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 ‘깡총깡총’ 뛰는 토끼 본 적 없다. 아이들의 참 눈높이를 찾자
안도현 시인이 맛있고 영양가 높은 동시집 『냠냠』을 발간했다. 시인들의 동시집 출간을 이어가고 있는 비룡소 ‘동시야 놀자’ 시리즈 열 번째 책이다.
201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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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냠냠』은 음식을 재료로 한 동시다. “누릉누릉 누릉지, 파마한 라면, 노릇노릇 군만두, 아삭아삭 셀러리, 물에 동동 물김치, 불자동차 떡볶이” 등 의성어 의태어, 운율을 통해 재치 넘치는 음식 이야기가 담겼다. “요리라면 뭐든지 잘할 수 있다”는 안도현 시인은 요리를 잘하는 것이 시를 잘 쓰는 것과 연관이 있다며, 아이들이 음식에 관심을 갖고, 요리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냠냠』, 엉뚱함이 가진 힘에 기대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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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냠냠』은 음식 소재 동시다. 음식 배경으로 쓰게 된 계기는?
“아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제일 중요한 게 먹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먹는 게 넘쳐나서 고민이 되는 때를 살고 있는데, 먹는 것의 중요성을 동시라는 형태로 말을 걸어보고 싶었다. 먹거리가 단순히 투정부리고 욕심을 부릴 대상이 아니라, 살과 피를 만드는 중요한 먹거리라서 음식을 가지고 써보게 되었다.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것이라기보다는 아이들이 엄마가 음식을 만들 때 유심히 봤으면 좋겠다. 밀가루 반죽을 손으로 만져봐야만 감각을 체득할 수 있는 거다. 심지어 음식을 만드는 일에까지 참여했으면 좋겠다.”
소재를 취하는 데 어렵지 않았나?
“여기 나오는 소재들은 어린 시절에 내가 먹었거나, 아이들을 키우면서 먹이거나, 아는 집 아이들이 먹고 있는 것을 두루두루 취했다. 원래 음식에 관심이 많다. 유치원, 초등학생 식단 조사를 했다.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 시 창작 시간에도 음식을 잘 만들어야 시를 잘 쓴다고 강조한다. 같은 라면을 끓이더라도 자기 방식의 라면을 끓일 줄 아는 사람이 창의적인 사람이다. 시 역시 음식 만들기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동시 쓰기가 더 신이 난다고 했다. 시와 동시의 어떤 차이가 그런 마음의 차이를 불러일으키는지 궁금하다.
“시는 행복과 영광스러운 것의 편이 아니라 불행, 상처의 편이라고 말한다. 동시란 아이들이 읽는 것이기 때문에, 그래도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을 말하고자 한다. 동시는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을 이야기하더라도 그것을 즐겁게 표현하려고 한다.”
이번 동시는 아이들 입장에서 표현하려고 쓴 건지, 어른들 입장에서 들려주려고 쓴 것인지 궁금하다.
“동시는 아이들을 위한 시, 아이들에게 주는 시 두 가지로 말할 수 있다. 이것은 어른의 입장에서 나눈 구분이긴 한데, 아이들을 위한다는 게 강조가 되면, 동시가 딱딱한 교훈조로 흐를 위험이 있다. 이번에는 아이들 눈높이를 맞추고, 어른들에게 없는 엉뚱함의 힘에 기대보려고 했다. 실제로 나도 철이 없다.(웃음)”
“아이들이 동시 읽고 흥이 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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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동시가 좋은 동시인가?
“원고를 탈고하고 나서 주변에 있는 아이들에게 한번씩 읽힌 적 있다. 동그라미표, 가위표를 하라고 했다. 아이들 기준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다만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로 표시 해달라고 했다. 아이들의 눈은 다양하더라. 동그라미표를 골고루 받았다.(웃음)
우리 동시의 문제점이 있다면 동심 천사주의표 동시라는 거다. 아이들 마음에 무조건 천사가 있고, 예쁘고 귀여운 것만 가르쳐야 한다는 거다. 그런 천사주의 성격이 동시를 문학의 변방으로 몰고 온 것 같다. 동시를 쓰는 사람들이 아이들의 눈높이와 상상력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 시기의 아이들이 생각하고 머릿속에 무엇이 있는지 검토하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울림을 주는 동시를 쓰기 어려울 것이다.”
윤동주 시대의 동시를 읽던 아이들과 요즘 아이들은 어떻게 달라졌을 것 같나? 동시에도 시대상이 반영될 텐데, 이 시대에는 어떤 것이 동시에 반영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동시가 아이들에게서 멀어진 것은, 현실대응력이 취약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아주 오래전. 아이들의 교육현실 문제를 직접 동시로 써볼 수 없을까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아이들의 고민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다. 우리 동시는 그동안 동어반복으로 일관해왔다. ‘토끼는 OOOO’이라고 써놓게 무엇이 들어가야 한다고 물어본다. 대한민국 모든 아이들이 토끼가 깡총깡총이라고 쓰게 한다. 살면서 깡총깡총 뛰는 토끼를 본 적이 없다. 토끼장 안에서 엉금엉금 기어가는 것은 봤어도.(웃음)”
요즘 아이들의 문제를 무엇이라고 봤나? 실제 시에서 어떻게 반영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어릴 적에 집에서 밥 먹으면 국물을 한 숟가락도 남기지 말라고 엄하게 배웠다. 요즘 아이들은 그런 게 없잖나. 요즘 아이들은 먹고 싶으면 먹고, 남기고 싶으면 남기지요. 그런 게 <밥 한 숟가락> 시에 담겼다.”
한 숟가락도 / 남기지 마라 / 한 숟가락 남기면 / 밥이 울지 / 밥 한 숟가락도 / 못 먹어 배고픈 / 아이들이 울지(「밥 한 숟가락」, p.56)
왜 동시를 읽어야 하나? 왜 동시가 중요한가?
“내가 시를 쓰는 이유는, 시적인 것이 무엇인가 찾아가는 과정이다. 동시를 읽으면서 아이들이 어떤 흥을 느꼈으면 좋겠다. 정말 눈에 번쩍 뜨이는 동시를 자주 읽다 보면 창의성을 키우는 데 이보다 좋은 재료는 없다.”
자신의 시를 음식에 비유한다면?
“비빔밥. 우선 눈이 즐겁고 갖가지 채소가 들어있어서 입이 즐겁고, 골고루 영양분이 들어 있어서 즐거운데 내 동시가 그런 비빔밥이었으면 좋겠다.”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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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중요한 거 하나만 생각하자,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앙ㅋ
2012.02.10
phs99up
2010.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