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아등바등 똥줄 태우지 않는 ‘아랫것들’의 삶을 위하여 - 박민규
2003년 여름의 시작 무렵, 한 권의 책이 등장한다. 『지구영웅전설』, 제8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 수상작. 책날개에 걸려 있는 작가의 사진은 잊혀진, 혹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낯선 ‘지구영웅’을 떠올리게 한다.
200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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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여름의 시작 무렵, 한 권의 책이 등장한다. 『지구영웅전설』, 제8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 수상작. 책날개에 걸려 있는 작가의 사진은 잊혀진, 혹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낯선 ‘지구영웅’을 떠올리게 한다. 거의 배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에 조금 지저분한 콧수염. 놀랍게도 작가는 물안경을 쓴 채로, 지구를 지키겠다는 듯 결의에 찬 표정으로 입술을 앙 다물고 있었다. 책의 제목인 ‘지구영웅전설’로 보아할 때 이 물안경은 시력을 멀게 만드는 외계인의 괴광선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2003년 여름의 끝 무렵, 물론 아직 엄청나게 덥지만, 그의 두 번째 작품이 나온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제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책의 띠지에는 “1할 2푼 5리의 승률로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에게”라고 쓰여 있다. 작가는 “따라 뛰지 않는 것, 속지 않는 것, 찬찬히 들여다보고 행동하는 것. 피곤하게 살기는 놈들도 마찬가지다. 속지 않고 즐겁게 사는 일만이, 우리의 관건이다”라고 ‘작가의 말’에 쓰고 있다. 책날개에 쓰여진 작가의 짧은 자기 소개글은 소위 '날라리' 인생의 전형처럼 보였다.
“어릴 때부터 학교 가기가 싫었다. 커서도 학교 가기가 싫었다. 컨닝을 해 대학에 붙긴 했지만 여전히 학교 가기가 싫었다. 먹고살기가 문학보다 백 배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회사 가기가 좋을 리 없었다.”
생활의 끝에서 마주 친 두 개의 문학상
회사를 그만 둔 작가는 2년 6개월 동안 습작을 한 후 등단을 했다. 결코 길다고 볼 수 없는 기간이지만 그동안 그가 쓴 작품들의 수는 놀라울 정도다. 단편이 서른 편, 오백 매 분량의 경장편이 두 편, 천이백 매 분량의 장편이 한 편.
“그냥 써요. 다른 거보다 아는 게 없으니까, 모른다고 고민하고 하지 않고 쓰고 싶은 대로 그냥 써요.”
그는 자신이 뭘 잘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학교 다닐 때는 맨 꼴찌였고, 뭘 해도 바닥이었다. 그는 처음 쓸 때부터 소설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문예창장학과를 졸업하긴 했는데, 사실 대입 학력고사가 객관식이었던 때라 컨닝해서 들어간 것이란다. 87학번인 그가 고등학교 다닐 때는 내신이 15등급까지 있었는데, 그는 진짜 15등급이었다. 그런데 같이 놀던 선배들이 사회 나가서 살고 있는 걸 보니까, 그도 졸업하면 딱 백수겠구나 싶더란다. 유일한 피안처가 대학이라고 생각되어서, 그냥 커닝을 했는데 점수가 잘 나왔다. 잘은 몰라도 하여간 예술 쪽으로 하고 싶었는데, 음대나 미대는 레슨이 필요했고, 결국 레슨 없이 갈 수 있는 문예창작학과를 들어갔다.
생활이 힘겹게 되어 올해는 꼭 등단을 했어야 했다는 말에 상금 받은 것으로 얼마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지 물었다. 현실적으로 등단을 하고, 상금을 받긴 했어도 그동안의 빚을 갚고 나니, 앞으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정도만 남았다는 대답. 그러면서도 그는 행복한 표정이었다.
“글을 쓰길 잘 했구나, 하는 감정이 드는 이유 중 하나인데,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돈을 우습게보기 시작했어요. 돈을 업신여긴다는 것이 아니라, 돈에 구애를 안 받게 되더라구요. 그런데 그게 편해요. 사는 게 돈이 얼마 없더라도 편하고…….”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그는 딱히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다. 문학잡지인 『베스트셀러』 편집장을 하면서는 문학에 대한 동경이 더 없었다고 한다. 차라리 문학과 동떨어져 있으면 더 환상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늘 작가들을 취재하고 사진 찍고 그러다 보니 동경이 더 희미해졌던 것. 그러다가 직장생활이 8년째에 접어들었을 때, 그는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졌다.
