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이 사람 잡아먹는 게 뭐가 문제죠?
영화 「디스트릭트 9」(2009)에서처럼 인간에게 지배당하는 힘없는 외계인도 있지만, 영화 속의 외계인은 대체로 인간보다 월등히 힘이 세고 지능이 높은 존재로 그려진다. 그런 외계인이 우리를 지배하고 잡아먹으려 한다면 어떻게 그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2013.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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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를 계약론적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인간과 동물의 계약이 불가능하므로 동물이 윤리적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계약론적 윤리에서도 우리가 지금보다 힘이 약해지거나 우리보다 힘센 상대가 나타날 것을 가정한다면, 힘이 약한 상대와도 계약을 맺을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동물과의 관계에서도 그런 상상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동물보다 힘이 센 우리가 동물과 윤리적 계약을 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보다 힘이 센 어떤 종이 나타날 때는 어떻게 하겠냐는 것이다.
이런 가정은 여러 철학자들이 시도한 것인데, 이 가정에 적합한 종이 바로 외계인이다. 영화 「디스트릭트 9」(2009)에서처럼 인간에게 지배당하는 힘없는 외계인도 있지만, 영화 속의 외계인은 대체로 인간보다 월등히 힘이 세고 지능이 높은 존재로 그려진다. 그런 외계인이 우리를 지배하고 잡아먹으려 한다면 어떻게 그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그 자신 계약론적 철학자인 마크 롤랜즈(내가 미국에 방문교수로 갔을 때 우연히 만났다)도 『SF 철학』 7장에서 그런 상상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나도 나의 전작인 『벤담 & 싱어』의 들머리에서 그런 상상을 대화로 만들어본 적이 있다. 책이 많이 읽히지는 못했지만 여러 사람들이 이 부분을 재미있게 읽었고 도움이 되었다고 전해주었다. 지금 이 대목에 적절한 이야기이기에 다시 소개한다.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한다는 내용은 SF 영화의 단골 소재다. 외계인 침공 영화중 「에이리언」은 4편까지 제작되었을 정도로 가장 인기 있었던 영화다(1편 1979, 2편1986, 3편 1992, 4편 1997). 어찌어찌해서 「에이리언」 5편이 제작된다고 해보자. 바닷가재 같기도 하고 도마뱀 같기도 한 외계인들이 여전히 등장하고 그 외계인들이 결국 지구를 점령한다. 전편들을 보면 외계인들은 입 안에 입이 하나 더 들어 있다. 평소에는 숨기고 다니지만 누군가를 사냥할 때면 순간적으로 튀어나와 두개골을 뚫고 뇌를 파먹는 기관이다. 이제 지구를 점령하게 된 외계인들은 더 이상 지구인들을 사냥하지 않고 대량으로 사육하여 안정적으로 식량원을 공급받는다.
영화 <에이리언>의 한 장면
그들의 표현에 따르면 수렵시기에서 목축시기로 넘어간 것이다. 그러나 소수의 지구인들은 여전히 외계인에 맞서 저항을 한다. 「에이리언」 시리즈의 주인공을 줄곧 맡았던 리플리(시고니 위버)가 이번에도 빠지지 않는다. 리플리 일행은 게릴라처럼 도시의 폐허를 헤매고 다니면서 외계인들로부터 지구를 어떻게 구할지 회의를 거듭한다….
뉴본 에일리언은 「에이리언」 4편에서 처음 등장했다. 퀸 에일리언이 알이 아닌 자궁으로 직접 낳은 에일리언들이다. 이들은 원래 텔레파시로 대화를 하지만, 이제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그래서 리플리를 비롯한 인간 대표들은 뉴본 에일리언들을 만나게 되었다.
리플리는 문제가 너무 쉽게 풀린다고 생각했다. 지도자 에일리언은 역사학자 에일리언을 불러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 보았다.
「에이리언」 3편 마지막에서 에일리언 알을 배에 품게 된 리플리는 용광로에 뛰어들어 장렬한 최후를 맞는다. 그러나 「에이리언」 4편에서 리플리는 유전공학의 기술로 복제되어 부활한다. 그런데 알도 함께 복제되어 다른 사람을 숙주로 삼아 유충이 태어나게 된 것이다.
