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지는 어떤 사람인가?
‘페르소나(Persona)’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페르소나’란 그리스어 어원으로 ‘가면’을 나타내는 말이다. ‘외적 인격’,’ 가면을 쓴 인격’을 뜻한다. 내면으로는 평범하고 싶어하고 변화를 무척이나 싫어하지만,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다양한 변화를 추구하며 살았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진정한 내면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보면 ‘페르소나(persona)’는 모든 이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공부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해야 했고, 변화를 두려워 하지만 외국 생활을 어쩔 수 없이 하며 부딪혀야 했다. 너무도 좋아하던 일과 직장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포기하고 파리를 가야 했던 내 모습을 보면 ‘가면을 쓰며 살아온 삶, 인격’이 아닌가 싶다.
『파리 슈브니르』는 어떤 책인가.
『파리 슈브니르』는 제목과 같이 파리를 향한 ‘추억’,’기념품’과 같은 책이다. 나에게는… 지난 3년 반을 파리에 머물면서 소중히 느끼고 생각했던 추억을 영원히 기억하고자 쓴 책이다. 우리와 다른 그들의 사고, 생활방식, 각종 먹거리, 문화 등에 익숙해지며 그들을 이해하게 되었고,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면서 책으로 그러한 내용을 적어봤다. 여행객으로 다가갔다면 알기 어려웠던 것, 장기간 파리에 머물면서 오히려 너무 익숙해져 생소하게 느낄 수 없는 것을 적었다. 파리지엔 또는 파리지엥들의 이면을 보고 싶은 분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부제가 ‘다시 파리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이다. ‘다시’라는 말을 붙인 이유가 무엇인가.
박물관 혹은 미술관 투어를 예로 들고 싶다. 처음 오르세 미술관에 갔을 때는 무조건 작품을 다 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급히 발걸음을 옮기며 스쳐가듯 작품을 봤다. 주요 작품 앞에서 사진 한 장 찍는 것이 내가 작품을 감상하는 법이었다. 하지만, 그곳을 두 번, 세 번 방문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한 작품을 들여다보며 오래 머물게 되더라. 한 작품을 바라보며 ‘이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적 배경은 무엇일까?’, ‘작가는 왜 이 그림을 그렸을까?’, ‘이 그림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등등의 질문을 던졌다. 파리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주로 파리의 랜드마크 등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방문하는 사람은 그 랜드마크가 가지는 의미와 시대적 요구, 현재까지 사랑 받는 이유 등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다시’ 파리를 찾으며 그 의미를 찾아가는 분들을 위한 책이 『파리 슈브니르』다.
한국에서 ‘파리’는 예술, 패션, 문화의 아이콘이다. 실제로 3년간 머물면서 겪은 파리는 어땠나.
지난 3년 동안의 경험을 보더라도 파리는 예술, 패션, 문화의 아이콘이란 생각이 든다. 예술, 문화에 문외한(?) 수준이었던 나와 남편에게조차도 예술,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자극을 끊임없이 줬다. 서너살의 유아원 아이들은 물론 80, 90세 노년층도 박물관을 많이 찾는다. 예술과 문화생활은 이미 그들의 일상생활 중 하나다. 예술과 문화가 그들에게 낯설지 않다. 어려서부터 익숙해지고 반복적으로 경험하다 보니, 예술과 문화를 자연스럽고 평범하게 느끼는 그들이 부러웠다. 더구나, 그것들은 소중히 여기고 자부심을 갖는 것이 파리가 예술, 문화의 아이콘으로 계속 자리 잡을 수 있는 힘인 듯하다. 예술적인 영감을 쉽게 받을 수 있고 ‘느림의 철학’이 통하는 곳이라 예술가들이 많이 머무는 것 같다. 핸드백에 관심이 없는 내가 관심을 갖고 구매하기 시작했다면, 패션의 도시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고가의 명품은 아니지만, 그들의 머리 칼라부터 구두까지 패션의 조화를 생각하며 치장을 하는 파리지엔들을 보면 패션도시라 생각한다.
마케팅을 전공했다, 마케팅 전문가로서 보기에 파리는 어떤 공간인가.
파리는 ‘마케팅의 천국’이다. 마케팅이란 사람들에게 로망(Roman)을 심어주는 활동인데, 파리는 많은 이들에게 이미 그렇게 작용한다. 파리에 있는 많은 명품브랜드들은 물론, 잘 알려지지 않는 장소도 그들의 스토리를 가지고 오랜 시간을 기다리며 사람들의 로망을 만들어주려 한다. 스토리와 오랜 전통은 마케팅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파리’에 관한 책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그중에서도 파리 슈브니르를 먼저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단순히 스쳐가는 여행의 기록을 쓴 여행서가 아니다. 이 책은 프랑스인의 삶의 맥락(context)안에서 그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다. 자유분방 할 것 같은 그들이 사실은 우리 한국인들보다도 보수적이고 권위적이다. 대통령의 권력이 강한 나라이고, 공무원이나 학교 선생님들 또한 권위적이다. 미국이나 영국과 달리 프랑스 학교에는 많은 규율이 있고 이에 잘 순응하도록 교육을 받는다. 패션도 그렇다. 모든 부분에서 시크(chic)할 것 같은 그들의 패션은 오히려 몇 가지 포인트(스카프, 핸드백, 구두)로만 패션 감각을 표현한다. 또한, 프랑스 요리는 화려하고 고급스러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소박한 서민 음식이 더 많다. 이러한 내용을 책에 담았다. 이 책은 어디서 무엇을 즐길 수 있는지를 제공하기에 어느 책보다도 매우 유용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른 책들에서는 볼 수 없는 내용이 있다. 순수하게 나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파리의 뒷골목 이야기에서 독자는 파리지엥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앞으로 활동계획에 대해 알려 달라.
현재 일을 하고 있어 당분간 출판은 어려울 듯하다. 하지만, 언젠가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요리를 가지고 책을 쓰고 싶다. 이에 대한 논의를 출판사와 협의중이다. 프랑스에서 프랑스 선생님께 가정식 요리와 레스토랑 요리를 배운 적이 있다. 이러한 다양한 요리를 쉽게 재현할 수 있는 요리책을 만들고 싶다. 생각보다 프랑스 요리가 무척이나 간단하고 쉽다. 책에도 적었듯, 프랑스 요리는 재료맛을 최대한 살려내는 방식으로 만든다. 당연히 어렵지 않다. 프랑스 요리라면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깰 수 있도록, 요리 방법을 제안하고 각 요리에 따른 스토리도 써보고 싶다.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파리, 슈브니르 이영지 저 | 이담북스(이담Books)
어디를 가든 골목마다 하나씩 있는 스타벅스를, 파리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보수적인 문화 특성으로 인해 새로운 문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파리 본연의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외국인들에게도 아무렇지 않게 불어로 이야기를 건네는 모습에서도 이들의 문화적 자부심이 여실히 드러난다. 어느덧 로망이 되어 버린 파리.『파리, 슈브니르』는 그 매혹적인 도시의 모든 것을 자세히 기록하고자 하였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그 이면에 숨겨진 본질을 파악함은 물론, 파리의 강렬한 숨결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손민규(인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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