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쓴다는 건, 이 세상과 관계를 맺는 것
고등학교 사회 교사로 재직 중인 박현희 씨는 이 질문을 아이들에게 풀었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는 그 결과물이다. 지난 4월 13일, 서울 사직동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 어린이 행복수업 첫 권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출간기념 저자강연회가 열렸다. 주제는 ‘행복한 어린이가 똑똑한 어린이를 이긴다!’ 박현희 저자가 초등학생들과 ‘돈 수다’를 나눴다.
201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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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최고’라고 한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고 한다. 많은 어른들, 아이들에게 그렇게 말한다.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그렇게 말한다. 그게 ‘사실’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사랑, 정의, 평등, 자유, 정치 등 다른 중요한 가치들을 ‘경제(돈)’로 바꿔 부르거나 돈 아래 둔대도, 손색이 없는 시대니까. 그것 참, 우울한 일이다. 물론,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고 진짜로 착각하진 않을 것이다. 행복의 조건으로서 돈의 힘을 절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져봐야 하지 않을까.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비싼 것은 좋은 것일까?
저자가 퀴즈를 낸다. 역사상 가장 비싼 꽃은 무엇일까요?
아이들, 백합, 국화 등 다양한 꽃을 댄다. 한 아이가, 튤립이라고 답한다. 맞췄다. 그냥 튤립이 아니다. ‘셈페르 아우구스투스(Semper Augustus)’. 17세기, 가장 비싼 꽃으로 팔렸다. 그런 튤립, 원래는 아시아의 꽃이었다. 아시아와 유럽이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튤립도 유럽에 들어왔다. 유럽인들, 이 튤립이 신기했다. 마늘 같이 생긴 풀이 이듬해 예쁜 꽃을 피웠다. 마법 같았다. 특히 네덜란드인들, 튤립에 매혹됐다.
“서로 튤립을 사겠다고 하자, 가격이 비싸졌어요. 튤립 한 송이가 집값만큼 올랐어요. 그래서 ‘튤립 광풍’이라고 불러요. 온 유럽에 튤립 광풍이 불었고, 튤립 그림도 비싸게 팔릴 정도였어요. 그러다가 사람들이 정신을 차렸어요. 튤립 값이 뚝 떨어졌죠. 집 팔고 땅 판 사람들, 거지꼴이 됐고, 그 과정에서 유럽 경제도 흔들렸어요. 그럼 비싼 꽃은 예쁜 꽃일까요? 좋은 꽃일까요? 사람들은 비싸면 좋은 줄 알아요. 궁금하죠? 가격은 누가 정하기에 사람들이 이렇게 흥분하는 걸까요?”
저자가 우표를 보여준다. 100만 마르크, 2억 마르크, 5억 마르크 우표다. 100여 년 전, 독일이 1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가 패전국이 됐다. 전쟁배상금을 물어주면서 독일 화폐의 가치는 점점 떨어졌다. 공장에서 돈을 찍어서 빚을 갚았다. 그러다보니 돈이, 돈이 아니게 됐다. 돈이 가치를 잃었다. 5억 마르크 우표가 나온 배경이다. 심지어 아이들은 돈 다발을 갖고 놀았다. 장난감을 살 수 없어서, 아이들은 돈 다발을 갖고 놀았다. 석탄 살 돈이 없어서 돈을 석탄 대신 썼다. 가난 때문에 벽지를 붙일 수 없어서 돈으로 발랐다. 이불이 비싸서 돈을 덮고 잤다. 당시 독일에서는 그랬다. 최근 짐바브웨에서는 100조 달러 화폐를 사용했단다. 빵 한 조각에 100조 달러였단다. 그러나 경제개혁을 통해 화폐 단위가 바뀌었다. 저자가 다시 묻는다. “비싼 건 좋은 건가요?” 아이들, 입을 모아 답한다. “아니요~”
“다시 한 번 생각해봐요. 포토숍이라는 컴퓨터 프로그램 가격을 조사해봤어요. 전문가용은 59만 700원, 일반인용은 24만 9000원. 전문가용이 비싸죠. 기능도 전문가용이 많아요. 그러면 전문가용이 비싸니 더 좋은 거 같아요? 그런데 프로그램을 하는 친구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런 프로그램은 전문가용을 먼저 만든 뒤 기능이 떨어지는 프로그램을 만든대요. 그럼 일반인용 만드는 게 더 힘들겠죠? 일부러 기능 일부가 안 되게끔 해야 하잖아요.”