리플리를 비롯한 인간 일행들은 졸지에 닭대가리가 되었다. 뉴본 에일리언의 평균 지능지수가 900이니 그렇게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리플리는 지구의 소유권 문제는 잠시 접어 두고 인간 식육 문제를 따지기로 했다.
지도자 에일리언은 농담처럼 말했지만 리플리와 일행은 흠칫 놀랐다. 하지만 기죽지 않고 물었다.
에이리언 삽화
리플리와 사람들은 일이 너무 쉽게 해결되어 놀랐다. 어쨌든 한 가지 목표라도 달성했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과연 듣던 대로 지도자 에일리언은 합당한 근거가 있으면 받아들이는 외계인이었다.
리플리와 사람들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날 그들은 지도자 에일리언의 식사 재료가 되어야 했다.
나는 외계인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보다 지능을 비롯한 모든 면이 훨씬 뛰어난 외계인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들이 지구를 침략하여 우리를 지배하고 우리를 잡아먹으려고 할 때 그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우리들의 행동은 옳지만 당신들만은 우리처럼 행동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우리는 공평한 걸까?
이런 가정은 여러 철학자들이 시도한 것인데, 이 가정에 적합한 종이 바로 외계인이다. 영화 「디스트릭트 9」(2009)에서처럼 인간에게 지배당하는 힘없는 외계인도 있지만, 영화 속의 외계인은 대체로 인간보다 월등히 힘이 세고 지능이 높은 존재로 그려진다. 그런 외계인이 우리를 지배하고 잡아먹으려 한다면 어떻게 그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그 자신 계약론적 철학자인 마크 롤랜즈(내가 미국에 방문교수로 갔을 때 우연히 만났다)도 『SF 철학』 7장에서 그런 상상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나도 나의 전작인 『벤담 & 싱어』의 들머리에서 그런 상상을 대화로 만들어본 적이 있다. 책이 많이 읽히지는 못했지만 여러 사람들이 이 부분을 재미있게 읽었고 도움이 되었다고 전해주었다. 지금 이 대목에 적절한 이야기이기에 다시 소개한다.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한다는 내용은 SF 영화의 단골 소재다. 외계인 침공 영화중 「에이리언」은 4편까지 제작되었을 정도로 가장 인기 있었던 영화다(1편 1979, 2편1986, 3편 1992, 4편 1997). 어찌어찌해서 「에이리언」 5편이 제작된다고 해보자. 바닷가재 같기도 하고 도마뱀 같기도 한 외계인들이 여전히 등장하고 그 외계인들이 결국 지구를 점령한다. 전편들을 보면 외계인들은 입 안에 입이 하나 더 들어 있다. 평소에는 숨기고 다니지만 누군가를 사냥할 때면 순간적으로 튀어나와 두개골을 뚫고 뇌를 파먹는 기관이다. 이제 지구를 점령하게 된 외계인들은 더 이상 지구인들을 사냥하지 않고 대량으로 사육하여 안정적으로 식량원을 공급받는다.
영화 <에이리언>의 한 장면
그들의 표현에 따르면 수렵시기에서 목축시기로 넘어간 것이다. 그러나 소수의 지구인들은 여전히 외계인에 맞서 저항을 한다. 「에이리언」 시리즈의 주인공을 줄곧 맡았던 리플리(시고니 위버)가 이번에도 빠지지 않는다. 리플리 일행은 게릴라처럼 도시의 폐허를 헤매고 다니면서 외계인들로부터 지구를 어떻게 구할지 회의를 거듭한다….
