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세상, 더 위험한(?) 방법으로 맞선다 -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
정말 하기 싫은 일을 앞둔 사람에게 “정말 좋아 어쩔 줄 모르는 것처럼 해봐.”라고 누가 조언한다면 어떨까? 이렇게 되받아칠 테다. “내가 미쳤어?” 그런데 가끔은, 그런 미친 짓이 필요하다. 때론 그런 미친 짓으로 문제 자체를 바꿔낼 수도 있다. 뮤지컬 <스칼렛 핌피넬>의 영국 귀족 퍼시가 프랑스와 싸워보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발상의 전환 덕분이었다.
2013.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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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계속 있고, 계속 있을 거라면
주변 사람들의 안부를 물어도 반가운 소식이 별로 없다. 문제의 출제 범위나 과목은 다르지만, 다들 문제를 푸느라 고심 중인 건 비슷비슷하다. 언제나 일과 사랑의 문제가 크고, 혹자는 정치사회, 지구환경, 삶과 죽음의 문제에 골몰하기도 한다. 문제는 언제나 있었다. 단지 우리는 셔틀을 타듯 이 문제 저 문제 전전하면서 나름의 답을 찾기도 하고, 고민을 꽉 끌어안은 채 시간을 보낸다.
중요한 건, 문제는 언제나 있었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있으리라는 것. 지금 취업이 되더라도 5년 뒤, 10년 뒤에는 또 “뭘 먹고 살지?”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고민을 하는 순간을 맞닥뜨릴 것이고, 지금 열렬히 짝사랑하는 그이와 만나더라도 5년 뒤, 10년 뒤에는 분명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내가 정말 원한 게 이게 정말 맞나?”하고, 지금 하는 그 고민을 다시 하게 될 거란 얘기다. 누구에게나 어느 시대의 필부필부나 영웅호걸에게도 예외 없는 문제가 아니었을까?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라면, 문제에 ‘해결하다’라는 동사는 모순된 것일 수도 있다. 문제는 ‘만난다’ 그리고 ‘부딪친다’ 그다음엔? 어쨌든 나를 ‘지나간다’ 그리고 또 ‘만난다’ 그러니까 중요한 건, 부딪쳐서 지나가기까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문제를 단순하게 ‘풀어야겠다’고 집착하지 않는다면, 문제에 직면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극복하겠다고 달려들어 싸울 것인가? 도움을 요청하고 사람들과 힘을 합쳐 넘길 것인가? 모른 척 지나가기를 넘길 것인가? 대처하는 방법이 달라서 어떤 사람은, 문제가 생겨서 그 자리에 넘어져 버리기도 하고, 한참 숨어 있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그 문제를 타고 올라 성장하기도 한다.
“우리의 임무는 최신 유행”을 외치는, 허당, 허세 영웅 퍼시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가장 창의적인 문제 대처법을 가진 사람은 『톰 소여의 모험』에 등장하는 톰 소여다. 수업을 빠지고 강가에서 수영한 걸 들켜서 폴리 이모에게 톰 소여는 벌을 받는다. 울타리에 페인트 칠하라는 거다. 톰 소여는 정말 하기 싫은 일이었지만, 즐거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 일을 했다. 그러자 친구들이 호기심에 못 이겨 줄을 서서 그의 페인트칠을 도왔다는 유명한 일화.
정말 하기 싫은 일을 앞둔 사람에게 “정말 좋아 어쩔 줄 모르는 것처럼 해봐.”라고 누가 조언한다면 어떨까? 이렇게 되받아칠 테다. “내가 미쳤어?” 그런데 가끔은, 그런 미친 짓이 필요하다. 때론 그런 미친 짓으로 문제 자체를 바꿔낼 수도 있다.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의 영국 귀족 퍼시가 프랑스와 싸워보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발상의 전환 덕분이었다.
엄혹한 시대, 이 세가지는 잊지 말자. 유머, 우정, 사랑
최근 뮤지컬 무대 위에는 프랑스 대혁명의 열기가 뜨겁다. <레미제라블> <두 도시 이야기> <몬테 크리스토 백작>, 그리고 <스칼렛 핌퍼넬>까지 모두 프랑스 대혁명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아래에서부터 진행된 상징적인 혁명이자, 혁명이 머리로만 가능한 게 아니란 걸 보여준 위대한 혁명이었다. 혁명이라는 커다란 역사 속에 얼마나 수많은 개인의 이야기가 묻히고 덮였을까? 혁명을 배경으로 하는 수많은 이야기는, 그런 개인 역사의 상상 복원이다.
