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배우와의 스킨십이 쉽지는 않아요”
지난해와 연출가는 물론 공연장도 달라졌다. 특히 이번 <쓰릴 미>는 무대 후면 벽체를 4개의 조각으로 만들어, 조각의 움직임에 따라 ‘나’와 ‘그’의 추억이 담긴 시공간은 물론 인물의 심리를 부각하도록 했다.
2011.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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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하고 싶었던 작품인데 또 다시 이렇게 참여하게 돼서 감사하죠.”
기자는 몇 년 전 <김종욱 찾기> 때 김재범 씨를 만났다. 당시 그에게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바로 <쓰릴 미>와 <헤드윅>을 말했던 기억이 났다. 그런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쓰릴 미>에 참여하게 됐으니, 그 소감이 남다를 것이다.
좋죠, 설레고. 워낙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서 걱정도 되고요. 다행히 지난해 좋게 봐주셔서 기쁘고 신났어요. 올해는 부담보다는 설렘이 더 큰 것 같아요”
공연이 임박한 만큼 연습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가는 런-쓰루로 진행됐다. 그래서인지 워낙에 내성적인 김재범 씨는 더욱 차분하다.
“에너지를 쏟아내는 작품이라서 끝나고 나면 굉장히 힘들어요. 조금 전 연습 때 울기도 했고. 작년에 해보니까 물 마실 시간도 없더라고요. 100분 동안 무대 위에 계속 있으면서 노래하고 말하다 보니까 입이 자꾸 말라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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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와 연출가는 물론 공연장도 달라졌다. 특히 이번 <쓰릴 미>는 무대 후면 벽체를 4개의 조각으로 만들어, 조각의 움직임에 따라 ‘나’와 ‘그’의 추억이 담긴 시공간은 물론 인물의 심리를 부각하도록 했다.
“일단 파트너가 달라지니까 같은 대사인데도 다른 느낌이 들더라고요. 또 무대가 바뀌니까 동선도 바뀌면서 색다른 심리를 끄집어낼 수도 있고요. 연출이나 음악감독도 다른 분이니까 배우로서는 같은 작품을 다시 하면서 배우는 게 많아요. 걱정되는 건, 첫 느낌이라는 게 있잖아요. 저도 처음에는 ‘작년엔 이렇게 했는데...’ 하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고요. 새로운 해석을 인정해야지 마음을 닫으면 배우도 관객도 힘든 것 같아요. 첫 느낌을 안고 오시겠지만 긍정적으로 봐주시면 좋겠어요.”
해가 가고 회가 더해질수록 스킨십의 수위는 높아간다고 들었다.
“지난해와 비슷한 것 같아요. 한 번 정도 키스 장면이 더 있긴 하죠. 남자 배우와의 스킨십이 쉽지는 않지만 공연 때는 몰라요. 좋아하는 사람과 하는 거니까. 그런데 공연이 끝나고 영상이나 사진을 통해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그런 장면은 보고 싶지 않아요(웃음).”
두 번째 오르는 무대인 만큼 작품에 대한 분석력은 앞설 것이다. 김재범이 바라보는 <쓰릴 미>는 어떤 작품인가.
“저는 일단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나는 그를 사랑하고, 그도 나를 사랑하지만, 서로 뒤틀리잖아요. 두 남자의 파워게임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왜’를 생각하면 그 절실함에는 사랑이 있는 것 같아요. 그를 진정 사랑하기 때문에 내 곁에 두고 싶어서 그 파워게임을 하지 않나...”
그런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나’다. ‘그’를 탐내볼 만도 한데.
“저도 처음에는 ‘그’를 해보고 싶었어요. 누가 봐도 한눈에 멋있다는 생각이 드는 인물이잖아요. 그런데 주위에서 ‘그’를 하라고 얘기하지 않고, 제가 생각해도 그처럼 키가 크지도 멋있지도 않아서 접었어요(웃음). 무엇보다 ‘나’가 더 좋습니다. ‘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잖아요. 내가 이끌어가면서 20대는 물론이고 34년 후에 54세가 된 ‘나’도 연기할 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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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김재범 씨 외에도 모두 6명의 남자배우가 <쓰릴 미> 무대에 오른다. ‘나’에 정상윤, 전성우, 손승원, ‘그’에 장현덕, 김성일, 이정훈. 김재범 씨를 제외하고는 모두 처음 만나는 <쓰릴 미>, 역시 파격적인 기용이다. 시커먼 남자들만 모이는 연습실 분위기는 짐작대로 다소 칙칙하다.
“피아니스트까지 더하면 남자만 9명이에요. 분위기는 좀 어두침침하고 칙칙하죠. 대화도 별로 없고, 쉬는 시간에는 자꾸 나가고요. 물론 편한 것도 있어요. 어제 입었던 트레이닝복 또 입어도 되고, 덜 씻고 와도 되고요(웃음). 지난해에는 최재웅을 비롯해서 술자리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자주 어울렸는데, 이번에는 다들 술을 안 마셔서 공연 외적인 만남은 별로 없었던 게 조금 아쉬워요.”
2004년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한 후 <공길전>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김종욱 찾기> <빨래> <지붕 위의 바이올린> <스팸어랏>, 연극 <날 보러 와요> 등 화제가 된 작품에 줄곧 이름을 올렸다. 데뷔 8년차, 스스로를 점검해 본다면?
“점검한 내용은 저 혼자만 알고 싶고요(웃음). 좀 더 욕심을 내서 배우로서 저를 갖춰야 할 것 같아요. 너무 욕심을 안 부리면 게을러지더라고요. 소극장과 대극장을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무대뿐만 아니라 다른 매체도 기회가 되면 도전해보고 싶거든요. 앞으로도 계속 배우로 걸어가고 싶은 만큼, 멀리 내다보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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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댓글
필자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did826
2012.10.28
샨티샨티
2011.12.22
rkem
2011.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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