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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Dr. Seuss |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고양이는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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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와 필자가 직접 만든 고양이 |
사실 개인적으로 2003년 5월에 International Reading Association의 행사가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서 열려서 Disneyworld를 방문하였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출판사 Harcourt가 초대한 자리였는데, 놀랍게도 IRA 행사에 참석한 미국의 선생님들과 교수님들, 출판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 그날 오후부터 Disneyworld를 이용할 수 있었답니다. 저로서는 평생 기억할 멋진 추억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저는 Disneyworld에서 그의 책 속 인물들이 사는 마을 Seuss Landing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답니다. 사실 IRA에 모인 사람들은 전부 다 나이 지긋한 미국 초등학교 선생님과 교수님들, 그리고 출판사 관련 직원밖에 없었으니, 다들 점잖은 어른이지만 놀이동산에서는 애나 어린이나 하나같이 유치해지더군요. 저도 발을 동동 구르면서 이것저것 타고 놀았어요. 아마 제 평생 그렇게 놀이기구를 신나게 타 볼 기회가 앞으로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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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uss Landing' in Disneyland | 'The Cat in the Hat' in Disneyland |
Dr. Seuss의 유명세는 여러분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가 어느 정도로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작가인지는, 해마다 전미에서 가장 큰 교사 연합 조직인 NEA(National Education Association, 전미 교육 협회)에서 선정한 100대 어린이 도서에 그의 그림책이 최소한 열 권 이상 올라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10위 안에 든 책은 최근 10년간 최소 3권 이상이었고, 그중에는 『The Cat in the Hat』이 빠지지 않았지요.
파닉스(Phonics) 하면 자동 연상되는 이름, 닥터 수스(Dr. Seuss)
초등학교 1학년부터 정규 교과에서 영어를 가르친다고 하니, 이제 전보다 더 거센 영어 열풍이 불겠네요. 제가 가끔 사람들한테 농담으로 하는 말이 있어요. ‘우리나라는 10년 뒤에 인구 분류 방법이 하나 더 늘겠어. 영어 하는 사람과 영어 못하는 사람으로 말이야.’ 그럼 다들 뒤집어지죠. 솔직히 제 입장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자면, 저는 우리말은 물론 잘해야 하지만,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려면 영어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제는 지나친 과열 열풍이 볼썽사납다는 건데, 외국어에 대한 자기 철학이 없고(어쩌면 교육에 대한 철학이나 인생철학이겠지만요) 상술을 숨기면서 교묘하게 교육 사업인 양하는 업자들의 농간에 우리 엄마들이 속는 현실이 무척 아쉬울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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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inch』를 스케치 중인 Dr. Seuss (출처: Library of Congress, New York World-Telegram & Sun Collection,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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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장난의 귀재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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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Dartmout College |
1904년 3월 2일 미국 메사추세츠 주에서 태어난 Dr. Seuss의 본명은 Theodore Seuss Geisel입니다. 가족은 그를 Ted라고 불렀지요. Ted의 아버지, 어머니는 모두 독일 이민계 가정의 후손이었는데, 맥주양조장을 운영하던 친할아버지 덕분에 살림은 여유로웠습니다. 어린 시절 Ted의 삶은 여동생이 아기 때 폐렴으로 사망한 것을 빼고는 행복했습니다. 늘 자상한 아버지와 어머니는 잠자리에서 Ted에게 영어 운율(rhyme)이 살아있는 재미있는 책과 동물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주셨다고 해요. 아마도 현실에 없는 가상의 동물들이 잔뜩 등장하는 Dr. Seuss의 작품 세계 밑바탕은 바로 아버지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온 가족이 책 읽기를 좋아한 덕분에 Ted 가족은 주말마다 도서관에 책을 읽으러 가기도 했대요. 그런데 음, 요즈음 우리 사회에 반강제적으로 일고 있는 독서 운동이 어쩐지 조금 씁쓸하게 느껴지는 대조적인 모습이지요?
