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드 치킨의 유래, 안 먹고 버린 재료로 만들다가… - 『차별받은 식탁』
‘소울푸드(soul food)’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TV와 다른 언론에서 그동안 보고 들은 것을 떠올려본다면 소울푸드는 “어머니의 음식, 우리의 가슴과 영혼의 근본을 건드리는 음식”으로 이것을 먹으면 힘든 삶에 지친 영혼이 안식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음식 말이다. 사람마다 ’나의 소울푸드’는 다 다르겠지만 보편적으로 떠오르는 후보라면 된장찌개, 김치찌개, 삼겹살이나 떡볶이 같은 것이 아닐까.
2012.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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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푸드(soul food)’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TV와 다른 언론에서 그동안 보고 들은 것을 떠올려본다면 소울푸드는 “어머니의 음식, 우리의 가슴과 영혼의 근본을 건드리는 음식”으로 이것을 먹으면 힘든 삶에 지친 영혼이 안식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음식 말이다. 사람마다 ’나의 소울푸드’는 다 다르겠지만 보편적으로 떠오르는 후보라면 된장찌개, 김치찌개, 삼겹살이나 떡볶이 같은 것이 아닐까.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읽은 『차별받은 식탁』에 따르면 소울푸드는 근본부터 다른 얘기였다. 완전히 우리는 다른 내용을 우리 식으로 문구만 보고 혼자 해석해서 그런 것이라 오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 우에하라 요시히로가 말하기로 소울푸드는 미국 남부 흑인들이 주로 먹는 음식을 지칭하는 것이다. 소울푸드의 유래는 이렇다. 미국이 남북을 갈라져있던 노예제 시절, 백인 농장주가 먹지 않고 버리는 음식을 흑인 노예들이 가져다가 먹을만하게 만든 음식이 바로 소울 푸드다. 흑인노예의 음식이면서 지역적으로는 미국 남부 시골음식이다. 이들은 주로 남부의 농장지대에서 일했고 주방일은 거의 흑인 노예들의 차지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개발된 음식들이 발전돼 남은 것들이 지금도 소울푸드라고 불리는 특색있는 요리가 된 것이다. 그들이 먹던 어찌보면 부끄러운 과거가 있는 음식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마틴 루터 킹 이후 흑인의 공민권을 주장하며 인권운동이 한창이던 1960년대부터라고 한다. 미국의 흑인들이 자신들만의 음식의 독자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고심하다가 따로 붙인 이름이 ‘소울 푸드’였다. 자, 이제 ‘소울’의 의미가 분명해지지 않나? 바로 떠오르는 것이 있을 것이다. 20여년전 AFKN밖에 볼 것이 없던 시절, 주말에 두 줄로 늘어선 흑인들이 춤을 추고 있고, 그 사이로 한 명씩 나오면서 자기 춤실력을 뽐내는 개인기 시간을 갖던, 별 다른 포맷 없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바로 ‘소울 트레인(soul train)’이었다. 이게 기억나면 당신은 최소 30대 중반이다. 흔히 흑인 음악을 소울뮤직이라고 하는 것도 여기서부터 파생된 것이라고 한다.
<프라이드 치킨>
그렇다면 대표적인 미국의 소울푸드는 무엇이 있을까? 놀랍게도 우리가 일주일에도 한 두 번씩은 먹는 음식이 소울푸드 중에 하나였으니 바로 프라이드 치킨이었다. 원래 백인들은 오븐에 구운 ‘로스트 치킨’을 먹었다. 농장주들은 닭의 몸통과 다리살만 먹고, 날개나 발, 목등은 내다버렸다고 한다. 그러면 주방에서 일하던 노예들이 그걸 집으로 가져갔는데 오븐에 굽고 싶어도 구울 오븐도 없고, 시간도 오래 걸렸으며 구우면 바삭해져서 먹기가 난감한 부위였다. 고심 끝에 기름에 튀기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랬더니 날개부위도 꽤 먹음직해지게 부드럽고 뼈째 먹을 수도 있었으니 영양보충도 충분했다. 이렇게 정착된 방법으로 농장주들의 식탁에도 닭의 살코기도 튀겨서 올리기 시작해서 프라이드 치킨이 보편화되었다는 것이다. 골목마다 한두 개씩은 있는 수많은 치킨집들의 유래가 미국 남부였다니, 그것도 먹을게 없어서 시작한 것이었고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호프집에서 많이 파는 이색적 술안주인 ‘치킨윙’이라는 것도 사실은 농장주가 안 먹고 버린 재료를 먹을 수 있게 만든 200년 전의 소울푸드였던 것이다.