위대한 혁명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은 정부를 향해 청년들이 모여 다시 한번 영광을 재현하려는 <레미제라블>의 이야기도 그러하고, 시드니 칼튼이라는 한 개인의 희생과 사랑으로 프랑스 혁명이라는 역사에 쓸려갈 뻔한 한 가정, 한 여자를 지켜내는 이야기 <두 도시 이야기>도, 죄없이 감옥에 갇혔다가 무시무시한 복수를 하는 <몬테크리스토>도 그러하다. 정의에 불타는 주인공만큼이나 이야기도 뜨겁고, 비장미가 흘러넘친다.
그런데 여기 이 엄혹한 시대에 이런 명언을 날리는 영국 귀족이 있다. “위험한 시대에는 위험한 방법이 필요해.” 프랑스 여배우와 결혼을 한 영국 귀족 퍼시는 혁명 이후 끊임없이 피를 부르는 로베스 피에르의 공포정치에 자신의 친구들과 가족들이 연루되는 걸 보고, 맞서 싸우기로 한다. 어떻게? 위험하게. 낯설고 이상해서 위험해보이게.
“머리를 쓰자. 머리를. 우리는 영웅이 아니야. 우리는 사치스러운 멋쟁이야. 한심한 한량이라고. 우리의 임무는 최신 유행이 될 거야.” 그는 친구들과 스칼렛 핌퍼넬이라는 결사대를 꾸려, 남들 모르게 프랑스에 밀항한다. 표면적인 밀항의 이유는 프랑스의 최신 스타일을 얻기 위해. 비밀스러운 임무는 쉴새 없이 벌어지는 처형을 막기 위해서다.
퍼시와 친구들은 처형장에 거위를 풀거나, 라틴어 교수를 앞장세워 귀신 흉내를 내거나, 여장하고, 과일 장수로 분해 난동을 피우는 식으로 훼방을 놓는다. 그 사이에 처형자들을 몰래 빼내는 식이다. 프랑스 군대는 대대적으로 스칼렛 핌퍼넬의 수배를 내리고, 그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수소문하기 시작한다.
퍼시의 아내인 마그리트는 전직 프랑스 여배우이자 혁명 당원이었다. 퍼시와 맞서고 있는 쇼블랑은 마그리트에게 조국을 위해 나를 위해 프랑스로 돌아오라고 유혹한다. 스칼렛 핌퍼넬의 정체를 밝히고, 예전 애인이었던 자신에게 돌아오라고 말이다. 퍼시 역시 사랑하는 아내의 미심쩍은 행동을 보면서, 과연 저 여자를 전부 믿어도 될까 괴로워한다. 이렇게 퍼시의 비밀스러운 영웅활동 한편에 퍼시와 아내, 쇼블랑의 삼각관계 이야기가 이어진다.
퍼시는 이 문제를 한결같이 맞서 나간다. 유쾌하게. 그리고 사랑으로. 물론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패션에만 골몰한 한심하기 짝이 없는 귀족이지만 말이다. 아마 <스칼렛 핌퍼넬>은 프랑스 혁명을 다룬 뮤지컬 중에서 가장 관객에게 웃음을 주는 뮤지컬일 것이다. 퍼시의 쉴 새 없는 영국식 농담하며, 그의 친구들이 벌이는 우스꽝스러운 소동극에 2시간 40분이 짧게 느껴질 정도다.
바보와 영웅의 얼굴을 오가며 좌충우돌하는 <스칼렛 핌퍼넬>이 말하는 건 이거다. 엄혹한 시대라고 해도, 이 세 가지는 절대 잊지 말자고. 유머, 사랑, 그리고 우정.
밤낮 이중생활 하는 영웅물의 원조, 스칼렛 핌퍼넬
1903년 발표한 바로네스 오르치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영국에서는 2,000회 이상 연극으로 공연됐고, 영화화만 12번, TV 드라마로도 6번 만들어지는 등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고전으로 자리잡은 작품이다.
‘스칼렛 핌퍼넬’이란 별봄맞이 꽃을 뜻한다. ‘스칼렛 핌퍼넬’이라는 이름의 비밀 결사대는 별봄맞이 꽃 징표가 붙은 서신으로만 비밀리에 교환한다. 한국에서 사랑 받는 작곡가 <지킬앤하이드> 프랭크 와일드 혼의 노래는 역시나 웅장하고 인상적인 멜로디로 귀에 쉽게 들어오고, 인물들의 감미로운 발라드 역시 아름답다. 연출은 데이비드 스완이 맡았다.