그럼 왜 이렇게 하는 것일까? 회사 입장에선 비싼 상품이라고 만드는 과정이 힘들어서 가격이 비싸지는 것도 아니다. 비싼 것이 좋은 것일 이유는 없다! 저자는 물과 보석(다이아몬드)의 예를 들면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물과 다이아몬드 중에 사람이 사는데 꼭 필요한 것을 묻는 질문. 아이들은 ‘물’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다시 저자가 묻는다. 물이 비싸요? 다이아몬드가 비싸요? 아이들, 다이아몬드가 비싸다는 것, 안다.
“이상하지 않아요? 물이 없으면 죽는데 값이 싸고, 다이아몬드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데 왜 물보다 비쌀까요?”
한 아이가 답한다. “다이아몬드는 만들기도 힘들고 재료를 구하기도 힘들어요.”
빙고. 다이아몬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구하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가격이 비싸진다. 물론 구하기 힘들다고 무조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다이아몬드에 열광하게 된 걸까?
“다이아몬드를 좋아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다이아는 아프리카가 본 고장이에요. 유럽에선 다이아가 나질 않아요. 한 유럽인이 다이아 광산을 가지게 됐어요. 사람들이 다이아를 가지게 하려고 광고를 시작했어요. ‘다이아는 영원한 사랑의 약속이다. 다이아 없이 사랑을 약속하는 건 거짓말!’ 사람들이 다이아를 찾기 시작했고, 미친 듯이 비싸졌어요.”
광고가 사람들을 현혹시킨 것이다. 결혼 때마다 다이아몬드 반지를 혼수품으로 하는 것, 상업적 광고가 주입한 것이었다. 저자는 세계에서 다이아몬드가 가장 많이 나는 시에라리온의 비극을 덧붙인다.
“다이아가 너무 비싸니까 광산을 뺏으려고 매일 전쟁이 일어나요. 시에라리온은 소년병이 가장 많은 나라에요. 열 네 살인데 군인이 됐어요. 키만 한 총을 들고 전쟁을 해요. 시에라리온 사람들이 다이아 때문에 서로를 죽이고 죽여요. 누군가는 다이아로 사랑의 약속을 하고 결혼을 하는데, 시에라리온에 있는 사람들은 고통을 받고 있어요. 다이아가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면 농사짓고 잘 살았을 사람들인데 말이에요. 광고를 통해 사람들은 어떻게 바뀌는지 알아요? 노스페이스라는 점퍼. 고등학교 한 반에 남학생이 18명 정도인데, 16명이 이걸 입고 있어요. 하루는 노스페이스를 모두 세어서 합산했더니 한 교실에 1천만 원 이상이 입고 있어요. 그게 광고의 힘이에요.”
광고는 사람을 어떻게 현혹시키는가
저자는 노스페이스 점퍼(가격)에 대한 비유를 든다. 2013년 시간당 최저 임금, 4860원. 이 임금을 받고, 70만 원짜리 ‘대장 노스페이스’를 사려면 140시간을 일해야 한다. 일주일 40시간, 3주를 일해도 노스페이스 한 벌이 나오기 힘든 구조. 휴대폰이라고 다르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6개월마다 번호를 바꿔요. 휴대폰에 꼭 들어가는 광물질이 있어요. 아프리카 콩고에서 나는 콜탄이라고 하는 돌이에요. 진흙에서 콜탄을 채취해요. 원래, 콜탄은 밀림과 숲에 있었는데, 콜탄을 수출하려고 밀림과 숲을 파헤치고 있어요. 온 나라가 난리 난 거예요. 사람들도 살 곳이 없어지고, 고릴라가 제일 불쌍해졌어요. 고릴라는 예민해서 아무데서나 못 산대요. 콩고 밀림에서 많이 살고 있었는데, 휴대폰을 새 것으로 바꿀 때마다 고릴라가 죽어가고 있는 거예요. 원래 있던 숫자의 10분의 1도 남지 않았대요.”