“현실적으로는 그때 아이가 태어나고 더 열심히 돈을 벌어야 했는데……. 글을 쓰고 싶은 게 어느 정도였나 하면, 안 쓰면 병이 되겠더라구요. 그래서 아내하고 상의를 했죠. 이상하게 너무 쓰고 싶다. 그런데 집사람이 너무 흔쾌하게, 그러면 쓰라고 했어요. 그래서 집사람이 생활을 꾸리고 저는 글만 쓰고, 바로 그때 혼자 삼천포로 내려갔어요.”
그가 직장을 그만두던 무렵 IMF가 터졌다. 1998~1999년이 지나는 동안 난리가 나고, 그는 비록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긴 했지만, 왠지 실직자들과 비슷한 분위기에 젖어들었다. 작가는 자신이 살아온 게 늘 ‘바닥’이었던 만큼, 자신을 포함한 이 세계의 ‘아랫것들’을 위한 작품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삼미 슈퍼스타즈와 함께 ‘삼천포’에 빠지다
“패배를 생각하면 제일 먼? 떠오르는 게, 어렸을 때 항상 지기만 하던 삼미 슈퍼스타즈 야구팀이었어요. 그 소재에 구미가 당기더라구요.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잘 나가다 삼천포로 빠진다’는 얘기를 하는데, 제가 직장생활을 그만 두니까 그야말로 인생이 주어지더라구요. 여유도 많아지고, 그러면서 진짜 인생이란 건 삼천포에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정말 삼천포에 가서 작품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가 삼천포에 내려가서 처음 쓴 작품이 바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다. 작가는 자료 조사를 마친 다음, 바로 삼천포에 내려가서 작품을 썼다.
“자료조사가 너무 힘이 들었어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가도 자료가 없다 그러고, 삼미의 후신인 현대 유니콘스를 갔는데, 뭐 하러 이런 치욕적인 과거를 들추느냐는 식의 대답만 듣고, 그래서 신문사 자료실에 가서 필름을 다 검색했어요. 하지만 신문에 나온 자료는 실제로 경험한 거랑 틀리잖아요. 그래서 실제 얘기를 알고 싶어서 여기저기 찾아보니 유일하게 ‘짠물의 인천 야구 역사’라는 사이트가 있더군요.”
‘짠물의 인천 야구 역사’는 거의 유일하게 당시의 자료를 마니아적인 입장에서 사이버 박물관처럼 꾸며놓은 곳이라 큰 도움이 되었다. 조사 과정에서 아는 인맥들을 통해 만난 인천 분들의 이야기 역시 작가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면서 이 작품은 자신이 잘 쓴 게 아니라 그런 분들의 도움으로 쓴 것이라고 공을 돌린다. 특히 실제로 경험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적인 기록을 쓰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번 작품에 대해 당시의 삼미 슈퍼스타즈 선수들에게 개인적으로 참 죄송스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당시 삼미의 선수들은 얼마나 비참했을까?’ 하는 질문을 해보았다는 작가는 그분들이 가졌을 고통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지 않았을까, 혹시나 이번 작품이 그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작가는 얼마 전 『한겨레 21』이 마련한 인터뷰 자리에서 ‘짠물의 인천 야구 역사’ 사이트를 운영하는 김훈희 씨와 삼미 슈퍼스타즈의 선수였던 김재현 씨 만났다.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이름 아래 세 명이 모인 곳은 지금은 종합경기장으로 이름이 바뀐 옛 인천야구장. 삼미 슈퍼스타즈의 유니폼을 입고 다같이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정말 신나는 시간이었단다.
한때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원년 투수였다가 현재는 인천 동산고 야구부에서 코치를 맡고 있는 김재현 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작가는 재밌기도 했지만 아쉬움도 많았다. 작품을 쓸 때 선수들의 뒷이야기를 알 수 있었으면 훨씬 더 재미있는 작품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김재현 씨가 해준 많은 이야기 중 작가가 인상 깊게 기억하는 것은 팀이 18연패를 하고 나자, 감독이 당시 아주 용하다는 목사를 부산에서 초대했던 일화이다. 그 덩치 큰 선수들을 다 무릎 꿇게 하더니 한 시간 동안 안수기도를 받게 했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건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마 일본 같았으면 그런 기록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을 거예요. 우리나라는 문화 자체가 1등 아니면 취급을 안 하니까, 자료들이 남아 있지를 않죠.”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아랫것들’을 위한 작품을 쓰려고 생각하던 작가가 삼미 슈퍼스타즈 야구단을 화두로 해서 쓴 것이다.