안티 히어로의 매력이 그러하듯, 여유 있고 유머 있는데다가 때때로 엉뚱하기까지 한 인물은 매력적이다. 퍼시는 아이언맨 토니 클라크처럼 재력과 근사한 외모까지 겸비한 채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처럼 상반된 이중생활을 일삼는 인물이다. 그야말로 영웅물의 원조격 되시겠다. 이렇게 캐릭터에 중점을 둔 작품인 만큼, 어떤 배우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박건형은 영국 귀족, 신사의 모습을 가장 근사하게 표현한다. 가장 듬직한 영웅으로, 익살스러운 퍼시로 분한 박건형의 행동이나 유머가 귀여운 인상을 준다면, 능청스러운 연기를 해내는 한지상은 그대로 허당, 허세 퍼시의 모습에 제격이다.
퍼시의 아내 마그리트 역에 캐스팅된 김선영은 화려한 여배우와 비극적인 상황에 놓인 아내 역할을 오가며, 연기면 연기, 노래면 노래 빼어난 기량을 자랑한다. 이 밖에도 퍼시 역에 박광현, 마그리트 역에 바다가 캐스팅되어 TV에서 보던 모습과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퍼시가 워낙 가벼운 캐릭터로 등장하기 때문에, 삼각관계에 놓인 다른 남자, 쇼블랑에게 무게감이 많이 실린다. 한때는 혁명 청년이었으나, 이제는 혁명의 노예가 되어버린 인물로, 끊임없이 마그리트에게 구애하는 그의 모습, 퍼시에게 당하지만, 한결같은 신념으로 움직이는 쇼블랑 캐릭터 역시 퍼시와 대비되어 다른 매력을 뽐낸다. 양준모, 에녹의 묵직한 연기도 매력적이다.
스칼렛 핌퍼넬. 낯설기 짝이 없는 이름이다. 프랑스 혁명도 남의 나라 이야기 같기만 하다. 하지만 올여름, 풀리지 않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면, 주변에 관점을 전환해줄 톰소여 같은 이가 없다면 퍼시를 만나보는 게 어떨까? 그의 시덥잖은 유머에 신나게 웃고 나면, 피에 맞서는 방법으로 패션을 선택한 퍼시의 은유를 이해하고 나면, 당신 역시 당신의 위험한 시대에 맞설, 위험한(!) 방법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주변 사람들의 안부를 물어도 반가운 소식이 별로 없다. 문제의 출제 범위나 과목은 다르지만, 다들 문제를 푸느라 고심 중인 건 비슷비슷하다. 언제나 일과 사랑의 문제가 크고, 혹자는 정치사회, 지구환경, 삶과 죽음의 문제에 골몰하기도 한다. 문제는 언제나 있었다. 단지 우리는 셔틀을 타듯 이 문제 저 문제 전전하면서 나름의 답을 찾기도 하고, 고민을 꽉 끌어안은 채 시간을 보낸다.
중요한 건, 문제는 언제나 있었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있으리라는 것. 지금 취업이 되더라도 5년 뒤, 10년 뒤에는 또 “뭘 먹고 살지?”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고민을 하는 순간을 맞닥뜨릴 것이고, 지금 열렬히 짝사랑하는 그이와 만나더라도 5년 뒤, 10년 뒤에는 분명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내가 정말 원한 게 이게 정말 맞나?”하고, 지금 하는 그 고민을 다시 하게 될 거란 얘기다. 누구에게나 어느 시대의 필부필부나 영웅호걸에게도 예외 없는 문제가 아니었을까?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라면, 문제에 ‘해결하다’라는 동사는 모순된 것일 수도 있다. 문제는 ‘만난다’ 그리고 ‘부딪친다’ 그다음엔? 어쨌든 나를 ‘지나간다’ 그리고 또 ‘만난다’ 그러니까 중요한 건, 부딪쳐서 지나가기까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문제를 단순하게 ‘풀어야겠다’고 집착하지 않는다면, 문제에 직면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극복하겠다고 달려들어 싸울 것인가? 도움을 요청하고 사람들과 힘을 합쳐 넘길 것인가? 모른 척 지나가기를 넘길 것인가? 대처하는 방법이 달라서 어떤 사람은, 문제가 생겨서 그 자리에 넘어져 버리기도 하고, 한참 숨어 있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그 문제를 타고 올라 성장하기도 한다.