콜탄의 희소성 때문에 자원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거대한 역설』의 저자 필립 맥마이클은 콜탄을 둘러싼 전쟁으로 400만 명이 희생됐고, 채굴 과정에서 엄청난 환경 파괴와 훼손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휴대전화는 ‘피로 물든 기계’인 셈이다. 그럼에도 휴대폰 제조업체와 통신사는 끊임없이 새로운 휴대전화 기기로 바꿀 것을 권하고 또 권한다. 광고는 그 최전선이다.
왜 우리는 이렇게 살게 된 것일까? 우리의 의지일까? 저자는 목욕을 예로 든다. 옛날 아이들, 1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목욕을 했다. 그랬는데도 냄새난다고 하지 않았다. ‘냄새’를 빌미로 신발 냄새 제거제, 발 냄새 구취제, 온갖 냄새를 없애주는 스프레이 등등을 파는 기업들이 있다.
“인간은 원래 냄새가 나요. 생명이 없는 것만 냄새가 안 나요. 그런데도 회사와 광고는 냄새에 민감해지도록 만들었어요. 광고는 우리가 사는 것을 알게 모르게 많이 조정해요. 여러분, ROBOCAR POLI> 알죠? 이 만화 영화를 본 아이들이 로보카 폴리 변신로봇 장난감을 사달라고 난리가 났어요. 이걸 만든 회사는 돈을 엄청 벌었대요. 우리는 언제부터 이걸 갖고 싶어졌을까요? 로보카 폴리가 없었을 때는 갖고 싶어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애니메이션을 보자 달라졌어요. 광고를 통해 유혹하는 거예요. 우리는 그래서 똑똑해질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책도 읽고 학교도 가는 거예요.”
저자는 이어 과일을 말하며 아이들의 이해를 돕는다. 우선, 바나나. 저자가 어렸을 때 바나나는 귀했다. 그러나 이렇게 흔해진 바나나를 우리가 먹을 때, 슬퍼지는 사람은 없을까?
“바나나와 같이 값싼 외국 과일이 대거 들어오면서 사과농사, 딸기농사, 수박농사 등 다른 과일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힘들어졌어요. 포도는 지금 칠레에서 많이 와요. 이 포도가 얼마나 싼지 몰라요. 지금 포도를 팔아요? 우리나라엔 지금 포도가 안 나는 계절인데, 너무 싼 칠레 포도를 구할 수 있어요. 포도 농사를 짓는 사람이 힘들겠죠. 자, 두 개의 귤 사진이에요. 하나는 반짝거리고 하나는 못 생겼어요. 자연 상태의 귤은 절대 반짝거리지 않아요. 왁스를 바른 거예요. 그런데 사람들은 잘 몰라요. 소비자가 똑똑하지 못하니까 파는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거예요. 몸에 좋은 귤은 왁스를 바르지 않은 귤이에요. 왁스는 마룻바닥에 바르는 거예요.”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EBS <지식채널e>에서 방영된 ‘축구공’에 대한 진실에 대한 영상이 흘러나온다. 축구공이 그냥 축구공이 아닌 축구공 이면의 불편한 진실. 이른바 경제적으로 못 사는 나라의 아이들을 착취해서 축구공은 기워지고 있다. ‘전 세계인의 축제’라고 선전해 대는 월드컵의 주장은 그래서 거짓이다. 누군가를 축제를 위해 실명까지 당해가며 축구공을 기워낸다.
저자는 아이들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어린이를 착취해서 만든 축구공을 차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문제는 분명하다. 계속 그렇게 만들어진 축구공이 전 지구를 굴러다닌다. 하루 150원을 받고 축구공을 꿰매고, 실명까지 하는 아동노동의 굴레가 계속된다.