“그냥 아랫것이라 하면 안 되고, 저를 포함한 아랫것들이죠. 정말 나 같은 실패자들, 실은 실패가 아닌데……. 알고 보면 우리의 삶이 프로여야 할 이유가 없어요. 우리나라 사람들, 사실 프로야구 나오기 전까지는 프로라는 걸 전혀 몰랐는데, 어느날 갑자기 프로야구가 시작되면서 다들 프로로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쫓기면서 너무너무 경쟁에 시달리게 됐죠. 이제는 속지 말고, 박수 쳐주고 경쟁시킨다고 해서 속아서 경쟁에 시달리며 살지 말고, 이제 좀 쉬자는 얘기예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한때 권력과 자본이 사람들을 통치하기 위해 준비한 대표적인 미끼라는 비판을 받았던 3S, 즉 스포츠Sports, 섹스Sex, 쇼Show 중 스포츠를 중심소재로 하고 있다. 권력과 자본이 어떻게 스포츠를 통해서 사람?의 삶을 파괴하는가 하는 것을 매우 재밌으면서도 슬프게 그려내고 있다. 만약 독자를 웃기다가 울리는 작품이야말로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작품을 추천할 만하다.
작가가 보기에 권력층이 항상 샘플로 내보이는 것은 잘하는 ‘슈퍼스타’뿐이다. 이를테면 박찬호의 야구, 박세리의 골프 따위…….
“모든 국민들이 그렇게 할 이유가 없어요. 박찬호의 야구로 위안을 삼을 게 아니라, 삼미 슈퍼스타즈의 야구를 통해서 속지 말고 살아가야 해요.”
작가는 때론 못하면 어때, 말 그대로 지면 어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삼미의 야구는 너무나 처절하고 눈물이 날 정도로 치열한 야구였다. 작가가 보기에 삼미 슈퍼스타즈는 못해서 못한 게 아니고 여건 자체가, 또 구단주 기업 자체가 삼성이나 두산 같은 대기업이 아니고 열악했기 때문에 지기만 한 것이다. 말 그대로 투수가 오늘 던져서 어깨가 아픈데도 내일 또 던졌으니, 잘할 수가 없었다.
“삼미는 태생 자체가 문제였어요. 삼성 라이온즈하고는 태생 자체가 다른 거예요. 우리 개개인도 다들 자신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주어진 ‘태생’을 살고 있는 거예요. 유전무죄 무전유죄. 이런 말들이 가슴에 와 닿아요. 다 자기 하기 나름이라고 세상은 ‘뻥’을 치지만, 절대 자기 하기 나름이 아니에요, 태생이지. 삼미는 정말 힘들고 고단한 삶을 대표했던 거죠. 그런 패배의 기록이 지금에 있어서는 어떤 하나의 아이콘이 된 거예요.”
그는 삼미가 계속 지는 것을 보니까 어떤 윤곽이 보였다고 한다. 작가는 지금의 야구를 보면 알 수 있다면서, 사실 프로는 돈으로 우승을 사는 세계라고 본다. 돈 많은 구단이 좋은 선수 다 사오니 우승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 현실적으로는 강남의 돈 많은 집 아이들이 대체로 공부를 비롯하여 두루두루 잘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바로 프로의 구도라고 그는 본다.
아랫것들의 희망 찾기
그렇다면 그가 작품을 통해 말하는 ‘아랫것들’의 희망은 무엇일까? 그는 우선 아랫것들이 프로 이데올로기 만들기에 동참하는 것에 화를 낸다.