학창 시절 Ted는 악동이었대요. 툭하면 낙서로 아이들과 선생님을 웃기고, 적극적으로 학교 신문에 글과 만화를 연재하기도 했지요. 운동을 권장하는 부모님 덕에 어린 시절부터 Ted는 집에서 조용히 있기보다는 아버지를 따라 사격 대회에 나가 많은 상을 타기도 했다고 해요. 당시 세계는 1차 세계대전 중이었고, 아버지의 양조장은 금주법 때문에 문을 닫아야만 했어요. 그래서 아버지는 동물원 관리자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지요. 그때 Ted의 나이가 7살이었는데, 당연히 Ted는 아버지를 따라 동물원에 자주 갔지요. Ted가 동물을 스케치북에 가득 그려 오면, 동물 모습이 한결같이 괴상해서 그의 누나는 마구 비웃었대요. 하지만 어머니는 아들의 독창적인 그림을 진심으로 사랑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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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blog.syracuse.com |
Ted는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학교 신문 편집자로 활동하고 본격적으로 시와 칼럼, 삽화 등을 만들었어요. 또한 만돌린 클럽을 만들어 활동하고 연극 대본을 직접 써서 무대에 올리기도 했지요. Ted는 뉴햄프셔의 다트머스 대학(Dartmouth College)에 진학하여 영문학을 공부하며 교지 편집자로 일했지요. 아마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작가 수업을 하였던 듯싶어요. 그렇지만 놀기 좋아하고 일 벌리기 좋아하던 Ted의 성적은 그다지 좋지 못했어요. 게다가 대학 유머 잡지인 『Jack-O-Lanten』에 만화를 연재하는 데 너무 많은 공을 들였던 것이 화근이었지요. 약간의 떠버리 기질도 있던 Ted는 졸업 후에 뭐 할 거냐고 묻는 아버지한테 허풍을 떨며 Campbell Fellowship 장학금으로 옥스퍼드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라고 둘러대지요. 가문의 영광인데 Ted 아버지인들 왜 기쁘지 않았겠어요. 아버지는 지역 신문에 아들의 영광을 홍보하기까지 했어요. 그런데 웬걸요. 알고 보니, 신청만 했을 뿐 장학금은 받지 못했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체면을 생각해 자비로 아들을 옥스퍼드의 링컨 칼리지로 보냅니다. Ted가 정신을 차렸느냐고요? 아뇨. 강의는 재미없었고, 공부는 하기 싫었답니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공책 가득 낙서나 하며 시간을 때웠지요. 당시에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헬런 파머(Helen Palmer)는 자퇴를 고민하는 Ted에게 여행이나 하고 오라고 충고해 줍니다. 덕분에 Ted는 2년간 여행을 하고, 둘은 친구 사이에서 신랑, 신부 사이가 되었지요.
1927년 유럽 생활을 접고 미국에 돌아온 Ted는 유머 잡지인 『Judge』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아르바이트로 『Life』『Vanity Fair』 등에 자신의 만화를 실었지요. 사실은 만화가보다는 소설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기에 자신의 진짜 이름은 아껴두기로 했어요. 그래서 Dr. Seuss라는 필명으로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거고요. 이제 Ted 아니, Dr. Seuss는 성인 잡지에 각종 글과 삽화를 기고하고 광고를 만들면서 성공을 거둡니다. 하지만 17년 동안 살충제 회사의 전속 광고 일을 하는 동안, 손가락이 간지러웠던 그는 착한 일을 하기로 하고 바로 어린이를 위한 책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들려준 운율이 있는 동물 이야기가 상상력의 원천이었던 셈이지요. 1936년에 가족과 함께 유럽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배의 엔진 소리에서 리듬을 듣고 즉석에서 냅킨에 낙서를 했죠. ‘and to think that I san it on Mulberry street’란 글이 만들어졌어요. 아무튼 이렇게 해서 책으로 엮어 여러 출판사에 보냈지만, 멍청하고 겁쟁이 출판 담당자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해요. 무려 43개 출판사에서 말이죠. 거절로 점철된 슬픈 개인사에 방점을 찍게 해준 사건은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대학 친구의 도움 때문이었죠. Dr. Seuss는 자신이 책이 늘 도덕적일 필요는 없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즐거움을 배가하기 위해 글과 그림의 연관성을 강조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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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Dr. Seuss는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어요. 2차 세계대전 중인 1939년부터 1945년 사이에는 할리우드에 있는 Army Signal Corps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도 하고, Hiltler Lives와 Design for death 등으로는 아카데미상을 받기도 했으니까요. Dr. Seuss는 상복도 타고 났나 봐요. 1947년에는 『McElligot's Pool』이란 책에 그린 그림으로 칼데콧 명예상을 받고, 1948년과 1950년에는 『Bartholomew and the Oobleck』과 『If I ran the zoo』로 칼데콧 메달을 받았으니까요.
Dr. Seuss는 학생들이 꼭 알아야 할 단어라고 생각해 225 단어를 목록으로 만들고(대부분 sight words로서 단어가 발음법칙대로 소리 나기 않기에 별도로 익혀야 함) 각운이 맞는 두 단어를 제목으로 취해 책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해서 세상에 빛을 본 책이 앞서 소개한 『The Cat in the Hat』이지요. 2000년도까지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7천 8백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고 하니, 초대형 베스트셀러네요. 그밖에도 무수히 많은 교육용 그림책을 만든 Dr. Seuss는 너무나도 많은 사랑과 함께 영어 교육 초기에 기틀을 잡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책의 작가로 인정받고 있어요. Dr. Seuss는 1991년 9월 24일, 캘리포니아에서 돌아가셨습니다. 그가 죽자, 전 세계 신문이 부고를 내고, 수백만 사람이 조의를 표했지요. Dr. Seuss는 전 세계 ‘넌센스 문학’의 산맥을 잇는 ‘고봉’입니다. 아직도 할 말이 너무 많은 이 위대한 창조자의 책이 우리말로 엮어 소개될 수 없음을 애석하게 생각하면서 여기에서 그에 대한 찬양은 멈추도록 하겠습니다.