“돈을 쓴다는 건, 이 세상과 관련을, 관계를 맺는 거예요. 축구선수나 야구선수 유니폼을 보면 광고가 붙어 있어요. 광고 효과가 크고 당연하게 생각하죠.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이걸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스페인의 ‘FC바르셀로나’라는 팀이에요. 유니세프(unicef) 로고를 달고 뛰어요. 유니세프는 회사가 아니에요. 전 세계 어린이를 위해서 봉사하는 단체에요. 유니세프는 FC바르셀로나에 얼마를 냈을까요? 0원. 오히려 시합을 하고 돈을 벌 때마다 유니세프에 기부를 해요.”
모든 야구, 축구 등 프로스포츠 구단에는 구단주가 있다. 그러나 FC바르셀로나는 구단주가 없어요. 아니, 1만 명도 넘는 구단주가 있다. 바르셀로나 시민들이 돈을 내서 구단을 만들었다. 모든 것을 정하는 주체는 시민들이다. 비싼 광고판에 유니세프를 박고 기부활동을 할 수 있는 이유다.
“같은 축구팀이지만, 다르게 할 수도 있구나 싶죠? 세상엔 돈을 버는 방법도 가지가지, 쓰는 방법도 가지가지인데, 돈을 벌거나 쓸 때, 나는 돈과 함께 이 세상과 관계를 맺는 거예요. 고릴라가 살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할까요? 고릴라가 죽는 선택을 해야 할까요? (아이들 일동) 사는 거요! 전쟁이 오는 선택, 평화가 오는 선택을 해야 할까요? (아이들 일동) 평화요! 그걸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물과 공기는 공짜에요. 가난해도 숨 쉬고 물을 마실 수 있어요. 우리가 사는데 진짜 필요하고 중요한 건, 다 공짜에요. 자, 생각해봐요. 공기와 물 말고 나한테 꼭 필요하고 소중한 건 뭐가 있을까요? (아이들) 햇빛, 바람, 사랑, 온도. 참 다행이죠? 돈이 많으면 좋을 것 같지만,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건 공짜이거나 싼 값으로 정해져 있어요. 그걸 꼭 기억하기로 해요.”
비싼 것은 좋은 것일까?
저자가 퀴즈를 낸다. 역사상 가장 비싼 꽃은 무엇일까요?
아이들, 백합, 국화 등 다양한 꽃을 댄다. 한 아이가, 튤립이라고 답한다. 맞췄다. 그냥 튤립이 아니다. ‘셈페르 아우구스투스(Semper Augustus)’. 17세기, 가장 비싼 꽃으로 팔렸다. 그런 튤립, 원래는 아시아의 꽃이었다. 아시아와 유럽이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튤립도 유럽에 들어왔다. 유럽인들, 이 튤립이 신기했다. 마늘 같이 생긴 풀이 이듬해 예쁜 꽃을 피웠다. 마법 같았다. 특히 네덜란드인들, 튤립에 매혹됐다.
“서로 튤립을 사겠다고 하자, 가격이 비싸졌어요. 튤립 한 송이가 집값만큼 올랐어요. 그래서 ‘튤립 광풍’이라고 불러요. 온 유럽에 튤립 광풍이 불었고, 튤립 그림도 비싸게 팔릴 정도였어요. 그러다가 사람들이 정신을 차렸어요. 튤립 값이 뚝 떨어졌죠. 집 팔고 땅 판 사람들, 거지꼴이 됐고, 그 과정에서 유럽 경제도 흔들렸어요. 그럼 비싼 꽃은 예쁜 꽃일까요? 좋은 꽃일까요? 사람들은 비싸면 좋은 줄 알아요. 궁금하죠? 가격은 누가 정하기에 사람들이 이렇게 흥분하는 걸까요?”