“쉬운 예로 큰손들이 주식 붐을 일으키잖아요. 그럼 이른바 개미군단이 달려들어서 결국 돈을 다 잃어요. 애당초 돈을 가진 인간들은 따로 있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전부 신기루를 가지고, 또 자본주의는 개개인의 욕망에 낚시 바늘을 걸고 있는 거니까. 자기가 열심히 시간 쪼개 가지고 재테크도 하고, 직장에선 야근이든 뭐든 시키는 대로 다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고, 이기고……. 이런 것들이 아주 잘사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필요 이상 피 터지며 노력하는 만큼 실제로 더 희희낙락하고 돈을 긁어가는 인간들은 따로 있단 말이에요. 그러면서 개개인은 얼마나 바쁘고 스트레스를 받는지……, 실제로 쉬지를 못하잖아요. 이럴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속고 있다는 거죠.”
『지구영웅전설』은 그가 ‘우리에게는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가’ 하는 자극을 사람들에게 주고 싶어서 쓴 작품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박정희만 죽으면 좋아지겠지, 군부독재만 끝나면 좋아지겠지 했는데, 박정희와 군부독재를 끝낼 만큼의 용기로는 안 되고, 그 이상의,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용기가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일부러 뻔한 내용을 뻔하게 썼어요. 어떤 새로운 생각도 못할 정도로 지금이 뻔한 상황이라는 거죠. 제 생각에는 그게 더 잔인하다는 거예요.”
이 작품에는 슈퍼맨, 배트맨 등의 만화 주인공이 등장한다. 끔찍한 현실에 대해 쓰려니 만화적 소재가 아니면 너무 울적하고 비참했다고 한다. 너무 비참한 것을 같은 비참한 방식으로 말하기가 싫었다는 것이 그의 의도였다.
현실의 가혹함과 글쓰기의 행복함
그는 이제 전업작가로 나서면서 사람들이 직장에서 평균적으로 일하는 만큼은 글을 쓰겠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한다. 그의 동료였던 사람들이, 그와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직장에서 일하는 만큼은 그도 글을 써야지 부끄럽지 않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보통 사람들이 일하는 만큼도 글을 쓰지 않는다면 그건 정말 나쁘다고 생각한다.
“글 쓰는 게 진짜 행복해요. 둘 다를 경험하게 돼요. 현실의 가혹함하고, 글쓰기의 행복함. 작품을 쓸 때는 시골 민가나 이런 데 방에 처박혀서 글을 쓰는데, 처음 가서 하루나 이틀 정도는 글을 쓰지 않고, 천으로 눈을 가려요. 처음 가본 방에서 눈을 감고 하루 이틀을 생활해요. 안 보이는 채로 더듬어서 밥도 만들어 먹고, 화장실도 가고……. 그러면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여러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고통스럽죠. 신경이 예민해지고 동물에 가까워져요. 그 다음에 눈 가린 것을 풀고 쓰기 시작해요.”
그는 원래 자신이 전형적으로 공부 안 하고 노력 안 하던 유형의 인간이었다고 한다. 농땡이 까고 50원짜리 오락도 많이 했다. 그는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 쓸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교육부의 교육을 거의 안 받았다는 것을 지금은 오히려 다행스럽게 여긴다.
그가 지금 써놓은 단편은 「카스테라」「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야쿠르트 아줌마」「로터리 클럽」 등이 있다. 그는 대부분의 인간들이 너무 마이크로해지고 소프트해지면서 지배에 너무나 잘 순응하는 상황을 그린 장편을 써놓고 ‘마이크로 소프트’라는 제목을 달아놓았다. 하지만 그는 이 작품을 단편으로 돌리고 ‘핑퐁’이라는 제목으로 비슷한 주제의 장편을 새로 쓰고 있다. ‘핑퐁’은 세계와 개인의 관계를 조명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또 ‘메스게임 소사이어티’라는 작품은 메스미디어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고, ‘런’은 주한미군 문제를 다룬 작품이라고 한다.
힘들게 영업사원하면서 회사 생활하던 시절에는 책을 보기가 힘들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때 그가 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스포츠 신문 같은 것이었다. 그는 정말 힘겹게 사는 사람들은 책이나 문예지를 읽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는 그런 스포츠 신문이나 『플레이보이』 같은 잡지에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싶어한다. 힘겹게 사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고, 활력이 되고, 식욕을 돋우게 하는 글이 그가 쓰고 싶은 글이다.