“우리의 임무는 최신 유행”을 외치는, 허당, 허세 영웅 퍼시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가장 창의적인 문제 대처법을 가진 사람은 『톰 소여의 모험』에 등장하는 톰 소여다. 수업을 빠지고 강가에서 수영한 걸 들켜서 폴리 이모에게 톰 소여는 벌을 받는다. 울타리에 페인트 칠하라는 거다. 톰 소여는 정말 하기 싫은 일이었지만, 즐거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 일을 했다. 그러자 친구들이 호기심에 못 이겨 줄을 서서 그의 페인트칠을 도왔다는 유명한 일화.
정말 하기 싫은 일을 앞둔 사람에게 “정말 좋아 어쩔 줄 모르는 것처럼 해봐.”라고 누가 조언한다면 어떨까? 이렇게 되받아칠 테다. “내가 미쳤어?” 그런데 가끔은, 그런 미친 짓이 필요하다. 때론 그런 미친 짓으로 문제 자체를 바꿔낼 수도 있다.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의 영국 귀족 퍼시가 프랑스와 싸워보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발상의 전환 덕분이었다.
엄혹한 시대, 이 세가지는 잊지 말자. 유머, 우정, 사랑
최근 뮤지컬 무대 위에는 프랑스 대혁명의 열기가 뜨겁다. <레미제라블> <두 도시 이야기> <몬테 크리스토 백작>, 그리고 <스칼렛 핌퍼넬>까지 모두 프랑스 대혁명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아래에서부터 진행된 상징적인 혁명이자, 혁명이 머리로만 가능한 게 아니란 걸 보여준 위대한 혁명이었다. 혁명이라는 커다란 역사 속에 얼마나 수많은 개인의 이야기가 묻히고 덮였을까? 혁명을 배경으로 하는 수많은 이야기는, 그런 개인 역사의 상상 복원이다.
위대한 혁명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은 정부를 향해 청년들이 모여 다시 한번 영광을 재현하려는 <레미제라블>의 이야기도 그러하고, 시드니 칼튼이라는 한 개인의 희생과 사랑으로 프랑스 혁명이라는 역사에 쓸려갈 뻔한 한 가정, 한 여자를 지켜내는 이야기 <두 도시 이야기>도, 죄없이 감옥에 갇혔다가 무시무시한 복수를 하는 <몬테크리스토>도 그러하다. 정의에 불타는 주인공만큼이나 이야기도 뜨겁고, 비장미가 흘러넘친다.
그런데 여기 이 엄혹한 시대에 이런 명언을 날리는 영국 귀족이 있다. “위험한 시대에는 위험한 방법이 필요해.” 프랑스 여배우와 결혼을 한 영국 귀족 퍼시는 혁명 이후 끊임없이 피를 부르는 로베스 피에르의 공포정치에 자신의 친구들과 가족들이 연루되는 걸 보고, 맞서 싸우기로 한다. 어떻게? 위험하게. 낯설고 이상해서 위험해보이게.
“머리를 쓰자. 머리를. 우리는 영웅이 아니야. 우리는 사치스러운 멋쟁이야. 한심한 한량이라고. 우리의 임무는 최신 유행이 될 거야.” 그는 친구들과 스칼렛 핌퍼넬이라는 결사대를 꾸려, 남들 모르게 프랑스에 밀항한다. 표면적인 밀항의 이유는 프랑스의 최신 스타일을 얻기 위해. 비밀스러운 임무는 쉴새 없이 벌어지는 처형을 막기 위해서다.
퍼시와 친구들은 처형장에 거위를 풀거나, 라틴어 교수를 앞장세워 귀신 흉내를 내거나, 여장하고, 과일 장수로 분해 난동을 피우는 식으로 훼방을 놓는다. 그 사이에 처형자들을 몰래 빼내는 식이다. 프랑스 군대는 대대적으로 스칼렛 핌퍼넬의 수배를 내리고, 그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수소문하기 시작한다.
퍼시의 아내인 마그리트는 전직 프랑스 여배우이자 혁명 당원이었다. 퍼시와 맞서고 있는 쇼블랑은 마그리트에게 조국을 위해 나를 위해 프랑스로 돌아오라고 유혹한다. 스칼렛 핌퍼넬의 정체를 밝히고, 예전 애인이었던 자신에게 돌아오라고 말이다. 퍼시 역시 사랑하는 아내의 미심쩍은 행동을 보면서, 과연 저 여자를 전부 믿어도 될까 괴로워한다. 이렇게 퍼시의 비밀스러운 영웅활동 한편에 퍼시와 아내, 쇼블랑의 삼각관계 이야기가 이어진다.
