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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정진호의 서재 작가


‘이야기가 담긴 집을 꿈꾸며 건축을 공부했고, 지금은 책 속에 이야기 집을 짓고 있는’ 정진호 작가는 첫 그림책 『위를 봐요!』로 ‘2015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상을 수상했다. 이어서 2018년에 『벽』으로 두 번째 라가치상을 받았다. 또한 『부엉이』로 ‘한국안데르센상’ 미술 부문 우수상을, 『벽』으로 ‘황금도깨비상’을 받았다. 이들 작품과 함께 『별과 나』, 『나랑 놀자』, 『여우 씨의 새 집 만들기』를 쓰고 그렸다. 그린 책으로 『노란 장화』, 『루루 사냥꾼』, 『투명 나무』, 『작은 연못』 등이 있다.


책의 재미를 느꼈던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저는 두 살 때 오른손에 화상을 입었습니다. 그 사고로 중지와 약지의 피부가 녹아버렸죠. 성장기 동안 여러 차례 피부이식수술을 받았고, 어린 시절의 많은 시간을 병원에서 보냈습니다. 여섯 살 때 세 번째 수술을 받았는데, 당시 제가 입원했던 병원 한 구석에는 그림책을 모아둔 작은 서랍장이 있었습니다. 이미 닳고 닳은 책들이었지만 책 속 그림들은 절 생생한 상상의 세계로 데려갔습니다. 그 구석에서 처음으로 책에 재미를 느끼게 됐습니다.

책 읽는 시간은 작가님께 왜 소중한가요?

제게 책 읽는 시간은 타인의 선의를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가끔 아무 이유도 없이 자신이 애써 모은 걸 나눠주고 싶어합니다. 책 속에 담기는 건 누군가 평생 모아온 지식일 수도 있고, 또 자신만 즐길 수도 있었던 특별한 환상일 수도 있죠. 책을 쓴다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지식을 글로 남기고, 상상을 문장으로 옮깁니다. 이 관점에서 보자면 책은 인류가 쌓아온 거대한 선의의 집합체입니다. 저는 그래서 항상 고마움을 느끼며 책을 읽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걸, 이토록 손쉽게 읽어도 되는지 놀라기도 하면서요.

요즘 작가님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요즘 동시에 푹 빠져있습니다. 동시는 의미뿐 아니라 이미지로도, 소리로도 읽어볼 수 있거든요. 단어의 나열이 어떤 그림을 만들고, 소리를 떠올리게 한다는 게 너무 신기합니다. 최근 이안 시인의 동시집 『기뻐의 비밀』을 선물 받았는데, 매일 조금씩 아껴가며 읽고 있습니다. 다 읽으면 아쉬워서 어쩌지 벌써 고민이 됩니다.

최근작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최근 4년 만에 『심장 소리』라는 창작 그림책을 출간했습니다. 결말을 많이 고민했던 책이라 출간이 늦어지고 말았습니다. 『심장 소리』에는 달리는 아이가 등장합니다. 아이는 책 끝까지 달려가고 나서야 자신이 달렸던 이유를 알려줍니다. 우리는 끝까지 가봐야 합니다. 느리든 빠르든, 자기만의 속도로요. 그 끝에서 왜 우리가 여기까지 닿았는지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4년 만에 책을 실물로 받아보고 나서 저도 겨우 한 바퀴를 끝까지 달렸단 생각을 했습니다. 어디선가 자기만의 달리기를 하고 있을 독자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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