돈 좀 덜 버는 대신 맘대로 살고 싶다는 그는 마지막으로 어떤 울분 같은 것을 토한다. 자신이 조금 더 어리고, 먹고 사는 문제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했으면, 책에 실린 작가의 말에 “일 좀 그만 시켜라! 이 씨발놈들아!” 하는 욕을 남겼을 거란다.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오늘 하루 농땡이도 좀 치시고, 너무 열심히 일하지 말”라는 당부를 한다. 그리고 그 윗사람들에게는 제발 일 좀 그만 시키라는 말을 남기고 싶단다. “농땡이 잘 치세요~!” 그가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남긴 말이다.
2003년 여름의 끝 무렵, 물론 아직 엄청나게 덥지만, 그의 두 번째 작품이 나온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제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책의 띠지에는 “1할 2푼 5리의 승률로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에게”라고 쓰여 있다. 작가는 “따라 뛰지 않는 것, 속지 않는 것, 찬찬히 들여다보고 행동하는 것. 피곤하게 살기는 놈들도 마찬가지다. 속지 않고 즐겁게 사는 일만이, 우리의 관건이다”라고 ‘작가의 말’에 쓰고 있다. 책날개에 쓰여진 작가의 짧은 자기 소개글은 소위 '날라리' 인생의 전형처럼 보였다.
“어릴 때부터 학교 가기가 싫었다. 커서도 학교 가기가 싫었다. 컨닝을 해 대학에 붙긴 했지만 여전히 학교 가기가 싫었다. 먹고살기가 문학보다 백 배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회사 가기가 좋을 리 없었다.”
생활의 끝에서 마주 친 두 개의 문학상
회사를 그만 둔 작가는 2년 6개월 동안 습작을 한 후 등단을 했다. 결코 길다고 볼 수 없는 기간이지만 그동안 그가 쓴 작품들의 수는 놀라울 정도다. 단편이 서른 편, 오백 매 분량의 경장편이 두 편, 천이백 매 분량의 장편이 한 편.
“그냥 써요. 다른 거보다 아는 게 없으니까, 모른다고 고민하고 하지 않고 쓰고 싶은 대로 그냥 써요.”
그는 자신이 뭘 잘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학교 다닐 때는 맨 꼴찌였고, 뭘 해도 바닥이었다. 그는 처음 쓸 때부터 소설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문예창장학과를 졸업하긴 했는데, 사실 대입 학력고사가 객관식이었던 때라 컨닝해서 들어간 것이란다. 87학번인 그가 고등학교 다닐 때는 내신이 15등급까지 있었는데, 그는 진짜 15등급이었다. 그런데 같이 놀던 선배들이 사회 나가서 살고 있는 걸 보니까, 그도 졸업하면 딱 백수겠구나 싶더란다. 유일한 피안처가 대학이라고 생각되어서, 그냥 커닝을 했는데 점수가 잘 나왔다. 잘은 몰라도 하여간 예술 쪽으로 하고 싶었는데, 음대나 미대는 레슨이 필요했고, 결국 레슨 없이 갈 수 있는 문예창작학과를 들어갔다.
생활이 힘겹게 되어 올해는 꼭 등단을 했어야 했다는 말에 상금 받은 것으로 얼마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지 물었다. 현실적으로 등단을 하고, 상금을 받긴 했어도 그동안의 빚을 갚고 나니, 앞으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정도만 남았다는 대답. 그러면서도 그는 행복한 표정이었다.
“글을 쓰길 잘 했구나, 하는 감정이 드는 이유 중 하나인데,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돈을 우습게보기 시작했어요. 돈을 업신여긴다는 것이 아니라, 돈에 구애를 안 받게 되더라구요. 그런데 그게 편해요. 사는 게 돈이 얼마 없더라도 편하고…….”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그는 딱히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다. 문학잡지인 『베스트셀러』 편집장을 하면서는 문학에 대한 동경이 더 없었다고 한다. 차라리 문학과 동떨어져 있으면 더 환상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늘 작가들을 취재하고 사진 찍고 그러다 보니 동경이 더 희미해졌던 것. 그러다가 직장생활이 8년째에 접어들었을 때, 그는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졌다.
“현실적으로는 그때 아이가 태어나고 더 열심히 돈을 벌어야 했는데……. 글을 쓰고 싶은 게 어느 정도였나 하면, 안 쓰면 병이 되겠더라구요. 그래서 아내하고 상의를 했죠. 이상하게 너무 쓰고 싶다. 그런데 집사람이 너무 흔쾌하게, 그러면 쓰라고 했어요. 그래서 집사람이 생활을 꾸리고 저는 글만 쓰고, 바로 그때 혼자 삼천포로 내려갔어요.”