저자가 우표를 보여준다. 100만 마르크, 2억 마르크, 5억 마르크 우표다. 100여 년 전, 독일이 1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가 패전국이 됐다. 전쟁배상금을 물어주면서 독일 화폐의 가치는 점점 떨어졌다. 공장에서 돈을 찍어서 빚을 갚았다. 그러다보니 돈이, 돈이 아니게 됐다. 돈이 가치를 잃었다. 5억 마르크 우표가 나온 배경이다. 심지어 아이들은 돈 다발을 갖고 놀았다. 장난감을 살 수 없어서, 아이들은 돈 다발을 갖고 놀았다. 석탄 살 돈이 없어서 돈을 석탄 대신 썼다. 가난 때문에 벽지를 붙일 수 없어서 돈으로 발랐다. 이불이 비싸서 돈을 덮고 잤다. 당시 독일에서는 그랬다. 최근 짐바브웨에서는 100조 달러 화폐를 사용했단다. 빵 한 조각에 100조 달러였단다. 그러나 경제개혁을 통해 화폐 단위가 바뀌었다. 저자가 다시 묻는다. “비싼 건 좋은 건가요?” 아이들, 입을 모아 답한다. “아니요~”
“다시 한 번 생각해봐요. 포토숍이라는 컴퓨터 프로그램 가격을 조사해봤어요. 전문가용은 59만 700원, 일반인용은 24만 9000원. 전문가용이 비싸죠. 기능도 전문가용이 많아요. 그러면 전문가용이 비싸니 더 좋은 거 같아요? 그런데 프로그램을 하는 친구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런 프로그램은 전문가용을 먼저 만든 뒤 기능이 떨어지는 프로그램을 만든대요. 그럼 일반인용 만드는 게 더 힘들겠죠? 일부러 기능 일부가 안 되게끔 해야 하잖아요.”
그럼 왜 이렇게 하는 것일까? 회사 입장에선 비싼 상품이라고 만드는 과정이 힘들어서 가격이 비싸지는 것도 아니다. 비싼 것이 좋은 것일 이유는 없다! 저자는 물과 보석(다이아몬드)의 예를 들면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물과 다이아몬드 중에 사람이 사는데 꼭 필요한 것을 묻는 질문. 아이들은 ‘물’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다시 저자가 묻는다. 물이 비싸요? 다이아몬드가 비싸요? 아이들, 다이아몬드가 비싸다는 것, 안다.
“이상하지 않아요? 물이 없으면 죽는데 값이 싸고, 다이아몬드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데 왜 물보다 비쌀까요?”
한 아이가 답한다. “다이아몬드는 만들기도 힘들고 재료를 구하기도 힘들어요.”
빙고. 다이아몬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구하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가격이 비싸진다. 물론 구하기 힘들다고 무조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다이아몬드에 열광하게 된 걸까?
“다이아몬드를 좋아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다이아는 아프리카가 본 고장이에요. 유럽에선 다이아가 나질 않아요. 한 유럽인이 다이아 광산을 가지게 됐어요. 사람들이 다이아를 가지게 하려고 광고를 시작했어요. ‘다이아는 영원한 사랑의 약속이다. 다이아 없이 사랑을 약속하는 건 거짓말!’ 사람들이 다이아를 찾기 시작했고, 미친 듯이 비싸졌어요.”
광고가 사람들을 현혹시킨 것이다. 결혼 때마다 다이아몬드 반지를 혼수품으로 하는 것, 상업적 광고가 주입한 것이었다. 저자는 세계에서 다이아몬드가 가장 많이 나는 시에라리온의 비극을 덧붙인다.
“다이아가 너무 비싸니까 광산을 뺏으려고 매일 전쟁이 일어나요. 시에라리온은 소년병이 가장 많은 나라에요. 열 네 살인데 군인이 됐어요. 키만 한 총을 들고 전쟁을 해요. 시에라리온 사람들이 다이아 때문에 서로를 죽이고 죽여요. 누군가는 다이아로 사랑의 약속을 하고 결혼을 하는데, 시에라리온에 있는 사람들은 고통을 받고 있어요. 다이아가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면 농사짓고 잘 살았을 사람들인데 말이에요. 광고를 통해 사람들은 어떻게 바뀌는지 알아요? 노스페이스라는 점퍼. 고등학교 한 반에 남학생이 18명 정도인데, 16명이 이걸 입고 있어요. 하루는 노스페이스를 모두 세어서 합산했더니 한 교실에 1천만 원 이상이 입고 있어요. 그게 광고의 힘이에요.”
