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맛있게 마시는 다섯 가지 방법
와인이든 음료든 눈과 코, 혀가 동시에 작용할 때 ‘맛’이란 것을 느끼게 된다. 시각장애인은 거의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담배 연기가 주는 시각적 자극과 멋이 없기 때문에 담배 맛을 잘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와인은 ‘오감’으로 마신다. 너무 거창하다구? 말은 어렵지만 별 이야기는 아니다.
201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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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러분의 눈앞에 와인 한 잔이 놓여 있다. 지금부터 와인을 맛없게 마시는 방법을 알려주겠다. 우선 눈을 감은 후 코에는 솜을 틀어막고 오직 입으로만 와인을 마셔보라. 무슨 맛일까?
아니, 맥주나 콜라라도 좋다. 똑같이 실험해보라. 도대체 여러분이 뭘 마시는지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콜라와 사이다를 통한 실험은 더욱 극명하다. 모두 톡 쏘는 탄산의 느낌이 있을 뿐 두 음료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얇게 썬 날감자와 사과로 실험해보라. 코를 막은 상태로는 날감자와 사과 맛이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맛은 결국 코로 결정하는 것이다. 감기에 걸리면 맛을 알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다! 와인이든 음료든 눈과 코, 혀가 동시에 작용할 때 ‘맛’이란 것을 느끼게 된다. 시각장애인은 거의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담배 연기가 주는 시각적 자극과 멋이 없기 때문에 담배 맛을 잘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와인은 ‘오감’으로 마신다. 너무 거창하다구? 말은 어렵지만 별 이야기는 아니다.
첫째, 눈으로 마신다
눈으로 와인의 색깔과 밝기, 점도, 거품(발포성 와인의 경우) 등을 보면서 ‘판단’하고 ‘흥분’한다.
둘째, 코로 마신다
여기서 코는 직접 향을 ‘흡입’하면서 느끼는 감각기관이다. 향과 악취를 구별하게 되고, 와인 품종과 숙성도 등을 판단한다.
셋째, 역시 코다
왜 또 코일까? 여기서의 코는 해부학적으로 후비강이라는 점막세포에 비밀이 있다. 이 점막세포는 수억 개가 존재하는데 처음 코로 들어온 향을 더욱 분석적이고 깊이 있게 맡는다.
넷째, 입, 즉 혀로 마신다
혀는 맛과 ‘자극’을 느끼는 기관이다. 단맛, 쓴맛, 짠맛, 신맛 등의 ‘맛’과 레드와인의 떫은맛, 발포성 와인의 쏘는 맛을 느낀다. 와인은 대개 혀로 느끼는 단맛과 신맛, 떫은맛과 코로 느끼는 향의 조화와 강도를 통해 품질의 특성이 정해지고 가격 차이도 생긴다.
다섯째, 입과 코로 마신다
이 두 기관이 함께 맛과 향의 ‘지속성’을 판별한다. 앞서 코를 막고 와인을 마시면 별맛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은 이런 ‘과학’에 의해 드러나는 증거다.
이야기가 너무 어렵게 풀렸다. 와인을 직접 마셔보자. 이른바 시음법이다. 우선은 주둥이가 좁은 잔에 와인을 3분의 1쯤 따르고 잔을 비스듬히 눕혀 색을 관찰한다. 화이트와인은 연두색, 노란색, 지푸라기색 등을 띤다. 짙은 색일수록 대체로 묵은 것이다.
레드와인은 밝은 선홍색, 오렌지빛이 도는 루비색, 적갈색 등을 띤다. 뒤로 갈수록 묵은 것이다. 색깔이 탁하거나 침전물, 부유물이 있으면 상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 다음 잔을 코에 대고 단번에 ‘흡’ 하고 냄새를 맡는다. 과일, 꽃, 후추, 계피, 담배 냄새 등 수백 종의 향을 맡을 수 있다.
화이트와인은 꽃과 산뜻한 레몬과 배, 복숭아 등의 과일향이 강한 편이고, 레드와인은 짙은 검은색 계열의 과일과 나무 냄새를 등을 느끼는 게 일반적이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에 대고 반 모금 정도 마신 후 입 안이 충분히 젖을 정도로 굴려서 맛과 향을 종합적으로 느낀다.
이런 시음법은 지나치게 ‘학구적’이다. 평소 비즈니스 자리에서 이렇게 하다가는 별난 사람으로 오해받기 쉽다. 한국에서 와인 강의를 들으면 이런 시음법을 가르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모습을 아무데서나 보이면 안 된다는 에티켓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레스토랑에서 코를 잔에 박고 킁킁거리며 입 안에서 와인을 마구 굴리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이 있다. 폼 잡는 것은 좋지만 성격 요란한 사람으로 보여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와인 강의 두어 번 듣고 와인 전문가 행세를 하지는 말자. 자고로 전문가란 그 일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와인을 즐긴다면 어디까지나 애호가로 남는 것이다.
- 보통날의 와인 박찬일 저 | 나무수
와인을 술이라기보다 일종의 국물로 해석하는 서양 요리사 박찬일. 그가 한국인의 잘못된 와인 지식을 바로잡아 올바른 와인 상식을 알려주고 일상 속 ‘보통날에 와인 마시는 즐거움’을 전한다. 와인은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거나, 와인에 대한 불편함을 가진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와인을 마시는 법을 알려주는 이 책은 2007년 출간된 『와인 스캔들』의 완전개정판이다. 5년 동안 달라진 와인 정보와 더불어 작가의 장점인 요리와 와인 분야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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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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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박찬일
기자로 일하던 중 이탈리아 영화에 매혹되어 3년간 이탈리아에서 와인과 요리를 공부했다. 시칠리아에서 요리사로 일하다 귀국해 셰프 생활을 시작했다.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제대로 권할 줄 아는 국내 몇 안 되는 요리사다. 트렌드세터들이 모이는 청담동, 신사동 가로수길, 홍대 등의 레스토랑에서 이탈리아 음식 본연의 맛을 요리했다. 시칠리아 유학 당시 요리 스승이었던 주세페 바로네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는 재료를 가지고, 가장 전통적인 조리법으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요리를 만든다”는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산다. ‘동해안 피문어와 홍천 찰옥수수찜을 곁들인 라비올리’, ‘제주도 흑돼지 삼겹살과 청양고추’, ‘봄 담양 죽순찜 파스타’와 같은 우리 식재료의 원산지를 밝히는 명명법은 강남 일대 셰프들에게 하나의 유행처럼 번졌다.
지은 책으로는 『보통날의 와인』,『보통날의 파스타』,『박찬일의 와인 셀렉션》,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어쨌든, 잇태리』,『추억의 절반은 맛이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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