그가 직장을 그만두던 무렵 IMF가 터졌다. 1998~1999년이 지나는 동안 난리가 나고, 그는 비록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긴 했지만, 왠지 실직자들과 비슷한 분위기에 젖어들었다. 작가는 자신이 살아온 게 늘 ‘바닥’이었던 만큼, 자신을 포함한 이 세계의 ‘아랫것들’을 위한 작품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삼미 슈퍼스타즈와 함께 ‘삼천포’에 빠지다
“패배를 생각하면 제일 먼? 떠오르는 게, 어렸을 때 항상 지기만 하던 삼미 슈퍼스타즈 야구팀이었어요. 그 소재에 구미가 당기더라구요.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잘 나가다 삼천포로 빠진다’는 얘기를 하는데, 제가 직장생활을 그만 두니까 그야말로 인생이 주어지더라구요. 여유도 많아지고, 그러면서 진짜 인생이란 건 삼천포에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정말 삼천포에 가서 작품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가 삼천포에 내려가서 처음 쓴 작품이 바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다. 작가는 자료 조사를 마친 다음, 바로 삼천포에 내려가서 작품을 썼다.
“자료조사가 너무 힘이 들었어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가도 자료가 없다 그러고, 삼미의 후신인 현대 유니콘스를 갔는데, 뭐 하러 이런 치욕적인 과거를 들추느냐는 식의 대답만 듣고, 그래서 신문사 자료실에 가서 필름을 다 검색했어요. 하지만 신문에 나온 자료는 실제로 경험한 거랑 틀리잖아요. 그래서 실제 얘기를 알고 싶어서 여기저기 찾아보니 유일하게 ‘짠물의 인천 야구 역사’라는 사이트가 있더군요.”
‘짠물의 인천 야구 역사’는 거의 유일하게 당시의 자료를 마니아적인 입장에서 사이버 박물관처럼 꾸며놓은 곳이라 큰 도움이 되었다. 조사 과정에서 아는 인맥들을 통해 만난 인천 분들의 이야기 역시 작가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면서 이 작품은 자신이 잘 쓴 게 아니라 그런 분들의 도움으로 쓴 것이라고 공을 돌린다. 특히 실제로 경험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적인 기록을 쓰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번 작품에 대해 당시의 삼미 슈퍼스타즈 선수들에게 개인적으로 참 죄송스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당시 삼미의 선수들은 얼마나 비참했을까?’ 하는 질문을 해보았다는 작가는 그분들이 가졌을 고통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지 않았을까, 혹시나 이번 작품이 그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작가는 얼마 전 『한겨레 21』이 마련한 인터뷰 자리에서 ‘짠물의 인천 야구 역사’ 사이트를 운영하는 김훈희 씨와 삼미 슈퍼스타즈의 선수였던 김재현 씨 만났다.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이름 아래 세 명이 모인 곳은 지금은 종합경기장으로 이름이 바뀐 옛 인천야구장. 삼미 슈퍼스타즈의 유니폼을 입고 다같이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정말 신나는 시간이었단다.
한때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원년 투수였다가 현재는 인천 동산고 야구부에서 코치를 맡고 있는 김재현 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작가는 재밌기도 했지만 아쉬움도 많았다. 작품을 쓸 때 선수들의 뒷이야기를 알 수 있었으면 훨씬 더 재미있는 작품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김재현 씨가 해준 많은 이야기 중 작가가 인상 깊게 기억하는 것은 팀이 18연패를 하고 나자, 감독이 당시 아주 용하다는 목사를 부산에서 초대했던 일화이다. 그 덩치 큰 선수들을 다 무릎 꿇게 하더니 한 시간 동안 안수기도를 받게 했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건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마 일본 같았으면 그런 기록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을 거예요. 우리나라는 문화 자체가 1등 아니면 취급을 안 하니까, 자료들이 남아 있지를 않죠.”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아랫것들’을 위한 작품을 쓰려고 생각하던 작가가 삼미 슈퍼스타즈 야구단을 화두로 해서 쓴 것이다.