저자 우에하라 요시히로 본인도 일본의 소울푸드를 먹고 자란 사람이었다. 그는 일본의 천민 계층인 부라쿠 출신으로 남들은 안 먹는 소창자를 튀긴 아부라카스를 흔히 먹으면서 자라났다. 우리나라에서 백정을 천한 계층으로 보듯이 일본인들도 부락민들이 주로 식육업에 종사했고 그러다보니 팔지 못하는 내장음식을 조리해서 먹는 것이 자연스럽게 부락민의 요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후 저자는 세계 각국의 소울푸드가 무엇이 있는지 찾는 여행을 하게 되었다. 미국 남부의 다른 소울푸드로 흑인들이 주로 먹는 돼지 내장 조림인 치틀린즈, 일종의 옥수수죽인 그리츠, 오크라 튀김, 마카로니와 치즈, 캔디 얌 등을 소개하고 있다. 브라질에도 페이조아다라는 음식이 있었다. 1888년까지 노예제도가 존속했던 브라질에서는 돼지 내장, 귀, 코, 발, 꼬리를 콩과 함께 삶아 만든 페이조아다가 지금은 국민적 요리지만 원래 노예들의 음식이라고 한다. 가슴 아픈 이야기도 하나 있다. 바로 네팔의 불가촉 천민들이 먹는 음식이다. 네팔은 힌두교의 나라로 카스트 제도가 지금도 있다. 실생활에서도 아직까지 불가촉 천민들은 많은 차별의 대상이다. 특히 죽은 말이나 소를 처리하는 일을 하는 사르키라는 불가촉천민이 있다. 힌두교도인 네팔인들은 소를 원칙적으로 먹지 않는다. 그러나 사르키는 소고기를 먹는다. 살생을 금하는 힌두교도에게 소의 해체나 가죽가공작업은 사람이 할 일이 아니라 인간이하인 불가촉 천민이 할 일이니 사르키는 그들 중에서도 제일 낮은 지위가 되었다. 이 나라에서 소고기를 먹는 유일한 네팔인은 바로 자국민들이 상종하지 않는 사르키들이었다. 저자는 그들을 찾아가 부탁을 하여 ‘요리 이름도 정확히 없는’ 그 음식을 먹었던 경험을 담담하게 적으면서 사회적 문화가 어떻게 요리에 투영되며 그것이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것이 자신이 자란 일본, 그리고 저 멀리 미국이나 유럽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대동소이한 일임을 생생하게 적고 있다.
자, 여기까지 읽고 났다면 우리나라의 소울푸드의 정의에 가까운 소울푸드는 무엇일까.
<부대찌개>
떠오르는 음식이 있지 않습니까? 한국전쟁의 아픔과 함께 만들어진 음식, 바로....‘부대찌개’가 아닐까. 무엇이든 모자라던 시절, 미군이 먹다 버린 음식이나, PX를 통해 몰래 빼돌린 음식, 미군이 돈 대신 준 시레이션 깡통들을 모아, 그 안의 햄이나 소세지, 삶은 콩 등을 넣고 우리가 먹을 수 있게 다시 고추장이나 김치를 넣고 찌개로 만들어 끓여 완성한 부대찌개 말이다. 그래서 그 시발이 미군부대가 정착해있던 의정부, 이태원을 꼽고 있고 지금도 의정부에는 부대찌개골목이 있다. 현재는 모두가 즐기는 한국의 대표적인 요리 중의 하나가 되어있지만 그 시작을 생각해보면 한국의 ‘소울푸드’로 뽑는데 주저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오늘 우리들의 식탁에 올라와있는 음식들이 사실은 역사를 갖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먹을 필요는 사실 없다. 그렇게 까지 열심히 알고 먹을 필요까지는 없다. 