지구인1 : 너무 끔찍해요. 사람들을 소, 돼지처럼 길러서 잡아먹다니. 리플리 : 우리처럼 도망 다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되나요? 지구인2 : 얼마 되지 않아요. 이 에일리언 놈들이 사육되는 사람보다 야생 인간이 더 맛있다고 해서 계속 잡고 있습니다. 양식보다는 자연산이 낫다네요. 나 참! 리플리 : 현재 우리의 인원이나 무기 수준으로는 외계인들을 도저히 이길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좋지요? 지구인3 : 지금 에일리언 세계는 뉴본 에일리언이 패권을 잡고 있습니다. 생김새도 우리 사람들하고 가장 비슷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과 대화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 ||
지구인3 : 지난번 인간목장에서 탈출한 사람들에게 들었는데 뉴본 에일리언은 에일리언들 중에서 가장 지능이 높다네요. 평균 아이큐가 900은 된답니다. 그리고 이놈들은 힘보다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합리적인 이야기라면 수긍을 한답니다. 리플리 : 정말인가요? 믿기지 않네요. 지구인2 : 밑져야 본전인데 한번 만나보죠. 타협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구인1 : 그래요. 지금 당장 지구를 떠나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사람들을 잡아먹는 행위는 중단시킬 수 있을 거예요. 지구인3 : 그것이 얼마나 야만적인지를 안다면 아마 인육 먹는 행위를 멈출 겁니다. | ||
리플리 : 이렇게 만나 주셔서 고맙습니다. 지도자 에일리언 : 저도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대화를 좋아합니다. 합당한 근거가 있으면 얼마든지 받아들이죠. 옳지 않은 일은 하지 않습니다. 리플리 : 이 지구의 주인은 우리 사람입니다. 에일리언은 지구를 떠나야 합니다. 지도자 에일리언 : 저도 태어났을 때부터 지구에 살았습니다. 그래서 지구의 원래 주인이 누군지 몰랐습니다. 우리가 남의 재산을 빼앗은 거라면 당연히 돌려줘야죠. | ||
역사학자 에일리언 : 지구는 인간들이 지배하던 땅이 맞습니다. 152년 전에 사람들이 우주에서 타임캡슐을 타고 귀환할 때 리플리의 배에 우리 조상인 퀸 에일리언의 알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우리 뉴본 에일리언들이 지구에 살게 된 겁니다. 지도자 에일리언 : 그래요? 리플리가 숙주였다면 유충이 알을 깨고 태어날 때 죽었을 텐데 저기 살아있네요? | ||
지도자 에일리언 : 그렇게 된 거군요. 어쨌든 지구는 사람들이 원래 주인이었던 곳이 맞네요. 다른 에일리언들과 이 문제에 대해 의논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사람들이 허락한다면 지구에서 함께 살면 좋겠네요. 지구는 참 아름다운 별이니까요. 리플리 : 고맙습니다. 저희도 그 문제에 대해 상의해 보겠습니다. 역사학자 에일리언 : 그런데 사람들도 지구가 생겼을 때부터 산 것은 아닙니다. 현재 지구에 있는 사람들의 조상은 지금으로부터 100만 년에서 400만 년 전에 지구에 처음 나타났습니다. 지도자 에일리언 : 그래요? 흠, 그러면 이야기가 달라지는데…. 리플리 : 그렇지만 사람들은 몇 백만 년이나 지구에 살아왔다고요. 지도자 에일리언 : 지구의 역사가 얼마나 되지요? 역사학자 에일리언 : 50억 년 정도 됩니다. 지도자 에일리언 : 50억 년 중 몇 백만 년이라면 정말 새 발의 피네요. 그 정도 살았다고 주인이라고 할 수 있나요? 참, 사람들이 출현하기 이전에도 지구에 다른 생명체들이 있었을 거 아니에요? 역사학자 에일리언 : 그럼요. 바퀴벌레가 가장 오래된 생명체 중 하나입니다. 사람은 가장 늦게 나타난 생명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도자 에일리언 : 그러면서 지구의 주인 행세를 하네요? 리플리 : 우리 인간들은 만물의 영장입니다. 도구를 사용할 줄 알고 사회를 이루고 살며, 무엇보다도 모든 생명체 중에서 가장 지능이 높아요. 역사학자 에일리언 : 사람만이 도구를 사용하고 사회를 이루며 사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동물들 중에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능이 가장 높다는 말은 맞습니다. 그래봐야 지능지수가 100정도밖에는 안 되지만. 지도자 에일리언 : 지능이 높으니까 지구의 주인이 된다는 말씀인데, 그런 식으로 말하면 우리가 지구의 주인인 게 맞아요. 우리 뉴본 에일리언이 보기에는 당신들 지구인은 거의 닭대가리 수준이죠. | ||
