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탐정 김전일의 인기에 도전한다! - 『민속탐정 야쿠모』
2003.11.27
추리만화의 재미는 어디에 있을까? 추리물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밀실살인 같은 범죄의 트릭을 파헤치는 것이 중심인 정통 추리가 있고, 사회적인 범죄를 쫓아가며 고발에 중심을 두는 사회파 추리도 있고 탐정의 고독한 싸움에 주목하는 하드보일드도 있다. 때로는 형사가 아니라 범인의 시점에서 범죄를 그려내는 것도 가능하다. 그 모든 것의 핵심에는 '범죄'가 있다. 일종의 두뇌 게임이기도 하지만, 추리 소설의 묘미는 역시 범죄를 둘러싼 모든 것이다. 범죄에 얽힌 사람들의 인생이나 마음이라던가, 범죄가 가진 사회적 의미 혹은 아주 단순하게 범죄 그 자체의 트릭이 안겨주는 순수한 즐거움 같은 것들.

『소년탐정 김전일』의 스토리를 만든 사람은 카나리 요자부로와 아마기 세이마루다. 이후 아마기 세이마루는 『소년탐정 김전일』의 콤비 사토 후미야와 함께 『탐정학원 Q』, 고시바 테츠야의 그림으로는 『리모트』를 발표했다. 그리고 카나리 요자부로는 고시바 테츠야의 그림으로 『민속탐정 야쿠모』를 출간했다. 조금 복잡하기는 하지만, 서로서로 얽혀있는 관계임을 알 수 있다. 세 편의 작품들은 저마다 조금씩 다르다. 『탐정학원 Q』는 『소년탐정 김전일』과 가장 흡사한 정통 추리물이지만 학원물의 성격을 가미하여 한층 흥미를 높이고 있다. 연재와 함께 TV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리모트』는 일종의 스릴러물이다. 연쇄살인의 범인을 추적하는 이야기인데, 어떤 이유로 집에만 틀어박혀 지시를 내리는 남자와 그의 지시로 현장을 뛰어다니는 약간 맹한 여자경찰이 주인공이다. 『민속탐정 야쿠모』도 『소년탐정 김전일』과 흡사하지만, 의외로 이 만화의 재미는 추리 자체보다는 일본의 민담과 전설이다.

하지만 굳이 『민속탐정 야쿠모』를 집어들고, 지금도 보고 있는 이유는 바로 그 '민속' 때문이다. 민속학은 '사람들 생활 속에 나타나는 풍습이나 습관,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나 옛 이야기 등을 수집해 현재 어떠한 생활을 하게 되었는지 하는 것들을...'이라고 말한다. 1권에 나오는 텐구(天狗)는 '깊은 산 속에 살면서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는 인간 혹은 동물'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수도승 복장에 날개가 달렸고, 신통력이 있다고 한다. 대텐구는 얼굴이 붉고 크가 크며 깃털 부채를 가지고 있으며, 소텐구는 조텐구라고 하며 새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속탐정 야쿠모』는 한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야쿠모 민속기행'이라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민속학자인 코마츠 카즈히코가 만화에서 나온 민담과 설화를 민속학적으로 해설해주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민속탐정 야쿠모』에서 가장 재미있다. 그러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민속탐정 야쿠모』를 읽는 이유는 추리물로서가 아니라 일종의 민속학 책이기 때문이다. 재미있게 풀어놓은 민속학 책. 『갤러리 페이크』 나 『맛의 달인』 같은 만화들도 그렇지만, 만화는 어떤 분야를 글과 그림을 통하여 해설하기에 적합한 매체다. 그냥 전설과 신화를 쫙 읽어나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만화를 통하여 보면 더욱 생생하게 기억에 남길 수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런 만화들은 꽤 유용하고, 게다가 즐겁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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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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