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첫 소설집 『바늘』을 시작으로 소설집 『그녀의 눈물 사용법』, 『엄마도 아시다시피』, 장편소설 『잘 가라, 서커스』, 『생강』 등을 발표한 천운영 소설가는 새로운 여성 미학의 선구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2013년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스페인에 머물며 『돈키호테』에 매료되었고, 한국으로 돌아와 스페인 가정식 식당 ‘돈키호테의 식탁’을 운영했다. 『돈키호테의 식탁』은 등단 21년 만에 처음 선보이는 산문집으로, 소설집 『엄마도 아시다시피』 이후 7년여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책의 재미를 느꼈던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어린이였을 때 추리소설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용돈이 좀 모이면 책을 사러 시내 서점으로 달려가던 시간이 떠오릅니다. 서점에 머무르던 시간도요. 추리소설 코너가 서점 입구에서 가까웠는데 거기 딱 붙어 서서 한참을 훑어보다, 구입할 단 한 권의 책을 선택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용돈은 그리 많지 않았고, 입구 쪽은 늘 붐볐으니까요. 추리소설에 처음 빠져들게 만들었던 책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무튼 재밌어서 읽고 또 읽곤 했었지요.
책 읽는 시간은 왜 소중한가요?
그저 좋습니다. 기대를 가지고 책을 고르는 순간부터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기분입니다. 중간에 덮어버리거나 끝까지 읽지 못한 책도 많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읽던 장을 가만히 덮고 눈을 감게 만드는 책은 더욱 소중하지요.
저자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요즘 행동생태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을 꼼꼼히 읽게 되었는데 정말 놀라웠습니다. 이어지는 질문들도 많았습니다. 지금은 찰스 다윈의 서간집을 읽고 있습니다. 『종의 기원』을 쓰게 만든 머릿속 마음속 과정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 책이 끝나면 마들렌 치게의 『숲은 고요하지 않다』를 읽을 예정입니다.
최근작과 관련하여,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최근에 『돈키호테의 식탁』과 『쓰고 달콤한 직업』을 출간했습니다. 소설만 쓰며 살아온 지 21년 만에 낸 에세이집입니다. 한동안 돈키호테의 음식을 찾아 헤맸고, 그 음식들로 소설 돈키호테를 읽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스페인 식당까지 하게 되었는데, 식당을 하는 동안의 이야기를 썼습니다. 처음으로 낸 에세이집인데 묶고 나서 읽어보니, 제 목소리가 그대로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 목소리가 어쩐지 생생했습니다. 살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꿈을 꾸는 일은 그런 거로구나 싶었습니다. 독자분들도 꿈을 향해 한 걸음 걸어보시길. 인생에서 가장 어떠어떠한 것을 꼽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아주 여러 번 읽은 책을 꼽아보기로 했습니다.
세르반테스 저
지난 5년간 읽고 또 읽고 끊임없이 찾아본 책입니다. 돈키호테에 빠져 지내던 시간이었으니 당연했지요. 매번 새롭고 매번 흥미로웠습니다. 그 시절에 어떻게 이런 인물들을 만들어 냈을까 감탄스럽기도 하고요. 2권은 특히 재미있습니다.
피에르 베르제 저
이브 생 로랑의 연인이자 사업파트너였던 피에르 베르제가, 연인이 죽고 나서 쓴 편지들을 모은 책입니다. 이브 생 로랑을 좋아했던 것도 아닌데, 그리 길지 않은 사적인 편지 구절들인데, 평소 그런 글들을 즐겨 읽지도 않는데, 그냥 먹먹해지면서 따뜻해졌습니다. 너의 명민함, 너의 다정함, 너의 부드러움, 너의 힘, 너의 용기, 너의 아름다움, 너의 고집과 욕구, 그렇게 이브 생 로랑을 불러올 때,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그렇게 살아보기를 다짐해 봅니다. 그래서 어쩐지 힘이 빠질 때, 나의 이브 생 로랑을 펼치고, 소리 내 읽곤 합니다. 너의 명민함, 너의 용기, 하면서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드 저
10년 전에 나온 소설인데, 소설을 쓰기 전에, 소설창작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지금도 한 번씩 펼쳐보곤 하는 책입니다. 인간을 이해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라고 할까요? 무언가 쓰고 싶게 만드는 책이라고 할까요. 닮고 싶은 소설이라고 할까요? 섬세하고 명확하고 은근하게 강력합니다.
배리 로페즈 저
제 인생의 책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북극을 꿈꾸게 만든 책입니다. 인간이 우주의 아주 미세한 존재라는 걸 느끼게 해준 책입니다. 밤하늘의 별을 보면 떠오르는 책입니다. 시인이 되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언젠가는 북극에 가겠습니다, 우주의 존재라는 걸 느끼기 위해서’ 하며 먼 훗날을 계획하게 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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