리플리 : 좋습니다. 그 문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 우선은 당신들이 사람을 잡아먹는 것에 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지도자 에일리언 : 당신들은 잡아먹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 ||
리플리 : 에일리언들은 사람들을 집단 사육하고 도살해서 고기로 먹고 있습니다. 당신들을 피해서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잡히면 죽여서 고기로 먹습니다. 이런 잔인하고 비참한 일을 당장 중지해주세요. 지도자 에일리언 : 그렇지만 사람들 뇌는 정말 맛있어요. 우리 에일리언들은 사람 뇌 요리를 아주 좋아합니다. 리플리 : 맙소사! 맛있다고 해서 사람들을 잡아먹는 행위는 옳지 않습니다. 지도자 에일리언 : 왜 옳지 않죠? 잘 모르겠는데요? 리플리 : 우리 사람들은 죽고 싶지 않습니다. 죽는다는 것은 아주 고통스럽습니다. | ||
에이리언 삽화
지도자 에일리언 : 아, 걱정 마세요. 우리는 고통을 전혀 주지 않는 도살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리플리 : 도살 과정이 고통스럽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도살당할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불안합니다. 그것은 굉장한 고통이지요. 이유 없이 고통을 주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지도자 에일리언 : 사람들이 도살당한다는 것을 아나요? 리플리 : 그럼요. 지도자 에일리언 : 그렇다면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게 이해가 되네요. 도살당하리라는 것을 모르게 하는 방법을 찾아보죠. 행복하게 살게 두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도살하는 겁니다. 리플리 : 헐! 어떤 방법으로든 사람을 죽이는 것 자체가 옳지 않습니다. 지도자 에일리언 : 왜 그렇죠? 리플리 :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삶을 누리고 있고 미래에 대한희망이 있습니다. 지도자 에일리언 : 그런데요? 리플리 : 죽임을 당하면 그런 삶과 희망이 꺾이게 됩니다. 생각해보세요. 내일 아침에도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지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잠들었는데 갑자기 죽는다면 그 희망은 어떻게 되나요? 지도자 에일리언 : 듣고 보니 그러네요. 저는 저희 에일리언들만 그런 희망이 있는 줄 알았는데 사람들도 그렇군요. 미처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살고자 하는 욕망이 있는 존재를 죽이는 것은 그 존재가 에일리언이든 사람이든 상관없이 옳지 않은 일이죠. 당장 사람 도살을 중지시키도록 하겠습니다. | ||
지도자 에일리언 : 먼 길 오셨는데 식사라도 하고 가시죠. 뭘 좋아하시죠? 리플리 : 사람 고기가 아니라면 아무거나 잘 먹습니다, 하하! 저희 는 숨어 다니느라 잘 먹지 못했어요. 이제 좋아하던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맘껏 먹으려고 합니다. 지도자 에일리언 : 뭐라고요? 소나 돼지를 먹는다고요? 리플리 : 예. 뭐가 문제가 있나요? 지도자 에일리언 : 소나 돼지도 고통을 느끼지 않나요? 리플리 : 그래서 저희도 고통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역사학자 에일리언 : 사람들의 도살 기술로는 소, 돼지를 고통 없이 죽일 수 없습니다. 그리고 과거 기록을 보면 사람들은 아주 비참한 환경에서 소, 돼지를 사육했다고 합니다. 지도자 에일리언 : 그래요? 그러면 소, 돼지에게는 살고자 하는 욕망이 없습니까? 역사학자 에일리언 : 물론 있습니다. 소나 돼지도 죽지 않으면 누릴 수 있는 삶의 기대를 죽음으로써 빼앗기게 됩니다. 다른 구성원들도 그 죽음 때문에 슬퍼하고요. 지도자 에일리언 : 사람들도 소나 돼지를 잡아먹으면서 왜 우리가 사람을 잡아먹는 것은 못하게 하죠? 리플리 : 사람과 동물은 다릅니다. (고개를 15도 정도 기울이며) 우리는 소중하니까요. 