광고는 사람을 어떻게 현혹시키는가
저자는 노스페이스 점퍼(가격)에 대한 비유를 든다. 2013년 시간당 최저 임금, 4860원. 이 임금을 받고, 70만 원짜리 ‘대장 노스페이스’를 사려면 140시간을 일해야 한다. 일주일 40시간, 3주를 일해도 노스페이스 한 벌이 나오기 힘든 구조. 휴대폰이라고 다르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6개월마다 번호를 바꿔요. 휴대폰에 꼭 들어가는 광물질이 있어요. 아프리카 콩고에서 나는 콜탄이라고 하는 돌이에요. 진흙에서 콜탄을 채취해요. 원래, 콜탄은 밀림과 숲에 있었는데, 콜탄을 수출하려고 밀림과 숲을 파헤치고 있어요. 온 나라가 난리 난 거예요. 사람들도 살 곳이 없어지고, 고릴라가 제일 불쌍해졌어요. 고릴라는 예민해서 아무데서나 못 산대요. 콩고 밀림에서 많이 살고 있었는데, 휴대폰을 새 것으로 바꿀 때마다 고릴라가 죽어가고 있는 거예요. 원래 있던 숫자의 10분의 1도 남지 않았대요.”
콜탄의 희소성 때문에 자원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거대한 역설』의 저자 필립 맥마이클은 콜탄을 둘러싼 전쟁으로 400만 명이 희생됐고, 채굴 과정에서 엄청난 환경 파괴와 훼손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휴대전화는 ‘피로 물든 기계’인 셈이다. 그럼에도 휴대폰 제조업체와 통신사는 끊임없이 새로운 휴대전화 기기로 바꿀 것을 권하고 또 권한다. 광고는 그 최전선이다.
왜 우리는 이렇게 살게 된 것일까? 우리의 의지일까? 저자는 목욕을 예로 든다. 옛날 아이들, 1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목욕을 했다. 그랬는데도 냄새난다고 하지 않았다. ‘냄새’를 빌미로 신발 냄새 제거제, 발 냄새 구취제, 온갖 냄새를 없애주는 스프레이 등등을 파는 기업들이 있다.
“인간은 원래 냄새가 나요. 생명이 없는 것만 냄새가 안 나요. 그런데도 회사와 광고는 냄새에 민감해지도록 만들었어요. 광고는 우리가 사는 것을 알게 모르게 많이 조정해요. 여러분, ROBOCAR POLI> 알죠? 이 만화 영화를 본 아이들이 로보카 폴리 변신로봇 장난감을 사달라고 난리가 났어요. 이걸 만든 회사는 돈을 엄청 벌었대요. 우리는 언제부터 이걸 갖고 싶어졌을까요? 로보카 폴리가 없었을 때는 갖고 싶어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애니메이션을 보자 달라졌어요. 광고를 통해 유혹하는 거예요. 우리는 그래서 똑똑해질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책도 읽고 학교도 가는 거예요.”
저자는 이어 과일을 말하며 아이들의 이해를 돕는다. 우선, 바나나. 저자가 어렸을 때 바나나는 귀했다. 그러나 이렇게 흔해진 바나나를 우리가 먹을 때, 슬퍼지는 사람은 없을까?
