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살아온 이야기, 들어본 적 있나요? - 연극 <선녀씨 이야기>
“엄마 살아온 얘기 내가 뭐 한두 번 듣나!” 당신도 어쩌면 이렇게 얘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엄마의 이야기를 알고 있을까? ‘어려운 시절’이었다고 퉁치지 않고, 엄마라는 한 소녀가, 한 여자가 무엇을 좋아했고, 어떤 꿈을 가졌는지, 그 꿈이 좌절되었을 땐 어떤 심정이었는지, 그 많은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힘은 무엇이었는지 우리는 알고 있을까?
201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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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언젠가 나를 떠날기가?”
엄마가 아이에게 청개구리 전래동화를 들려준다. 엄마 말 안 듣고, 맨날 거꾸로 행동하던 청개구리가 엄마 무덤가에서 여전히 개굴개굴 운다는 그 동화를 듣고 난 아이가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도 청개구리 엄마처럼 나를 떠날기가?” 살면서 믿기 어려운 일 중의 하나지만,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일이다. 연극 <선녀씨 이야기>는 믿기 어려운 그 일이 벌어진 날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다. 무대 위에는 엄마의 커다란 영정사진과 상갓집 풍경이 연출되어 있다.
물론 장례식장이 배경이라고 해서, 우울하고 슬픈 이야기를 쏟아내는 건 아니다. 오래전에 집을 나간 아들이 그 자리에 참석하면서 슬픔만 감돌았던 장례식에 욕설과 하소연, 웃음이 터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때, 영정 사진 속 어머니가 걸어 나와서, 뒤늦게 찾아온 아들을 반긴다. “종우야, 내 니 하고 한잔하려고 왔다. 네 엄마 얘기 한번 들어볼래.” 그렇게 시작된 선녀씨 이야기. ‘또 딸이야?’라는 구박과 함께 일곱째 딸로 세상 밖에 나온, 막내아들 위의 선녀(先女)씨, 혹은 우리네 엄마 이야기가 시작된다.
선녀씨 이야기에는 반가운 얼굴이 눈에 띈다. 탤런트 이재은이 연극배우 고수희와 함께 ‘선녀씨’로 분해, 젊은 시절과 죽은 후의 모습을 번갈아 가며 열연한다. 아들 역할로는 처음 연극 무대에 도전하는 임호가 캐스팅되어 화제를 끌기도 했다. 더블 캐스팅된 진선규 배우는 역시나 믿을 만한 연기로 관객을 웃기고 울린다.
“종우야, 엄마 살아온 얘기 한번 들어볼래?”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 덕분에 선녀씨 이야기는 ‘우리 엄마 이야기’가 된다.
“엄마 살아온 얘기 내가 뭐 한두 번 듣나!” 당신도 어쩌면 이렇게 얘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엄마의 이야기를 알고 있을까? ‘어려운 시절’이었다고 퉁치지 않고, 엄마라는 한 소녀가, 한 여자가 무엇을 좋아했고, 어떤 꿈을 가졌는지, 그 꿈이 좌절되었을 땐 어떤 심정이었는지, 그 많은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힘은 무엇이었는지 우리는 알고 있을까?
죽은 엄마와 종우가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테이블 옆으로는 어린 시절, 젊은 시절 엄마의 이야기가 재현된다. 소품을 재치 있게 활용하며, 영화처럼 다양한 장면들이 편집되어 무대 위에 펼쳐진다. 불구가 된 한쪽 다리 때문에 생긴 피해의식에 의처증까지 지닌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자식 때문에 엄마라는 자리에서 한 번도 물러섬이 없었던 선녀씨. 워낙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려다 보니 극의 흐름이 끊기기도 하고, 어머니 시절의 빤한 수난사가 그려지기도 하지만, 한순간에 관객들을 몰입시키는 배우들의 연기력 덕분에 이런 것들은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
젊은 시절 단아한 선녀씨 이재은, 악착같이 삶과 싸웠던 말년의 선녀씨 고수희의 단단한 연기는 한 마디 대사만으로도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결국, 누군가의 자식일 수 밖에 없는 관객들이 감정 이입하게 되는 ‘종우’ 역의 진선규 배우는, 그 글썽이는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관객을 울컥하게 한다. 중간중간 농염한 댄스 장면이나 코믹한 대사들이 객석을 술렁이게 하지만, 아마 지금 대학로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가장 많이 들리는 작품일 것이다.
전국연극제 대상, 희곡상, 연출상, 최우수 연기상 받은 작품
선녀씨의 인생은 “절반이 겨울이었다.” 그때는 당장 죽을 것처럼 힘들고 괴로웠던 일들, 더는 어떻게 살아야 싶었던 날들도 무심하게 나아가는 시간 속에 금세 흘러갔다. 퍼즐처럼 흩어진 시간을 차곡차곡 맞춰 멀리서 보면, 질곡 많은 엄마의 삶도 나쁘지만은 않은 한 장의 그림으로 남는다. 영정사진에서 웃고 있는 선녀씨의 표정을 닮은 그림. 그건, “엄마 인생에 봄날이 하루라도 있었냐?”고 묻는 아들 종우 덕분에, 엄마가 웃고 울었던 이야기를 쭉 들어준 관객 덕분에 완성된 그림이다.
보면 엄마 생각이 날 작품이다. 그래서일까. 여느 때보다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이 눈에 띄었다. 가족단위 관객뿐 아니라 중년 여성 관객들도 자리를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선녀씨 이야기>는 작년 전국연극제 대상, 희곡상, 연출상, 최우수 연기상을 받은 작품이다. 수상 기록이 무조건 좋은 작품임을 보증하지 않지만, 이런 수상 실적이 엄마 이야기, 라는 익숙하고 식상한 소재를 넘어서는 그 무언가가 이 연극에 있다는 보증은 충분히 한다. 9월 15일까지, 서울 동숭동 대학로 아트센터 K 네모극장에서 공연한다.