지도자 에일리언 : 뭐가 소중하다는 거죠? 리플리 : 우리 인간들은 감정도 있고 사회를 이루며 살고 있고, 또…. 지도자 에일리언 : 그거야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도 마찬가지지요. 리플리 : 우리는 동물보다 지능지수가 아주 높습니다. 지도자 에일리언 : 지능지수가 낮은 동물은 잡아먹어도 된다는 말씀인가요? 그러면 우리 에일리언이 사람을 잡아먹는 것도 문제가 없겠네요. 리플리 : 아니, 그게 아니고요, 사람과 동물의 지능지수는 조금 차이나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큰 차이가 납니다. 지도자 에일리언 : 우리가 보기에 사람들도 지능지수 면에선 우리들과 한참 차이가 납니다. 그러니 잡아먹어도 되겠네요. 역사학자 에일리언 : 침팬지 종류는 사람과 지능지수도 별로 차이가 안 나고 유전자도 거의 비슷합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침팬지를 실험 대상으로 쓰고 골을 빼먹기도 합니다. 지도자 에일리언 : 저런… 끌끌. 그러면서 무슨 권리로 우리한테 잡아먹지 말라고 요구하죠? 리플리 : 우리는 언어를 사용합니다. 침팬지는 말을 할 줄 몰라요. 지도자 에일리언 : 하하하. 우리 에일리언은 텔레파시를 씁니다. 당신들은 텔레파시를 쓸 줄 모르잖아요? 텔레파시는 인간의 미개한 언어보다 훨씬 고차원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입니다. 리플리 (힘없는 목소리로) : 사람과 동물은 아예 종이 다릅니다. 그러니 사람은 동물을 잡아먹어도 됩니다. 지도자 에일리언 : 우리 에일리언과 사람도 종이 아예 다릅니다. 그러니 우리는 사람을 잡아먹어도 됩니다. | ||
나는 외계인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보다 지능을 비롯한 모든 면이 훨씬 뛰어난 외계인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들이 지구를 침략하여 우리를 지배하고 우리를 잡아먹으려고 할 때 그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우리들의 행동은 옳지만 당신들만은 우리처럼 행동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우리는 공평한 걸까?
-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 최훈 저 | 사월의책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는 채식주의, 정확하게 말해서 채식의 윤리적 측면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고기를 먹지 않는 식습관, 즉 ‘채식’이 도대체 왜 윤리적인 문제와 관련이 있을까? 현직 철학교수인 저자는 이 질문을 심각한 철학적 난제로 다루는 대신, 독자로 하여금 웃음을 참을 수 없게 하는 자신의 체험담에서 시작하여 채식의 윤리적 의미를 친절하게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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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최훈
강원대학교 교수.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선임연구원, 세종대학교 초빙교수를 거쳐 호주 멜버른대학교, 캐나다 위니펙대학교, 미국 마이애미대학교에서 방문학자로 연구했다. 현재 강원대 인문사회과학대학 교양과정에서 가르치고 있다.
전공분야인 논리학, 과학철학, 윤리학 등 철학의 응용 분야에서 왕성한 연구 활동과 함께, 철학이 얼마나 재미있고 유익한 것인지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큰 관심을 가지고 대중적 눈높이에 맞는 철학서 집필에 꾸준히 힘쓰고 있다. 그런 결과물로 논리ㆍ논술 분야의 대표적 스테디셀러로 꼽히는 『논리는 나의 힘』(2003)을 비롯하여 『데카르트 & 버클리: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 『벤담 & 싱어: 매사에 공평하라』 『라플라스의 악마, 철학을 묻다』 『변호사 논증법』 『좋은 논증을 위한 오류 이론 연구』 등을 펴냈고, 청소년 교양도서로 『생각을 발견하는 토론학교, 철학』 『나는 합리적인 사람』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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