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노 아저씨, 이 사람 세금 좀 걷어 주세요! - 『춤추는 세무관』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5.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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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직장인들은 매달 월급을 받을 때마다 뭉텅이로 빠져나가는 세금을 보면, 분통이 인다. 내가 태어난 나라,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 일정 정도의 돈을 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빼앗긴다는 느낌과 함께 그래도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든 세금을 적게 내거나, 안 내는 방법이 있다면 그렇게 하고만 싶다. 하지만 TV에서 방영하는 <좋은나라 운동본부>에 등장하는 세금 체납자들을 보면 엄청난 분노가 인다. 커다란 집에 호화판 생활을 하면서도 돈이 없다며 세금을 안 내는 체납자들은 정말 밉다. 서민들은 없는 살림살이에도 세금은 꼬박꼬박 내는데, 돈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빠져나간다. 그럴 때는 정말 카네노 나루키 같은 사람을 원하게 된다.

사토 토모카즈가 그린 『춤추는 세무관』은 민완 세무관 카네노 나루키의 활약을 그린 만화다. 이시카미 쇼지키는 동경대 법학부 출신에, 지방 상급 공무원 시험을 톱으로 패스한 엘리트 공무원이다. 사츠오카 현청 세무과에 근무하게 된 이시카미는 특별 징수관인 카네노 나루키와 파트너가 되면서, 혼란에 빠지게 된다. 거대한 몸집에 험악한 얼굴, 특별 세수과라는 쪽지가 붙어있는 골방 안에서 홀로 체납자 리스트를 뒤적거리고 있는 카네노는 세무과 직원 모두가 두려워하는 인물이다. 아니 사츠오카 현민이라면 누구나 위협을 느낄만한 인물이다. 카네노는 밀린 세금을 어떻게든 받아내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신입인 이시카미는 카네노의 수족이 되어 갖은 고생을 다 하면서, 조금씩 한 사람 몫의 징수관으로 성장해간다.

『춤추는 세무관』의 구성은 평이하다. 에피소드마다 체납자의 기구한 사정이나 포탈의 속임수를 다루는 식으로 이어져간다. 수입을 속이거나 장부를 조작하여 세금을 포탈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말 곤란한 상황에 빠져 세금을 낼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세금을 내기 싫어 위장이혼을 하는가 하면, 세금이 정당한 곳에 쓰이지 않는다면서 당당하게 납부를 거부하는 사람도 있다. 각양각색의 이유로 세금을 내지 못하거나, 안 내는 사람들과 카네노는 대립한다. 거기에 지방세가 아닌 국세를 걷는 국세청의 후와란 인물과 카네노가 얽혀들고, 주민을 강압적으로 대하고 폭력적으로 세금을 뺏어간다는 민원이 들어오는 세무관을 감시하는 현청의 키리유와 이시카미가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그렇게 다양한 에피소드가 연결되며 『춤추는 세무관』은 차곡차곡 진행된다.

『춤추는 세무관』을 일본사람들이 보면, 세금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들을 주기에 꽤나 유용한 교양서로도 쓸 수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볼 수 없는 건 아니다. 한국의 세금제도나 법과는 다르지만, 세금에 얽힌 사람들의 사정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춤추는 세무관』의 진정한 재미는 단지 세금을 둘러싼 이전투구나 감동적인 사연만이 아니다. 『춤추는 세무관』의 핵심은 카네노 나루키라는 인물이다. 신입인 이시카미는 카네노란 인물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결혼은 했는지, 휴일에는 어떻게 보내는지, 취미는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함께 일을 하면서 조금씩 알게 되는 카네노는 더욱 오리무중의 인물이다. 사채업자와 결탁이 있는 듯도 하고, 뭔가 비리를 저지르는 것 같기도 하다. 폭력적인 것 같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사람들의 어려운 점을 헤아리고 은근히 도와주기도 한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팔방미인이었다는 말도 있다. 온갖 해박한 지식과 취미도 가지고 있다. 수수께끼의 인물인 카네노의 전모는, 마지막까지도 밝혀지지 않는다. 그런 카네노를 바라보는 이시카미의 시선 그리고 추측과 추리가 최후의 순간까지 이어진다.