퍼시는 이 문제를 한결같이 맞서 나간다. 유쾌하게. 그리고 사랑으로. 물론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패션에만 골몰한 한심하기 짝이 없는 귀족이지만 말이다. 아마 <스칼렛 핌퍼넬>은 프랑스 혁명을 다룬 뮤지컬 중에서 가장 관객에게 웃음을 주는 뮤지컬일 것이다. 퍼시의 쉴 새 없는 영국식 농담하며, 그의 친구들이 벌이는 우스꽝스러운 소동극에 2시간 40분이 짧게 느껴질 정도다.
바보와 영웅의 얼굴을 오가며 좌충우돌하는 <스칼렛 핌퍼넬>이 말하는 건 이거다. 엄혹한 시대라고 해도, 이 세 가지는 절대 잊지 말자고. 유머, 사랑, 그리고 우정.
밤낮 이중생활 하는 영웅물의 원조, 스칼렛 핌퍼넬
1903년 발표한 바로네스 오르치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영국에서는 2,000회 이상 연극으로 공연됐고, 영화화만 12번, TV 드라마로도 6번 만들어지는 등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고전으로 자리잡은 작품이다.
‘스칼렛 핌퍼넬’이란 별봄맞이 꽃을 뜻한다. ‘스칼렛 핌퍼넬’이라는 이름의 비밀 결사대는 별봄맞이 꽃 징표가 붙은 서신으로만 비밀리에 교환한다. 한국에서 사랑 받는 작곡가 <지킬앤하이드> 프랭크 와일드 혼의 노래는 역시나 웅장하고 인상적인 멜로디로 귀에 쉽게 들어오고, 인물들의 감미로운 발라드 역시 아름답다. 연출은 데이비드 스완이 맡았다.
안티 히어로의 매력이 그러하듯, 여유 있고 유머 있는데다가 때때로 엉뚱하기까지 한 인물은 매력적이다. 퍼시는 아이언맨 토니 클라크처럼 재력과 근사한 외모까지 겸비한 채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처럼 상반된 이중생활을 일삼는 인물이다. 그야말로 영웅물의 원조격 되시겠다. 이렇게 캐릭터에 중점을 둔 작품인 만큼, 어떤 배우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박건형은 영국 귀족, 신사의 모습을 가장 근사하게 표현한다. 가장 듬직한 영웅으로, 익살스러운 퍼시로 분한 박건형의 행동이나 유머가 귀여운 인상을 준다면, 능청스러운 연기를 해내는 한지상은 그대로 허당, 허세 퍼시의 모습에 제격이다.
퍼시의 아내 마그리트 역에 캐스팅된 김선영은 화려한 여배우와 비극적인 상황에 놓인 아내 역할을 오가며, 연기면 연기, 노래면 노래 빼어난 기량을 자랑한다. 이 밖에도 퍼시 역에 박광현, 마그리트 역에 바다가 캐스팅되어 TV에서 보던 모습과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퍼시가 워낙 가벼운 캐릭터로 등장하기 때문에, 삼각관계에 놓인 다른 남자, 쇼블랑에게 무게감이 많이 실린다. 한때는 혁명 청년이었으나, 이제는 혁명의 노예가 되어버린 인물로, 끊임없이 마그리트에게 구애하는 그의 모습, 퍼시에게 당하지만, 한결같은 신념으로 움직이는 쇼블랑 캐릭터 역시 퍼시와 대비되어 다른 매력을 뽐낸다. 양준모, 에녹의 묵직한 연기도 매력적이다.
스칼렛 핌퍼넬. 낯설기 짝이 없는 이름이다. 프랑스 혁명도 남의 나라 이야기 같기만 하다. 하지만 올여름, 풀리지 않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면, 주변에 관점을 전환해줄 톰소여 같은 이가 없다면 퍼시를 만나보는 게 어떨까? 그의 시덥잖은 유머에 신나게 웃고 나면, 피에 맞서는 방법으로 패션을 선택한 퍼시의 은유를 이해하고 나면, 당신 역시 당신의 위험한 시대에 맞설, 위험한(!) 방법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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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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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인생이라는 무대의 주연답게 잘, 헤쳐나가고자 합니다.
엔냥
2013.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