숫자와 색깔 이름을 어떻게 하며 재미있게 배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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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커버로 된 책 중에서 미국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순위 10위 안에서 해마다 벗어나지 않는 그 유명한 책이지요. 아이들은 뭐가 재미있어서 이 책에 푹 빠졌을까요? 동물인지 괴물인지 보지도 듣지도 못한 캐릭터가 가득 등장해서 말도 안 되는 행동을 능청맞게 하는 점에 아이들의 시선이 쏠린답니다. 제 네 살짜리 조카만 해도, 제 방에 들어오면 500여 권의 그림책 중에서 Dr. Seuss의 책에 눈길을 보냅니다. 기어이 테이프(테이프도 함께 있어요)와 책을 펼치며 읽어달라고 조릅니다. 64쪽을 읽다보면 제가 더 흥이 나죠. 네 살짜리한테 영어가 얼마나 들리겠어요. 하지만 읽고 있는 저는 어깨가 들썩거리지요. 반복되는 스토리, 다시 연출되는 상황, 다시 등장하는 단어, 자동으로 문장의 패턴이 쏙쏙 머리에 각인돼요. 게다가 강렬한 원색으로 단순하게 그린 그림은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유형인가 봐요. 제 조카가 글자는 읽을 줄 모르면서 이 책을 책장에서 뽑아낸 걸 보면 그림 때문임이 분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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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운율이 살아있다는 것은 따라하기 좋다는 뜻이겠죠? 그래서인지 조카는 테이프를 틀어주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문장을 흉내냅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기억하면서 나중에는 혼자 흥얼거립니다. 거참, 정말 신기해요. 사실 넌센스로 가득 차 있어서, 지금 제가 내용을 정리해 보려고 해도 장광설만 늘어놓을 것 같아 간단히 압축할 요령을 모르겠는데 말이죠. ‘call, say, hear, drink, think, sing, read’ 등의 동사를 익히고 싶다면 ‘good, right, fast, slow, high, low’ 등의 형용사를 익히고 싶다면, ‘dish, wish, fish, shoe, foot, hat, teeth’ 등의 명사를 익히고 싶다면 이 책을 함께 펼쳐보세요. 장담하건데 책 읽어 주는 어른이나 그림 보는 아이나 서서히 빠져들고 말 거예요. 내용이요? 딱 잘라 말할 수 없다니까요.
환경오염을 경고하는 제법 심각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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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슬러가 이 낯선 땅에 도착했을 때는 아름다운 '트러풀라 나무(Truffula Tree)'들이 갖가지 빛깔을 뽐내며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었어요. 그런데 위슬러는 나무를 베어 '쓰니드(Thneed)'를 만들기 시작했지요. 자, 이제 돈을 많이 번 윈슬러는 가족과 친지, 친구를 이 숲으로 불러 모아서 나무를 더 많이 베고 더 많은 쓰니드를 생산해 내려고 공장을 세웁니다. 그런데 반대급부로 숲 속의 동물들은 먹을거리를 잃어가고 공기와 물은 오염됩니다. 숲 속 생물들은 더 이상 이곳에서 살 수 없게 되자 모두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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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등장하는 이상하게 생긴 '로렉스(Lorax)'는 베어낸 나무 그루터기 속에서 나왔지요. 그는 말 못 하는 나무를 대신해 윈슬러에게 경고하는 역할을 해요. 하지만 아무리 로렉스가 경고를 해도 윈슬러에게는 소귀에 경 읽기 식입니다. 그리고 윈슬러가 마지막 남은 나무 한 그루마저 베어낸 날 로렉스도 숲을 떠나가죠. 모두 떠난 자리에 남은 오염된 하늘과 황폐한 땅, 썩은 물은 황량한 세상을 펼쳐 보입니다. 그런데 윈슬러가 나중에라도 후회했을까요? 음, 그건 독자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놓아야겠네요. 아이들이 영어를 잘 못한다고요? 에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림이 얼마나 기발한데요. 할리우드 밥을 먹은 작가 Dr. Seuss의 그림이라서 그런지, TV 만화영화에 익숙한 우리 아이들에게는 거부감 없이 다가와요. 물론 할리우드식 만화는 개인적으로 반대하지만, 엄연히 우리 아이들은 ‘할리우드 키드’잖아요? 과연 저런 아이디어가 어디에서 나왔을까 하는 호기심에 책장을 넘기다 보면, 문득 팀 버튼의 상상력도 그가 어린 시절 보고 자랐을 Dr. Seuss의 책에 많은 부분을 신세진 것이 아닌지 물어보고 싶?, 팀 버튼 전화번호를 옐로우 북에서 뒤적거립니다. (물론 거짓말이죠.) 하지만 진짜 그러고 싶을 정도로 그림 하나하나가 꿈틀꿈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서, 책인지 애니메이션인지 착각하게 된다니까요. 제 말이 과장이 심하다고요? 에고고. 그렇게 못 믿으시겠다면,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눈으로 확인하실 수밖에요.
닥터수스 Dr.Seuss The Lorax
출판사 | Random House Books for Young Readers
One Fish, Two Fish, Red Fish, Blue Fish Book & CD
출판사 | Random House Books for Young Rea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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