그렇지만 한 번 알고 나면 오늘 내가 맥주 한 잔과 함께 먹는 프라이드 치킨이,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먹는 라면사리를 넣은 부대찌개가 어디서 온 것이고, 거기에 투영되어있는 역사를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우에하라 요시히로의 『차별받은 식탁』은 충분히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저자 우에하라 요시히로가 말하기로 소울푸드는 미국 남부 흑인들이 주로 먹는 음식을 지칭하는 것이다. 소울푸드의 유래는 이렇다. 미국이 남북을 갈라져있던 노예제 시절, 백인 농장주가 먹지 않고 버리는 음식을 흑인 노예들이 가져다가 먹을만하게 만든 음식이 바로 소울 푸드다. 흑인노예의 음식이면서 지역적으로는 미국 남부 시골음식이다. 이들은 주로 남부의 농장지대에서 일했고 주방일은 거의 흑인 노예들의 차지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개발된 음식들이 발전돼 남은 것들이 지금도 소울푸드라고 불리는 특색있는 요리가 된 것이다. 그들이 먹던 어찌보면 부끄러운 과거가 있는 음식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마틴 루터 킹 이후 흑인의 공민권을 주장하며 인권운동이 한창이던 1960년대부터라고 한다. 미국의 흑인들이 자신들만의 음식의 독자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고심하다가 따로 붙인 이름이 ‘소울 푸드’였다. 자, 이제 ‘소울’의 의미가 분명해지지 않나? 바로 떠오르는 것이 있을 것이다. 20여년전 AFKN밖에 볼 것이 없던 시절, 주말에 두 줄로 늘어선 흑인들이 춤을 추고 있고, 그 사이로 한 명씩 나오면서 자기 춤실력을 뽐내는 개인기 시간을 갖던, 별 다른 포맷 없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바로 ‘소울 트레인(soul train)’이었다. 이게 기억나면 당신은 최소 30대 중반이다. 흔히 흑인 음악을 소울뮤직이라고 하는 것도 여기서부터 파생된 것이라고 한다.
<프라이드 치킨>
그렇다면 대표적인 미국의 소울푸드는 무엇이 있을까? 놀랍게도 우리가 일주일에도 한 두 번씩은 먹는 음식이 소울푸드 중에 하나였으니 바로 프라이드 치킨이었다. 원래 백인들은 오븐에 구운 ‘로스트 치킨’을 먹었다. 농장주들은 닭의 몸통과 다리살만 먹고, 날개나 발, 목등은 내다버렸다고 한다. 그러면 주방에서 일하던 노예들이 그걸 집으로 가져갔는데 오븐에 굽고 싶어도 구울 오븐도 없고, 시간도 오래 걸렸으며 구우면 바삭해져서 먹기가 난감한 부위였다. 고심 끝에 기름에 튀기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랬더니 날개부위도 꽤 먹음직해지게 부드럽고 뼈째 먹을 수도 있었으니 영양보충도 충분했다. 이렇게 정착된 방법으로 농장주들의 식탁에도 닭의 살코기도 튀겨서 올리기 시작해서 프라이드 치킨이 보편화되었다는 것이다. 골목마다 한두 개씩은 있는 수많은 치킨집들의 유래가 미국 남부였다니, 그것도 먹을게 없어서 시작한 것이었고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호프집에서 많이 파는 이색적 술안주인 ‘치킨윙’이라는 것도 사실은 농장주가 안 먹고 버린 재료를 먹을 수 있게 만든 200년 전의 소울푸드였던 것이다.