엄마가 아이에게 청개구리 전래동화를 들려준다. 엄마 말 안 듣고, 맨날 거꾸로 행동하던 청개구리가 엄마 무덤가에서 여전히 개굴개굴 운다는 그 동화를 듣고 난 아이가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도 청개구리 엄마처럼 나를 떠날기가?” 살면서 믿기 어려운 일 중의 하나지만,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일이다. 연극 <선녀씨 이야기>는 믿기 어려운 그 일이 벌어진 날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다. 무대 위에는 엄마의 커다란 영정사진과 상갓집 풍경이 연출되어 있다.
물론 장례식장이 배경이라고 해서, 우울하고 슬픈 이야기를 쏟아내는 건 아니다. 오래전에 집을 나간 아들이 그 자리에 참석하면서 슬픔만 감돌았던 장례식에 욕설과 하소연, 웃음이 터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때, 영정 사진 속 어머니가 걸어 나와서, 뒤늦게 찾아온 아들을 반긴다. “종우야, 내 니 하고 한잔하려고 왔다. 네 엄마 얘기 한번 들어볼래.” 그렇게 시작된 선녀씨 이야기. ‘또 딸이야?’라는 구박과 함께 일곱째 딸로 세상 밖에 나온, 막내아들 위의 선녀(先女)씨, 혹은 우리네 엄마 이야기가 시작된다.
선녀씨 이야기에는 반가운 얼굴이 눈에 띈다. 탤런트 이재은이 연극배우 고수희와 함께 ‘선녀씨’로 분해, 젊은 시절과 죽은 후의 모습을 번갈아 가며 열연한다. 아들 역할로는 처음 연극 무대에 도전하는 임호가 캐스팅되어 화제를 끌기도 했다. 더블 캐스팅된 진선규 배우는 역시나 믿을 만한 연기로 관객을 웃기고 울린다.
“종우야, 엄마 살아온 얘기 한번 들어볼래?”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 덕분에 선녀씨 이야기는 ‘우리 엄마 이야기’가 된다.
“엄마 살아온 얘기 내가 뭐 한두 번 듣나!” 당신도 어쩌면 이렇게 얘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엄마의 이야기를 알고 있을까? ‘어려운 시절’이었다고 퉁치지 않고, 엄마라는 한 소녀가, 한 여자가 무엇을 좋아했고, 어떤 꿈을 가졌는지, 그 꿈이 좌절되었을 땐 어떤 심정이었는지, 그 많은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힘은 무엇이었는지 우리는 알고 있을까?
죽은 엄마와 종우가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테이블 옆으로는 어린 시절, 젊은 시절 엄마의 이야기가 재현된다. 소품을 재치 있게 활용하며, 영화처럼 다양한 장면들이 편집되어 무대 위에 펼쳐진다. 불구가 된 한쪽 다리 때문에 생긴 피해의식에 의처증까지 지닌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자식 때문에 엄마라는 자리에서 한 번도 물러섬이 없었던 선녀씨. 워낙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려다 보니 극의 흐름이 끊기기도 하고, 어머니 시절의 빤한 수난사가 그려지기도 하지만, 한순간에 관객들을 몰입시키는 배우들의 연기력 덕분에 이런 것들은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
젊은 시절 단아한 선녀씨 이재은, 악착같이 삶과 싸웠던 말년의 선녀씨 고수희의 단단한 연기는 한 마디 대사만으로도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결국, 누군가의 자식일 수 밖에 없는 관객들이 감정 이입하게 되는 ‘종우’ 역의 진선규 배우는, 그 글썽이는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관객을 울컥하게 한다. 중간중간 농염한 댄스 장면이나 코믹한 대사들이 객석을 술렁이게 하지만, 아마 지금 대학로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가장 많이 들리는 작품일 것이다.
전국연극제 대상, 희곡상, 연출상, 최우수 연기상 받은 작품
선녀씨의 인생은 “절반이 겨울이었다.” 그때는 당장 죽을 것처럼 힘들고 괴로웠던 일들, 더는 어떻게 살아야 싶었던 날들도 무심하게 나아가는 시간 속에 금세 흘러갔다. 퍼즐처럼 흩어진 시간을 차곡차곡 맞춰 멀리서 보면, 질곡 많은 엄마의 삶도 나쁘지만은 않은 한 장의 그림으로 남는다. 영정사진에서 웃고 있는 선녀씨의 표정을 닮은 그림. 그건, “엄마 인생에 봄날이 하루라도 있었냐?”고 묻는 아들 종우 덕분에, 엄마가 웃고 울었던 이야기를 쭉 들어준 관객 덕분에 완성된 그림이다.
보면 엄마 생각이 날 작품이다. 그래서일까. 여느 때보다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이 눈에 띄었다. 가족단위 관객뿐 아니라 중년 여성 관객들도 자리를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선녀씨 이야기>는 작년 전국연극제 대상, 희곡상, 연출상, 최우수 연기상을 받은 작품이다. 수상 기록이 무조건 좋은 작품임을 보증하지 않지만, 이런 수상 실적이 엄마 이야기, 라는 익숙하고 식상한 소재를 넘어서는 그 무언가가 이 연극에 있다는 보증은 충분히 한다. 9월 15일까지, 서울 동숭동 대학로 아트센터 K 네모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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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댓글
필자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인생이라는 무대의 주연답게 잘, 헤쳐나가고자 합니다.
즌이
2013.08.31
미미의괴담
2013.08.29
dkdldodh
2013.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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