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는 그 작품 그 배우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뮤지컬로 만든 <맨 오브 라만차>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막을 올렸습니다. 지난 2005년 국내에서 <돈키호테>로 초연된 이후 남자 배우들이 가장 탐내는 배역 가운데 하나죠. 2007년 <맨 오브 라만차>로 제목을 바꿔 공연될 때 저도 프레스 콜 현장에 있었는데, 딱 지금의 캐스팅, ‘조승우-정성화’ 씨가 함께 돈키호테를 연기했었죠. 당시에도 조승우 씨의 티켓파워는 대단했지만, 정성화 씨가 뮤지컬계의 지금과 같은 보석이 될 줄은 아는 사람만 알았답니다.
괴테의 자전적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무대에 올린 뮤지컬 <베르테르>가 12월 3일부터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됩니다. 지난 2000년 국내에서 초연된 이후 탄탄한 스토리와 아름다운 음악, 쟁쟁한 배우들로 사랑받아온 작품인데요. 이번에는 특히 2002년과 2003년, 2006년 베르테르로 열연했던 엄기준 씨를 무대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불후의 명곡’의 프린스 임태경이 그려내는 베르테르도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고전 중에 고전이지만, 도박이 전부인 남자와 선교가 전부인 여자의 진부한 사랑이야기지만, 인류의 사랑 자체가 고전이기에 무대가 있을 때마다 사랑 받는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은 BBC씨어터에서 공연되고 있습니다. 수트 입은 건달의 섹시한 절제미로 여심을 뒤흔드는 스카이 역시 남자 배우들과 여자 관객들의 로망이지요. 이번에는 김다현, 류수영, 송원근 씨가 3인3색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데요. 특히 오랜만에 수트발 제대로 살릴 꽃미남 김다현 씨가 흩뿌릴 스카이의 매력이 기대됩니다.
줄곧 오페라로 만나왔던 <카르멘>이 이번에는 뮤지컬로 탈바꿈했습니다. 12월 6일부터 엘지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데요. 프랭크 와일드혼의 강렬한 음악에 서커스, 매직, 아크로바틱 등이 결합돼 ‘뮤지컬 <카르멘>’만의 색다른 멋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체코 뮤지컬 좋아하는 분들은 또 한 번의 기대작이 아닐까 싶은데요. 특히 남심을 뒤흔드는 매혹적인 여인 카르멘에는 바다와 차지연(이런 관능미 있는 배역은 처음이 아닌가요?) 씨가, 카르멘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호세 역에는 류정한, 신성록(3년 만에 뮤지컬 무대로 컴백하는 거지요?) 씨 등 무대에서 다시 보고 싶었던 배우들이 총출동하네요.
다시 듣는 고인의 명곡
지난 2009년 사망한 마이클 잭슨. 마이클 잭슨만 떠올리면 1990년대 두 차례 있었던 그의 내한공연에 가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한이 됩니다. 개인사야 어떻든 그의 노래와 퍼포먼스는 지금 보고 들어도 입이 떡 벌어지게 멋지니까요. 그 멋진 무대를 뮤지컬로 만나볼 수 있는데요. 영국 웨스트엔드를 떠받치고 있는 수많은 명작 가운데 마이클 잭슨의 노래 32곡으로 꾸며지는 콘서트형 뮤지컬 <스릴러 라이브(Thriller Live)>가 이번 겨울 우리나라에 상륙합니다. 대전과 부산에 이어 12월 11일부터 15일까지는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마이클 잭슨의 전설 같은 노래들과 웨스트엔드 오리지널 팀의 똑 부러지는 무대를 만나보자고요!
고 김광석 씨의 노래로 꾸며지는 뮤지컬 <디셈버:끝나지 않은 노래>는 12월 1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엽니다. 박건형과 티켓파워 대표주자인 김준수가 주연을 맡았고, 김광석의 미발표곡 ‘12월’이 공개될 예정입니다. 장진 감독이 처음으로 연출을 맡은 뮤지컬인데, 상반기 큰 인기를 얻은 <그날들(장유정 연출, 고 김광석 씨 노래로 꾸며진 뮤지컬)>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겠죠?
지난 10월 발매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고 김현식 씨의 앨범에는 병상에서 녹음한 21곡의 노래가 담겨 있죠. 탁한 음성과 깨끗하지 못한 음질에서 오히려 그 어떤 ‘현실감’이 느껴집니다. 이 음반은 중년 팬들은 물론이고 10대와 20대에게도 관심을 받고 있다는데요. 음반제작사 동아기획은 SNS솔루션 ‘팬플’에 김현식 팬카페를 새로 만들어 고인과 관련된 소식과 자료 등을 올리며 팬들과 소통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재정적인 문제로 올해 무산될 위기에 처했던 <유재하 가요제>는 출신 뮤지션들의 노력으로 지난 24일 무사히 24회 대회를 마쳤습니다. 연말에는 그의 데뷔 앨범이면서 유작인 <사랑하기 때문에>가 씨앤엘뮤직을 통해 LP로 발매될 예정입니다.
명작 재개봉 열풍
며칠 전 허진호 감독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습니다. 1998년에 개봉된 허진호 감독의 데뷔작이지요. 당시 함께 봤던 친구에게 오랜만에 연락을 했더니, 기억도 못합니다. 하긴 그때 같이 간 대학로의 극장도 지금은 없어졌네요. 15년 전 한석규, 심은하 씨의 앳된 모습은 물론이고, 지금과는 사뭇 다른 서울의 모습이 눈에 띕니다. 화면에서는 존재하지도 않는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전화, 그래서 동네마다 존재하는 작은 사진관. 주인공들의 넉넉한 옷차림과 어색한 메이크업, 심지어 서울의 버스는 누런색입니다. 15년 만에 우리의 일상은 이렇게 크게 달라졌네요. 하지만 명화는 단순히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것에서 그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당일 20대 초반의 관객들을 인터뷰했는데요. 처음 보는 영화지만 요즘 영화와는 다른 멋이 있어 좋다, 재개봉하는 영화는 작품성이든 흥행성이든 성공했던 영화이기 때문에 꼭 챙겨본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한동안 재개봉 열풍은 이어질 것 같아요. 별 4개만 투척할 테니, 나머지 하나는 여러분이 결정하세요.
러브레터 : ★★★★ 오겡끼데스까? 잘 지내냐고 물어보고 싶은 그리운 누군가가 있다면!
러브 액츄얼리 : ★★★★ 공항장면 하나로 모든 로맨틱 코미디의 우위를 차지한다고 일표!
동사서독 리덕스 : ☆☆☆☆ 국내에서는 첫 개봉입니다. 그런데 출연진이 장학우, 장국영, 장만옥, 양조위, 임청하...!!
<화양연화> <중경삼림>등 왕가위 감독의 다른 작품도 특별전을 통해 대형 스크린으로 볼 수 있어요!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앙ㅋ
2014.07.06
화성인
2013.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