“바나나와 같이 값싼 외국 과일이 대거 들어오면서 사과농사, 딸기농사, 수박농사 등 다른 과일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힘들어졌어요. 포도는 지금 칠레에서 많이 와요. 이 포도가 얼마나 싼지 몰라요. 지금 포도를 팔아요? 우리나라엔 지금 포도가 안 나는 계절인데, 너무 싼 칠레 포도를 구할 수 있어요. 포도 농사를 짓는 사람이 힘들겠죠. 자, 두 개의 귤 사진이에요. 하나는 반짝거리고 하나는 못 생겼어요. 자연 상태의 귤은 절대 반짝거리지 않아요. 왁스를 바른 거예요. 그런데 사람들은 잘 몰라요. 소비자가 똑똑하지 못하니까 파는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거예요. 몸에 좋은 귤은 왁스를 바르지 않은 귤이에요. 왁스는 마룻바닥에 바르는 거예요.”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EBS <지식채널e>에서 방영된 ‘축구공’에 대한 진실에 대한 영상이 흘러나온다. 축구공이 그냥 축구공이 아닌 축구공 이면의 불편한 진실. 이른바 경제적으로 못 사는 나라의 아이들을 착취해서 축구공은 기워지고 있다. ‘전 세계인의 축제’라고 선전해 대는 월드컵의 주장은 그래서 거짓이다. 누군가를 축제를 위해 실명까지 당해가며 축구공을 기워낸다.
저자는 아이들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어린이를 착취해서 만든 축구공을 차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문제는 분명하다. 계속 그렇게 만들어진 축구공이 전 지구를 굴러다닌다. 하루 150원을 받고 축구공을 꿰매고, 실명까지 하는 아동노동의 굴레가 계속된다.
“돈을 쓴다는 건, 이 세상과 관련을, 관계를 맺는 거예요. 축구선수나 야구선수 유니폼을 보면 광고가 붙어 있어요. 광고 효과가 크고 당연하게 생각하죠.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이걸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스페인의 ‘FC바르셀로나’라는 팀이에요. 유니세프(unicef) 로고를 달고 뛰어요. 유니세프는 회사가 아니에요. 전 세계 어린이를 위해서 봉사하는 단체에요. 유니세프는 FC바르셀로나에 얼마를 냈을까요? 0원. 오히려 시합을 하고 돈을 벌 때마다 유니세프에 기부를 해요.”
모든 야구, 축구 등 프로스포츠 구단에는 구단주가 있다. 그러나 FC바르셀로나는 구단주가 없어요. 아니, 1만 명도 넘는 구단주가 있다. 바르셀로나 시민들이 돈을 내서 구단을 만들었다. 모든 것을 정하는 주체는 시민들이다. 비싼 광고판에 유니세프를 박고 기부활동을 할 수 있는 이유다.
“같은 축구팀이지만, 다르게 할 수도 있구나 싶죠? 세상엔 돈을 버는 방법도 가지가지, 쓰는 방법도 가지가지인데, 돈을 벌거나 쓸 때, 나는 돈과 함께 이 세상과 관계를 맺는 거예요. 고릴라가 살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할까요? 고릴라가 죽는 선택을 해야 할까요? (아이들 일동) 사는 거요! 전쟁이 오는 선택, 평화가 오는 선택을 해야 할까요? (아이들 일동) 평화요! 그걸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물과 공기는 공짜에요. 가난해도 숨 쉬고 물을 마실 수 있어요. 우리가 사는데 진짜 필요하고 중요한 건, 다 공짜에요. 자, 생각해봐요. 공기와 물 말고 나한테 꼭 필요하고 소중한 건 뭐가 있을까요? (아이들) 햇빛, 바람, 사랑, 온도. 참 다행이죠? 돈이 많으면 좋을 것 같지만,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건 공짜이거나 싼 값으로 정해져 있어요. 그걸 꼭 기억하기로 해요.”
-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박현희 글/김민준 그림 | 웅진주니어(웅진닷컴)
이 책은 돈과 가격, 소비 등 경제의 기초 지식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며 ‘나도 행복하고 세상도 행복할 수 있는 소비’란 과연 어떤 소비인지 알아가는 책입니다. 각 장의 서두에 실린 ‘우리들의 이야기’ 코너에서는 미래 초등학교 4학년 1반 나눔 장터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이 일상 속에서 가격과 시장 경제의 원리를 배우고, 본문에서는 철학과 풍부한 시사 정보가 담긴 글이 이어져 이 책을 읽은 어린이들이 올바른 경제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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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tvfxqlove74
2013.08.21
뭐꼬
2013.05.30
heliokjh
201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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