“그냥 아랫것이라 하면 안 되고, 저를 포함한 아랫것들이죠. 정말 나 같은 실패자들, 실은 실패가 아닌데……. 알고 보면 우리의 삶이 프로여야 할 이유가 없어요. 우리나라 사람들, 사실 프로야구 나오기 전까지는 프로라는 걸 전혀 몰랐는데, 어느날 갑자기 프로야구가 시작되면서 다들 프로로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쫓기면서 너무너무 경쟁에 시달리게 됐죠. 이제는 속지 말고, 박수 쳐주고 경쟁시킨다고 해서 속아서 경쟁에 시달리며 살지 말고, 이제 좀 쉬자는 얘기예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한때 권력과 자본이 사람들을 통치하기 위해 준비한 대표적인 미끼라는 비판을 받았던 3S, 즉 스포츠Sports, 섹스Sex, 쇼Show 중 스포츠를 중심소재로 하고 있다. 권력과 자본이 어떻게 스포츠를 통해서 사람?의 삶을 파괴하는가 하는 것을 매우 재밌으면서도 슬프게 그려내고 있다. 만약 독자를 웃기다가 울리는 작품이야말로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작품을 추천할 만하다.
작가가 보기에 권력층이 항상 샘플로 내보이는 것은 잘하는 ‘슈퍼스타’뿐이다. 이를테면 박찬호의 야구, 박세리의 골프 따위…….
“모든 국민들이 그렇게 할 이유가 없어요. 박찬호의 야구로 위안을 삼을 게 아니라, 삼미 슈퍼스타즈의 야구를 통해서 속지 말고 살아가야 해요.”
작가는 때론 못하면 어때, 말 그대로 지면 어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삼미의 야구는 너무나 처절하고 눈물이 날 정도로 치열한 야구였다. 작가가 보기에 삼미 슈퍼스타즈는 못해서 못한 게 아니고 여건 자체가, 또 구단주 기업 자체가 삼성이나 두산 같은 대기업이 아니고 열악했기 때문에 지기만 한 것이다. 말 그대로 투수가 오늘 던져서 어깨가 아픈데도 내일 또 던졌으니, 잘할 수가 없었다.
“삼미는 태생 자체가 문제였어요. 삼성 라이온즈하고는 태생 자체가 다른 거예요. 우리 개개인도 다들 자신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주어진 ‘태생’을 살고 있는 거예요. 유전무죄 무전유죄. 이런 말들이 가슴에 와 닿아요. 다 자기 하기 나름이라고 세상은 ‘뻥’을 치지만, 절대 자기 하기 나름이 아니에요, 태생이지. 삼미는 정말 힘들고 고단한 삶을 대표했던 거죠. 그런 패배의 기록이 지금에 있어서는 어떤 하나의 아이콘이 된 거예요.”
그는 삼미가 계속 지는 것을 보니까 어떤 윤곽이 보였다고 한다. 작가는 지금의 야구를 보면 알 수 있다면서, 사실 프로는 돈으로 우승을 사는 세계라고 본다. 돈 많은 구단이 좋은 선수 다 사오니 우승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 현실적으로는 강남의 돈 많은 집 아이들이 대체로 공부를 비롯하여 두루두루 잘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바로 프로의 구도라고 그는 본다.
아랫것들의 희망 찾기
그렇다면 그가 작품을 통해 말하는 ‘아랫것들’의 희망은 무엇일까? 그는 우선 아랫것들이 프로 이데올로기 만들기에 동참하는 것에 화를 낸다.
“쉬운 예로 큰손들이 주식 붐을 일으키잖아요. 그럼 이른바 개미군단이 달려들어서 결국 돈을 다 잃어요. 애당초 돈을 가진 인간들은 따로 있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전부 신기루를 가지고, 또 자본주의는 개개인의 욕망에 낚시 바늘을 걸고 있는 거니까. 자기가 열심히 시간 쪼개 가지고 재테크도 하고, 직장에선 야근이든 뭐든 시키는 대로 다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고, 이기고……. 이런 것들이 아주 잘사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필요 이상 피 터지며 노력하는 만큼 실제로 더 희희낙락하고 돈을 긁어가는 인간들은 따로 있단 말이에요. 그러면서 개개인은 얼마나 바쁘고 스트레스를 받는지……, 실제로 쉬지를 못하잖아요. 이럴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속고 있다는 거죠.”
