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낮 공연이 가장 힘든 것 같아요. 토요일 낮은 그래도 내일이 일요일이라는 마음에 관객들이 들떠 있는 면이 있는데, 일요일 낮은 푹 쉬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웃음). 특히 이 작품은 관객들이 업 되지 않으면 배우들도 무척 힘들거든요.”
일요일 오후 2시면 한참 나른할 시간이기는 합니다. 배우도 관객도 록 스피릿을 방출하기에는 생체시계가 제 속도를 내지 않는. 그래서 힘든 공연의 반응이 저 정도였다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평소에는 어떻다는 건가요? 가장 뜨거울 금요일 심야공연을 예로 들어 주시죠.
“분위기가 사뭇 다르죠. 그때는 손만 올려도 웃어요. 아무래도 즐기러온 관객들이라서 마음이 다 열려 있고, 그래서 살짝만 해도 터져요. (장)승조 형은 약간 오그라드는, 보고 있기 민망한 스타일인데(웃음), 심야공연에서는 장난도 더 많이 치고 띄우는 부분은 더 신나게 놀아요. 일부러 그 밤에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과 함께 즐기는 거죠.”
관객들과 이렇게 뜨겁게 호흡할 수 있는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요?
“저는 창작팩토리 때 보고 내용은 이해를 못하겠는데 왠지 될 것 같다는 촉이 오더라고요. 그런데 역시나 프리뷰, 본 공연 모두 많은 인기를 얻었어요. 일단 음악이 좋고, 그래서 몇 차례 <트레이스 유> 콘서트도 했어요. 관객들이 무척 좋아하시더라고요. 무대에서 밴드와 함께 노래하는 건 저희도 신나는 일이거든요. 배우들도 분위기를 타면 커튼콜이 달라지니까 관객들도 더 좋아해 주시는 것 같고요.”
뮤지컬 배우니 연기나 노래는 기본일 테고, 극중 이우빈을 소화하기 위해서 가장 신경 쓰는 점은 어떤 걸까요?
“작년에는 이 점을 제일 많이 신경 썼어요, 이우빈에 대해서. 세컨드 보컬이면서 기타를 쳐야 하니까 자세가 나와야 하잖아요. 노래도 다양한 스타일의 창법을 쓰고. 그런데 사실 우빈은 전반부는 받아주기만 하면 되고, 후반부에서는 상대가 리액션을 하니까 파트너와 쿵짝만 잘 맞으면 되거든요. 지난 시즌에 ‘어떻게 해야겠다’ 생각했다면 이번에는 ‘내가 하는 것이 답이다’라는 확신을 갖고 밀고 나가려고 했어요. 지금은 편하게 즐기면서 하고 있어요.”
파트너인 장승조 씨와는 호흡이 잘 맞나요?
“네, 잘 맞아요. <디셈버> 지방공연 때문에 연습에 많이 참여하지 못해서 승조 형에게 미안했는데, 처음에는 형이 힘들어하더니 나중에는 본인이 분석을 많이 하더라고요. 지방공연 다녀올 때마다 형의 변화된 모습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정말 열심히 준비했구나, 나중에는 고맙더라고요.”
<쓰릴 미>와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에 이어 세 번째 남성 2인극입니다. 2인극은 규모는 작지만 높은 흡입력을 필요로 하죠. 이창용 씨가 그걸 잘 소화해가고 있다는 방증일 텐데요.
“적응을 해가는 것 같아요. 잔잔하고 심리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공연들에. 예전에는 귀여운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 이제 진지한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디셈버>를 하면서 많이 배웠는데, 장진 감독님이 칭찬도 해주시고, 나도 진지한 작품을 많이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년이 서른이었는데, 아마도 이미지 변신 같은 걸 하고 싶지 않았나 생각해요. 연기력으로 도전할 수 있는 캐릭터, 그런 배역에 이창용이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기자는 이창용 씨를 20대 중반에도 두 차례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요. 30대가 된 그에게서는 배우로서 물오른 자신감과 함께 여유가 느껴집니다. 스스로도 성장이 느껴질까요?
“<쓰릴 미> 때 인터뷰는 확실히 기억이 나요. 정말 긴장했었고, 설명하기도 너무 어려웠어요. 그때가 1년차 배우였다면 벌써 7년차니까 시간이 정말 많이 흘렀네요(웃음). 지금까지 차분하게 온 것 같아요. 그래프로 보자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그런데 ‘좀 컸구나’ 라는 생각은 착각인 것 같아요. 어떤 날은 스스로도 뿌듯할 때가 있어요. 그런데 잠깐 마음을 놓거나 자만하면 그게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는 순간이 바로 와요. 교만해지면 안 되겠더라고요. 자신감이 생겼을 때는 ‘아, 이런 거구나!’ 하고 알아가고 뭐가 아쉬웠는지 생각해야 더 발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올해 나이 서른하나. 그 흔한 ‘서른통’은 있었나요?
“저 같은 경우는 오히려 빨리 나이를 먹고 싶었어요. 물론 지금 뒤돌아보면 왜 그랬나 싶지만. 스물다섯부터 팬들이 생일을 챙겨주는데, 친구들도 까먹는 생일을 기억해주니까 얼마나 고마워요. 그런데 스물아홉 살 즈음부터는 좀 이상한 거예요. 작년 생일이 얼마 전인 것 같은데, 속도를 느끼기 시작한 거죠. 지난해에는 다섯 작품을 해서 그런지 더 빠르더라고요. 서른을 느낄 시간도 없었어요.”
이창용 씨는 최근 홍익대 공연예술학부 대학원 과정에도 진학했습니다.
“솔직히 병행하기에 크게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수업을 다들 너무 열정적으로 듣는 거예요. 등록금이 비싸서 그런지(웃음). 연습할 때는 열심히 몰아가다 공연 때는 조금 여유 부리고. 스스로 9시간을 자야 노래가 잘 된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평온이 핑계가 아닌가 싶더라고요. 수업 때문에 요즘은 7시간만 자는데도 노래가 되더라고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공부하고, 또 다른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20대에 봤을 때도 열심히 달리고 있었지만, 30대에 생각하는 배우상은 다를 것 같습니다. 스스로 어떤 배우의 모습을 그려가고 싶은가요?
“예전에는 정말 달렸어요. 젊은 패기로 작품이 좋으면 다 했는데, 이제는 선택의 문제인 것 같아요. 어떤 작품으로 빛이 날 것인가. 관객들로부터 ‘이창용, 이 역할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듣는,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도 다른 동료들의 공연을 보면서 예전에 비해 실력이 더 좋아졌다고 느낄 때가 있거든요. 모두에게 실력 있는 배우로 인정받는 게 제 목표가 아닐까 싶어요.”
뮤지컬 <트레이스 유>는 6월 29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에서 강렬한 무대를 이어갑니다. 완성도 높은 무대를 위해 한동안은 ‘최재웅-윤소호’ ‘이율-문성일’ ‘이지호-서경수’ ‘이창용-장승조’ ‘최성원-김대현’ 팀제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기자도 다른 페어의 공연이 궁금하네요. 극중 관객과의 호흡이나 신나는 커튼콜이 본연의 드라마, 반전의 여운과 어떤 균형을 이루는지요. 남성 2인극에 밴드까지 남성들이라 객석은 여성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97%쯤? 하지만 별다른 일은 없으니, 공연장에 온 남성분들 너무 당황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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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최고의 흥행 뮤지컬 <트레이스 유>, 3월 4일 개막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