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사람을 살리는 집에 살고 있는가?
안녕하세요. 전 오늘 소개해드릴 책, 『사람을 살리는 집』을 편집한 박지수라고 합니다. 이 책은 집에 대해 무언가를 계획하기 전에, 우선 ‘나를 살리는 집이란 무엇인가’ 같은 기본적인 물음에 스스로 답해보길 권하는 책입니다.
201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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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나는 책
<빨간책방> ‘책 임자를 만나다’ 코너에서 2주간 다뤘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 담겨 있는 구절들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읽어드릴 부분은 이 책의 도입부, ‘죽음’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어떻게 하루키가 이 긴 이야기를 시작해나가는지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에디터 통신
우리는 매일 저녁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때 간절한 것은 세상에서 지칠 대로 지친 몸과 마음이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이 단순하고 소박한 집에 대한 생각이, 집을 얻거나 짓거나 꾸밀 땐, 복잡하게 바뀝니다. 경제적인 가치가 있었으면 좋겠고, 남부럽지 않은 건축구조와 유행하는 인테리어를 갖췄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도 그렇지 않으신가요?
안녕하세요. 전 오늘 소개해드릴 책, 『사람을 살리는 집』을 편집한 박지수라고 합니다. 이 책은 집에 대해 무언가를 계획하기 전에, 우선 ‘나를 살리는 집이란 무엇인가’ 같은 기본적인 물음에 스스로 답해보길 권하는 책입니다.
우선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무엇인지, 나는 나를 지키면서 살고 있는지, 집에 나의 이야기를 어떻게 담을 것인지 부터 시작해, 자신의 가치관과 일치하는 집에 대해 그려봅니다. 그리고 어디서, 언제까지, 누구와 함께, 어떤 규모로 살 것인지 등 좀 더 구체적인 질문들을 통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맞는 집을 그려봅니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집에 대해 꿈꿔온 것들 가운데 정말 내게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공동 저자인 노은주, 임형남 부부 건축가는 집을 짓는 과정에서 처음과 달리 주변의 참견과 조언들로 인해 흔들리는 건축주들을 많이 만났다고 합니다. “내가 지어봤더니…” 혹은 “살아봤더니…” 하는 사공들로 인해 갑자기 선택했던 자재에 의심이 생기고, 창의 크기를 늘렸다가 줄였다가, 난방 방식을 바꾸기도 한답니다. 그러나 끝나고 보면 나의 생각으로 지은 집도 아니고, 남의 생각으로 지은 집도 아닌 어정쩡한 집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지요.
사실 우리가 집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가족 구성이 달라지고 소통방식이 달라졌는데도 여전히 큰 거실과 안방, 단열을 신경 쓰다가 정작 놓치게 되는 집의 환기 문제, 부엌으로서의 단순한 목적성은 사라지고 남한테 보여주기 위해 들여놓는 값비싼 시스템키친 등 이 책은 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거리들을 제시합니다.
우리에겐 그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독과 사색의 공간 같은 것이죠. 따로 공들여 어떤 공간을 만들지 않더라도, 석양을 볼 수 있는 작은 발코니, 벽에 등을 기대고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볼 수 있는 작은 방 등, 모두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고독과 사색의 공간들입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집에도, 마음에도 그렇게 채우지 않고 비워두는 방이 필요”하다고 말이죠.