저자 우에하라 요시히로 본인도 일본의 소울푸드를 먹고 자란 사람이었다. 그는 일본의 천민 계층인 부라쿠 출신으로 남들은 안 먹는 소창자를 튀긴 아부라카스를 흔히 먹으면서 자라났다. 우리나라에서 백정을 천한 계층으로 보듯이 일본인들도 부락민들이 주로 식육업에 종사했고 그러다보니 팔지 못하는 내장음식을 조리해서 먹는 것이 자연스럽게 부락민의 요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후 저자는 세계 각국의 소울푸드가 무엇이 있는지 찾는 여행을 하게 되었다. 미국 남부의 다른 소울푸드로 흑인들이 주로 먹는 돼지 내장 조림인 치틀린즈, 일종의 옥수수죽인 그리츠, 오크라 튀김, 마카로니와 치즈, 캔디 얌 등을 소개하고 있다. 브라질에도 페이조아다라는 음식이 있었다. 1888년까지 노예제도가 존속했던 브라질에서는 돼지 내장, 귀, 코, 발, 꼬리를 콩과 함께 삶아 만든 페이조아다가 지금은 국민적 요리지만 원래 노예들의 음식이라고 한다. 가슴 아픈 이야기도 하나 있다. 바로 네팔의 불가촉 천민들이 먹는 음식이다. 네팔은 힌두교의 나라로 카스트 제도가 지금도 있다. 실생활에서도 아직까지 불가촉 천민들은 많은 차별의 대상이다. 특히 죽은 말이나 소를 처리하는 일을 하는 사르키라는 불가촉천민이 있다. 힌두교도인 네팔인들은 소를 원칙적으로 먹지 않는다. 그러나 사르키는 소고기를 먹는다. 살생을 금하는 힌두교도에게 소의 해체나 가죽가공작업은 사람이 할 일이 아니라 인간이하인 불가촉 천민이 할 일이니 사르키는 그들 중에서도 제일 낮은 지위가 되었다. 이 나라에서 소고기를 먹는 유일한 네팔인은 바로 자국민들이 상종하지 않는 사르키들이었다. 저자는 그들을 찾아가 부탁을 하여 ‘요리 이름도 정확히 없는’ 그 음식을 먹었던 경험을 담담하게 적으면서 사회적 문화가 어떻게 요리에 투영되며 그것이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것이 자신이 자란 일본, 그리고 저 멀리 미국이나 유럽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대동소이한 일임을 생생하게 적고 있다.
자, 여기까지 읽고 났다면 우리나라의 소울푸드의 정의에 가까운 소울푸드는 무엇일까.
<부대찌개>
떠오르는 음식이 있지 않습니까? 한국전쟁의 아픔과 함께 만들어진 음식, 바로....‘부대찌개’가 아닐까. 무엇이든 모자라던 시절, 미군이 먹다 버린 음식이나, PX를 통해 몰래 빼돌린 음식, 미군이 돈 대신 준 시레이션 깡통들을 모아, 그 안의 햄이나 소세지, 삶은 콩 등을 넣고 우리가 먹을 수 있게 다시 고추장이나 김치를 넣고 찌개로 만들어 끓여 완성한 부대찌개 말이다. 그래서 그 시발이 미군부대가 정착해있던 의정부, 이태원을 꼽고 있고 지금도 의정부에는 부대찌개골목이 있다. 현재는 모두가 즐기는 한국의 대표적인 요리 중의 하나가 되어있지만 그 시작을 생각해보면 한국의 ‘소울푸드’로 뽑는데 주저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오늘 우리들의 식탁에 올라와있는 음식들이 사실은 역사를 갖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먹을 필요는 사실 없다. 그렇게 까지 열심히 알고 먹을 필요까지는 없다. 그렇지만 한 번 알고 나면 오늘 내가 맥주 한 잔과 함께 먹는 프라이드 치킨이,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먹는 라면사리를 넣은 부대찌개가 어디서 온 것이고, 거기에 투영되어있는 역사를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우에하라 요시히로의 『차별받은 식탁』은 충분히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 차별받은 식탁 우에하라 요시히로 저/황선종 역 | 어크로스
오오야 소이치 논픽션상 수상자 우에하라 요시히로가 미국의 흑인, 불가리아의 집시, 네팔의 불가촉민 등 최하층민들의 음식을 찾아 세계 뒷골목을 뒤진다. 그 자신도 일본의 부락민, 즉 전근대 시대 천민의 후예인 저자는 고슴도치, 소의 내장, 돼지의 귀와 발 등으로 만든 음식을 맛보며 차별받은 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전한다. 우리 삶을 달래온 곱창, 족발 등이 어디서 출발했는지도 짐작게 하는, 가장 낮은 곳의 삶을 조명한다. 흑인 노예부터 일본 부락민까지 제대로 된 삶에 고픈 자들의 음식문화사를 한 권에 담고 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5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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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은 독서가인지 애장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린 정신과 의사. 건국대 의대에서 치료하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도시심리학', '소통과 공감'등이 있다.
rostw
2013.04.30
나랑
2013.01.08
치즈
2012.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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