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경계를 뛰어넘는 5인 학자들과 함께 <지식인마을> 시리즈 40권 완간 기념 특별 강연회가 지난 5월 17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약 200명의 청중들 앞에서 펼쳐졌다. 세상을 바꾼 위대한 사상가들이 우리 시대에 던지는 질문, 그리고 우리 시대의 학자들은 그들의 질문에 어떤 대답을 내릴 수 있을까. 역사 속 지식인들의 문제의식에 대해 이 시대의 학자들이 함께 토론하고 공감하며 우리 사회의 해답을 찾아가는 지식 공감 포럼에 다양한 연령의 세대를 아우르는 청중들과 함께 뜻 깊고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했다.
우리 시대 5명의 지식인들의 릴레이 강연 및 토론과 질의응답의 시간으로 구성된 이번 특별 강연회는 시대를 직시하고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의 장으로써, 지식인들과의 소통에 목말라 하였던 일반인들의 갈증을 해소해줄 있는 시간이었다.
김광기, 박종현, 김석, 장대익, 신재식 교수의 강연 펼쳐져
첫 번째 강연은 김광기 교수(경북대학교 교수)의 “사회학(뒤르켐과 베버)의 시선으로 읽는 우리 시대와 우리 사회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사이먼앤가펑클(Simon and Garfunkel)’의 ‘El Condor Pasa'라는 음악이 울려퍼지며 시작된 강연은 사회적 행위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에 목적이 있으며, 한국 사회의 가족 엘리트주의와 맹목적인 학벌 위주의 사회를 비판하며, 정신과 마음을 가진 인간을 연구하는 것이 사회학임을 알려줬다.
두 번째 강연은 “경제학으로 바라본 우리 시대, 우리 시대를 위한 경제학의 모습“이라는 주제로 박종현 교수(경남과학기술 대학교 교수)의 강연이 이어졌다. 케인즈와 하이에크의 논리를 비교 분석하며, 경제학자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힘이 센가에 관한 소주제로 연결했다. 케인즈는 쾌락을 추구하고 탐닉적이며 저축의 불필요함을 역설한 학자이다. 이는 수단이 목적이 되는 삶은 불행이며, 가치 있고 의미 있는 물질의 사용은 되려 허망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사회는 기본적으로 현재의 행복을 유보하는 제도이며, 우리 주변의 사람들과 나누는 보람이 있는 삶의 추구가 필요하다. 미래의 천국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의 천국이 소중함을 강조하였다.
세 번째 강연은 김석 교수(건국대학교 교수)의 프로이트와 라캉의 이론을 통해 “우리시대와 공감하는 정신분석학“ 이야기를 펼쳐냈다. 개인의 심리와 사회의 심리는 같이 가며, 신경증-도착증-정신병의 순서로 사회의 심리는 이동하고 있다. 신경증이 자기안의 갈등이며 도착증이 주체의 의지를 도구화한다면, 정신병이란 망상, 자기의 논리로 평가함을 뜻한다. 세월호 사태 역시 유족의 아픔을 공유하지 못하고 대안이 아닌 상황적 논리로 재단하려는 자신의 시선으로 재단하려는 경향은 이러한 망상, 정신병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지도층과 엘리트들의 망상증이 커질수록 사회는 불행해지며, 이에 대한 경종이 필요하다.
네 번째 강연은 장대익 교수(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의 “진화학자가 바라본 한국사회”라는 주제로 침팬지와 인간의 차이, 인간은 왜 문명을 만들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시각적 자료를 예를 들어 보여주었다. 지식을 축적하고 쌓아가는 능력이 침팬지보다 월등히 뛰어난 인간이기 때문에 문명이 구축될 수 있으며, 세월호 사태는 그런 의미에서 문명인의 행동이 아닌 침팬지와 다를 바 없는 모습에서 사회 경종이 필요함을 진화학자의 관점에서 설명해주었다.
마지막 강연은 신재식 교수(호남신학대학 교수)의 “종교는 어떻게 우리 시대와 공감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세월호 사태는 한마디로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자, 한국 교회의 모습임을 비판하며, 자본주의적 폐해를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는 한국 개신교에 대한 쓴 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신 교수는 “내가 바라보는 타인이 이단이고, 지배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종교는 건강하지 못한 병든 마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자기 이상으로 타인을 컨트롤하는 것 역시 죄”라고 말했다.
교양인, 지식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소통 필요
3시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우리 사회 속에서 지식인이 묻고 대답하는 <지식인마을> 지식 공감 포럼에 참석한 청중들은 다시 한번 공감과 소통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식인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더욱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고 나눌 수 있어야 하며, 스스로 질문하고 자신의 욕망을 자세히 바라보고 좌절에 대하여 극복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통해서 더욱 건강한 개인과 사회가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다.
<지식인마을> 40권 완간은 10여년의 시간을 통해 이루어진 결과물이자, 자랑스러운 우리 사회의 소중한 지식의 보고라 할 수 있다. 아프리카 속담에서도 “한 아이를 키우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명의 교양인과 지식인을 만들기 위하여 만들어진 지식인 마을, 그 지도를 그리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소통이 절실히 필요하다.
- 지식인 마을 1~40 세트 장대익 등저 | 김영사
지식인마을 시리즈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동서양의 위대한 사상가들이 한마을에 모여서 살고 있다고 상상에서 시작한다. 학문의 경계와 분야를 허물고 아인슈타인과정약용, 촘스키와 토플러, 아리스토텔레스가 함께 사는 마을 곳곳을 돌아보며 그들의 지식을 배우고 함께 토론하며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마을을 생각하고, 이 마을을 하나의 통합적 지식교양서로 완성한 것이다. 동서고금을 가로지르는 지식인들의 상호작용을 각 권부터 전체 40권까지 거미줄처럼 엮어 삼천 년 인류지식의 계보가 한눈에 펼쳐보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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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진