이렇게 집에 대한 철학을 담고 있는 책이기 때문에, 글의 내용을 설명하는 사진 외에도 저자 분들께서 직접 그린 스케치를 함께 배치해, 독자들이 사색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제목 또한 고심을 했는데, 집이란 기본적으로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메시지를 담을 수 있도록, ‘사람을 살리는 집’으로 정했습니다. 다행히 많은 독자분들께서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미처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집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여러분도 이 책을 통해 집에 대해 막연하게 떠올렸던 그림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시간을 가져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빨간책방> ‘책 임자를 만나다’ 코너에서 2주간 다뤘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 담겨 있는 구절들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읽어드릴 부분은 이 책의 도입부, ‘죽음’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어떻게 하루키가 이 긴 이야기를 시작해나가는지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대학교 2학년 7월부터 다음해 1월에 거쳐, 다자키 쓰쿠루는 거의 죽음만을 생각하면서 살았다. 그 사이 스무 살 생일을 맞이했지만 그 기념일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런 나날 속에서 그는 생명을 스스로 끊는 것이 무엇보다 자연스럽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지 못했는지 지금도 그는 이유를 잘 모른다. 그때라면 삶과 죽음을 가르는 문지방을 넘어서는 일 따위, 날달걀 하나를 들이키는 것보다 간단했는데. 쓰쿠루가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어쩌면 죽음에 대한 마음이 너무나 순수하고 강렬하여 거기에 걸맞은 구체적인 죽음의 수단을 마음속에 떠올릴 수 없어서였는지도 모른다. 구체성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였다. 만일 그때 손이 닿는 곳에 죽음으로 닿는 문이 있었다면 그는 거침없이 열어젖혔을 것이다.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말하자면 일상의 연속으로서.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는 가까운 곳에서 그런 문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때 죽었더라면 좋았을지도 몰라.’ 쓰쿠루는 자주 그런 생각을 한다. 그랬더라면 지금 여기있는 세계는 지금 존재하지 않았다. 그건 매혹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있는 세계가 존재하지 않게 되고, 여기에서 현실이라 부르는 것이 현실이 아니게 되는 것. 이 세계의 그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로 자신에게 이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동시에 왜 자신이 그때 왜 그렇게까지 죽음의 턱밑에 다가갈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 또한 쓰쿠루는 잘 모른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민음사)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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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통신
우리는 매일 저녁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때 간절한 것은 세상에서 지칠 대로 지친 몸과 마음이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이 단순하고 소박한 집에 대한 생각이, 집을 얻거나 짓거나 꾸밀 땐, 복잡하게 바뀝니다. 경제적인 가치가 있었으면 좋겠고, 남부럽지 않은 건축구조와 유행하는 인테리어를 갖췄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도 그렇지 않으신가요?
안녕하세요. 전 오늘 소개해드릴 책, 『사람을 살리는 집』을 편집한 박지수라고 합니다. 이 책은 집에 대해 무언가를 계획하기 전에, 우선 ‘나를 살리는 집이란 무엇인가’ 같은 기본적인 물음에 스스로 답해보길 권하는 책입니다.
우선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무엇인지, 나는 나를 지키면서 살고 있는지, 집에 나의 이야기를 어떻게 담을 것인지 부터 시작해, 자신의 가치관과 일치하는 집에 대해 그려봅니다. 그리고 어디서, 언제까지, 누구와 함께, 어떤 규모로 살 것인지 등 좀 더 구체적인 질문들을 통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맞는 집을 그려봅니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집에 대해 꿈꿔온 것들 가운데 정말 내게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공동 저자인 노은주, 임형남 부부 건축가는 집을 짓는 과정에서 처음과 달리 주변의 참견과 조언들로 인해 흔들리는 건축주들을 많이 만났다고 합니다. “내가 지어봤더니…” 혹은 “살아봤더니…” 하는 사공들로 인해 갑자기 선택했던 자재에 의심이 생기고, 창의 크기를 늘렸다가 줄였다가, 난방 방식을 바꾸기도 한답니다. 그러나 끝나고 보면 나의 생각으로 지은 집도 아니고, 남의 생각으로 지은 집도 아닌 어정쩡한 집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지요.
사실 우리가 집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가족 구성이 달라지고 소통방식이 달라졌는데도 여전히 큰 거실과 안방, 단열을 신경 쓰다가 정작 놓치게 되는 집의 환기 문제, 부엌으로서의 단순한 목적성은 사라지고 남한테 보여주기 위해 들여놓는 값비싼 시스템키친 등 이 책은 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거리들을 제시합니다.
우리에겐 그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독과 사색의 공간 같은 것이죠. 따로 공들여 어떤 공간을 만들지 않더라도, 석양을 볼 수 있는 작은 발코니, 벽에 등을 기대고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볼 수 있는 작은 방 등, 모두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고독과 사색의 공간들입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집에도, 마음에도 그렇게 채우지 않고 비워두는 방이 필요”하다고 말이죠.
이렇게 집에 대한 철학을 담고 있는 책이기 때문에, 글의 내용을 설명하는 사진 외에도 저자 분들께서 직접 그린 스케치를 함께 배치해, 독자들이 사색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제목 또한 고심을 했는데, 집이란 기본적으로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메시지를 담을 수 있도록, ‘사람을 살리는 집’으로 정했습니다. 다행히 많은 독자분들께서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미처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집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여러분도 이 책을 통해 집에 대해 막연하게 떠올렸던 그림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시간을 가져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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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