크게 보자면 『춤추는 세무관』『맛의 달인』처럼 구체적인 정보와 감동적인 인정담을 엮은 만화다. 하나하나의 에피소드에 각각 정보를 담고, 거기서부터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간다. 『맛의 달인』이 음식을 맛보고 만들면서 아버지와 화해하는 것이 커다란 축이라면, 『춤추는 세무관』은 이시카미가 카네노의 압제 혹은 교육을 견디면서 하나의 어엿한 세무관으로 성장하는가가 중심이다. 언제나 카네노의 곁을 벗어나려 고심하면서도, 결국은 카네노에게 모든 것을 배우고 성장하는 이시카미의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어느 덧 끝까지 보게 된다. 『춤추는 세무관』은 지나치게 심각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경박하지도 않게, 세금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준다. 카네노란 인물은 그 중심에 굳건하게 서 있다. 단 한 번도 자신의 본심과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보이지 않는 연출자로 존재하는 카네노의 무게가 『춤추는 세무관』을 받치는 힘이다. 카네노가 아니라면 『춤추는 세무관』의 에피소드들은 너무 사소하거나, 너무 감상적인 이야기로 빠져들기가 쉬웠을 것이다.

『춤추는 세무관』의 스토리는 ‘코믹 브레인 수이신 이인카이’란 곳에서 담당했다. 한 만화가가 이렇게 방대한 지식을 일일이 공부하여 만화로 그려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한 편의 만화를 만들어 내기 위하여, 많은 사람들이 결집하여 힘을 모아내는 것이 일본 만화의 저력이다. 한 작가의 천재적인 재능이 돋보이는 작품도 즐겁지만, 모든 것이 잘 배합된 합작품을 보는 것도 기분 좋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충실한 정보와 탄탄한 구성, 그리고 만화적 즐거움으로 가득한 만화를 보고 싶다.
4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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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isvoice

2010.08.01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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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yoon1124

2010.07.26

변함없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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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yujin

2010.07.24

잘보고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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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달인 1

<카리야 테츠> 글/<하나사키 아키라> 그림

출판사 | 대원

춤추는 세무관 1

Sato Tomokazu 저/서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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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

글 쓰는 일이 좋아 기자가 되었다. [씨네21] [브뤼트] [에이코믹스] 등의 매체를 만들었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를 거쳤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 소설, 만화를 좋아했고 어른이 되어서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자연스레 대중문화평론가, 작가로 활동하며 『나의 대중문화 표류기』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 『내 안의 음란마귀』 『좀비사전』 『탐정사전』 『나도 글 좀 잘 쓰면 소원이 없겠네』 등을 썼다. 15년 이상의 직장 생활, 7, 8년의 프리랜서를 경험하며 각양각색의 인간과 상황을 겪었다. 순탄했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통과하고픈 생각은 별로 없는 그 시기를 거치며 깨달았다. 직장인과 프리랜서 모두 쉽지 않고, 어른으로서 살아가는 일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것. 월급도 자유도 결국은 선택이고, 어느 쪽도 승리나 패배는 아니라는 것. 모든 이유 있는 선택 뒤엔 내가 감당해야 할 후폭풍이 남는다는 것. 다 좋다. 결국은, 지금의 내가 있으니까. 2007년부터 13년간 상상마당 아카데미 ‘전방위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며 쌍은 경험과 노하우를 이 책에 그대로 풀어냈다. 글쓰기 초보자에게 글을 잘 쓸 수 있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 준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모든 이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선물할 것이라 확신한다. 주요 저서에는 『전방위 글쓰기』(2008), 『영화 리뷰 쓰기』(2008),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2012), 『나의 대중문화표류기』(2015), 『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 미스터리』(2015), 『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 호러』(2016), 『고우영』(2017) 등이 있다. 공저로도 『클릭! 일본문화』(1999), 『시네마 수학』(2013), 『탐정사전』(2014), 『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 웹소설 작가 입문』(2017) 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