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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여러분께 보여드릴 놀라운 것들을 준비했습니다. 모든 고전 명작들은 3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저의 프레젠테이션도 3막으로 구성했습니다. 자, 시작합니다. 1막은 아이맥(iMac)입니다.”
2005년 10월,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인 ‘스페셜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프레젠테이션 무대는 오래된 오페라 극장을 연상시켰고 대형 화면 위에는 연극 무대에서 사용하는 주름진 붉은색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다. 잡스가 프레젠테이션의 시작을 알리자 마치 연극의 한 막이 시작되듯 커튼이 올라갔다. 잡스는 자신의 프레젠테이션이 한 편의 잘 만든 고전 명작처럼 꾸며지길 바랐던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이 시대 최고의 프레젠터로 불린다. 그의 프레젠테이션 비밀을 밝히는 책만 해도 수십 종이 나와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잡스식 프레젠테이션을 설명하는 수많은 법칙과 규칙이 있지만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3의 법칙’이다. 잡스는 ‘3’이라는 숫자의 마법에 대해서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잡스는 3부 구조의 프레젠테이션 구성을 즐겨 사용해왔다. 프레젠테이션에 소개하는 제품도 주로 세 가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특징도 세 가지로 요약해서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3이란 숫자가 사람들에게 친숙하고 설득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3이라는 숫자에 친숙해진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그리스 시대의 희곡부터 모든 이야기의 기본은 3부 구조로 되어 있다. 역사적으로 뛰어난 영화, 소설, 연극, 그리고 프레젠테이션은 대부분 3부로 구성되어 있다. 2,000년이 지난 지금도 극작법에서는 여전히 3부 구조를 가르치고 있다. 연극이나 소설을 떠올리지 않아도 우리의 삶은 3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삼위일체,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정신이 그렇고, 아이를 낳게 해준다는 삼신할미, 만물의 이치라는 ‘천지인(天地人)’ 모두 숫자 3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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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나 삼총사, 곰 세 마리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세 가지 정보가 주어졌을 때 가장 쉽게 받아들이고 가장 쉽게 기억한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 가지로 요약되며 3을 마법의 숫자라고 부르는 것이다. 기업 경영 현장에서도 3은 매우 중요한 숫자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의 프레젠테이션 기법에도 3의 법칙이 포함되어 있다. 한 가지 업무 목표를 제시한 다음 그 목표에 대한 타당성 세 가지를 찾으라고 하는 식이다. 하버드나 MIT, 와튼 스쿨의 MBA 과정에서도 토론과 발표, 글쓰기에 중요한 수단으로 숫자 3이 등장한다. 학생들은 개인적인 단순한 질문에도 첫째, 둘째, 셋째 식으로 세 가지 요점을 정리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도록 훈련받고 있다. 논리적인 글을 쓰거나 발표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숫자 3은 사람이나 기업에게 일어나는 복잡하고 어려운 일들을 명쾌하게 정리해주는 마법도 가지고 있다. 듀폰은 3의 법칙을 활용해 위기에서 벗어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회사가 지금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조치를 취하려고 합니다.” 듀폰의 CEO였던 채드 홀리데이는 회사가 위기에 처하자 임원들과 전문가들을 모아놓고 회생 계획을 수립한 다음 이것을 직원들에게 세 가지 계획으로 압축해서 전달했다. 그 덕분에 6만 명이나 되던 직원들은 간단명료한 회사의 회생 계획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열흘 안에 바로 실행에 들어갈 수 있었다. 회사가 처한 현재 상황에 대해 구구절절 장황하게 전달하려고 했다면 아마 6만 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그렇게 빨리 일사불란하게 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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