근로자를 어른으로 취급하지 않고 돌보거나 관리해야 할 아이로 취급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컨설턴트나 트렌드세터 등 조언과 제시를 하는 사람들의 정확한 언어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작가님의 경력에서 컨설턴트는 빼놓을 수 없는데요. 여러 회사를 컨설팅하면서 직장 문화에 관해 얻은 지식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사실 컨설턴트는 관리에 관련된 헛소리들을 많이 하는 직업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화려한 말로 사람들을 현혹시켜서 보수를 굉장히 많이 받아가죠. 화려한 용어들로 회사의 가치와 비전에 관해 말하고는 하지만, 사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컨설팅 같았어요. 관리라든지 HR 관련된 이야기가 늘 실무자들에게 필요한 해결책은 아니에요. 컨설턴트는 실무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해결하고 싶어 하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그래서 실무자들 중 누가 정말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지, 무슨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봐야겠죠. 예를 들어 기존의 시스템이 별로였다면 새로운 IT 시스템을 도입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에 대해 실무자들이 동의해야 하죠. 그럴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면 새로운 시스템은 필요 없겠죠.


일하는 사람이 정직해야 하는 만큼 기업의 정직성도 중요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구직자가 면접에서 많은 것을 내보이는 것만큼 기업은 구직자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구인사이트의 경험담을 통해 회사의 특성을 스스로 파악하는 일이 적지 않죠. 기업과 노동자가 가져야 할 현명한 태도는 어떤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회사는 구직자들에게 정보를 더 공개해야 합니다. 면접을 보는 입장뿐만 아니라 구직자들에게 평가받는 입장이라고 생각해야 하고요. 구직자들은 자신이 맡을 일에 대한 정보를 더 얻어내세요. 거기서 일하는 사람을 찾아서라도 알아보는 편이 좋죠. 책에서 말했듯 많은 기업들은 구직 공고에 자세한 내용을 담기보다는 조금은 뭉뚱그려서 그럴싸한 말들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구직자가 그곳에 출근한 월요일 아침에 당장 무엇을 하게 될 것인지 해야 하는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출근해서 무엇을 하는가를 알아야 할 권리가 구직자에게 있는데도요.


누구나 좋은 직장에서 일하길 바랍니다. 그런데 마치 유니콘 같아요. 책을 보면  『가짜 노동』 출간 후 ‘뷔르트조르흐(Buurtzorg)’라는 회사가 가짜 노동이 없는 직장이라는 이야기를 다수에게 들었다고 나옵니다. 균형있는 기업의 실사례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실제로 좋은 기업과 회사가 꽤 있어요. 덴마크에서 가짜 노동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을 때 관리직들이 많이 관심을 가졌습니다. 물론 실제 변화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가짜 노동을 개방적으로 이야기하고 가짜 노동이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관리직들은 근로자들에게 가짜 노동이 실제 존재한다고 느끼는지, 정말 가짜 노동이 존재하는지 질문하기 시작했죠. 예를 들면 한 관리자 그룹에서는 어떤 질문을 근로자에게 던졌을 때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즉각적으로 돌아오는 대신 3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받는 식의 가짜 노동이 만연해 있음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어요. 덴마크의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Sunset Boulevard 그룹은 가짜 노동이 근무시간의 15% 이상을 차지한다는 걸 알게 되고는 주4일제를 도입해 가짜 노동을 끊어냈죠.


한국의 경우 글로벌 기업이나 대기업을 평생 직장으로 선호합니다. 이런 인식 안에서 좋은 노동처를 찾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적극적으로 회사의 소문을 들으세요. 일하기 좋은 곳인지, 자유를 주고 워라벨을 존중해주는지, 동료들은 좋은 사람들인 것 같은지를 보면 판단하기 쉽죠. 덴마크에서도 나쁜 관리직들에게 질린 사람들이 관리직들이 자유 시간을 존중하는지, 스트레스를 너무 주지는 않는지를 확인합니다. 기업들은 인재들을 찾으려고 열심히 노력하는데, 유능한 사람들은 구닥다리 회사에는 가려고 하지 않아요. 구닥다리 회사라 하면 회사의 연식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60시간의 긴 근무시간을 요구하면서 높은 급여를 주는 회사를 말합니다. 예전에는 은행이나 컨설턴트 직업군이 꽤 유망했다면 지금 덴마크에서 유행하는 회사의 스타일은 이전과 달라요. 리더 없는 회사, 매니저 없는 회사, 주 4일 근무 혹은 자율성과 자유를 많이 주는 회사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사건을 겪고 난 후의 노동 환경에 대해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중요한 점인 것 같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관리자들의 업무가 더 명확해진 사례가 책 속에 등장하는데, 한국은 재택근무자를 믿지 않는 기업의 시선 때문에 진통을 겪은 경우도 많았습니다. 관리자와 실무자 사이의 신뢰를 쌓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가장 좋은 방법은 이행하기로 한 업무를 완수했는지, 계약 사항에 적혀 있는 내용들을 해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앉아 있는 시간보다 업무를 통해 낸 결과의 질 등이 기대를 충족할 만큼 충분한 것인지 조금 더 집중한다면 좋을 것 같아요. 근무에 대한 관리나 통제는 어려운 문제이고, 신뢰를 쌓는 것도 그렇지요. 한국에서는 신뢰 관계 형성이 잘 되지 않은 것 같아 조금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관료주의가 뿌리 깊고 노동 시간이 긴 한국에서는 이상적인 해결책들이라는 생각이 다소 들기도 합니다. 

