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강한 진솔함 - 강백수
듀오 백수와 조씨의 강백수가 이번에는 솔로로 돌아왔습니다. 진솔함이 느껴지는 흥미로운 노랫말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네요. 일관되게 자신을 표현하고 있는 강백수의 새 앨범, <서툰 말>을 소개합니다.
글ㆍ사진 이즘
201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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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수 <서툰 말>

백수와 조씨에서 이번에는 강백수만의 이름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 솔로 활동을 ‘강백수 밴드’라고 부르기도 하며, 듀오의 다른 축이었던 조씨 역시 앨범에 세션으로 참여하고 있으니 완전히 혼자 나선 것은 아니다. 그가 홀로 선두에 섰을 뿐이다. 백수와 조씨 전 2010년 단독으로 EP <노래, 강을 건너다>를 발표했을 때와 비슷하다. 그때도 조씨가 연주자로 함께했다.


음악도 솔로, 듀오의 자취에서 확 벗어나지 않는다. 곡의 형식은 포크와 록을 굳게 쥐고 있으며 가사는 여전히 개인적 경험에 기반을 둔다. 여기에 오리지널과 다르게 약간 가공은 됐지만 백수와 조씨의 첫 번째 EP <난 슬플 땐 기타를 쳐... 음악과 당신만이 날 위로할 수 있거든>의 「아이해브어드림」, 두 번째 EP <두 파산>의 「벽」, 「감자탕」이 재등장해서 음악적 연속성을 보충한다. 정체성은 확고하다.

강백수는 본인도 알겠지만 만인이 수긍할 절창이 아니다. 한 번만 들어도 곧바로 흥얼거리게 되는 말쑥한 멜로디를 잘 짓는 것도 아니며 곡의 완성도나 예술적 참신성이 절대적으로 뛰어나지도 않다. 이러한 조건으로 인해 지극히 사실적이며 구어와 문어가 적당히 섞인 노랫말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당연하다. 대중의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릴지도 모르겠으나 가사는 강백수를 다른 싱어송라이터와 차별화하는 최선의 기제다. 재미와 독특함은 분명히 있다.

이번 음반에서도 그 가치는 유효하다. 밴드를 하자는 친구의 꼬임에 넘어가 결국에는 곤궁한 가수가 되었다며 친구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원망하고(「하헌재 때문이다」), 혼전 순결을 고수하는 여자 친구 때문에 답답한 심정을 서울의 상습 정체 도로에 빗대어 표현하며(「내부순환로」), 가족을 걱정하거나(「타임머신」) 대학가 술집의 풍경으로 20대 초반을 추억하며 지나간 세월을 아쉬워하는(「왕십리」) 등 여전히 삶과 주변의 현실을 훑는다. 더불어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 지명을 사용함으로써 친밀성을 갖춘다. 소소한 흥미로움은 가사의 제일가는 장점이다.

앨범에는 강백수의 짧은 수필집도 담겨 있다. 수필집이라기보다 어쩌면 수록곡에 대한 설명문 모음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각 노래가 나오게 된 배경을 읽고 나면 수록곡들은 더욱 재미있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진실하게 다가온다.

강백수의 음악에는 아둔함을 숨기기 위한 오만이 없으며 감각을 선동하는 날조된 슬기도, 보편성에 호소하는 고루한 연애담도 없다. 오직 자신의 이야기를 대수롭지 않게, 하지만 특색 있게 전달한다. 이에 누구는 즐겁게 공감하겠고 또 어떤 이는 인디스러움쯤으로 간주할 것이다. 평이 어떻든 그는 첫 솔로 앨범에서, 듀오 앨범에서, 그리고 이 솔로 앨범에서 일관되게 자신을 솔직히 표현해 왔다. 개성 강한 진솔함은 변함없다. 서툴더라도 그것이 강백수의 멋이다.

글/ 한동윤(bionicso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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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수 #서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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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