『지구영웅전설』은 그가 ‘우리에게는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가’ 하는 자극을 사람들에게 주고 싶어서 쓴 작품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박정희만 죽으면 좋아지겠지, 군부독재만 끝나면 좋아지겠지 했는데, 박정희와 군부독재를 끝낼 만큼의 용기로는 안 되고, 그 이상의,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용기가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일부러 뻔한 내용을 뻔하게 썼어요. 어떤 새로운 생각도 못할 정도로 지금이 뻔한 상황이라는 거죠. 제 생각에는 그게 더 잔인하다는 거예요.”
이 작품에는 슈퍼맨, 배트맨 등의 만화 주인공이 등장한다. 끔찍한 현실에 대해 쓰려니 만화적 소재가 아니면 너무 울적하고 비참했다고 한다. 너무 비참한 것을 같은 비참한 방식으로 말하기가 싫었다는 것이 그의 의도였다.
현실의 가혹함과 글쓰기의 행복함
그는 이제 전업작가로 나서면서 사람들이 직장에서 평균적으로 일하는 만큼은 글을 쓰겠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한다. 그의 동료였던 사람들이, 그와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직장에서 일하는 만큼은 그도 글을 써야지 부끄럽지 않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보통 사람들이 일하는 만큼도 글을 쓰지 않는다면 그건 정말 나쁘다고 생각한다.
“글 쓰는 게 진짜 행복해요. 둘 다를 경험하게 돼요. 현실의 가혹함하고, 글쓰기의 행복함. 작품을 쓸 때는 시골 민가나 이런 데 방에 처박혀서 글을 쓰는데, 처음 가서 하루나 이틀 정도는 글을 쓰지 않고, 천으로 눈을 가려요. 처음 가본 방에서 눈을 감고 하루 이틀을 생활해요. 안 보이는 채로 더듬어서 밥도 만들어 먹고, 화장실도 가고……. 그러면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여러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고통스럽죠. 신경이 예민해지고 동물에 가까워져요. 그 다음에 눈 가린 것을 풀고 쓰기 시작해요.”
그는 원래 자신이 전형적으로 공부 안 하고 노력 안 하던 유형의 인간이었다고 한다. 농땡이 까고 50원짜리 오락도 많이 했다. 그는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 쓸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교육부의 교육을 거의 안 받았다는 것을 지금은 오히려 다행스럽게 여긴다.
그가 지금 써놓은 단편은 「카스테라」「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야쿠르트 아줌마」「로터리 클럽」 등이 있다. 그는 대부분의 인간들이 너무 마이크로해지고 소프트해지면서 지배에 너무나 잘 순응하는 상황을 그린 장편을 써놓고 ‘마이크로 소프트’라는 제목을 달아놓았다. 하지만 그는 이 작품을 단편으로 돌리고 ‘핑퐁’이라는 제목으로 비슷한 주제의 장편을 새로 쓰고 있다. ‘핑퐁’은 세계와 개인의 관계를 조명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또 ‘메스게임 소사이어티’라는 작품은 메스미디어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고, ‘런’은 주한미군 문제를 다룬 작품이라고 한다.
힘들게 영업사원하면서 회사 생활하던 시절에는 책을 보기가 힘들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때 그가 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스포츠 신문 같은 것이었다. 그는 정말 힘겹게 사는 사람들은 책이나 문예지를 읽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는 그런 스포츠 신문이나 『플레이보이』 같은 잡지에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싶어한다. 힘겹게 사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고, 활력이 되고, 식욕을 돋우게 하는 글이 그가 쓰고 싶은 글이다.
돈 좀 덜 버는 대신 맘대로 살고 싶다는 그는 마지막으로 어떤 울분 같은 것을 토한다. 자신이 조금 더 어리고, 먹고 사는 문제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했으면, 책에 실린 작가의 말에 “일 좀 그만 시켜라! 이 씨발놈들아!” 하는 욕을 남겼을 거란다.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오늘 하루 농땡이도 좀 치시고, 너무 열심히 일하지 말”라는 당부를 한다. 그리고 그 윗사람들에게는 제발 일 좀 그만 시키라는 말을 남기고 싶단다. “농땡이 잘 치세요~!” 그가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남긴 말이다.
3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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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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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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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2.03.01
박카스에프
2009.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