이번에 한국에 와서 한국의 기업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덴마크에서도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가짜 노동을 잘 파악하고 있지만, 관리직들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한국의 기업 문화는 위계질서가 강하다고 들었어요. 위계질서는 가짜 노동을 없애는 데 매우 해롭습니다. 게다가 관리직과 실제 근로자 사이에 신뢰는 약하면서 예의를 차리는 문화가 남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고는 비교적 쉽고요. 그래서 가짜 노동을 이야기하려고 할 때 노동자들은 직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해요. 변화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결국에는 나아갈 거라 생각합니다.  


사진: 한정구(HANJUNGKU STUDIO)


더 나아지게 만드는 노동


진짜 노동을 하기 위한 여러 해결책 중 <채널예스> 독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전반적으로 기대치를 너무 높게 두지 마세요. 한국에서는 과잉 교육이 사회 문제 중 하나라고 알고 있어요. 실제 업무에서 필요한 교육 수준과 근로자들이 추구하려고 하는 교육의 수준이 다르다는 걸 염두에 두면 좋겠습니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삶에 만족하는 방향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남을 위해 일하지 않고, 위신을 위해 일하지 않고, 자신이 무엇을 편하다고 느끼는지 생각해야 해요. 우리는 인생의 많은 시간을 노동으로 보냅니다. 하지만 우리가 죽기 전 인생을 돌아보았을 때 자랑스럽지 않다고 생각이 들면 인생을 허비한 것이겠죠. 죽기 전에 "일을 더 할걸"이라고 후회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대부분은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 더 넓은 세상을 보지 못한 것을 후회하죠.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시간을 노동에 허비했다고 후회하지만, 후회하면 너무 늦어요.


디지털과 AI가 인력을 대체할 것이라는 추측이 공포처럼 퍼져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서 인류가 가져야 할 태도는 어떤 것이라 보나요.

역사를 돌이켜봤을 때 새로운 기계 문화가 도입될 때마다 인간이 노동에서 해방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어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우리는 지금도 일을 계속하고 있죠. 사람들은 일을 계속 만들어내요. 40~50시간 일해야만 높은 생산력이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 문제에 대한 솔직한 대화를 우리는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해요. 그렇지 않다면 AI로 인해 오히려 더 많은 가짜 노동이 생겨날 수도 있으니까요.


노동의 진정한 가치를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것을 보완하거나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고객이나 시민들이 더 만족하게 만드는 것이 노동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하는 일로 인해 무언가가 개선된다면 그것이 바로 가치 있는 일이겠지요.


‘노동 시리즈’의 3편 계획이 있나요?

자유에 관한 책을 작업하고 있어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가 어떻게 자유를 잃었는지에 관한 내용이에요. 코로나19 팬데믹 때 사람들의 자유가 어떻게 억압되었는지, 어떻게 우리가 자유를 잃었는지를 다뤄요.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개인적인 자유가 많이 줄어들었음을 느껴요. 무엇 때문에 자유를 잃었는지, 우리가 너무 개인의 자유를 쉽게 포기하고 있지 않은지를 다루는 책입니다. 우리는 위험을 줄이려 계획을 세우고, 규칙을 만들고, 상황을 조금 더 통제하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가짜 노동은 늘어날 뿐이에요. 사실 위험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상황이에요. 위험이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보다 위협적이지도 않은 경우가 많고요. 제가 어렸을 때는 주변 몇 킬로미터든 혼자 돌아다니곤 했었어요. 하지만 지금 제 아이들에게는 한 300m 정도만을 허용하죠. 사실 웃긴 얘기예요. 제가 어렸을 때보다 지금이 더 발달하고 안전하다고 하는 세상인데 말이죠.



* 데니스 뇌르마르크 (Dennis Nørmark)

1978년 덴마크에서 태어나 오르후스 대학교에서 인류학 석사를 받고 노동, 정치, 문화에 대한 강사, 컨설턴트, 비평가로 일했다. 여러 회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직장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얻었고 그를 바탕으로 현대사회를 통찰하는 깊이 있는 글을 써왔다. 그는 덴마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다양한 인류학 서적들의 저자이기도 하다. 여러 저서 중에 『가짜 노동Pseudowork』 『석기 시대의 문화적 이해Cultural Intelligence for Stone-Age Brains』 등이 영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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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al0321

2024.07.15

표지가 인상적이었던 책의 작가와의 깊이 있는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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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