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예스24 대학생 리포터들이 ‘10년 전 베스트셀러’라는 제목으로
2004년 큰 인기를 모았던 책들을 소개합니다. 매주 수요일 연재.
이 책을 쓴 작가 권정생은 1969년, 단편동화 『강아지똥』으로 월간 기독교교육의 제1회 아동문학상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의 그림책 『강아지똥』은 1996년 정승각의 그림과 함께 새롭게 다시 태어난 것이다. 우리나라의 아동문학은 권정생의 『강아지똥』이전과 이후로 나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어린이문학에서 『강아지똥』이 갖는 의미와 그 역할은 매우 크다. 『강아지똥』이 출간된 이후 ‘하찮고 쓸모없어 보이는 존재도 그 나름의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비슷한 류의 동화책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으며, 아동문학을 성인문학의 하위 개념으로 생각하던 인식이 바뀌면서 아동문학의 수준이 한층 더 높아졌다. 이처럼 『강아지똥』은 우리나라 아동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은한 울림과 감동을 주는 책
골목길 담 밑 구석에 놓여있던 강아지똥. 강아지똥에게 눈길을 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날아가던 참새도, 길가에 뒹굴고 있던 흙덩이도 모두 강아지똥에게 더럽다고 말한다. 자신과 같이 별 볼일 없어 보이던 흙덩이마저 밭에서 곡식과 채소를 자라게 하는 데 쓰이기 위해 떠나고 강아지똥은 다시 혼자 남는다. 자신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던 강아지똥은 봄비가 내리는 날 민들레 싹을 만나고, 스스로를 희생해 거름이 되어 아름다운 민들레꽃을 피워낸다.
강아지똥은 제 몸이 산산조각 나서 완전히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민들레 뿌리를 꼭 끌어안고 예쁜 민들레꽃이 피어날 수 있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준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줄만 알았던 자신이 어딘가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강아지똥은 참 행복했을 것이다. 비록 이 세상에서 사라졌지만 사실 영원히 남아있는 것과 다름없다.
권정생은 처마 밑에 버려진 강아지똥이 비를 맞아 땅 속으로 스며들고 있는데, 그 옆에서 민들레 꽃 하나가 피어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 『강아지똥』이야기를 생각했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이었다면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그 모습을 보고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낮은 위치에서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봤다. 그의 책은 읽는 사람들에게 은은한 울림과 감동을, 그리고 희망을 주고 있다.
이 책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올 수 있었던 데에는 글뿐만 아니라 그림을 그린 정승각의 역할도 컸다고 생각한다. 소박하면서, 친근하고, 정겨운 그림은 따뜻한 내용과 어우러져 보는 이들의 눈과 마음을 함께 사로잡는다. 가장 마음에 남는 그림을 꼽자면 아무래도 강아지똥이 민들레 싹을 꼭 껴안고, 비에 부서져 땅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장면이 아닐까. 무지갯빛 조각들로 잘게 부서져 민들레 뿌리에도, 땅에도 스며들어 꽃봉오리를 맺는. 강아지똥은 너무나도 눈부시게 빛을 내며 아름다운 민들레꽃으로 다시 태어난다. 강아지똥은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충분히 빛나는, 귀한 존재였다. 이 책의 글과 그림은 읽는 내내 함께 잘 조화를 이루며 감동을 더한다.
이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는 없다
『강아지똥』을 읽고 있으면 권정생의 삶이 떠오른다. 권정생은 일본 도쿄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가난과 병에 시달렸다. 교회 뒤의 5평짜리 흙집에서 평생을 살다가 생을 마감한 그. 그는 평생 가난한 삶을 살았다. 나중에는 그동안 작품을 써서 받아왔던 인세가 10억이나 되었지만 그는 태어날 때부터 자신과 함께였던 가난을 택했다. 이러한 그의 삶 때문인지 『강아지똥』을 포함한 그의 여러 작품들엔 보잘 것 없고 힘없는 존재를 그리고 있는 것들이 많다. 소외된 것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 어린 시선. 남들은 관심 갖지 않는 존재들을 대하는 따뜻한 마음. 권정생은 그들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고 귀 기울여 들었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엔 저마다의 쓰임이, 존재의 의미가 있다. 겉으로 보기엔 하찮아 보여도 분명 어딘가에 꼭 필요한 소중한 존재라는 것이다. 사실 이 땅에 있는 모든 것들 중, 이것은 하찮고 저것은 귀하다 이렇게 단정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찮고 귀한 것들을 나누는 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일 뿐이다. 『강아지똥』 속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은 전부 소중한 존재다. 각자가 필요한 곳에서 저마다의 역할을 해낸다. 자신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생각하다가도 결국엔 자신을 꼭 필요로 하는 때가 온다.
모든 존재,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따뜻한 가슴으로 품어 낸 책이기에 『강아지똥』이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도 계속해서 사랑받는 것은 당연하게 느껴진다.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책이지만 어른들에게도 충분히 깊은 감동을 전해주는 『강아지똥』. 오랜 시간이 흘러도 우리 마음 한편에 머무르며 은은하게 울려 퍼질 것이다.
비는 사흘 동안 내렸어요. 강아지똥은 온 몸이 비에 맞아 자디잘게 부서졌어요……. 부서진 채 땅 속으로 스며들어가 민들레 뿌리로 모여들었어요. 줄기를 타고 올라가 꽃봉오리를 맺었어요. 봄이 한창인 어느 날, 민들레 싹은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을 피웠어요. 향긋한 꽃냄새가 바람을 타고 퍼져 나갔어요. 방긋방긋 웃는 꽃송이엔 귀여운 강아지똥의 눈물겨운 사랑이 가득 어려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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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 권정생 글/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세상 사람들이 '아이, 더러워'하며 다 피해가고 천대받는 강아지 똥이지만 민들레 꽃의 거름이 되어 예쁜 민들레 꽃이 피어날 수 있게 거름이 된다. 세상에서 소외되고 버림받은 존재일지라도 그 나름대로 쓸모있고 가치가 있다는 생명 존중의 생각을 갖게 한다. 또한 자기 자신을 아무 쓸모없고 하찮게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자신감과 희망을 주어 자긍심을 갖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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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책과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